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6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3장, 우리나라 최초의 펌프식 엔진 개발(LE-5 엔진 개발) - H-I 로켓 발사

1. H-1 로켓 발사

이후 터보펌프는 연소기와 연결되어 아키타 현의 타시로 시험장에서 엔진 시험이 진행되었고, 비로소 가쿠다 로켓개발 센터에서의 고공 성능 시험이 진행되었다. 시험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1989년 8월 13일의 H-I 로켓 1호기 발사 성공으로 이어졌다.

아키타(秋田) 현 타시로(田代) 시험장에서의 LE-5 엔진 시험
지상 환경에서 시험하기 때문에 짧은 노즐을 장착하여 시험을 진행한다. 한국과는 달리 수평으로 시험한다.

가쿠다(角田) 로켓개발 센터(NASDA)에서의 고공 시험.
타시로에서의 시험과는 달리 노즐 확장부를 갖추고 시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이 단계도 수직으로 시험한다.


1호기의 발사는 저궤도에 올랐을 때부터 엔진의 재점화가 예정되어 있었다. 미국 정부가 공표한 자료로부터 [주 3.1] 미국의 RL-10 엔진을 탑재한 센타우르 단은 수많은 재점화 실패 사례가 있었음을 알 수가 있었던 관계로, H-I 로켓의 재점화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저궤도의 미소중력 하에서 탱크 내부의 추진제 위치는 고정되지 않는다. 재점화 직전에 LE-5 엔진을 작동시켜 약간의 추력을 얻는다. 추진제를 탱크 토출구 배관 근처에 모아 엔진을 구동시키나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이 순조롭게 작동할 수 있을지는 쉽게 믿기 어려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억측이지만 로켓의 개발과 발사 업무를 총괄하던 MHI의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의 기술자도 재점화에는 자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가한다. 하지만, 재점화는 멋지게 성공하였다. 우리나라의 로켓 기술자가 큰 자신감을 얻게 된 일이었다. 이후 우리 나라의 로켓 발사에서 모든 재점화를 성공시켰다.(최근의 H3나 과거 H-II의 2단 점화실패/조기종료 사례는 재점화는 아니니 논외로 한다 - 역자 주)

H-I 로켓의 상단 도면

H-I 로켓의 상단을 1단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찍힌 사진.
아래에 LE-5 엔진이 보인다.



[주 3.1]

RL-10 엔진을 장착한 센타우르 단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액체수소/액체산소 로켓이다. 이 로켓의 연료탱크는 액체수소의 저밀도라는 결점에 대응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얇은 구조였기 때문에 탱크를 가압시켜 겨우 원통형 형상을 유지하는 구조였다.(아틀라스 로켓과 동일한 방식이다 - 역자 주) 
미국 정부가 공표한 자료와 NASA의 보고서로부터 센타우르는 최초에는 NASA의 마셜 우주비행 센터에서 개발을 진행하였으나 재점화 실패가 거듭되어 개발 재검토가 있었다. 
그 결과, 프로젝트는 NASA 루이스 연구센터에서 추진하는 것이 되었다. 마셜 우주비행 센터의 폰 브라운(von Braun)은 액체수소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얇은 구조를 용납하지 않고 센타우르 단의 개발 중지를 강하게 주장하였다. 그러나, NASA 루이스 연구센터는 이를 거부하였고 센타우르의 개발을 성공시켰다.
재점화에 성공한 것은 처음 실패한 1962년으로부터 4년 후였다. 이 RL-10 엔진은 이후 개량이 더해져 현재도 활약하고 있는 명 엔진이다.

센타우르 단의 내부. 흔히 알려진 아이소그리드 구조가 아닌, 풍선과 같은 구조이다.
아래쪽에 RL-10 엔진이 장착된 것이 보인다.


2. 재점화 시험에 대한 추억

재점화와 관련하여 아픈 추억이 있다. 재점화 시의 운전을 모의한 몇 케이스의 시험을 진행하였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에 대해서는 펌프의 예냉(구동 시에 펌프 내부에서 액체산소가 기화하지 않도록 냉각시킴) 한계를 알아보는 시험을 진행하였다. 특히 액체산소로 냉각시키는 베어링의 예냉 한계를 알아보는 시험을 거듭하였다.
예냉을 불충분하게 한 상태에서 터보펌프를 구동시켰다. 인듀서가 펌프의 작동 유체(이땐 안전을 위해 액체질소를 사용하였음)를 흡입할 수 없어 펌프는 공회전 상태에 빠져버렸다. 회전수는 일순간에 35,000 RPM(설계회전수 20,000 RPM)까지 치솟아버렸다. 머릿속에 터빈 동익이 폭발하여 날아가는 관경이 떠올랐다.
터빈 구동가스의 공급을 멈춰 보았으나 회전수를 낮출 방법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제어판 근처에서 지시를 내리던 나는 바로 거기서 웅크리고 말았다. 10초 정도 후, 회전수는 안심할 수 있을 정도까지 내려갔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좋았지만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추억이었다.

LE-5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임계속도 영역 그래프.
점선으로 표기된 실제 작동영역 위에 1차 임계속도가 20,000 ~ 30,000 RPM 으로 형성된 것이 보인다.
아마 언급된 시험에서 1차 임계속도 영역을 넘어서 작동했던듯 하다.

한 마디

이번 내용에서는 궤도상에서의 재점화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궤도상 재점화는 미소 중력으로 인하여 추진제가 탱크 바닥(=탱크 출구)으로 모이지 않아 엔진의 시동이 어렵다. 이를 위하여 여러 구조들이 고안되었다. 탱크 내부에 배플(Baffle)을 설치하여 중간에 뜬 추진제가 출구 배관으로 비교적 잘 내려가도록 한 구조라던가, 아예 탱크 위쪽에도 액체 포집장치를 설치하는 구조 등이 있다. 한국의 경우도 KSLV-II 에서는 재점화를 수행하지 않았으나 KSLV-III 에서는 궤도상 재점화가 예정되어 있어, 관련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추진제탱크의 배플(Baffle) - 추진제 수면에서의 출렁임을 줄이며, 재점화용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적용되는 구조이다.

추진제탱크 출구(노란색) 위에 장착된 와류 제거용 베인(주황색) - 추진제가 소용돌이치면서 유입되어 기체가 혼입되는 것을 막는다.


다공성 판을 방사형으로 배열한 스펀지(Sponge) - 실제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구조가 아니라, 저 판들 사이에 추진제가 '흡수되어' 가운데의 출구로 빨려나가는 구조이다.

아예 추진제탱크 옆, 윗면에도 유체 흡입구를 설치한 경우. 추진제탱크 옆이나 위에 추진제가 몰릴 경우에도 대응 가능하다.

위의 기술들은 실제로 KSLV-III의 상단 추진제탱크 개발과 관련하여 발표된 논문에서 언급된 구조들이다. 그런데 이번 내용에 저러한 구조들이 언급되지 않고, '재점화 직전에 LE-5 엔진을 작동시켜' 라는 말이 나왔다. 일반적으로는 엔진을 작동시키기 전에 별도의 하이드라진 추력기를 작동시켜 어느 정도의 축 방향 가속도를 형성, 이후 엔진을 작동시키는 방식을 알고있었는데 언급된 방식은 좀 생소하다. 저자가 발사체 시스템 설계자가 아니라 터보펌프 설계자여서인지 이러한 구조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의미가 '터보펌프를 작동시키지 않고 가압식 사이클 방식으로 연소실로 탱크 내부의 기체를 연소실로 밀어넣어 분사된 추진제 압력으로 낮게나마 추력을 얻는다' 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맞을지는 모르겠다. 실제 H-I 로켓 상단의 추진제탱크 내부 형상이 궁금해진다. 비슷한 H-II의 상단 탱크 내부에서는 저런 포집장치가 못찾았는데...

그나저나 이번에도 저자는 시험에서 겁을 먹었던듯 하다. 이전의 터보펌프 시스템 시험에서는 아예 시험 컨트롤 룸 외부로 나가서 경과를 지켜봤던데에 비해 이번에는 그래도 제어판 바로 앞에서 웅크리는데 그쳤으니 장족의 발전이었다랄까?
하지만 나는 이해한다. 나도 시험 도중 빨갛게 달아오른 엔진 덕트를 바로 눈 앞에서 보니 너무 무서워서 몸을 웅크려 피하고 말았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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