2023년 8월 28일 월요일

Kamijo Kenjiro - 제 4장, 고압 펌프 선행연구 - 액체산소 펌프

1. 고압 액체산소 펌프

시제 펌프의 제작비와 시험설비의 제약 등을 고려하여 소형/고압의 액체산소 펌프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1단 원심형으로, 사양은 회전수 47,500 RPM, 차압 25 MPa, 유량 16 L/s 정도이다. 
설계에 대해서 특히 중점적으로 보았던 것은 펌프 임펠러의 재료, 밸런스 피스톤의 구조 그리고 축 씰 등이었다. LE-5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펌프 임펠러는 알루미늄 합금제이다. 고압 펌프는 1단 고속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임펠러와 케이싱 간의 마멸에 대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약간의 접촉으로도 발화할 가능성이 낮지 않아 니켈 기반의 초 내열 합금을 적용하였다.

고압 액체산소 펌프 시제의 실제 임펠러 사진.
임펠러 후면 슈라우드 팁에 밸런스 피스톤 오리피스를 위한 구조가 보인다.

직경이 86.3 mm 로 작은 임펠러이기 때문에, 고가의 기계 가공이 아닌 정밀 주조로 제작하였다. 우리 나라의 로켓 펌프로써는 첫 시도였으나 문제 없이 제작되어 우리 나라의 제작기술이 높음에 감격하였다.
고압 펌프는 축 추력 조절용 밸런스 피스톤이 필수이다. 그림 1.16과 같은 밸런스 피스톤 오리피스에서 임펠러와 케이싱의 마멸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

그림 1.16. 밸런스 피스톤 오리피스(バランスピストンオリフイス)에서 임펠러와 케이싱이 마찰할 여지가 있다.


고압 액체산소 축 씰 시스템을 결정하기까지 여러 방법을 검토하였다. 그림 1.20에 제시한 플로팅 링 실을 사용할 수 있다면 씰 시스템은 단순해진다. 하지만, 이미 기술하였듯이 LE-5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시, 헬륨 퍼지 씰에 적용하여 큰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에 플로팅 링 씰의 적용은 단념하였다. 메카니컬 씰을 사용하여 설계한 소형 고압 액체산소 펌프의 형상은 그림 4.1과 같다.

그림 1.20. 플로팅 링 씰의 형상.
카본으로 이루어진 씰 링(カーボンシールリング)이 축 사이의 유체력으로 부상, 축과 좁은 간극을 형성하여 유체의 누설을 줄이는 방식이다.
축의 진동에 따라서 씰 링이 움직이는 '자동 조심' 효과가 존재한다.

그림 4.1. 소형 고압 액체산소 펌프의 단면도.
추진제 혼합방지 씰 전단에 메카니컬 씰이 보인다.

밸런스 피스톤 오리피스를 통과한 액체산소의 일부는 임펠러 측 베어링을 냉각시킨 후, 슬링거(スリンガー)라 불리는 작은 회전체와 라비린스 씰로 감압되어 비로소 구동 측 베어링을 냉각하고 외부로 배출된다. 이 냉각량은 펌프 유체의 약 5 % 정도이다. 씰 시스템이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유량이었다.


2. NASDA와의 공동연구

1981년 12월부터 소형 고압 액체산소 펌프의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NAL의 전기모터(450 kW)로는 용량이 부족하여 정격 운전은 불가능하였다. 이 연구의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NASDA가 고압 펌프의 공동연구를 제안하였다. NASDA의 가쿠다 로켓개발 센터에는 LE-5 엔진의 액체수소 펌프를 구동시키는 전기모터(650 kW)가 설치되어 있어 매우 고마운 제안이었다.


3. 고압 액체산소 펌프의 효율 측정

고압 펌프는 터빈으로 구동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결과, 효율 측정에 없어서는 안될 토크미터를 장치하는 구조는 매우 복잡해진다. 한편, 전기 동력계를 이용하는 경우도 소형 펌프 외에는 구동 마력이 과대해지기 때문에 대규모의 비싼 장비가 필요해진다. 따라서, 이번 시제 시험에서는 고압 펌프의 효율 측정방법 확립에도 힘을 쏟았다.
펌프의 효율을 평가하던 도중,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다. 소형 고압 액체산소 펌프에서 취득하였던 단열 효율과 펌프 효율의 비교를 그림 4.2에 제시하였다. 단열 효율이 펌프 효율을 5 ~ 6 % 정도 상회하고 있었다. 이 시험에서는 펌프 유체의 압축으로 인한 효율 변화는 높아 봐야 1 % 이하이기 때문에 이 원인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림 4.2. 펌프 효율과 단열 효율의 비교.
𝜂a로 표기된 단열 효율이 𝜂b로 표기된 펌프 효율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4.3. 펌프 내부의 유로.
펌프 작동유체와 펌프 후면 슈라우드 사이의 마찰로 인하여 추가된 엔탈피 q가 𝛥m2만큼 외부로 빠져나감을 알 수 있다.

약 5 %의 효율 차이와 약 5 %의 베어링 냉각 유량 사이에 상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여 검토하였다. 펌프 내부의 유로는 그림 4.3과 같다. h1, h2는 펌프 입구와 출구의 엔탈피이고 m, 𝛥m1, 𝛥m2, 는 각각 펌프에서 토출되는 질량유량, 밸런스 피스톤을 통과하여 순환하는 질량유량과 베어링을 냉각시키고 외부로 유출되는 질량유량이다. q 는 임펠러 후면 슈라우드와 유체의 마찰 등으로 인하여 단위질량당 추가되는 엔탈피이다.

식 5. 펌프 효율. Q로 표기되는 토출되는 유량(체적유량)과 H로 표기되는 양정으로 구해진다.

식 6. 단열 효율. 𝛥hact는 실제 펌프 출구에서의 엔탈피(h2)이고, 𝛥his는 이론적인 펌프 출구에서의 엔탈피이다.
마찰손실로 인한 엔탈피 q가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𝛥hact가 증가하게 된다.

식 5의 펌프 효율의 결과로는 펌프 유체가 외부로 유출되어 그 만큼 효율이 낮아진다. 한편, 식 6으로 정의되는 단열 효율의 결과로는 마찰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q를 포함한 𝛥m2가 외부로 방출되는 관계로 그만큼 손실이 감소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효율이 올라가게 된다. 
(그림 4.3에서 h2 + q를 포함한 𝛥m2가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펌프 입구의 엔탈피를 올리는 𝛥m1에 포함된 전체 엔탈피 양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h1을 올리고, 끝으로는 h2를 올려 단열 효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마찰 손실은 결과적으로 저평가된다 - 역자 주)
직감으로는 이상하다고 여겼으나 이 효율 평가 방법이 옳은 것이다. 더욱이, 다단 펌프의 경우 외부로의 누설이 없더라도 상단에서 하단으로의 이차 유로가 있기 때문에 단일 단의 효율을 구하기 위해서는 같은 보정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이 방법은 실제 LE-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2단 펌프 효율 측정에 사용되었다.


한 마디

고압 펌프 연구를 수행하면서 저자는 고압 펌프의 효율 측정 방식을 확립할 수 있었던듯 하다. 기존 LE-5의 펌프의 경우는 압력상승이 낮은만큼 외부로 누설되는 유량이 적어 언급되었던 단열 효율과 펌프 효율 사이의 차이가 의미있을 정도로 크지 않았으리라고 추측된다. 어쩌면 고압 펌프라는 선행 연구를 수행하지 않았더라면 같은 과정을 LE-7 용 터보펌프 개발 중 겪어 개발 지연에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선행 연구는 그 누구도 모르고 있던 과제가 튀어나오고, 그것이 추구 진행할 큰 프로젝트에서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여러 모로 선행 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에피소드인듯 하다.
한국의 경우도 KSLV-II 용 75, 7톤급 엔진을 개발하기에 앞서 30톤급 엔진 개발을 수행하면서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었고, 후속 발사체인 KSLV-III 를 위해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다단연소사이클 파워팩을 제작하고 시험하는 등의 선행 연구가 있어왔다. 이들 연구로 인하여 최근에는 비록 폭발해 버리긴 했지만 KSLV-III의 상단용 엔진에 적용될 터보펌프가 실매질 시험을 거치기도 하였다. 선행 연구 없이 본 과제 시작에 맞추어 기술 개발을 시작하였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023년 8월 21일 월요일

Kamijo Kenjiro - 제 4장, 고압 펌프 선행연구 - 연구비 마련

1. 연구의 시작

H-I 로켓의 LE-5 엔진 및 터보펌프의 개발이 목표이던 때 실장으로서 "이후 연구 테마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생각하였다. 문득 떠오른 "극저온 펌프의 고압화" 는 아주 좋은 연구 테마라고 생각하였다.
LE-5 엔진은 H-I 로켓의 제 2단에 장착되는 엔진이기 때문에 고공에서 작동된다. 따라서, 낮은 연소압에서도 가스의 분출속도를 높게 할 수 있는 고팽창 노즐이 사용되어 고성능을 달성한다. 실제 LE-5 엔진의 연소압은 3.5 MPa 로, 액체산소 펌프의 토출압력은 5MPa 정도이다. 
고압 펌프 연구의 정당성은 다음으로 설명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장래에 제 1단에 적용하기 위한 로켓엔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소압 10 MPa 이상의 고성능 로켓엔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 1단의 개발, 정확히는 이걸 쓰는 대형 로켓의 개발에는 방대한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2. 터보펌프 개발에 있어서의 어려움

딱 이 시기에 LE-5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축 씰의 내구성능을 알아보는 시험 리그의 제작에 약 3천만 엔이 책정되었다. 일회용인 로켓엔진은 길어봤자 10분 정도 작동되면 좋으나, 이것을 보장하기 위해 엔진 부품은 30분 정도의 수명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고회전 축에서는 액체산소와 수소 과농 고온 터빈 구동가스를 확실히 분리하지 않으면 안 되고, 로켓의 터보기계는 일선 산업용의 유사한 기계들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서 작동된다. 이 30분 정도의 내구성능이 문제가 된다.

LE-5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혼합방지 씰. 세그먼트 씰 형식이다.

위의 혼합방지 씰과 맞닿는 터보펌프 축의 시험 후 사진. 마찰흔이 보인다.

LE-5의 것은 아니나 LE-7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용 추진제 혼합방지 씰 시험 리그 단면도.
터보펌프와 유사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3. 연구를 시작하기 위하여

고압 펌프 연구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여 씰 시험 리그의 제작을 NASDA 에 맞기는 것을 고려하였다. NASDA 는 이것을 납득하였다. 다음은, NAL 의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오오츠카 사다키치(吉) 가쿠다 지소장에게 설명하였다. 그러자, "그건 안 된다. 사용 목적이 확실한 연구비를 다른 목적으로 써선 안 돼!" 라는 강한 어조의 답변만이 돌아왔다. 확실히 들어보니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여길 뭔가 더 크게 보고싶습니다." 라고 끈덕지게 들러붙었다. 1시간 이상의 옥신각신 끝에 지소장은, 야마우치 씨(男, 야마우치 마사오. NAL 소장을 거쳐 당시 우주개발위원)로부터 "NAL은 로켓 엔진에 대해 슬슬 새로운 연구를 시작해 보라." 라는 말이 있었다고 혼잣말하듯이 말하였다. 나는 "고맙게도!" 라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예산에 반영되지도 않은 연구를 억지로 진행해 나갔으나 장래의 발전에 대해선 확고한 자신은없었다. 하지만 우주개발위원인 선생님(야마우치 마사오)이 그렇게 말해 주어서, 연구를 진행해도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였다. 지소장도 결국 나의 막무가내에 압도되어 승낙해버렸다.



한 마디

고압 펌프 선행 연구에 앞서 예산을 확보하는 노력이 드러난 부분이었다. 연구자는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자신이 하고싶은 연구를 먼저 하고싶겠지만 언제나 예산 등의 '높으신 분들' 이 정하는 문제를 맞딱뜨리면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사례에서는 저자가 운이 매우 좋았던 듯 하다. 마침 저자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고위 인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막무가내식 임기응변도 가능해보였다. 물론 상층부가 저자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되겠지만.
한편 저자는 고압 펌프 개발에 앞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임펠러 등의 제작이 아닌 추진제 혼합방지 씰을 꼽았다. 이것은 내가 한국의 터보펌프 연구자들을 인터뷰 했을 때도 들었던 반응이었다. 그땐 씰이 조건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면 고압 터보펌프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저자가 한 말과 완전히 같은 의미였다.

실제로 추진제 혼합방지 씰 계통으로 인하여 터보펌프 구성품 배치 등에 제약이 생긴다거나 아예 새로운 구성품을 새로 개발해서 적용해야만 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자면 스페이스X의 멀린 엔진과 같은 펌프 임펠러 배치의 경우 축 추력이 서로 상쇄되는 장점이 있으나 자연스럽게 두 펌프 사이에 위치한 추진제 혼합방지 씰이 감당해야만 하는 압력이 높아져 이에 따라 씰의 기밀 성능이 다른 배치 방식에 비해 더 높아져야 한다. 
또, 펌프-터빈-펌프 구성이나 LE-5, 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등과 같이 추진제 혼합방지 씰이 터빈 쪽의 고열의 영향을 받는 경우 축의 열 변형으로 인해 씰이 기능을 상실할 수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실제로 SSME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경우 추진제 혼합방지 씰이 고온에서 기능을 상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라믹 등으로 씰 구성품을 제작하여 적용하였으며, LE-7의 경우에는 터빈과 씰 사이에 저온 수소가스를 집어넣어서 씰로의 열 전달을 막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필수가 된 엔진의 재점화에 있어서도 추진제 혼합방지 씰이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 1단 분리 후 재점화 전까지 엔진의 원활한 재점화를 위해 펌프 내부에 추진제가 채워져 있어야만 하는데, 축이 회전하지 않는 때도 추진제 혼합방지 씰은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플로팅 링 씰과 같이 유체에 회전 방향 선속을 부여하여 누설을 저감하는 방식의 씰로는 이러한 때에 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수가 있다. 따라서 재점화를 수행하는 엔진들의 경우 추진제 혼합방지 씰 계통에 메카니컬 씰, 특히 축 회전 시 유체력으로 부상하는 메카니컬 씰을 적용한다거나, 축 정지 시에는 메이팅 링과 밀착해 있다 축 회전 시 아예 외부 압력으로 축 회전 시에 부상하여 축과 마찰하지 않는 리프트 업 씰 등이 적용된다. 전자의 경우 여기서 많이 언급하였던 LE-5, 7에 적용되었던 방식이고 후자는 한국에서 개발될 KSLV-III 의 1단용 엔진에 적용될 방식이다.

2023년 8월 14일 월요일

LE-7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임펠러, 터빈의 피로균열 문제 발생 및 해결

지금까지는 LE-5, LE-7 등 일본의 터보펌프식 액체로켓엔진 개발에 종사한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의 회고록에서 일본의 터보펌프 개발 과정 중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카미죠 켄지로의 소속인 항공우주기술연구소(所, NAL) 이 담당했던 액체산소 터보펌프들이 주 내용이었고, 액체수소 터보펌프와 관련된 내용은 LE-7 개발 이후 내용들에서 언급되었다. 이는 당시 액체수소 터보펌프 개발을 NAL 이 아니라 우주개발사업단(宇宙開発事業団, NASDA) 에서 담당했기 때문이다. 나도 NASDA 소속 터보펌프 개발자가 집필한 회고록이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보았지만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카미죠 켄지로가 저자에 포함된 액체수소 터보펌프와 관련된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논문은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개발 과정 중 발견된 진동 및 그로 인한 피로균열 문제의 해결을 다룬 논문이었다. 논문은 아래 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카미죠 켄지로는 해당 논문의 제 3 저자이다.


해당 논문에서 언급된 개발에 있어서의 어려움으로는 축 진동과 펌프 임펠러, 터빈 등 회전체의 피로파괴 문제였는데, LE-7의 축 진동 문제 해결과 관련된 다른 논문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피로파괴에 대한 내용을 리뷰하도록 한다.

1. 펌프 임펠러 고 사이클 피로파괴

크게 펌프 임펠러 출구 슈라우드의 균열, 펌프 블레이드 전단의 균열 등의 문제가 도출되었다.

1-1 펌프 임펠러 출구 슈라우드 균열

펌프 임펠러 슈라우드를 따라 형성된 균열 양상

임펠러 출구에서의 균열은 총 51회, 1145초의 연소시험을 거치고 나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해당 균열은 임펠러 출규 슈라우드의 원주 방향을 따라 형성되어 있었다.
슈라우드 내부의 임펠러 블레이드 압력면에서 폭 약 3 ~ 4 mm 정도의 복수의 지점에서 시작된 고 사이클 피로로, 파손 모드는 균열의 진행 양상으로부터 굽힘 응력이 반복되어 일어난 피로파손이라 특정하였다.

- 원인 -

압력면에서의 유체 압력변동으로 인한 강제진동, 임펠러 슈라우드의 공진으로 인해 나타난 디퓨저 베인(펌프 임펠러 출구와 인접함) 입구에서의 압력변동으로 추정.

- 재료 피로곡선 재검토 결과 -

사용된 티타늄 합금의 피로한도 곡선. 티타늄은 극저온에서 강도가 상승하는 특성을 보인다

미국의 재료 핸드북을 참조하여 10^5 ~ 10^6 사이클을 피로파괴 한도로 설계하였으나 해당 임펠러는 10^7 사이클 이상에서 파괴되었다. 다만, 최근에 10^7 사이클 이상에서 파괴되는 재료가 그 이하에서 파손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원인으로 1) 부식 등의 영향, 2) 불규칙한 피로에서 과대 응력집중이 발생, 3) 표면 상태 등이 꼽혔으나, 1)은 액체수소 환경 하에서는 일어나기 힘들다고 판단되어 2)와 3)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난 파손이라고 결론내렸다.

- 대책 -

균열이 일어난 전면 슈라우드의 두께를 3 mm 에서 3.5 mm 로 변경하여 크랙의 시작 지점이라 추정되는 슈라우드 출구 필렛 부분을 보강하였다. 
임펠러가 티타늄 합금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제작했는지 감이 잡히지 않으나, 아무래도 슈라우드-블레이드 사이의 필렛 반경이 슈라우드의 두께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저러한 접합 부위에 응력이 자주 집중되는데 이때 사용하는 가장 흔한 방식이 필렛의 반경을 늘리는 것이다. 
나도 학위 과정 중 설계하는 팬 블레이드에 허브 - 블레이드 사이의 응력 집중 문제가 발생하자 필렛의 반경을 늘려서 해결한 적이 있다.


1-2 펌프 임펠러 입구 블레이드 균열

임펠러 블레이드 전단에서의 균열 양상

2단 임펠러의 블레이드 전단에 크랙이 발생하였다. 해당 균열은 14회/1575초, 4회/1211초 시험 후 발견되었다.

- 원인 -

원심력 등으로 인한 고압력 환경에서 1, 2단 임펠러 사이의 안내 베인 출구의 유체 압력 변동으로 인한 고 사이클 피로로 추정하였다.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절개 모델.
2단으로 이루어진 펌프 임펠러가 보이며 1, 2단 임펠러 사이의 유로에는 안내 베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대책 -

유체 압력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안내 베인의 출구의 형상을 더 얇게 변경하였으며 2단 임펠러 입구부 베인의 얇은 부분을 두껍게 하였다.
아무래도 안내 베인 출구 - 펌프 입구 베인 사이의 간섭에 의한 문제라고 추정되는데, 안내 베인의 출구 두께가 두꺼우면 해당 부분에서 박리되는 유동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변경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2. 터빈 블레이드 고사이클 피로

초기에는 중공형 터빈 블레이드를 사용하였으나, 균열 문제 발생 후 중실형 블레이드를 적용하였다. 하지만 중실형 블레이드를 적용한 후에도 균열 문제가 나타났다.
이 이전에는 터빈 블레이드와 디스크가 일체형인 블리스크 형 터빈을 사용하였으나, 터빈 동익 균열 문제가 발생하여 대형 가스터빈과 같은 분리형 터빈 디스크 - 블레이드 구조를 적용하였다.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빈 블레이드 사진. 블레이드와 디스크가 분리형인 것을 알 수 있다.


시험된 터빈 블레이드들. 맨 오른쪽이 중실형 블레이드이다.

2-1 중공형 터빈 블레이드 균열


중공형 터빈 블레이드의 균열 양상

중공형 블레이드의 실제 균열 사진

실기형(아무래도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QM 과 비슷할듯?) 엔진 시험 후 점검 과정에서 균열이 발견되었다.

- 원인 -

원인으로는 강제 진동으로 추측되었으며, 상세 조사 결과 터빈 블레이드의 2F 모드 고유진동수와 터빈 구동가스가 터빈 노즐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노즐 충격파가 공진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 대책 -

터빈 노즐 베인 익근부의 형상을 조정하여 가진력을 저하시기는 방안과 블레이드의 고유진동수 영역을 변화시키는 방식 두 가지가 고려되었다. 
이들 중 후자의 방안이 실행되어 여러 블레이드 형상을 시험했는데도 공진 문제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균열 저항성이 높은 중실형 블레이드를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2-2 중실형 터빈 블레이드 균열

LE-7의 중실형 터빈 블레이드 사진

중실형 터빈 블레이드로 변경한 이후 600초의 연소시험 후 58개의 블레이드들 중 5개의 블레이드들에서 파손이 발견되었다. 

- 원인 -

터빈 노즐 출구에서의 압력변동, 특히 터빈노즐 상류의 매니폴드 슬릿(베인 수 36개)과 터빈 노즐(베인 수 30개)이 복합적으로 연관된 터빈 블레이드의 2F 모드와의 공진과 조파 진동 및 입구에서의 유동 불안정으로 인한 터빈 블레이드의 1F 모드와의 공진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작동 회전수(43,000 RPM 이상)와 가까운 2F 모드로 공진하는, 터빈 노즐 쪽이 원인일 가능성이 컸다

- 대책 -

1F 모드에 대응하기 위해 터빈 블레이드 - 디스크 사이에 댐퍼를 삽입하였다. 적용 이후 가진시험 결과 진동 변위가 적용 전에 비해 1/5 ~ 1/4 수준으로 감소하였음을 확인하였다.
터빈 동익에 적용된 댐퍼의 위치와 형상

댐퍼 적용 전/후의 터빈 블레이드 진동 변위를 무차원화 하여 비교한 그래프. 위쪽이 적용 전, 아래쪽이 적용 후이다.
특히 40,000 RPM 이후 영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F 모드에 대응하기 위해 터빈 노즐의 갯수를 기존 30개에서 33개로 변경하였다. 
이는 아무래도 36개의 베인으로 구성된 매니폴드 슬릿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공진 영역을 더 높이기 위해서라고 추측된다. 이러한 공진은 양 쪽의 최소공배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조상의 불균일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 후 모든 블레이드의 고유진동수를 측정, 공진 영역이 있는지 검사하는 과정을 추가하였다.

2023년 8월 13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3장, 우리나라 최초의 펌프식 엔진 개발(LE-5 엔진 개발) - 미국에서의 발표

1. 당시 미국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도호쿠 시골에 위치한 소규모의 NAL 시설에서 로켓 펌프 연구를 시작한 1970년대 초기, 일본항공우주학회는 소규모였고 발표 논문 내용들 중 추진공학과 관련된 것들은 대부분이 제트엔진에 관련된 것이었다. 로켓 펌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기계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대부분 내용에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당시 미국에서의 우주개발 규모가 이미 거대했던 것에 비해, 그때부터 시작한 일본의 로켓개발 연구 발표는 흥미를 끌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아폴로 계획이  진행되었던 미국의 로켓 엔진에 관련된 연구 수준은 높았고, 미국항공우주학회(AIAA)나 미국기계학회(ASME)의 논문집에 많은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발표를 고려하는 것은 가당찮았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상당히 운이 없는 경우였으며, 자비를 쓰는 출장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어, 멋진 성과가 나오지 않는 한 그러고 싶지 않았다.


2. LE-5 정도는 발표해도 된다!

미국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 펌프에 관련된 논문을 발표한 것은 LE-5의 터보펌프 시스템 시험이 완료되어 엔진 개발까지 전망이 서던 1981년이었다. 당시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사용한 실용화된 로켓엔진은 미국의 센타우르 단 용 RL-10 엔진과 새턴V 로켓의 J-2 엔진 두 가지가 있었다. 내 눈엔 LE-5 엔진이 일본답게 세심하고 정갈하게 개발되었다고 생각하여 미국에서의 발표를 고려하였다.
당시 원고는 전부 수작업이었다. AIAA 로부터 송부받은 원고용지에 타이프 라이터로 인쇄한 원고와 별도로 작성된 도면이나 사진을 첨부하여 논문을 작성하였다. 이 논문을 1981년 7월에 미국 콜로라도 주의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개최된 제 17회 합동 추진계 회의(Joint Propulsion Conference)에서 발표하였다.

미국에서의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저자

발표에서 호평받았다. 더욱이, 당시 유럽에서는 아리안 로켓에 적용될 소형 액체수소/액체산소 엔진(HM-7)이 개발되었던 관계로 관계된 연구자들로부터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역시 이러한 성과는 미국에서 발표해야만 한다고 실감하였다. 더 나아가, 이 논문은 1982년에 미국항공우주학회의 논문집(Journal of Spacecraft and Rockets)에 게재되었다. 우리나라  로켓엔진 기술의 우수함이 세계에 알려진 계기였다.

한 마디

아무래도 저자도 사람인지라 해외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모양이다. 안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고 때로 결점이 있다면 잘 포장해서 말해야 하는데 국내 학회에서도 잘못하면 날카로운 질문을 받아 망신을 당하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는데, 이걸 자기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발표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데 발표를 해야만 한다? 이러면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발표까지도 힘들어진다.
해외 발표와 관련하여 내 대학원 연구실 선배들이 연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랩 미팅 시간을 할애해서 발표장에 있는 것을 가정하여 영어로 발표하는 것을 연습하였다. 이 과정에서 해외 학회 발표 경험이 많은 지도교수급 인원들이 결점을 찾고 고칠만한 점을 짚어주었다. 매주 들어가는 익숙한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긴장해서 말을 더듬거나 했던 경우가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도 몇 달 후에는 미국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영어로 구두 발표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실 생활 중에 출장하였던 학술대회는 모두 국내 학회였고, 거기서 만나는 인사들도 대부분 아는 사이였는데 저 때는 아예 모르는 사람들인데다 외국인이기까지 하는 사람들 앞에서 내 연구 성과를 발표해야 한다. 솔직히 거기서 훌륭한 발표를 할 자신은 없다. 난 이미 국내 학회에서도 발표 도중에 말을 더듬거나 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 연구의 수준이 박사급 수준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잘 했긴 하지만. 이번 내용은 여러모로 나에게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이 개발에 참여했던 LE-5 엔진, 특히 터보펌프 시스템에는 자신이 있었나보다. 대놓고 '엔진이 일본답게 정갈하게 개발되었다' 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충분히 미국같은 곳에서도 자랑할 만한 성과라고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완전 익스팬더 사이클 방식이라 비추력이 높은 RL-10 이나 아예 대추력인 J-2 처럼 대단해 보이는 엔진은 아닐지라도 그 당시에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사용하는 터보펌프식 엔진을 개발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미 자기 자신부터가 발표 내용에 자신있었기 때문에 해외 발표의 부담은 비교적 덜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자랑할만한 성과를 얻게 되면 해외에서 발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른다. 그땐 발표할 때 어떠한 부담도 없을것만같다.

2023년 8월 6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3장, 우리나라 최초의 펌프식 엔진 개발(LE-5 엔진 개발) - H-I 로켓 발사

1. H-1 로켓 발사

이후 터보펌프는 연소기와 연결되어 아키타 현의 타시로 시험장에서 엔진 시험이 진행되었고, 비로소 가쿠다 로켓개발 센터에서의 고공 성능 시험이 진행되었다. 시험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1989년 8월 13일의 H-I 로켓 1호기 발사 성공으로 이어졌다.

아키타(秋田) 현 타시로(田代) 시험장에서의 LE-5 엔진 시험
지상 환경에서 시험하기 때문에 짧은 노즐을 장착하여 시험을 진행한다. 한국과는 달리 수평으로 시험한다.

가쿠다(角田) 로켓개발 센터(NASDA)에서의 고공 시험.
타시로에서의 시험과는 달리 노즐 확장부를 갖추고 시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이 단계도 수직으로 시험한다.


1호기의 발사는 저궤도에 올랐을 때부터 엔진의 재점화가 예정되어 있었다. 미국 정부가 공표한 자료로부터 [주 3.1] 미국의 RL-10 엔진을 탑재한 센타우르 단은 수많은 재점화 실패 사례가 있었음을 알 수가 있었던 관계로, H-I 로켓의 재점화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저궤도의 미소중력 하에서 탱크 내부의 추진제 위치는 고정되지 않는다. 재점화 직전에 LE-5 엔진을 작동시켜 약간의 추력을 얻는다. 추진제를 탱크 토출구 배관 근처에 모아 엔진을 구동시키나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이 순조롭게 작동할 수 있을지는 쉽게 믿기 어려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억측이지만 로켓의 개발과 발사 업무를 총괄하던 MHI의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의 기술자도 재점화에는 자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가한다. 하지만, 재점화는 멋지게 성공하였다. 우리나라의 로켓 기술자가 큰 자신감을 얻게 된 일이었다. 이후 우리 나라의 로켓 발사에서 모든 재점화를 성공시켰다.(최근의 H3나 과거 H-II의 2단 점화실패/조기종료 사례는 재점화는 아니니 논외로 한다 - 역자 주)

H-I 로켓의 상단 도면

H-I 로켓의 상단을 1단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찍힌 사진.
아래에 LE-5 엔진이 보인다.



[주 3.1]

RL-10 엔진을 장착한 센타우르 단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액체수소/액체산소 로켓이다. 이 로켓의 연료탱크는 액체수소의 저밀도라는 결점에 대응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얇은 구조였기 때문에 탱크를 가압시켜 겨우 원통형 형상을 유지하는 구조였다.(아틀라스 로켓과 동일한 방식이다 - 역자 주) 
미국 정부가 공표한 자료와 NASA의 보고서로부터 센타우르는 최초에는 NASA의 마셜 우주비행 센터에서 개발을 진행하였으나 재점화 실패가 거듭되어 개발 재검토가 있었다. 
그 결과, 프로젝트는 NASA 루이스 연구센터에서 추진하는 것이 되었다. 마셜 우주비행 센터의 폰 브라운(von Braun)은 액체수소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얇은 구조를 용납하지 않고 센타우르 단의 개발 중지를 강하게 주장하였다. 그러나, NASA 루이스 연구센터는 이를 거부하였고 센타우르의 개발을 성공시켰다.
재점화에 성공한 것은 처음 실패한 1962년으로부터 4년 후였다. 이 RL-10 엔진은 이후 개량이 더해져 현재도 활약하고 있는 명 엔진이다.

센타우르 단의 내부. 흔히 알려진 아이소그리드 구조가 아닌, 풍선과 같은 구조이다.
아래쪽에 RL-10 엔진이 장착된 것이 보인다.


2. 재점화 시험에 대한 추억

재점화와 관련하여 아픈 추억이 있다. 재점화 시의 운전을 모의한 몇 케이스의 시험을 진행하였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에 대해서는 펌프의 예냉(구동 시에 펌프 내부에서 액체산소가 기화하지 않도록 냉각시킴) 한계를 알아보는 시험을 진행하였다. 특히 액체산소로 냉각시키는 베어링의 예냉 한계를 알아보는 시험을 거듭하였다.
예냉을 불충분하게 한 상태에서 터보펌프를 구동시켰다. 인듀서가 펌프의 작동 유체(이땐 안전을 위해 액체질소를 사용하였음)를 흡입할 수 없어 펌프는 공회전 상태에 빠져버렸다. 회전수는 일순간에 35,000 RPM(설계회전수 20,000 RPM)까지 치솟아버렸다. 머릿속에 터빈 동익이 폭발하여 날아가는 관경이 떠올랐다.
터빈 구동가스의 공급을 멈춰 보았으나 회전수를 낮출 방법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제어판 근처에서 지시를 내리던 나는 바로 거기서 웅크리고 말았다. 10초 정도 후, 회전수는 안심할 수 있을 정도까지 내려갔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좋았지만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추억이었다.

LE-5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임계속도 영역 그래프.
점선으로 표기된 실제 작동영역 위에 1차 임계속도가 20,000 ~ 30,000 RPM 으로 형성된 것이 보인다.
아마 언급된 시험에서 1차 임계속도 영역을 넘어서 작동했던듯 하다.

한 마디

이번 내용에서는 궤도상에서의 재점화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궤도상 재점화는 미소 중력으로 인하여 추진제가 탱크 바닥(=탱크 출구)으로 모이지 않아 엔진의 시동이 어렵다. 이를 위하여 여러 구조들이 고안되었다. 탱크 내부에 배플(Baffle)을 설치하여 중간에 뜬 추진제가 출구 배관으로 비교적 잘 내려가도록 한 구조라던가, 아예 탱크 위쪽에도 액체 포집장치를 설치하는 구조 등이 있다. 한국의 경우도 KSLV-II 에서는 재점화를 수행하지 않았으나 KSLV-III 에서는 궤도상 재점화가 예정되어 있어, 관련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추진제탱크의 배플(Baffle) - 추진제 수면에서의 출렁임을 줄이며, 재점화용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적용되는 구조이다.

추진제탱크 출구(노란색) 위에 장착된 와류 제거용 베인(주황색) - 추진제가 소용돌이치면서 유입되어 기체가 혼입되는 것을 막는다.


다공성 판을 방사형으로 배열한 스펀지(Sponge) - 실제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구조가 아니라, 저 판들 사이에 추진제가 '흡수되어' 가운데의 출구로 빨려나가는 구조이다.

아예 추진제탱크 옆, 윗면에도 유체 흡입구를 설치한 경우. 추진제탱크 옆이나 위에 추진제가 몰릴 경우에도 대응 가능하다.

위의 기술들은 실제로 KSLV-III의 상단 추진제탱크 개발과 관련하여 발표된 논문에서 언급된 구조들이다. 그런데 이번 내용에 저러한 구조들이 언급되지 않고, '재점화 직전에 LE-5 엔진을 작동시켜' 라는 말이 나왔다. 일반적으로는 엔진을 작동시키기 전에 별도의 하이드라진 추력기를 작동시켜 어느 정도의 축 방향 가속도를 형성, 이후 엔진을 작동시키는 방식을 알고있었는데 언급된 방식은 좀 생소하다. 저자가 발사체 시스템 설계자가 아니라 터보펌프 설계자여서인지 이러한 구조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의미가 '터보펌프를 작동시키지 않고 가압식 사이클 방식으로 연소실로 탱크 내부의 기체를 연소실로 밀어넣어 분사된 추진제 압력으로 낮게나마 추력을 얻는다' 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맞을지는 모르겠다. 실제 H-I 로켓 상단의 추진제탱크 내부 형상이 궁금해진다. 비슷한 H-II의 상단 탱크 내부에서는 저런 포집장치가 못찾았는데...

그나저나 이번에도 저자는 시험에서 겁을 먹었던듯 하다. 이전의 터보펌프 시스템 시험에서는 아예 시험 컨트롤 룸 외부로 나가서 경과를 지켜봤던데에 비해 이번에는 그래도 제어판 바로 앞에서 웅크리는데 그쳤으니 장족의 발전이었다랄까?
하지만 나는 이해한다. 나도 시험 도중 빨갛게 달아오른 엔진 덕트를 바로 눈 앞에서 보니 너무 무서워서 몸을 웅크려 피하고 말았던 적이 있다.

일본의 재사용을 위한 터보펌프 회전축 씰 개발 방향성 - 이글 인더스트리 연구자의 논문 리뷰

최근에 일본의 터보펌프와 관련하여 좋은 논문들을 담은 학회지를 입수했다. 일본  터보기계협회(ターボ機械協会, Turbomachinery Society of Japan) 의 협회지로, 터보기계와 관련된 일본의 논문들이 올라왔다. 물론 수록된 논문은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