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8일 토요일

나고야시 과학관 H-IIB 기체 전시물 사진

작년 추석 연휴 때 일본 나고야(名古屋)-기후(岐阜) 일대를 여행하였다. 
나고야는 일본의 NASDA-NAL 계열 우주발사체 개발 역사와 함께한 미쓰비시 중공업 공장이 있는 공업 도시로, H-IIA/B 들을 계승한 H3 도 나고야에서 제작된다. 기후는 일본의 항공기 개발과 역사를 함께한 곳으로, NAL의 아스카, FBW 실험용 항공기인 T-2CCV를 비롯한 여러 실험용 항공기들이 기후의 비행장에서 비행했다.
위의 서술로부터 눈치챘겠지만, 여행 목적은 나고야의 나고야시 과학관, 아이치 항공과학관, 나고야 북쪽 기후의 카카미가하라 항공우주박물관 관람이었다. 

박물관 관람에 쓰기 위한 카메라 렌즈도 나름 거금을 들여 구매한 관계로 아주 좋은 사진들을 많이 찍었으나,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온 나머지 사진을 포스팅하는 것을 잊고있었다.
오래만에 시간이 생겨서, 우선 나고야 과학관 야외에 있는 H-IIB 관련 전시물부터 리뷰하고자 한다. 

1. 개요 - 나고야시 과학관의 H-IIB 전시물


나고야시 과학관의 전경. 특유의 둥근 부분에는 플라네타리움 상영관이 위치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나고야시 과학관은 큰 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위의 전경 사진은 공원 안에서 건물 정면을 향해서 찍은 사진인데, 내가 택한 루트는 앞에서 들어간게 아니라 뒤쪽으로 들어가는 경로였다. 하지만, H-IIB 의 전시물은 그 웅장한 크기로 인해 뒤쪽에서 오던 앞쪽에서 오던 똑같이 잘 보인다.

2. H-IIB 전시물 관람 내용

과학관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존재감을 과시하는 H-IIB 전시물

먼 발치에서 보자마자 든 느낌은 '정말 크다' 였다. 지금까지 다녀온 각종 전시관들에서 로켓의 상단 기체를 본 적도 있긴 했지만 이렇게 온전한 우주발사체 느낌이 드는 전시물은 처음이었다. 거기다 H-IIB 는 20톤 이상의 페이로드를 올릴 수 있는 대형 발사체이다. 
앞으로 어떤 우주발사체를 가까이서 보게 될진 잘 모르겠지만 그때 한번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것같다.

페어링 쪽에서 1단부 쪽을 향해 찍은 사진.


페어링을 좀 더 가까이서 찍은 사진. 페어링의 돌출부에 주목

전시물의 페어링 관련 설명. 우주에 다녀간 물건이라 한다.

우선 페어링 쪽부터 시작해서 1단부 쪽으로 이동하면서 관람했다.
페어링을 보던 도중 쌩뚱맞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의아했다. 페이로드의 형상에 따라서 페어링 형상이 달라질 수도 있어서 생길 수 있는 돌출부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저 돌출부는 실제로 발사되었다 돌아온 부분이라고 한다.
'우주' 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으나, 고도 100 km 이상부터는 우주로 친다는 설명을 들어본 적 있는데, 아마 그 이상에서 페어링이 분리되는듯 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H-IIA/B 시리즈의 지상으로 낙하한 페어링을 여러 용도로 재사용한다고 들었는데 그 사용처에 이런 전시물 제작도 있겠다 싶다.

1단 추진제탱크 내부를 멀리서 찍은 샷


1단 추진제탱크 내부를 정면에서 찍은 샷.

1단 추진제탱크 내부의 구조를 클로즈업 한 샷.

전시물은 1단 기체의 중간부분을 절개하여 내부를 볼 수 있게 구성해놓았다. 뒤에서 언급할 후방동체가 바로 보이는 점에 미루어볼 때 1단 액체수소 탱크 부분, 그 중에서도 상부 추진제 탱크 돔 부위라고 생각된다. H-IIB 도 여느 우주발사체와 동일하게 동체를 그대로 추진제탱크로 사용한다. 

딱 보자마자 경량화와 강도 확보를 위한 아이소그리드 구조가 눈에 띈다. H-IIA 관련 영상에서 판재에 아이소그리드 형상을 가공한 후 구부려 만드는 방식이 소개된 바 있는데 아마 비슷한 방식을 사용할 것이다.
아이소그리드 구조를 포함한 탱크 내부 구조물은 노란색으로 칠해져있었는데, 부식 방지용 프라이머인듯 하다. 뭔가 비슷한 것을 예전에 본적 있는것같아 기억을 되살려보니 군생활 시절 닦았던 항공기의 패널 내부와 똑같았다. 뭐, 비슷한 알루미늄 합금에다 부식 방지 처리를 한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다만, 가쿠다 우주센터 박물관에서 보았던 H-II 로켓 상단 내부에는 프라이머가 칠해져있지 않았었다. 혹시 전시를 위해서 별도로 칠한 것일까?

자세히 시선을 옮기면 뭔가 얇은 케이블이 지나간것같은 흔적이 보인다. 해당 전시물은 지상시험용 기체를 전시한 것인데, 어쩌면 시험에 필요한 스트레인 게이지같은 측정기기를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시선을 돌린 샷

내부를 클로즈업한 샷

바로 시선을 돌리자 후방 동체부가 보인다. 정확히는 1단 액체수소 탱크 하부 구조물이다. 
상부 돔 구조물과 똑같이 아이소그리드 구조가 눈에 들어오는데, 다른 점이라면 바닥에 구멍이 두 개 뚫려있다. 이건 확실하게 엔진으로 향하는 추진제 배관의 자취이다. H-IIB 에는 엔진이 두 개 있으므로 각 탱크에 두 개의 구멍이 존재할 것이다.
구멍은 어쩌면 배플이나 스펀지같은 유동 안정장치가 있었을 움푹 들어간 곳에 뚫려있었다. 

후방동체 측후방에서 찍은 사진. 단열재로 덮여진 추진제탱크 하부 돔도 보인다.

역시 후방동체를 찍은 사진. 하늘이 참 파랗게 잘 나왔다.

후방동체 전측방에서 찍은 사진. 바로 앞에 SRB용 스트럿이 연결될 러그와 발사대와 연결될 마운트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후방동체를 둘러보고 관람을 마친다.
후방동체는 발사 전 발사대와 기계적으로 연결되는 부위임과 동시에 SRB 들로부터의 추력을 직접적으로 전달받는 부위이다. 따라서, 다른 부위들 대비 튼튼하게 만들어져있다.
사진을 잘 보면 SRB의 스트럿이 연결될 러그들과 함께 발사대에 얹어질 마운트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구조들은 모두 엔진이 장착될 십자형의 두꺼운 프레임과 연결되어 있다.

3. 후기

난생 처음으로 본 거의 온전한 우주발사체 전시물이다. 그동안 본 전시물들은 각 부위별로 분리된 전시물이거나 아니면 단 구조물 하나만 있는 전시물이었다. 
비록 엔진은 없으며 관람을 위해 일부 부위가 없긴 하지만 한국 근처에서 중대형 우주발사체의 실물과 가까운 전시물을 보려면 이 전시물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기체 구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엔진이나 공압 라인은 필요 없으므로 이것만한 것이 없다.

한국에서도 우주발사체 개발이 연구기관과 기업을 막론하고 나름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아는데 이들 발사체들도 어딘가 박물관에 전시되기를 희망한다. 혹시 아나? 이런 전시물 보고 이쪽 업계에 유입될 꿈나무들이 한두명 쯤은 있을지도. H-IIB 만큼 웅장한 느낌은 덜할 수도 있겠으나 나름대로 개발의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해줄 것이다.

2026년 6월 21일 일요일

일본 ISAS 의 ES-70X 시리즈 엔진의 터보펌프, TP-70X 시리즈의 개발 과정

70년대 말 ~ 8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는 ISAS 와 NASDA-NAL 연합의 액체로켓엔진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미국의 토르-델타 시리즈 기술을 활용한 N 시리즈 로켓에서 자국산 상단을 적용한 H-I 로켓의 개발이 결정되어 상단에 적용될 엔진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경합을 거쳐 NASDA-NAL 의 LE-5가 선택되었고, 현대 일본의 주력 액체로켓엔진들의 계보가 시작된다. 

당시의 상황은 이전에 연재한 바 있는 NAL의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 의 회고록에 언급된 바 있다. 해당 회고록에는 NAL 과 NASDA 에서의 터보펌프 개발 과정에 대해 비사를 포함하여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 둘과 경쟁하였던 ISAS 에서는 어떠했을까?
ISAS 는 M 시리즈 고체로켓으로 과학 위성을 쏘아올리던 기관이었다. 따라서 대형 우주발사체 관련 개발이 주력인 NASDA-NAL에 비해서는 배정받는 예산도 적었을 것이며, 그 영향이 개발 과정에서도 나타났을 것이다. 

오늘 쓸 주제는 ISAS에서 개발이 진행된, ES-70X 및 ES-100X 시리즈 엔진들의 터보펌프 개발 과정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전 ES-70X 의 터보펌프인, TP-703 의 전시물과 관련된 포스팅에서 언급한 타나츠구 노부히로(棚次亘弘) 가 저술한 보고서를 리뷰하며 개발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문제 발생 시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하였는지에 대해 다룰 것이다.

1. ISAS의 액체로켓엔진 개발 개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ISAS 의 우주발사체 라인업에 액체로켓엔진이 적용된 발사체는 없다. 국내에서도 한미 미사일 지침의 해제를 요구하며 언급된 M 시리즈 우주발사체는 전단 고체인 우주발사체이다. 계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M-V 를 제외한 모든 발사체들은 M-X 로 명명되었으며, X는 부스터를 제외한 단 수를 의미한다. 즉, M-4S 는 4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이며 M-3SII 는 3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이다. 물론 정규 구성이 그렇다는 의미이고 혤리 해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미션을 위해 3단 위에 추가적인 킥 모터를 장치하거나 준궤도 임무로 상단을 제외하는 등 변칙적인 운용도 있었다.

ISAS의 M 시리즈 발사체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M-4S, M-3C, M-3H, M-3S, M-3SII, M-V 이다.

해당 발사체들은 고체 추진기관의 낮은 비추력(Isp) 등의 단점으로 인해 규모에 비해 페이로드가 비교적 낮았다. 해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고 비추력의 액체 상단의 개발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일본에서의 개발 흐름 상, 액체수소/액체산소 조합이라는, 상단에 적용될 시 높은 비추력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이 선택되었다.
이렇게 지상단 고체, 상단 액체로 구성된 M-2H 발사체(가칭) 가 계획되었으며, 초기에는 프랑스의 액체수소 엔진인 HM-4를 적용하려 한듯 하나, 해당 발사체의 상단에 적용될 가스발생기 사이클 7톤급 엔진으로 ES-70X 엔진의 개발이 진행된다. 
해당 개발 프로젝트는 NASDA-NAL 의 LE-5 개발 프로젝트 대비 앞서며, 해당 엔진들의 터보펌프로 개발된 TP-70X 시리즈는 일본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우주발사체용 터보펌프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실제 들은 설명).

한편, 아래 사진에 언급된 엔진은 ES-702 인데, 그렇다면 ES-701 같은건 없냐고 할 수도 있다. ES-70X 라는 이름에서 X 에는 개발 순번이 들어가게 된다. 즉, 초기 엔진은 ES-701 이라 불릴 것이며, ES-701 의 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개선점을 적용한 엔진을 ES-702 라고 한다.
이런 명명은 터보펌프에도 적용된다.

ISAS 의 수소 상단 적용 발사체, M-2H 설계안(왼쪽, 당시는 M-X 로 불렸다)
오른쪽은 일반적인 M 시리즈 고체로켓인 M-3H 이다.

7톤급 엔진(ES-702) 적용 액체수소 상단의 구조

ES-702 엔진의 실물 사진과 평면도.
가스발생기(ガスゼネレーター)가 존재하는 가스발생기 사이클 방식의 엔진이다.

7톤급 엔진 개발로부터 약간 후, H-I 발사체의 상단에 적용될 엔진에 대해 NASDA-NAL 과 ISAS 가 경합하게 된다. 양 집단들 간 연소기나 밸브 등 일부 구성품은 공동개발하였으나 터보펌프만큼은 별도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ISAS 는 기존 ES-70X 시리즈의 개발 경험을 살려 ES-100X 계열 엔진을 개발하게 된다. 

ES-1001 엔진의 실물 사진과 평면도.
위의 ES-702 엔진과 크기를 제외하면 똑같다.

이들 터보펌프 개발 과정 중 실시한 시험들은 아래와 같다.

(1) 冷走試験 - 냉주 시험 : 터빈에 기체질소 혹은 기체수소를 주입하여 터보펌프를 작동
(2) 熱走試験 - 열주 시험 : 터빈에 가스발생기 등으로 연소시킨 연소가스를 주입하여 터보펌프를 작동 
(3) 総合試験 - 총합 시험 : 가스발생기 시험과 유사하게 가스발생기를 사용하나 실제 엔진과 유사하게 구성하여 시험
(4) エンジンシステム試験 - 엔진 시스템 시험 : 터보펌프와 연소기, 가스발생기, 밸브류 등을 결합하여 엔진 시스템 상태로 시험. 이 단계부터 연소 실시.
(5) ステージシステム試験 - 스테이지 시험 : 엔진 시스템과 단(여기서는 M 시리즈 상단) 시스템을 결합한, 발사체 시스템 상태로 구성하여 시험. 연소 실시.

상기 용어들을 한국에서의 개발 사례와 비교하면 

冷走試験 - 상사매질 시험 
熱走試験 - 실매질 시험
総合試験 - 파워팩 시험 
エンジンシステム試験 - 엔진 연소시험
ステージシステム試験 -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

식으로 대응될 수 있다. 물론 각 시험 과목들에서 세부적으로는 다르게 시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터빈에 연소 가스를 주입하나 펌프에는 액체질소같은 상사매질을 넣는 식으로.
나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에 익숙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바꾸어 설명할 것이다.

2. ES-70X 계열의 터보펌프, TP-70X 의 개발 과정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TP-70X 계열 터보펌프의 터빈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추가한다. 터빈은 개발 과정 중 중요한 쟁점이 된다.

TP-70X 계열은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에 적용되는 터보펌프이며, 액체수소/액체산소 추진제 조합 특성상 타 추진제 조합과 같이 연료와 산화제펌프가 같은 속도로 회전한다면 연료펌프의 비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질 수 있다. 해서, TP-70X 계열 터보펌프는 연료와 산화제펌프가 별도의 터빈을 갖춘, LE-5와 유사한 구조이다.

실제 관찰한 후의 포스팅에 언급한 것과 같이, 이들 터빈들은 같은 공간 내에 서로 마주보고 배열되어 있으며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반전식 터빈(Contra-Rotating Turbine)'이다. 이런 구조는 일부 가스터빈에도 적용되며 후단 동익의 회전을 위한 정익의 부재로 인해 손실이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작동 유체가 분기되어 각 터빈을 작동하는것이 아니라, 상류의 연료펌프용 터빈을 회전시킨 후 하류의 산화제펌프용 터빈을 회전시키기 때문에 개발 과정 중에서는 연료펌프와 산화제펌프가 발생시킨 동력의 비율인 '출력비'가 중요해진다. TP-70X 계열에서는 이 출력비를 3.81 로 설정하였다.

TP-703(최종형)의 터빈부 형상.
완전충동형인 1단(액체수소 측)과 약간 반동도가 더해진듯한 2단(액체산소 측)의 회전방향이 다르다.


2-1 TP-70X 의 시작, TP-701

펌프 설계는 TP-701 개발 단계에서 거의 완성되었으며, 회전수의 변동이나 연료펌프 임펠러 블레이드의 형상 변경과 같은 일부 변화를 제외하면 전 모델이 동일한 설계를 적용한다. 본 글에서는 펌프 설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지는 않기 때문에 개략적으로만 설명한다. 
두 펌프 임펠러 모두 입구에는 라비린스 씰, 임펠러 후면 슈라우드에는 베인을 달아 축 추력을 제어하는 한편 누설 유량을 조정하고 있다.

16,000 RPM 으로 회전하는 산화제펌프는 엔진 제어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며, 그에 따라 안정적인 유량-차압 특성 확보를 위해 출구각 28도의 후향익형 블레이드를 적용했다. 블레이드의 수는 스플리터를 포함해서 12매로, 크게 많지는 않은, 동시기 산화제펌프들에서 흔히 보이는 구성을 적용했다.
비속도가 높으므로 유량 증가에 따라 차압이 감소하는 안정적인 특성을 지닌다.

연료펌프는 43,000 RPM 으로 회전하며, 서지 마진 확보보다는 임펠러 팁에서의 속도를 줄이면서 요구되는 차압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블레이드가 90도의 출구각을 가지며(Radial 형 블레이드), Slip과 재순환 유동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함인지 스플리터 블레이드를 포함해서 24매의 블레이드 구성으로 설계했다. 
때문에 연료펌프는 유량 증가에 따른 차압 감소 폭이 산화제펌프 대비 작은 특성을 보인다. 이는 비속도가 크게 낮은 펌프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연료, 산화제 펌프 모두 흡입성능 확보를 위한 인듀서를 갖추고 있으며, 인듀서는 당시 NASA 의 인듀서 설계자료인 SP-8052를 참고하여 설계하였다고 언급된다. 양 펌프의 인듀서들 모두 TP-701에서 결정된 형상이 그대로 이후의 702와 703 에서도 사용된다.



산화제펌프 임펠러의 형상과 익형.
효율과 안정성을 위해 로켓용 펌프에서 흔히 보이는 후향익형 블레이드이다

산화제펌프의 유량-차압 특성. 가로축이 무차원화 유량이며 세로축이 무차원화 차압이다.
유량 증가에 따라 우하향하는 곡선으로 넓은 유량 범위에서의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특성이다.

연료펌프 임펠러의 형상과 익형.
높은 차압성능을 위해 블레이드 출구 각도를 크게 설계하였다.

연료펌프 유량-차압 특성.
산화제펌프와는 달리 유량 증가에 따른 차압 감소가 크지 않은, 저 비속도 펌프의 특성을 보인다.

산화제펌프 인듀서의 형상

연료펌프 인듀서의 형상

한편, 터빈의 경우는 좀 다르다.
TP-701 에서는 연료펌프와 산화제펌프 터빈 모두를 초음속 충동형 부분분사 터빈으로 적용했다. 초음속 충동형 터빈은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 등 개방형 사이클 엔진에 많이 적용되며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압력비와 적은 작동유체 유량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TP-701 에서는 작동유체 유량을 줄이면서 요구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터빈 압력비를 15 가량으로 꽤 크게 설계하여 노즐 출구에서의 속도를 높였으며, 회전수 확보를 위해 노즐의 유동 굽힘각을 73도 수준으로 꽤 크게 설정하였다(=노즐이 축방향에 대해 거의 수직으로 누워있음). 노즐의 부분분사도는 41.3 % 로 10개의 노즐이 균일하게 배열되어 있으며, 노즐 형상은 2차원 코니컬 노즐을 적용하였다.
1단 동익과 2단 동익 모두 대칭형 초음속 충동형 터빈으로 그에 알맞는 속도삼각형 설계가 이루어졌다. 동익은 LE-7 엔진용 터보펌프 터빈과 비슷하게 도브테일 구조로 디스크과 결합된다.(이건 사진이 없다)

TP-701의 터빈 노즐부 형상.
부분분사 터빈이지만 완전분사 터빈처럼 노즐이 원주 상에 균일하게 배열되어 있다.


초음속 충동터빈 설계법 예시
역시 초음속 유동인 노즐 설계에 사용되는 특성곡선법이 적용됐다.


TP-701 터보펌프의 터빈 속도삼각형

하지만 상기 설계는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아, 설계 의도였던 연료/산화제펌프 간 출력비인 3.81을 크게 초과한 11 전후의 출력비가 측정되었다. 이는 하류의 산화제펌프 터빈에서 의도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는 노즐 - 연료펌프 터빈에서의 손실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 하류의 산화제펌프 터빈에서 초음속 유동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추정되었다. 
펌프의 경우 연료, 산화제펌프 모두 예상 이상으로 효율이 낮아 정격 회전수에서 의도한 차압성능을 달성하지 못 하였다.
상기 추정 원인을 기반으로 TP-702 에서는 터빈의 설계가 크게 바뀌게 된다. 최종형 TP-703 까지의 개발 과정 중 펌프에는 이렇다 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언급한 터빈의 성능 저하 외에 터빈 디스크 파손 등의 문제로 터빈에는 지속적인 개량이 이루어지게 된다. 

TP-701의 시험 결과
연료펌프 터빈에서의 손실로 산화제펌프에서 필요 동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2-2 TP-702 

TP-702 에서는 TP-701 에서 관측된 터빈 출력비의 어긋남을 해결하기 위해 터빈 설계 변경이 주로 이루어졌다.
1단 터빈인 연료펌프용 터빈은 초음속 충동형 터빈이 적용되었다는 점은 동일하나, 후단의 산화제펌프용 터빈은 아음속 충동형 터빈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상류의 연료펌프 터빈에서의 손실로 인해 하류의 산화제펌프 터빈에서까지 초음속 유동을 형성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루어진 설계 변경이다. 이와 함께 산화제펌프용 터빈 익형의 설계 방식이 변경되었다.

터빈 형식 변경 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한 설계 변경도 이루어졌다. 
종전 TP-701 에서는 적은 작동유체 유량으로 높은 동력을 얻기 위해 터빈 압력비를 크게 설계하였으나, 과도한 속도성분으로 인한 마찰손실이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되므로 압력비를 10 근방으로 저감시켰다. 
낮아진 압력비에 대응하여 노즐의 유동 굽힘각을 줄이는 대신 작동유체 유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동력을 확보하였다. 
노즐 자체의 형상에 대해서도 설계 변경이 이루어져, 기존의 코니컬 노즐이 아니라, 충격파가 한 곳에서만 생성되는 2D 샤프 코너 노즐을 적용하여 손실 저감을 의도하였다. 부분 분사 손실에 대해서는 노즐 2개를 하나로 묶어 6곳에 배치하는 방식을 적용하였다.

펌프의 경우에는 TP-701 에서 연료, 산화제펌프 모두 상정한 회전수에서 차압 요구치를 만족시키지 못하여 형상 변경 없이 회전수를 각각 44,000 RPM 과 17,200 RPM 으로 상승시켰다. 또한, 이렇게 변경된 회전수 조건은 터빈 설계에도 반영되었다.

언급된 샤프 코너 노즐과 유사한 형상

TP-702의 터빈 속도삼각형.
상대속도, 절대속도 모두 TP-701 보다 수백 m/s 이상 속도가 줄어든것이 보인다.

TP-702의 터빈 노즐 형상.
노즐 집단이 6곳으로 줄어들었으며, 각 노즐 집단은 2개의 노즐로 구성되어있다.

TP-702 로의 개량 결과 각 펌프의 차압은 TP-701 대비 높게 나타나 개량설계 의도가 충실히 반영되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듀서 및 임펠러의 형상 변경 없이 회전수만 상승시켰기 때문에 상승된 차압을 제외하면 TP-701의 시험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펌프의 출력비는 5.81 수준으로 여전히 목표치인 3.81 대비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엔진의 제어 계통을 활용해서 조정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었다.
터빈 출력비가 높게 나타난 점으로부터 산화제펌프 터빈이 의도한대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으므로 터빈의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였으며, 이외에도 연료펌프의 효율이 예상 대비 낮았던 반면 산화제펌프는 높게 나타났으므로 펌프에 대한 개량도 요구되었다.

TP-702의 시험결과.
TP-701 대비 요구치와 근접하였으나, 여전히 산화제펌프 동력이 낮게 도출되어 개선이 필요하다.


TP-701과 TP-702 의 산화제펌프 유량-차압 특성.
회전수 상승의 결과로 TP-702의 차압이 TP-701 대비 높음을 알 수 있다.

TP-701과 TP-702의 연료펌프 유량-차압 특성.
산화제펌프와 마찬가지로, 회전수 상승으로 인해 TP-702의 차압이 TP-701 대비 높게 나타났다.


2-3 TP-703

TP-702 의 시험 데이터에서는 산화제펌프의 동력이 설계치 대비 낮게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산화제펌프 터빈 상류의 연료펌프 터빈이 그만큼 많은 동력을 잡아먹었다는 말도 된다.
연료펌프 터빈이 많은 동력을 소모했다는 것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 수 있다.

A. 터빈 내의 손실성분이 크다
B. 연료펌프가 동일 회전수에서 예상 대비 많은 동력을 소모한다

여기서 A 의 터빈 손실은 기계 내부에서의 경계층 등으로 인한 유로 폐쇄 효과나 마찰손실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데, 이는 터빈의 유로 단면적을 키우거나 터빈 노즐, 블레이드의 표면조도를 향상시는 등의, B 는 펌프 형상 최적화를 통해 효율을 올리는 등의 해결 방식을 떠울릴 수 있겠다.

한편, 개발 문헌에서는 1) 터빈 노즐의 굽힘각을 더 줄여(=원주면에 대해 출구 각도를 키운다) 1단 동익 전면의 회전성분을 줄인다 2) 연료펌프 회전수 감소, 산화제펌프 회전수 증가 3) 2단 동익의 굽힘각을 더 키운다(=원주면에 대해 출구 각도를 줄인다) 4) 연료펌프 터빈 동익을 초음속 비대칭 익형으로 변경한다 등의 방안들에 대해 논의하였다.
위의 방식들 중 3)은 2단인 산화제펌프 터빈의 블레이드 높이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4)는 터빈 블레이드 익형 설계 방식 변경이 필요하여 채택되지 않았다. 

1) 과 2) 의 채택으로 줄어든 유동 회전 성분과 터빈 회전수로 인해 같은 조건에서는 터빈이 확보할 수 있는 동력이 하락하겠지만 이는 터빈 작동유체의 양을 증가시켜 해결하였다. 이러면서 터빈 노즐의 크기가 작동유체의 양만큼 스케일 업 되었다. 이 방식은 위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터빈 손실 저감 방식 중 터빈 유로 단면적 증가와 같다. 
또한, 채택된 2)에서도 산화제펌프의 회전수 증가는 산화제펌프 설계 변경 시 (증가된 회전수에서 같은 차압을 유지하려면 직경 감소 등이 필요함) 기존 산화제펌프 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하여 산화제펌프 회전수는 TP-702와 동일하게 설정하였다. 대신, 증가한 터빈 작동유체 양에 대응하여 설계 수정이 이루어졌다.

TP-703의 터빈 속도삼각형.
이전 TP-702와 비교할 시 노즐에서 토출되는 유량의 속도부터가 수백m/s 가량 감소하였다.

TP-703의 터빈 형상.
노즐의 형상은 TP-702와 유사하나 증가한 작동유체 유량에 대응하여 스케일 업 되었다.

한편, 낮아진 연료펌프 회전수에서도 시스템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연료펌프 임펠러의 직경 등의 형상은 유지한 채로 블레이드의 직선구간 길이를 늘려 차압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러한 설계변경은 연료펌프의 비속도를 하락시켜 효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여기에는 터빈에서 그를 넘어서는 확실한 성능 향상을 이루어 설계 목표를 달성한다 라는 철학이 담겨있다. 
이는 유체기계의 효율 등의 성능 측면에서는 타당한 선택일 수 있는데, 하류의 압력이 상류보다 높은 역압력 구배 하에서 작동하는 기계보다 순압력 구배 하에서 작동하는 기계가 만들기 더 쉽기 때문이다.
다만 펌프의 유량이 증가할수록 차압도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은 저 비속도 임펠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임펠러 서지와 같은 불안정 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해당 영역에서의 작동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상기 언급된 사항들을 적용한 결과, 연료펌프 회전수는 41,000 RPM 으로 설계값과 부합하였으나, 산화제펌프회전수는 16,300 RPM으로 측정되어, 설계치인 17,200 RPM 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출력비는 4.42 수준으로, 설계값인 3.81 대비 소폭 높았으나, 이는 엔진 시스템의 제어와 터빈 후단 배기 계통을 개선할 시 설계 요구도를 달성할 수 있는 범위 내로 판단되었다.

TP-703의 연료펌프 임펠러 설계변경 : 출구의 직선 블레이드 구간 길이를 내측으로 더 연장시켰다.
이는 일반적인 후향익형 임펠러의 블레이드 출구 각도를 증가시키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보일 것이다.

TP-703 의 산화제펌프 특성
회전수가 같은 TP-702를 포함하여 초기 TP-701 까지 임펠러 설계는 변하지 않아 셋 모두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TP-703의 연료펌프 특성
TP-702 대비 임펠러의 비속도가 감소하여 다른 특성을 보인다. 

TP-703 의 펌프 출력비
설계요구도인 3.81을 소폭 상회하나, 이는 터빈 후단 조건 개선을 통해 개선이 가능한 범위 내였다.

TP-703 설계치와 실험 결과.
산화제펌프 회전수가 설계치 대비 낮게 나타나 출력비(표 상에서 'ポンプ出力比)'가 설계값 대비 높게 나타났다.

3. ES-70X 엔진 시스템 시험

TP-70X 계열 터보펌프들은 초기 모델인 TP-701 을 제외하면 모두 엔진 시스템으로 구성되여 시험을 거쳤다. 
TP-702와 703 모두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 이전의 터보펌프 단품 시험 대비 출력비가 높게 나타났다.

TP-702, 703 시험 결과(실선)와, 이들을 적용한 엔진 시스템인 ES-702, 702의 시험 결과(점선).
공통적으로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 펌프 출력비가 악화되었다.

산화제펌프 터빈 동력의 하락 원인으로 터빈 후단의 배기계통의 차이가 지목되었다. 
터보펌프 상태(TP-70X) 로 시험할 때와 엔진 시스템(ES-70X)으로 시험할 때는 구성품간의 간섭 등으로 인해 터빈 노즐에 대해 배기 매니폴드가 장착되는 상대 각도가 달라지게 된다. 또한, 배기 매니폴드에는 동익 출구 유동의 정류와 구조물 지지 등의 이유로 일종의 출구 가이드 베인(OGV)이 존재한다.

TP-70X(그림은 TP-703)의 터빈 계통을 옆에서 본 것.
2단 동익(산화제펌프 터빈) 후방의 OGV(Strut라 표기됨)가 보인다.

실제 TP-703 에서 확인할 수 있는 OGV(Strut)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터보펌프 상사매질 시험(冷走試験), 파워팩 시험(熱走試験、総合試験), 엔진 연소시험(エンジンシステム試験),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ステージシステム試験) 시의 터빈 배기 매니폴드 장착 각도 변화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의 장착 각도가 상사매질시험과 엔진 시스템 시험 간 큰 차이를 보인다.

각 시험들에서의 배기 매니폴드 장착 각도를 비교한 결과, 펌프 출력비가 증가한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 노즐을 통과한 가스 유로와 배기 매니폴드 OGV 가 겹치는 부분이 나타났다. 물론 가스발생기를 사용한 파워팩 시험에서도 기체 질소/헬륨을 사용한 터보펌프 상사매질 시험과는 장착 각도가 달랐지만, 가스 유로와의 간섭은 없었다.
이러한 경향은 엔진 시스템 시험에서만 상승한 펌프 출력비의 경향과 동일했다.

TP-702와 TP-703의, 각 시험들에서의 터빈 배기 매니폴드 장착 각도에 따른 OGV와의 간섭 비교.
검은 부위가 간섭 부위로, 공통적으로 엔진 시스템 시험(エンジン試験)에서 간섭되는것으로 나타났다.

간섭으로 인해 해당 부위에서 유로 폐쇄 효과가 일어나고, 그대로 국소적인 배압 증가를 야기했을 것이다. 
터빈의 동력은 동익 상류와 하류의 압력의 비율인 압력비에 의해 결정되며, 배압의 증가는 동익 하류의 압력이 증가하였음을 의미하므로 실제 압력비는 소폭 감소한다. 그리고 감소한 압력비에 의해 설계 대비 작은 동력이 도출되었을 것이다.
해당 사항을 식별한 후 실제 상단과 결합하여 실시한 시험인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ステージ試験) 에서는 가스 유로와 OGV 간의 간섭이 없도록 조정하였고, 그 결과 펌프 출력비는 3.98로 도출되어 설계 요구도였던 3.81과 근접한 수치를 얻어낼 수 있었다.

터보펌프 터빈 배압과 출력비 간의 관계
본 사례는 TP-70X 이후의 TP-100X 개발 중 사례이나 양자는 거의 동일한 설계사상에 기반하였으므로 적절한 예시가 된다.


4. 개발 과정 총평

상기 TP-70X 터보펌프 시리즈 및 그를 활용한 엔진 시스템인 ES-70X 개발 과정 중에서 아래와 같은 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 각 펌프의 인듀서, 임펠러의 수력설계는 연료펌프 임펠러를 제외하면 변경이 없었다.

나) 펌프 출력비 등 요구도 만족을 위해 터빈의 설계가 변경되어왔다.

다) 터빈 설계 변경으로 인한 터빈의 동력 하락은 터빈 작동유체 증가로 해결하였다.

라) 각 펌프의 단품 시험 없이 터보펌프로 구성하여 시험을 실시하였으며, 펌프의 축동력은 터빈 입/출구 조건과 펌프 회전수, 펌프 차압을 통해 산출하였다(추정).

가) 부터 다) 까지의 사항들을 요약하면, 터보펌프의 개량은 거의 터빈에 집중되어 있었다.
 펌프 출력비의 상승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펌프의 재설계를 통한 펌프 효율 향상과 터빈 재설계를 통한 터빈 효율 향상이라는 두 가지 방법 모두를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양자를 모두 사용하다보면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펌프가 재설계된다면 기존 펌프의 특성곡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으므로, 특성을 취득하기 위한 추가적인 시험도 실시하여야 한다. 
터빈 개량을 통해 터빈에서의 손실을 저감하는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반대급부로 동력 확보를 위해 터빈 작동유체 유량 증가가 필요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엔진 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가스발생기 유량 증가로 인한 비추력 하락)을 감수하였다. 이는 엔진 시스템의 성능보다는 터보펌프 시스템 구성에 중점을 둔 선택이라 할 수 있으며, 시스템 자체가 가스발생기 사이클이라는 개방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고르기 용이하였을지도 모른다. 
만약 익스팬더 사이클과 같은 폐쇄형 시스템이라면 처음부터 터빈 유량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선뜻 선택하기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방식은 터빈이 두 개이기 때문에 선택하기 용이하였을지도 모르겠다. 초음속 유동인 1단 터빈과 그에 연결된 연료펌프는 논외로 한 채로 2단 터빈의 설계 변경을 통해 산화제펌프의 성능 향상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라)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터보펌프를 포함한 유체기계들은 기본적으로 펌프, 터빈 등 각 구성품의 단품 시험을 실시하여 일정 유량 범위 내에서의 특성을 확보한 후 시스템 시험 단계로 넘어간다. 이는 내가 대학원에서 배웠던 방법론이다.
하지만 본 사례에서는 처음부터 터보펌프 상태로 시험을 실시하여, 터보펌프 자체를 마치 단품 시험장치처럼 사용하여 펌프, 터빈 등 구성품의 특성을 취득하였다. 펌프와 터빈 외에 추진제 혼합방지 씰도 터보펌프 시험을 통해 설계를 확립하였다.
이는 동시기 NASDA-NAL 에서 펌프와 터빈은 대형 전기모터와 동력계를 활용하여, 추진제 혼합방지 씰은 별도의 시험 리그를 구성하여 각 구성품의 특성부터 철저히 파악한 후 터보펌프 시스템 시험으로 넘어갔던 사실과 배치된다. 

NAL 의 터보펌프 시험설비.
단품 시험(単体試験部)을 위하여 동력계(電気動力計)를 갖추고 있다.

NAL 의 LE-5 용 산화제펌프 추진제 혼합방지 씰 시험용 시험 리그

ISAS의 터보펌프 시험 설비.
NAL 과는 달리 단품 시험을 위한 부분과 동력계 모두 존재하지 않으며, 문헌 상 언급되는 유일한 시험 설비이다.

NASDA-NAL 에 비해 ISAS 에서는 펌프와 터빈 등의 성능곡선 중 유량-차압 곡선은 구할 수 있었겠으나 유량-효율 곡선은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NASDA-NAL 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동력계를 활용한 동력 측정 시험을 통해 양쪽 모두를 구할 수 있겠지만  ISAS 는 축동력과 그에 기반한 구성품의 효율을 직접적으로 구할 수 없다.
따라서 ISAS에서는 터빈의 입-출구 조건과 펌프 차압을 연동해서 축동력을 추정하고 그에 기반해서 효율을 산출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이렇게 구한 효율은 엄밀히 말하면 단품 자체의 효율은 아니라 펌프-터빈 조합의 효율일 것이다. 왜냐하면 터빈의 입,출구 조건을 바탕으로 산출한 등엔트로피 효율에 기반한 동력이 실제 터빈이 축으로 출력하는 기계적인 동력과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펌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개발 방식을 적용할 시 Amesim이나 EcosimPro 와 같은 사이클 해석 코드로 시스템의 거동을 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들로 해석을 수행할 시 각 유체기계의 효율이 중요한 변수로 반영되며, 펌프-터빈을 하나로 묶어서 효율로 반영하는 방식을 사용할 시에 해석 정밀도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펴보면서 든 생각은, 당시 ISAS의 터보펌프 개발자인 타나츠구 노부히로(棚次宣弘) 는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예산을 줄이기 위해 중요도가 낮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체 가능한 시험은 과감히 생략하고 필요한 시험만을 고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선택은 시스템 특성에 따라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겠지만, 시스템 자체가 연료펌프와 산화제펌프가 기계적으로 분리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측면도 있다.

이러한 개발 방식은 최근의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들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단, 고속 모터의 가격이 과거 대비 낮아져 펌프는 전기모터로 시험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터빈은 단품 시험을 수행하지 않고 CFD 결과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어쩌면 타나츠구 노부히로는 지금으로부터 40년도 더 전에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들이 쓰는 방식을 사용하였던 선구자일지도 모른다.


나고야시 과학관 H-IIB 기체 전시물 사진

작년 추석 연휴 때 일본 나고야(名古屋)-기후(岐阜) 일대를 여행하였다.  나고야는 일본의 NASDA-NAL 계열 우주발사체 개발 역사와 함께한 미쓰비시 중공업 공장이 있는 공업 도시로, H-IIA/B 들을 계승한 H3 도 나고야에서 제작된다. 기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