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1일 일요일

일본 ISAS 의 ES-70X 시리즈 엔진의 터보펌프, TP-70X 시리즈의 개발 과정

70년대 말 ~ 8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는 ISAS 와 NASDA-NAL 연합의 액체로켓엔진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미국의 토르-델타 시리즈 기술을 활용한 N 시리즈 로켓에서 자국산 상단을 적용한 H-I 로켓의 개발이 결정되어 상단에 적용될 엔진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경합을 거쳐 NASDA-NAL 의 LE-5가 선택되었고, 현대 일본의 주력 액체로켓엔진들의 계보가 시작된다. 

당시의 상황은 이전에 연재한 바 있는 NAL의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 의 회고록에 언급된 바 있다. 해당 회고록에는 NAL 과 NASDA 에서의 터보펌프 개발 과정에 대해 비사를 포함하여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 둘과 경쟁하였던 ISAS 에서는 어떠했을까?
ISAS 는 M 시리즈 고체로켓으로 과학 위성을 쏘아올리던 기관이었다. 따라서 대형 우주발사체 관련 개발이 주력인 NASDA-NAL에 비해서는 배정받는 예산도 적었을 것이며, 그 영향이 개발 과정에서도 나타났을 것이다. 

오늘 쓸 주제는 ISAS에서 개발이 진행된, ES-70X 및 ES-100X 시리즈 엔진들의 터보펌프 개발 과정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전 ES-70X 의 터보펌프인, TP-703 의 전시물과 관련된 포스팅에서 언급한 타나츠구 노부히로(棚次亘弘) 가 저술한 보고서를 리뷰하며 개발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문제 발생 시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하였는지에 대해 다룰 것이다.

1. ISAS의 액체로켓엔진 개발 개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ISAS 의 우주발사체 라인업에 액체로켓엔진이 적용된 발사체는 없다. 국내에서도 한미 미사일 지침의 해제를 요구하며 언급된 M 시리즈 우주발사체는 전단 고체인 우주발사체이다. 계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M-V 를 제외한 모든 발사체들은 M-X 로 명명되었으며, X는 부스터를 제외한 단 수를 의미한다. 즉, M-4S 는 4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이며 M-3SII 는 3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이다. 물론 정규 구성이 그렇다는 의미이고 혤리 해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미션을 위해 3단 위에 추가적인 킥 모터를 장치하거나 준궤도 임무로 상단을 제외하는 등 변칙적인 운용도 있었다.

ISAS의 M 시리즈 발사체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M-4S, M-3C, M-3H, M-3S, M-3SII, M-V 이다.

해당 발사체들은 고체 추진기관의 낮은 비추력(Isp) 등의 단점으로 인해 규모에 비해 페이로드가 비교적 낮았다. 해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고 비추력의 액체 상단의 개발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일본에서의 개발 흐름 상, 액체수소/액체산소 조합이라는, 상단에 적용될 시 높은 비추력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이 선택되었다.
이렇게 지상단 고체, 상단 액체로 구성된 M-2H 발사체(가칭) 가 계획되었으며, 초기에는 프랑스의 액체수소 엔진인 HM-4를 적용하려 한듯 하나, 해당 발사체의 상단에 적용될 가스발생기 사이클 7톤급 엔진으로 ES-70X 엔진의 개발이 진행된다. 
해당 개발 프로젝트는 NASDA-NAL 의 LE-5 개발 프로젝트 대비 앞서며, 해당 엔진들의 터보펌프로 개발된 TP-70X 시리즈는 일본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우주발사체용 터보펌프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실제 들은 설명).

한편, 아래 사진에 언급된 엔진은 ES-702 인데, 그렇다면 ES-701 같은건 없냐고 할 수도 있다. ES-70X 라는 이름에서 X 에는 개발 순번이 들어가게 된다. 즉, 초기 엔진은 ES-701 이라 불릴 것이며, ES-701 의 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개선점을 적용한 엔진을 ES-702 라고 한다.
이런 명명은 터보펌프에도 적용된다.

ISAS 의 수소 상단 적용 발사체, M-2H 설계안(왼쪽, 당시는 M-X 로 불렸다)
오른쪽은 일반적인 M 시리즈 고체로켓인 M-3H 이다.

7톤급 엔진(ES-702) 적용 액체수소 상단의 구조

ES-702 엔진의 실물 사진과 평면도.
가스발생기(ガスゼネレーター)가 존재하는 가스발생기 사이클 방식의 엔진이다.

7톤급 엔진 개발로부터 약간 후, H-I 발사체의 상단에 적용될 엔진에 대해 NASDA-NAL 과 ISAS 가 경합하게 된다. 양 집단들 간 연소기나 밸브 등 일부 구성품은 공동개발하였으나 터보펌프만큼은 별도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ISAS 는 기존 ES-70X 시리즈의 개발 경험을 살려 ES-100X 계열 엔진을 개발하게 된다. 

ES-1001 엔진의 실물 사진과 평면도.
위의 ES-702 엔진과 크기를 제외하면 똑같다.

이들 터보펌프 개발 과정 중 실시한 시험들은 아래와 같다.

(1) 冷走試験 - 냉주 시험 : 터빈에 기체질소 혹은 기체수소를 주입하여 터보펌프를 작동
(2) 熱走試験 - 열주 시험 : 터빈에 가스발생기 등으로 연소시킨 연소가스를 주입하여 터보펌프를 작동 
(3) 総合試験 - 총합 시험 : 가스발생기 시험과 유사하게 가스발생기를 사용하나 실제 엔진과 유사하게 구성하여 시험
(4) エンジンシステム試験 - 엔진 시스템 시험 : 터보펌프와 연소기, 가스발생기, 밸브류 등을 결합하여 엔진 시스템 상태로 시험. 이 단계부터 연소 실시.
(5) ステージシステム試験 - 스테이지 시험 : 엔진 시스템과 단(여기서는 M 시리즈 상단) 시스템을 결합한, 발사체 시스템 상태로 구성하여 시험. 연소 실시.

상기 용어들을 한국에서의 개발 사례와 비교하면 

冷走試験 - 상사매질 시험 
熱走試験 - 실매질 시험
総合試験 - 파워팩 시험 
エンジンシステム試験 - 엔진 연소시험
ステージシステム試験 -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

식으로 대응될 수 있다. 물론 각 시험 과목들에서 세부적으로는 다르게 시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터빈에 연소 가스를 주입하나 펌프에는 액체질소같은 상사매질을 넣는 식으로.
나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들과 익숙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바꾸어 설명할 것이다.

2. ES-70X 계열의 터보펌프, TP-70X 의 개발 과정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TP-70X 계열 터보펌프의 터빈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추가한다. 터빈은 개발 과정 중 중요한 쟁점이 된다.

TP-70X 계열은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에 적용되는 터보펌프이며, 액체수소/액체산소 추진제 조합 특성상 타 추진제 조합과 같이 연료와 산화제펌프가 같은 속도로 회전한다면 연료펌프의 비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질 수 있다. 해서, TP-70X 계열 터보펌프는 연료와 산화제펌프가 별도의 터빈을 갖춘, LE-5와 유사한 구조이다.

실제 관찰한 후의 포스팅에 언급한 것과 같이, 이들 터빈들은 같은 공간 내에 서로 마주보고 배열되어 있으며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반전식 터빈(Contra-Rotating Turbine)'이다. 이런 구조는 일부 가스터빈에도 적용되며 후단 동익의 회전을 위한 정익의 부재로 인해 손실이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작동 유체가 분기되어 각 터빈을 작동하는것이 아니라, 상류의 연료펌프용 터빈을 회전시킨 후 하류의 산화제펌프용 터빈을 회전시키기 때문에 개발 과정 중에서는 연료펌프와 산화제펌프가 발생시킨 동력의 비율인 '출력비'가 중요해진다. TP-70X 계열에서는 이 출력비를 3.81 로 설정하였다.

TP-703(최종형)의 터빈부 형상.
완전충동형인 1단(액체수소 측)과 약간 반동도가 더해진듯한 2단(액체산소 측)의 회전방향이 다르다.


2-1 TP-70X 의 시작, TP-701

펌프 설계는 TP-701 개발 단계에서 거의 완성되었으며, 회전수의 변동이나 연료펌프 임펠러 블레이드의 형상 변경과 같은 일부 변화를 제외하면 전 모델이 동일한 설계를 적용한다. 본 글에서는 펌프 설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지는 않기 때문에 개략적으로만 설명한다. 
두 펌프 임펠러 모두 입구에는 라비린스 씰, 임펠러 후면 슈라우드에는 베인을 달아 축 추력을 제어하는 한편 누설 유량을 조정하고 있다.

16,000 RPM 으로 회전하는 산화제펌프는 엔진 제어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며, 그에 따라 안정적인 유량-차압 특성 확보를 위해 출구각 28도의 후향익형 블레이드를 적용했다. 블레이드의 수는 스플리터를 포함해서 12매로, 크게 많지는 않은, 동시기 산화제펌프들에서 흔히 보이는 구성을 적용했다.
비속도가 높으므로 유량 증가에 따라 차압이 감소하는 안정적인 특성을 지닌다.

연료펌프는 43,000 RPM 으로 회전하며, 서지 마진 확보보다는 임펠러 팁에서의 속도를 줄이면서 요구되는 차압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블레이드가 90도의 출구각을 가지며(Radial 형 블레이드), Slip과 재순환 유동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함인지 스플리터 블레이드를 포함해서 24매의 블레이드 구성으로 설계했다. 
때문에 연료펌프는 유량 증가에 따른 차압 감소 폭이 산화제펌프 대비 작은 특성을 보인다. 이는 비속도가 크게 낮은 펌프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연료, 산화제 펌프 모두 흡입성능 확보를 위한 인듀서를 갖추고 있으며, 인듀서는 당시 NASA 의 인듀서 설계자료인 SP-8052를 참고하여 설계하였다고 언급된다. 양 펌프의 인듀서들 모두 TP-701에서 결정된 형상이 그대로 이후의 702와 703 에서도 사용된다.



산화제펌프 임펠러의 형상과 익형.
효율과 안정성을 위해 로켓용 펌프에서 흔히 보이는 후향익형 블레이드이다

산화제펌프의 유량-차압 특성. 가로축이 무차원화 유량이며 세로축이 무차원화 차압이다.
유량 증가에 따라 우하향하는 곡선으로 넓은 유량 범위에서의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특성이다.

연료펌프 임펠러의 형상과 익형.
높은 차압성능을 위해 블레이드 출구 각도를 크게 설계하였다.

연료펌프 유량-차압 특성.
산화제펌프와는 달리 유량 증가에 따른 차압 감소가 크지 않은, 저 비속도 펌프의 특성을 보인다.

산화제펌프 인듀서의 형상

연료펌프 인듀서의 형상

한편, 터빈의 경우는 좀 다르다.
TP-701 에서는 연료펌프와 산화제펌프 터빈 모두를 초음속 충동형 부분분사 터빈으로 적용했다. 초음속 충동형 터빈은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 등 개방형 사이클 엔진에 많이 적용되며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압력비와 적은 작동유체 유량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TP-701 에서는 작동유체 유량을 줄이면서 요구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터빈 압력비를 15 가량으로 꽤 크게 설계하여 노즐 출구에서의 속도를 높였으며, 회전수 확보를 위해 노즐의 유동 굽힘각을 73도 수준으로 꽤 크게 설정하였다(=노즐이 축방향에 대해 거의 수직으로 누워있음). 노즐의 부분분사도는 41.3 % 로 10개의 노즐이 균일하게 배열되어 있으며, 노즐 형상은 2차원 코니컬 노즐을 적용하였다.
1단 동익과 2단 동익 모두 대칭형 초음속 충동형 터빈으로 그에 알맞는 속도삼각형 설계가 이루어졌다. 동익은 LE-7 엔진용 터보펌프 터빈과 비슷하게 도브테일 구조로 디스크과 결합된다.(이건 사진이 없다)

TP-701의 터빈 노즐부 형상.
부분분사 터빈이지만 완전분사 터빈처럼 노즐이 원주 상에 균일하게 배열되어 있다.


초음속 충동터빈 설계법 예시
역시 초음속 유동인 노즐 설계에 사용되는 특성곡선법이 적용됐다.


TP-701 터보펌프의 터빈 속도삼각형

하지만 상기 설계는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아, 설계 의도였던 연료/산화제펌프 간 출력비인 3.81을 크게 초과한 11 전후의 출력비가 측정되었다. 이는 하류의 산화제펌프 터빈에서 의도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는 노즐 - 연료펌프 터빈에서의 손실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 하류의 산화제펌프 터빈에서 초음속 유동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추정되었다. 
펌프의 경우 연료, 산화제펌프 모두 예상 이상으로 효율이 낮아 정격 회전수에서 의도한 차압성능을 달성하지 못 하였다.
상기 추정 원인을 기반으로 TP-702 에서는 터빈의 설계가 크게 바뀌게 된다. 최종형 TP-703 까지의 개발 과정 중 펌프에는 이렇다 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언급한 터빈의 성능 저하 외에 터빈 디스크 파손 등의 문제로 터빈에는 지속적인 개량이 이루어지게 된다. 

TP-701의 시험 결과
연료펌프 터빈에서의 손실로 산화제펌프에서 필요 동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2-2 TP-702 

TP-702 에서는 TP-701 에서 관측된 터빈 출력비의 어긋남을 해결하기 위해 터빈 설계 변경이 주로 이루어졌다.
1단 터빈인 연료펌프용 터빈은 초음속 충동형 터빈이 적용되었다는 점은 동일하나, 후단의 산화제펌프용 터빈은 아음속 충동형 터빈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상류의 연료펌프 터빈에서의 손실로 인해 하류의 산화제펌프 터빈에서까지 초음속 유동을 형성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루어진 설계 변경이다. 이와 함께 산화제펌프용 터빈 익형의 설계 방식이 변경되었다.

터빈 형식 변경 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한 설계 변경도 이루어졌다. 
종전 TP-701 에서는 적은 작동유체 유량으로 높은 동력을 얻기 위해 터빈 압력비를 크게 설계하였으나, 과도한 속도성분으로 인한 마찰손실이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되므로 압력비를 10 근방으로 저감시켰다. 
낮아진 압력비에 대응하여 노즐의 유동 굽힘각을 줄이는 대신 작동유체 유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동력을 확보하였다. 
노즐 자체의 형상에 대해서도 설계 변경이 이루어져, 기존의 코니컬 노즐이 아니라, 충격파가 한 곳에서만 생성되는 2D 샤프 코너 노즐을 적용하여 손실 저감을 의도하였다. 부분 분사 손실에 대해서는 노즐 2개를 하나로 묶어 6곳에 배치하는 방식을 적용하였다.

펌프의 경우에는 TP-701 에서 연료, 산화제펌프 모두 상정한 회전수에서 차압 요구치를 만족시키지 못하여 형상 변경 없이 회전수를 각각 44,000 RPM 과 17,200 RPM 으로 상승시켰다. 또한, 이렇게 변경된 회전수 조건은 터빈 설계에도 반영되었다.

언급된 샤프 코너 노즐과 유사한 형상

TP-702의 터빈 속도삼각형.
상대속도, 절대속도 모두 TP-701 보다 수백 m/s 이상 속도가 줄어든것이 보인다.

TP-702의 터빈 노즐 형상.
노즐 집단이 6곳으로 줄어들었으며, 각 노즐 집단은 2개의 노즐로 구성되어있다.

TP-702 로의 개량 결과 각 펌프의 차압은 TP-701 대비 높게 나타나 개량설계 의도가 충실히 반영되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듀서 및 임펠러의 형상 변경 없이 회전수만 상승시켰기 때문에 상승된 차압을 제외하면 TP-701의 시험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펌프의 출력비는 5.81 수준으로 여전히 목표치인 3.81 대비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엔진의 제어 계통을 활용해서 조정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었다.
터빈 출력비가 높게 나타난 점으로부터 산화제펌프 터빈이 의도한대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으므로 터빈의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였으며, 이외에도 연료펌프의 효율이 예상 대비 낮았던 반면 산화제펌프는 높게 나타났으므로 펌프에 대한 개량도 요구되었다.

TP-702의 시험결과.
TP-701 대비 요구치와 근접하였으나, 여전히 산화제펌프 동력이 낮게 도출되어 개선이 필요하다.


TP-701과 TP-702 의 산화제펌프 유량-차압 특성.
회전수 상승의 결과로 TP-702의 차압이 TP-701 대비 높음을 알 수 있다.

TP-701과 TP-702의 연료펌프 유량-차압 특성.
산화제펌프와 마찬가지로, 회전수 상승으로 인해 TP-702의 차압이 TP-701 대비 높게 나타났다.


2-3 TP-703

TP-702 의 시험 데이터에서는 산화제펌프의 동력이 설계치 대비 낮게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산화제펌프 터빈 상류의 연료펌프 터빈이 그만큼 많은 동력을 잡아먹었다는 말도 된다.
연료펌프 터빈이 많은 동력을 소모했다는 것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 수 있다.

A. 터빈 내의 손실성분이 크다
B. 연료펌프가 동일 회전수에서 예상 대비 많은 동력을 소모한다

여기서 A 의 터빈 손실은 기계 내부에서의 경계층 등으로 인한 유로 폐쇄 효과나 마찰손실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데, 이는 터빈의 유로 단면적을 키우거나 터빈 노즐, 블레이드의 표면조도를 향상시는 등의, B 는 펌프 형상 최적화를 통해 효율을 올리는 등의 해결 방식을 떠울릴 수 있겠다.

한편, 개발 문헌에서는 1) 터빈 노즐의 굽힘각을 더 줄여(=원주면에 대해 출구 각도를 키운다) 1단 동익 전면의 회전성분을 줄인다 2) 연료펌프 회전수 감소, 산화제펌프 회전수 증가 3) 2단 동익의 굽힘각을 더 키운다(=원주면에 대해 출구 각도를 줄인다) 4) 연료펌프 터빈 동익을 초음속 비대칭 익형으로 변경한다 등의 방안들에 대해 논의하였다.
위의 방식들 중 3)은 2단인 산화제펌프 터빈의 블레이드 높이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4)는 터빈 블레이드 익형 설계 방식 변경이 필요하여 채택되지 않았다. 

1) 과 2) 의 채택으로 줄어든 유동 회전 성분과 터빈 회전수로 인해 같은 조건에서는 터빈이 확보할 수 있는 동력이 하락하겠지만 이는 터빈 작동유체의 양을 증가시켜 해결하였다. 이러면서 터빈 노즐의 크기가 작동유체의 양만큼 스케일 업 되었다. 이 방식은 위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터빈 손실 저감 방식 중 터빈 유로 단면적 증가와 같다. 
또한, 채택된 2)에서도 산화제펌프의 회전수 증가는 산화제펌프 설계 변경 시 (증가된 회전수에서 같은 차압을 유지하려면 직경 감소 등이 필요함) 기존 산화제펌프 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하여 산화제펌프 회전수는 TP-702와 동일하게 설정하였다. 대신, 증가한 터빈 작동유체 양에 대응하여 설계 수정이 이루어졌다.

TP-703의 터빈 속도삼각형.
이전 TP-702와 비교할 시 노즐에서 토출되는 유량의 속도부터가 수백m/s 가량 감소하였다.

TP-703의 터빈 형상.
노즐의 형상은 TP-702와 유사하나 증가한 작동유체 유량에 대응하여 스케일 업 되었다.

한편, 낮아진 연료펌프 회전수에서도 시스템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연료펌프 임펠러의 직경 등의 형상은 유지한 채로 블레이드의 직선구간 길이를 늘려 차압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러한 설계변경은 연료펌프의 비속도를 하락시켜 효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여기에는 터빈에서 그를 넘어서는 확실한 성능 향상을 이루어 설계 목표를 달성한다 라는 철학이 담겨있다. 
이는 유체기계의 효율 등의 성능 측면에서는 타당한 선택일 수 있는데, 하류의 압력이 상류보다 높은 역압력 구배 하에서 작동하는 기계보다 순압력 구배 하에서 작동하는 기계가 만들기 더 쉽기 때문이다.
다만 펌프의 유량이 증가할수록 차압도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은 저 비속도 임펠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임펠러 서지와 같은 불안정 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해당 영역에서의 작동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상기 언급된 사항들을 적용한 결과, 연료펌프 회전수는 41,000 RPM 으로 설계값과 부합하였으나, 산화제펌프회전수는 16,300 RPM으로 측정되어, 설계치인 17,200 RPM 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출력비는 4.42 수준으로, 설계값인 3.81 대비 소폭 높았으나, 이는 엔진 시스템의 제어와 터빈 후단 배기 계통을 개선할 시 설계 요구도를 달성할 수 있는 범위 내로 판단되었다.

TP-703의 연료펌프 임펠러 설계변경 : 출구의 직선 블레이드 구간 길이를 내측으로 더 연장시켰다.
이는 일반적인 후향익형 임펠러의 블레이드 출구 각도를 증가시키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보일 것이다.

TP-703 의 산화제펌프 특성
회전수가 같은 TP-702를 포함하여 초기 TP-701 까지 임펠러 설계는 변하지 않아 셋 모두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TP-703의 연료펌프 특성
TP-702 대비 임펠러의 비속도가 감소하여 다른 특성을 보인다. 

TP-703 의 펌프 출력비
설계요구도인 3.81을 소폭 상회하나, 이는 터빈 후단 조건 개선을 통해 개선이 가능한 범위 내였다.

TP-703 설계치와 실험 결과.
산화제펌프 회전수가 설계치 대비 낮게 나타나 출력비(표 상에서 'ポンプ出力比)'가 설계값 대비 높게 나타났다.

3. ES-70X 엔진 시스템 시험

TP-70X 계열 터보펌프들은 초기 모델인 TP-701 을 제외하면 모두 엔진 시스템으로 구성되여 시험을 거쳤다. 
TP-702와 703 모두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 이전의 터보펌프 단품 시험 대비 출력비가 높게 나타났다.

TP-702, 703 시험 결과(실선)와, 이들을 적용한 엔진 시스템인 ES-702, 702의 시험 결과(점선).
공통적으로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 펌프 출력비가 악화되었다.

산화제펌프 터빈 동력의 하락 원인으로 터빈 후단의 배기계통의 차이가 지목되었다. 
터보펌프 상태(TP-70X) 로 시험할 때와 엔진 시스템(ES-70X)으로 시험할 때는 구성품간의 간섭 등으로 인해 터빈 노즐에 대해 배기 매니폴드가 장착되는 상대 각도가 달라지게 된다. 또한, 배기 매니폴드에는 동익 출구 유동의 정류와 구조물 지지 등의 이유로 일종의 출구 가이드 베인(OGV)이 존재한다.

TP-70X(그림은 TP-703)의 터빈 계통을 옆에서 본 것.
2단 동익(산화제펌프 터빈) 후방의 OGV(Strut라 표기됨)가 보인다.

실제 TP-703 에서 확인할 수 있는 OGV(Strut)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터보펌프 상사매질 시험(冷走試験), 파워팩 시험(熱走試験、総合試験), 엔진 연소시험(エンジンシステム試験),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ステージシステム試験) 시의 터빈 배기 매니폴드 장착 각도 변화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의 장착 각도가 상사매질시험과 엔진 시스템 시험 간 큰 차이를 보인다.

각 시험들에서의 배기 매니폴드 장착 각도를 비교한 결과, 펌프 출력비가 증가한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 노즐을 통과한 가스 유로와 배기 매니폴드 OGV 가 겹치는 부분이 나타났다. 물론 가스발생기를 사용한 파워팩 시험에서도 기체 질소/헬륨을 사용한 터보펌프 상사매질 시험과는 장착 각도가 달랐지만, 가스 유로와의 간섭은 없었다.
이러한 경향은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만 상승한 펌프 출력비의 경향과 동일했다.

TP-702와 TP-703의, 각 시험들에서의 터빈 배기 매니폴드 장착 각도에 따른 OGV와의 간섭 비교.
검은 부위가 간섭 부위로, 공통적으로 엔진 시스템 시험(エンジン試験)에서 간섭되는것으로 나타났다.

간섭으로 인해 해당 부위에서 유로 폐쇄 효과가 일어나고, 그대로 국소적인 배압 증가를 야기했을 것이다. 
터빈의 동력은 동익 상류와 하류의 압력의 비율인 압력비에 의해 결정되며, 배압의 증가는 동익 하류의 압력이 증가하였음을 의미하므로 실제 압력비는 소폭 감소한다. 그리고 감소한 압력비에 의해 설계 대비 작은 동력이 도출되었을 것이다.
해당 사항을 식별한 후 실제 상단과 결합하여 실시한 시험인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ステージ試験) 에서는 가스 유로와 OGV 간의 간섭이 없도록 조정하였고, 그 결과 펌프 출력비는 3.98로 도출되어 설계 요구도였던 3.81과 근접한 수치를 얻어낼 수 있었다.

터보펌프 터빈 배압과 출력비 간의 관계
본 사례는 TP-70X 이후의 TP-100X 개발 중 사례이나 양자는 거의 동일한 설계사상에 기반하였으므로 적절한 예시가 된다.


4. 개발 과정 총평

상기 TP-70X 터보펌프 시리즈 및 그를 활용한 엔진 시스템인 ES-70X 개발 과정 중에서 아래와 같은 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 각 펌프의 인듀서, 임펠러의 수력설계는 연료펌프 임펠러를 제외하면 변경이 없었다.

나) 펌프 출력비 등 요구도 만족을 위해 터빈의 설계가 변경되어왔다.

다) 터빈 설계 변경으로 인한 터빈의 동력 하락은 터빈 작동유체 증가로 해결하였다.

라) 각 펌프의 단품 시험 없이 터보펌프로 구성하여 시험을 실시하였으며, 펌프의 축동력은 터빈 입/출구 조건과 펌프 회전수, 펌프 차압을 통해 산출하였다(추정).

가) 부터 다) 까지의 사항들을 요약하면, 터보펌프의 개량은 거의 터빈에 집중되어 있었다.
 펌프 출력비의 상승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펌프의 재설계를 통한 펌프 효율 향상과 터빈 재설계를 통한 터빈 효율 향상이라는 두 가지 방법 모두를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양자를 모두 사용하다보면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펌프가 재설계된다면 기존 펌프의 특성곡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으므로, 특성을 취득하기 위한 추가적인 시험도 실시하여야 한다. 
터빈 개량을 통해 터빈에서의 손실을 저감하는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반대급부로 동력 확보를 위해 터빈 작동유체 유량 증가가 필요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엔진 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가스발생기 유량 증가로 인한 비추력 하락)을 감수하였다. 이는 엔진 시스템의 성능보다는 터보펌프 시스템 구성에 중점을 둔 선택이라 할 수 있으며, 시스템 자체가 가스발생기 사이클이라는 개방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고르기 용이하였을지도 모른다. 
만약 익스팬더 사이클과 같은 폐쇄형 시스템이라면 처음부터 터빈 유량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선뜻 선택하기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방식은 터빈이 두 개이기 때문에 선택하기 용이하였을지도 모르겠다. 초음속 유동인 1단 터빈과 그에 연결된 연료펌프는 논외로 한 채로 2단 터빈의 설계 변경을 통해 산화제펌프의 성능 향상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라)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터보펌프를 포함한 유체기계들은 기본적으로 펌프, 터빈 등 각 구성품의 단품 시험을 실시하여 일정 유량 범위 내에서의 특성을 확보한 후 시스템 시험 단계로 넘어간다. 이는 내가 대학원에서 배웠던 방법론이다.
하지만 본 사례에서는 처음부터 터보펌프 상태로 시험을 실시하여, 터보펌프 자체를 마치 단품 시험장치처럼 사용하여 펌프, 터빈 등 구성품의 특성을 취득하였다. 펌프와 터빈 외에 추진제 혼합방지 씰도 터보펌프 시험을 통해 설계를 확립하였다.
이는 동시기 NASDA-NAL 에서 펌프와 터빈은 대형 전기모터와 동력계를 활용하여, 추진제 혼합방지 씰은 별도의 시험 리그를 구성하여 각 구성품의 특성부터 철저히 파악한 후 터보펌프 시스템 시험으로 넘어갔던 사실과 배치된다. 

NAL 의 터보펌프 시험설비.
단품 시험(単体試験部)을 위하여 동력계(電気動力計)를 갖추고 있다.

NAL 의 LE-5 용 산화제펌프 추진제 혼합방지 씰 시험용 시험 리그

ISAS의 터보펌프 시험 설비.
NAL 과는 달리 단품 시험을 위한 부분과 동력계 모두 존재하지 않으며, 문헌 상 언급되는 유일한 시험 설비이다.

NASDA-NAL 에 비해 ISAS 에서는 펌프와 터빈 등의 성능곡선 중 유량-차압 곡선은 구할 수 있었겠으나 유량-효율 곡선은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NASDA-NAL 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동력계를 활용한 동력 측정 시험을 통해 양쪽 모두를 구할 수 있겠지만  ISAS 는 축동력과 그에 기반한 구성품의 효율을 직접적으로 구할 수 없다.
따라서 ISAS에서는 터빈의 입-출구 조건과 펌프 차압을 연동해서 축동력을 추정하고 그에 기반해서 효율을 산출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이렇게 구한 효율은 엄밀히 말하면 단품 자체의 효율은 아니라 펌프-터빈 조합의 효율일 것이다. 왜냐하면 터빈의 입,출구 조건을 바탕으로 산출한 등엔트로피 효율에 기반한 동력이 실제 터빈이 축으로 출력하는 기계적인 동력과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펌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개발 방식을 적용할 시 Amesim이나 EcosimPro 와 같은 사이클 해석 코드로 시스템의 거동을 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들로 해석을 수행할 시 각 유체기계의 효율이 중요한 변수로 반영되며, 펌프-터빈을 하나로 묶어서 효율로 반영하는 방식을 사용할 시에 해석 정밀도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펴보면서 든 생각은, 당시 ISAS의 터보펌프 개발자인 타나츠구 노부히로(棚次宣弘) 는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예산을 줄이기 위해 중요도가 낮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체 가능한 시험은 과감히 생략하고 필요한 시험만을 고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선택은 시스템 특성에 따라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겠지만, 시스템 자체가 연료펌프와 산화제펌프가 기계적으로 분리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측면도 있다.

이러한 개발 방식은 최근의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들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단, 고속 모터의 가격이 과거 대비 낮아져 펌프는 전기모터로 시험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터빈은 단품 시험을 수행하지 않고 CFD 결과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어쩌면 타나츠구 노부히로는 지금으로부터 40년도 더 전에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들이 쓰는 방식을 사용하였던 선구자일지도 모른다.


2025년 12월 9일 화요일

밸런스 피스톤 문제 해결 -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과정 중의 사례.

2년쯤 전에 연재하였던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의 회고록에 LE-7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밸런스 피스톤에서 발생한 문제와 그 해결 과정이 언급된 바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글의 링크를 첨부한다.


문제를 간략히 설명하면, 정격 작동 환경 하에서 전방 오리피스에서의 펌프 슈라우드-케이싱 간 간극이 지나치게 좁아 액체산소 환경 하에서 마찰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우려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아무리 인코넬계 내열 합금으로 제작된 구성품일지라도 지나친 마찰로 인해 분진이 생겨버리면 발화해버릴 수 있다.

회고록에 언급된 그림. 밸런스 홀과 오리피스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카미죠 켄지로는 '검토도 하지 않고 밸런스 홀을 뚫어 문제를 해결했다. 대신 효율은 감소했다.' 라고 서술하였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과연 어떠한 근거 없이 단순히 직감만으로 저렇게 밸런스 홀을 뚫어 밸런스 피스톤의 결함을 해결했던 것일까? 이번에 다뤄볼 주제는 바로 이러한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과정 중 나타났던 밸런스 피스톤의 문제의 상세와, 해결에 사용된 방식들(밸런스 홀 가공이라던가)을 어떻게 검증하여 어떠한 근거로 적용하였는지에 대해서 다룰것이다.

1.  문제의 상세

H-II 로켓용 액체산소 터보펌프에는 큰 펌프 출구압으로 인한 축 추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Gap 식 밸런스 피스톤을 적용했다. 밸런스 피스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전 글에서 다룬 바 있기 때문에 이 글에는 설명하지 않겠지만, 틈새를 지니는 매커니즘이기 때문에 작동 중 축 추력 변동에 의해 틈새가 변동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점을 짚어두고 간다.
2Gap 식 밸런스 피스톤은 상, 하류 오리피스와 밸런스 홀, 두 오리피스 사이의 밸런스 피스톤 챔버로 구성된다. 여기서 상류 측 오리피스는 펌프 후면 슈라우드의 외측에, 하류 측 오리피스는 펌프 슈라우드 내측에 존재하며, 두 오리피스의 간극 변화로 인한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부의 압력 변동을 이용하여 자동적으로 축 추력을 맞춘다. 여기서 밸런스 홀은 적절하게 설정하여 챔버 내부의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
여기서 나타났던 문제점은 초기 계산 대비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부의 압력이 크게 나타나서 상류 측 오리피스의 간극이 지나치게 좁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2Gap 식 밸런스 피스톤의 작동 방식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밸런스 피스톤 부분.
지나치게 간극이 좁아졌던 외측 오리피스와 좁은 간극의 원인이 된 볼트 위치, 그리고 밸런스 홀이 잘 보인다.

2. 문제 해결


2.1 밸런스 홀


문제 해결에는 총 두 가지 방식이 적용됐다. 그 중 독자들에게 친숙? 한 밸런스 홀부터 언급한다.
아래 그림을 잘 보도록 하자. 무언가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1989년 발표된 논문에 언급된,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단면도

밸런스 홀로 보이는 유로가 임펠러 중심부에 있는데 이건 회고록에서 언급된 그 밸런스 홀이 맞는것일까?
그게 맞다면, 밸런스 홀의 위치 등 직경은 어떻게 적용되었을까? 이것도 검토 없이 '적당한' 위치를 골라서 뚫었던것일까? 물론 아니다.
LE-7 이 한창 개발되던 시기에는 현재와 같이 3차원 CFD가 활발하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LE-7 개발 전에도 2차원에서 격자를 짜고 모델링해서 간단히 푸는 경우를 관련 문헌을 통해 추측이 가능하지만, 그런 사례들 중에서 밸런스 홀까지 모델링하여 풀었던건 확인되지 않는다.

대신, 이전 LE-5 개발 당시 회전축 씰 시험에 활용한 시험 장비를 개조하여 밸런스 홀 시험 리그를 구축하고 이걸 통해 회전수와 밸런스홀 전후 차압에 대한 관계를 알아보는 시험을 진행하였다. 
해당 장비는 LE-5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구조를 유용한 장비로, LE-5 이외에도 LE-7의 회전축 씰 개발에도 사용된 바 있다. 

씰 시험 장비의 LE-5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회전축 씰 개발 당시 세팅 단면도

씰 시험 장비의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회전축 씰 개발 당시 세팅 단면도

여기서 밸런스 홀 시험 부분은 씰 시험 장비의 맨 왼쪽, 웨어링 링 씰(LE-5 터보펌프 회전축 씰 시험 당시) 혹은 세그먼트 씰(LE-7 터보펌프 회전축 씰 시험 당시)에 위치힌다. 이 부분은 실제 LE-5 액체산소 터보펌프로서는 펌프 임펠러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적절하다 할 수 있다. 실제 이 부분의 씰 차압을 조정하여 축 추력 변화를 모사할 수 있다고 논문에서 언급된 바 있다.

밸런스홀 시험 시의 시험장비 단면도


밸런스홀 시험 시에는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세그먼트 씰 개발 시험 시와 유사하게 펌프 부분에 큰 직경의 라이너와 세그먼트 씰을 조합하였으며, 라이너는 내측에 밸런스 홀 두 개가 뚫려있는 형상을 적용하였다. 
시험 방식은 회전수와 밸런스홀 전후(라이너 전후)의 차압에 따른 유량 계수를 취득하는 방식이었으며, 논문에 밸런스홀이 없는 라이너로 수행한 시험이 언급된 것으로 볼 때 이는 대조군을 확보하는 한편 세그먼트 씰의 차압에 따른 누설량을 취득하기 위함이라고 추측된다.
시험 중 취득한 변수로는 누설량으로 구해지는 밸런스 홀의 축방향 레이놀즈 수와 밸런스 홀의 위치와 회전수로 구해지는 밸런스 홀의 회전 선속 레이놀즈 수가 있다. 이를 조합하면 회전수와 차압에 따른 누설량 변화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밸런스 홀의 수와 직경, 그리고 위치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험 결과 도출된, 밸런스 홀의 축류 유동속도와 회전 선속, 그리고 유량 계수 간의 관계.

밸런스 홀의 축류 레이놀즈 수와 유량계수 간의 회전 레이놀즈 수에 따른 관계


그림 7을 보면 밸런스 홀의 축류 유동 속도와 회전 선속의 비율에 따른 밸런스 홀의 유량 계수가 나름 한 커브로 수렴될 정도로 도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축류 유동 속도가 0일 때는 당연히 유량이 0이므로 유량 계수도 0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커브에서 나타났다. 
그림 8에서는 축류 유동 속도로 구해진 레이놀즈 수와 유량 계수 간의 관계를 회전 선속으로 구한 유량 계수 영역에 따라 비교하여 나타내었다. 이 경우에는 낮은 회전수의 선행 연구 사례와는 달리 축류 레이놀즈 수가 커져도 회전 레이놀즈 수가 크면 유량 계수가 커지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회전수와 밸런스 홀의 유량 간 분명히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나 일반적인 펌프에서 밸런스홀 유량 증가에 따라 비교적 일정히 유량 계수도 증가했던데 반해, 유량계수의 분모에 해당하는 차압이 증가하는 등의 형태로 유량 증가의 유량 계수에의 효과를 상쇄하여 유량 계수가 비교적 일정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위의 결과에서 도출된 특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차압과 유량을 위한 밸런스 홀의 크기와 위치에 따른 특성이 도출될 것이며, 이를 이용하여 밸런스 홀 내부 압력 강하를 위한 적절한 형상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밸런스 홀을 적용했을 때의 결과는 어떨까?
자세한 내용에 앞서 임펠러 후방에서의 축 추력 발생에 대해 설명한다. 임펠러 후방의 유체는 임펠러를 빠져나와 가압된 작동유체가 유입된 것으로, 본 사례에서는 임펠러 회전 각속도의 1/2 수준의 각속도를 지니도록 가정되었는데, 이는 케이싱 벽면에서의 속도가 0, 임펠러 후방 슈라우드 면에서의 속도가 각속도일 것으로 가정한 것에 기반한 것인듯 하다.
즉, 임펠러 출구에서의 전압은 유지되는데 여기서 동압 성분인 각속도 성분이 줄어든 만큼 축 추력을 야기하는 정압으로 변환된다.
실제 펌프 후방 밸런스 피스톤 챔버에서 측정된 압력 결과로는 상기 가정에 기반한 압력강하량보다 더 작은 압력강하량이 관측됐다. 이는 실제 챔버 내부에서의 유체의 회전 속도는 내부로 유입될 때부터 임펠러 회전 각속도의 1/2 보다 더 낮다는 것을 의미했다.


점성을 가진 유체의 움직이는 판과 멈춰있는 벽 사이에서의 속도 분포 가정.
딱 중간에서 움직이는 판의 속도 U 의 절반 정도의 속도를 가진다.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부에서의 압력강하 양상
점선이 내부 유체의 각속도가 임펠러 회전 각속도의 1/2 수준이라 가정한 경우이다


여기서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부 유동의 회전 각속도 성분이 높을수록 압력 강하가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무래도 빠르게 회전하는 원심 임펠러에서 나온 유동이기 때문에 챔버 내부의 외측에서 내측을 향하는(즉, 외측 오리피스에서 내측 오리피스로 향하는) 유동의 속도보다 회전 각속도가 꽤 높을 것이다. 여기서 회전 각속도 성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슈라우드나 케이싱 벽면과의 마찰 등으로 인한 손실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 정류 베인 등의 작용으로 회전 각속도 성분이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해 정압 성분으로 교환된다면(좁은 틈이기 때문에 중심을 향하는 유동 속도의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어떻게 될까? 챔버 내부로 유입될 때부터 높은 수준의 정압에서 시작한데다가 회전 각속도 성분이 작아 손실도 작기 때문에 외측에서 내측까지의 압력 강하도 적게 나타날 것이다.
여기서 '정류 베인'의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케이싱에 위치한 볼트 머리이다. 일반적으로 유동 속의 방해물은 유동을 방해하여 난류를 형성하여 에너지를 소산시키는 식으로 압력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펌프 임펠러 후면 케이싱에 구조물을 위치시켜 축 추력을 제어하는 방식도 가끔씩 쓰인다.
하지만 LE-7의 경우에는 방해물로만 작용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류 베인으로 작용하였다. 볼트 머리가 챔버 내부에서 튀어나온 형태가 아니라, 볼트 머리가 들어갈 공간 안에 들어가있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장애물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은듯 하다.
아래 그림은 위의 회고록에서도 언급된 쿠로카와 준이치(黒川淳一) 교수의 관련 논문에서 언급된 그림으로, 볼트 머리가 위치한 공간으로 각속도를 가진 유동이 유입되었으나, 볼트 머리 주변을 선회하다 해당 영역을 나가면서는 회전 성분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쿠로카와 준이치 교수의 논문에서 언급된, 볼트 체결부에서의 유동


상기 언급된 볼트 체결부로 인한 압력 상승과 밸런스 홀로 인한 영향 모두가 축 추력 모델에 반영되어 밸런스 피스톤의 간극 예측에 활용되었다.
밸런스 홀 적용 결과 실제 시험과 모델에서 모두 간극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나, 밸런스 피스톤 내부 형상 영향만으로는 충분한 간극 확보가 어려워 직접적으로 축계를 터빈 쪽으로 밀어내는 또 다른 힘이 필요하였다.

밸런스 홀 추가로 인한, 펌프 작동 영역에서의 전방 오리피스 간극 양상.
밸런스홀 추가로 인한 압력 감압으로 전 영역에서 간극이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밸런스 홀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TEST1)와 적용된 경우(TEST2)의 전방 오리피스 간극 해석결과 비교.
간극이 분명 증가하긴 하였으나 비교적 미미하여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2.2 펌프 전방 케이싱 그루브

위의 밸런스 홀 관련 사례에서는 볼트 머리가 정류  베인 역할을 수행하여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부의 정압을 상승시키면서 압력 강하를 저감하였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을 펌프 임펠러의 전방 슈라우드에 적용한다면 축계를 터빈 측으로 밀어내는 힘이 생길 것이라는건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LE-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서는 임펠러 전방 슈라우드와 접하는 펌프 케이싱에 그루브(Groove) 를 성형하여 일종의 정류 베인 역할을 수행하여 펌프 전방으로 누설되는 유동의 압력 강하를 줄였다.

펌프 케이싱에 적용된 그루브의 형상

그루브의 위치를 표시한 사진.

그루브 형상에 따른 펌프 전방 슈라우드 압력강하 특성


그루브의 슈라우드에서 차지하는 면적과 높이, 그리고 수에 따른 압력강하 특성을 조사하였으며, 대조군인 그루브가 존재하지 않는 펌프에서의 시험 결과에서는 상사매질인 액체질소와 실매질인 액체산소에서의 특성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래서 그런지 그루브 적용 시험들은 모두 액체질소로 수행되었다.
시험 결과 상, 그루브가 펌프 슈라우드 전 영역에 존재하는 경우에 가장 낮은 압력강하 특성을 보였다. 논문에 어떤 형상을 적용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찾진 못했으나 '슈라우드의 그루브가 전방 오리피스 간극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라고 언급된 점으로 미루어볼 때, 축 추력 해석을 통해 적절한 셋 중 적절한 형상을 고르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것 역시 양날의 칼일 수밖에 없는 것이, 그루브의 존재로 인한 압력강하 저하로 임펠러 전방의 씰을 통해 누설되는 유량이 늘어나 효율이 내려갈 수 있기에 신중히 결정하였을 것이다.

앞 단락에서 언급하였던 밸런스 홀과 함께 전방 케이싱 슈라우드에 그루브를 적용하자 전방 오리피스 간극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축 추력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

밸런스홀에 그루브까지 적용한 후의 전방 오리피스 간극 양상.
이전 사례 대비 충분히 커진 점을 알 수 있다.


3. 요약

LE-7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밸런스 피스톤 전방 오리피스의 과도하게 작은 간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방법들이 적용되었다.

1. 밸런스 피스톤 챔버에 추가적으로 밸런스 홀을 적용하여 챔버 내부 압력강하 증대
2. 임펠러 전방 슈라우드와 마주하는 펌프 케이싱에 그루브를 적용하여 축계를 터빈 측으로 밀어내는 축 추력 증대

상기 방법들은 회고록에서 언급된 '검토하지도 않고' 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나름 정량적인 평가 과정을 거쳐서 적용되었다. 해석적인 방법에서 도출된 특성과 실제 시험에서 관찰된 특성은 잘 일치하였다.
케이싱의 그루브는 일반인인 우리로서는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나 밸런스 홀 추가로 인한 영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맨 위에 위치한, 1989년 논문에서의 단면도와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전시물을 비교하면 차이는 극명하다.
외측에 있는 밸런스 홀은 내측 밸런스 홀 출구 위치 확보를 위함인지 출구가 좀 더 전방으로 이동하였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맨 위에서 언급했던 1989년 그림에서 펌프 부분을 확대하고 밸런스 홀을 빨갛게 표시한 것.
밸런스 피스톤 챔버 외부에 밸런스 홀이 위치한다.


실제 비행에 사용된 형상의 밸런스 홀을 빨갛게 표시한 것.
위의 그림에 존재하는 밸런스 홀 외에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측에 밸런스 홀이 추가되었다. 

두 밸런스 홀을 후면 슈라우드 사진 상에 표시한 그림

두 밸런스 홀을 전방에서 바라본 사진

4. 참고 문헌

[1] NAL TR-1201 LE-7液酸ターボポンプの軸推力釣り合わせ
[2] ロケットターボポンプの研究・開発:35年間の思い出 上條謙二郎
[3] ロケット用液酸ポンプの水力性能と軸スラスト性能の総合解析 黒川淳一、上條謙二郎、志村隆










일본 ISAS 의 ES-70X 시리즈 엔진의 터보펌프, TP-70X 시리즈의 개발 과정

70년대 말 ~ 8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는 ISAS 와 NASDA-NAL 연합의 액체로켓엔진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미국의 토르-델타 시리즈 기술을 활용한 N 시리즈 로켓에서 자국산 상단을 적용한 H-I 로켓의 개발이 결정되어 상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