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3일 화요일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실물형 전시관 후기

최근 좋은 기회를 얻어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 다녀올 수 있었다. 
일반적인 관람과 다르게 발사통제동(RCC라 불리는 건물)과 발사체 보관동, 엔진 시험동, 그리고 발사대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기회였다. 다만, 해당 공간에서 찍은 사진들은 공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포스팅하지는 않겠다.

대신에 나로우주센터의 실물형 전시관에서 찍은 사진을 포스팅한다. 해당 전시관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본관 뒷편에 있는 공간으로, KSLV-II 누리호 관련 전시물을 비롯해서 KSLV-I 나로호 등 지금까지 진행된 항우연의 우주개발 관련 결과물들의 실물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1. KSLV-II 누리호 실물 추진제탱크 및 기체 구조물

KSLV-II 누리호 기체 관련 전시물

전시관에 들어서면 맨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KSLV-II 누리호의 추진제탱크, 1단 후방동체, 단간 연결 구조물 등을 비롯한 기체 구조물이다. 누리호가 중형 발사체로 타국의 대형 발사체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톤 단위의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발사체이기 때문에 크기가 생각보다는 컸다. 
사진과 관련하여 1단부터 2단, 그리고 3안 순서대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KSLV-II 누리호 1단 후방동체

KSLV-II 누리호의 1단 후방동체는 1단 엔진인 75톤급 엔진의 TVC를 위한 김벌 조인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엔진의 구성품 일부라 포함되지 않았을 줄 알았는데 포함되어 있어서 의아했다.

1단 엔진인 75톤급 엔진의 김벌 조인트를 클로즈업하여 찍은 사진

가까이 가서 보니 김벌 마운트에는 움직임을 구속하기 위한 볼팅 처리가 이루어져 있었고, 조인트에 체결된 볼트에는 진동으로 인한 풀림을 방지하는 세이프티 와이어가 체결되어 있었다.
그 외에 추력 프레임에서는 아무래도 기계 가공으로 제작되어서인지 엔드밀 자국과 함께 엔진의 와이어하네스, 타 구성품 등 여러 장치들을 체결하기 위한 볼트 체결부가 존재했다.

발사체 발사 전 발사대와 발사체 간의 구속 장치 부분을 확대한 사진

발사체와 발사대 간 구속 장치를 위한 부분은 큰 지름의  볼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지상에서의 추력 약 270 톤 가량(75톤급 엔진의 지상 추력은 약 68톤 정도로 알려져있다)에서 발사체 자체의 중량인 약 200톤을 제외한 나머지 추력을 버티기 위해서 이렇게 설계되었겠다고 생각된다.

구속 장치 부분을 하부에서 관찰한 사진

구속 장치를 위한 볼트는 기체의 브라켓과 캐슬 너트로 체결된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캐슬 너트는 말 그대로 윗부분이 성과 유사한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체결 완료 후 핀을 체결하여 진동에 의한 풀림을 막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런 볼트보다 더 가벼운 체결 방식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1단 후방동체를 전방에서 본 사진

1단 후방동체를 잘 보면 가장자리에 우그러든 흔적이 보인다. 아무래도 정적 구조시험에 사용한 시제를 전시한듯 하다.

1단 연료탱크

1단 산화제탱크


위로부터 각각 1단 연료탱크, 1단 산화제탱크이다. KSLV-II 누리호는 연료로는 케로신(Jet A-1), 산화제로는 액체산소를 적용하였다. 연소실에서의 혼합비 특성상 산화제탱크의 부피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추진제탱크 표면에서는 탱크의 제작 방식으로 인한 용접 자국이 식별되었다. 저 용접 공정 확립을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
그리고 추진제탱크들의 외피 표면에서도 구조강도를 위한 아이소그래드(Isogrid) 구조가 식별되었다.

KSLV-II 누리호의 연료탱크-산화제탱크 사이 부분

또, 각 추진제탱크의 하부 돔에서는 엔진으로 추진제를 보내기 위한 배관이 빠져나가는 부분이 보였다. 연료탱크에서는 연료탱크 하부 돔에서 바로 엔진으로 보내지나, 산화제탱크는 일단 기체 외부로 빠져나간 다음 후방동체 내부로 다시 들어가 각 엔진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엔진이 4개이니 각 탱크에도 4 부분의 배관 체결부가 존재한다.

1단 액체산소 탱크 돔 상단에서 찍은 사진

추진제탱크 상단에는 가압을 위한 헬륨이 엔진의 열 교환기로부터 유입되는 배관 외에도 맨홀이 존재한다. 이 맨홀에는 유량 센서 등의 각종 센서들이 부착되는데, 과거 2차 발사 당시 유량 센서가 문제가 되어 발사가 연기되었던 적이 있었다. 
실제 기체에서 작업을 하기엔 엄청 좁아보였는데, 작업을 수행한 관계자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1단 기체 - 2단 기체 간 인터스테이지 부분

1-2단 인터스테이지 부분에서는 우선 단 분리를 위한 레트로 모터와 엔진 시동을 위하여 추진제를 추진제탱크 바닥으로 보내주는 울리지 모터가 보였다. 특히 울리지모터는 모터의 노즐까지 보였다.
인터스테이지 부분은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부분 외에 탄소섬유로 이루어진 부분이 있는지 내부가 검정색이었다. 이외에도 엄빌리컬을 비롯한 각종 구성품의 장착을 위한 체결부가 눈에 띈다.

인터스테이지 구조물 표면 클로즈업

인터스테이지 구조물 표면에는 스트레인 게이지와 같은 각종 센서들을 부착했던 흔적들과 시험 과정 중 무언가를 표기했던 흔적들이 가득했다. 
아마 이것도 구조시험을 완료한 시제를 전시한듯 하다.

2단 산화제탱크 실린더부

2단 산화제탱크의 외부에서도 아이소그리드 구조를 식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탱크 내부의 추진제 슬로싱 방지 배플 등의 형상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내부를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2-3단 인터스테이지 구조물을 후방에서 찍은 사진

2-3단 인터스테이지 구조물을 측면에서 찍은 사진. 우측에 3단 구조물도 보인다.

2-3단 인터스테이지 구조물도 1-2단 인터스테이지 구조물과 유사하게 탄소섬유로 제작된듯 하다. 2-3단 인터스테이지 내부에는 3단 연료탱크와 3단 엔진이 수납된다. 따라서 상당히 긴 형상으로 설계되었다.
초기에는 해당 구조물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2, 3단 분리 시 순차적으로 분리되어 구조물 간 충돌을 막는 형식으로 설계되었는데, 대신에 3단에 롤러를 달아 분리 시 충돌을 방지하는 형식으로 변경되었다.


3단 구조물을 후방에서 찍은 사진

3단 구조물은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 모두가 전시되었다. 연료탱크 하단의 스러스트 프레임 및 주변의 구조물들, 그리고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 간 연결 트러스 구조물도 보인다. 구조물들의 표면에는 각종 게이지들을 위한 장착부와 배선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3단 엔진이 체결되는 연료탱크 후방 스러스트 프레임 측면에서 찍은 사진

연료탱크 전방에서 찍은 사진. 탱크 상단의 추진제 탱크 돔과 기체 봄베를 위한 클램프가 보인다.


3단 산화제탱크 하부 돔을 찍은 사진.

3단 산화제탱크 상부 돔을 찍은 사진. 1차 발사 당시 저기 보이는 맨홀을 통해 산소가 누설되었다.

또, 앞전에 언급한, 분리 시 충돌을 방지하는 롤러도 보인다. 저 롤러는 항공우주 등급의 부품을 사용했을까...

롤러를 확대한 사진


롤러와 롤러를 위한 안내 레일이 보이는 사진



2. PVSAT

KSLV-II 누리호 2차 발사 때는 PVSAT 이라는 성능검증위성과 함께 5기의 큐브샛이 함께 올라갔다. 큐브샛들은 PVSAT 으로부터 분리되는 방식으로 궤도에 진입하였다.
이번에는 PVSAT의 지상 시험모델(추정)이 전시되어 있었다.

PVSAT 전시물

실제 발사 당시에는 1.2톤의 질량 시뮬레이터 상단에 탑재되었는데 전시물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함인지 발사체의 위성 탑재 구조물 바로 위에 탑재되어 있었다.

큐브샛 탑재부를 클로즈업한 사진

PVSAT의 큐브샛 사출 장치 표면에는 큐브샛들이 들어갈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실제 지상 시험시 큐브샛 사출관 기능시험도 수행했을지 궁금해진다.

발사체와 위성체 간의 체결을 위한 마몬 링을 클로즈업한 사진

전시물에는 위성체와 발사체 간 체결을 위한 마몬 링과, 분리를 위한 폭발볼트도 장착된 채 전시되어 있었다. 신기한 점은 마몬 링 상단에 또 볼트로 연결된 플랜지가 보인다. 이건 무슨 이유로 추가된것일까... 난 위성체는 잘 모르니까 패스.


3. KSLV-II 누리호 3단 목업

KSLV-II 누리호 개발 초기 당시 사용되었던 상단 목업도 전시되어있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유사하나 실제 하드웨어와는 세부적인 부분들이 다르다.

KSLV-II 누리호 3단 구조물 목업 전경

목업의 연료탱크 부분의 후방에서 찍은 사진

우선 보이는 차이점으로는 분리 시의 충돌 방지를 위한 롤러가 목업 상에서는 한 줄에 두 개가 존재하는데, 전시된 시험 모델에서는 하나로 줄어들었다는 점이 있다. 그 외에 스러스트 프레임의 형상이 좀 다르다.
아무래도 저건 CDR(Critical Design Review) 이전에 만들어진 물건이라 형상 차이가 좀 있을것이다.


4. KSLV-I 나로호 페어링 및 상단

KSLV-II 이전의 한국형발사체인 KSLV-I 나로호 관련 전시물도 있었다. 특히 1차 발사의 실패 원인이었던 페어링과 2단 구조물 전부가 전시되어 있었다. 여담으로 이후 항우연에서는 페어링 시험 시 페어링을 위성 시험용 열-진공시험 챔버 내부에 통째로 넣어서 시험을 수행한다.

페어링을 측면에서 찍은 사진. 참여한 업체들 중 한 곳인 KAI의 로고가 눈에 띈다.


페어링 내부가 보이도록 찍은 사진

페어링 내부에는 위성체로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는 관, 차음 장치, 그리고 1차 발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페어링 분리 장치 등이 보였다.
여담으로, KSLV-II의 페어링은 KSLV-I의 페어링보다 부피 대비 더 경량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KSLV-I 나로호의 상단 전시물. 나로과학위성의 모형이 장착되어 있다.

KSLV-I 나로호의 상단 전시물에는 실제 비행용 하드웨어와 유사하게 거의 모든 애비오닉스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사실 터보펌프를 적용한 번듯한 상단이 아니라 당장 쓸 수 있었던 고체로켓 킥모터 상단이라 폄하받긴 하지만 이러한 상단용 애비오닉스를 시험해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보아야한다.

KSLV-I 나로호 상단 전시물 후방에서 찍은 사진

전시물 후방에서도 많은 장치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TVC 구동을 위한듯한 기체 봄베가 보이는데 정착 TVC 구동용 액추에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TVC 구동을 위한 저유기. 초점이 좀 흔들렸다 ㅜㅜ

또, TVC 구동용 액추에이터를 위한 장치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사진에는 저유기가 보이며, 저유기 너머에 GSE 다기관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방식은 KSLV-II 누리호의 75톤급 엔진에 적용되었다.

실제 GSE 다기관의 위치. 위의 사진의 기체 봄베와 비교해 보자.




5. KSR-III

KSR-III는 한국의 액체로켓엔진의 시조라 불리는 발사체이다. 가압식 사이클로, 현재 사용되는 누리호와는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만 해당 개발을 통하여 극저온 추진제의 취급, 추진제탱크 제작방식, 그리고 TVC 등의 기술을 검증할 수 있었다.

KSR-III 전시물 전경

엔진이 들어있는 후방 동체의 개구부를 찍은 사진. 스러스트 프레임과 엔진의 인젝터 돔이 보인다.

후방에서 찍은 사진

전시물에 장착된 엔진(KL-3 라는 이름을 논문에서 본 적이 있다)은 실제 연소시험을 거친 엔진을 장착해놓았는지 외부의 검댕과 내부의 삭마 흔적을 관찰할 수 있었다.



6. KSR-II

KSR-II 는 KSR-III 이전에 개발된 고체추진 사운딩 로켓이다. KSR-II 를 통하여 발사체의 제어, 단 분리 등을 시험하였다.

KSR-II 전시물 전경

전방동체 부분을 찍은 사진


KSR-II 전시물의 전방에는 가동식으로 보이는 카나드와 발사대와의 연결을 위한 구조물들이 보였다.


총평 :


전체적으로 국내의 다른 전시관 대비 알찬 구성이라고 생각된다. 대전이나 과천 등의 국내의 큰 과학관들에도 이런 우주개발 결과물들의 실물은 전시되지 않고 있다. LE-7 엔진 여러 기가 이미 각지의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일본과는 다르다.
앞으로도 이런 전시물들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특히 3단 엔진의 경우 지상용 시험 모델이라도 전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3단 엔진도 이미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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