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지난 2년동안 쉼없이 달려왔는데, 오랜만에 주어지는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좀 쉬고있다.
시간과 시기가 충족된 김에 매년 하반기에 열리는 일본 가쿠다 우주센터(角田宇宙センター)의 일반공개 행사에 참석하고자 했다. 본 행사 뿐만 아니라 아예 기간을 좀 넉넉히 잡아 사람이 없을 때 우주센터 박물관을 방문하여 전시물들의 사진을 좀 진득히 찍고싶었다.
해서, 2024년 10월 4일부터 7일까지의 일정을 잡아 가쿠다 우주센터와 그 주변을 탐방하기로 했다. 주변의 다른 동료들 중에는 기후(岐阜) 현의 카카미가하라(各務原) 항공우주박물관이나 도쿄 우에노의 국랍과학박물관(国立科学博物館) 등에서 LE-5와 LE-7 엔진 실물을 본 사람들이 많다. 물론 도쿄의 국립과학박물관은 나도 방문해서 실물을 본 바 있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LE-5와 LE-7 엔진의 실물 터보펌프 전시물이 존재하는 가쿠다 우주센터 박물관은 방문하지 않았다. 시간이 난 김에 주변 동료들, 어쩌면 한국인 최초로 가쿠다 우주센터 박물관 방문기를 쓰고자 한다.
가쿠다 우주센터가 위치한 가쿠다(角田)시는 일본 도호쿠 지방에 위치해 있으며, 한국에서 방문하려면 센다이(仙台)공항을 통해 갈 수 있다. 나는 공항 도착 후 센다이 시내에 숙소를 잡았다.
가쿠다 우주센터까지는 센다이 역 > 후나오카(船坂) 역 경로로 JR 열차를 타고 이동한 후, 역으로부터 도보로 우주센터 박물관까지 가는 방법을 택했다. 물론 일반공개 행사 시에는 후나사카 역에서 우주센터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우선, 10월 5일에 개인적으로 방문했을 때의 방문기를 서술한 후에 10월 6일 일반공개 시에 찍은 사진들을 제시하도록 한다. 일반공개 행사의 설명은 다른 글을 작성하여 소개하도록 하겠다.
1. 가쿠다 우주센터 전시관 사진(10월 5일에 개인적으로 방문)
이동 중 캡쳐한, 센다이 역으로부터 우주센터 근처 역인 후나오카 역까지의 경로 센다이 공항은 양 역의 딱 중간에 위치해 있다. |
가쿠다 우주센터까지 가는 길목에서 찍은 사진. 한적한 시골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건 대부분의 우주센터가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이긴 하지만. |
가쿠다 우주센터는 구 일본해군 탄약 생산 시설 부지에 지어졌다. 따라서 과거에도 그랬겠지만 위험 시설이기 때문에 유사시 주변에의 피해를 억제하기 위해 이런 위치에 지어졌을 것이다. 가쿠다 우주센터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따르면 아직도 우주센터 내부에 구 일본해군 시설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가쿠다 우주센터 근방의 표지판. 가쿠다 시에서는 가쿠다 우주센터를 홍보용으로 잘 써먹는듯 하다. |
한 30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익숙한 표지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 공개되는 장소는 가쿠다 우주센터의 동(東) 지구이다. 일반공개 행사 땐 셔틀버스가 서(西) 지구로 들어갔었다.
동 지구에는 방문했던 박물관 외에도 LE-7과 9 등 대형 액체로켓엔진의 터보펌프를 시험하는 시설과 LE-5 계열 상단 엔진을 시험하는 시설이 위치해 있다. 물론 박물관 외의 시설들은 일반공개 행사 중에도 촬영 금지였다.
가쿠다 우주센터 앞. |
가쿠다 우주센터 박물관의 전시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내가 간 기간에는 연중 무휴였다. |
입장 후에는 게이트 오른쪽의 수위실에서 간단히 양식을 작성 후 들어갈 수 있다.
적는 정보로는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있는데, 수위 아저씨께 한국에서 와서 일본 번호가 없다고 말씀드리니 그럼 머물고 있는 지역명(당연히 센다이)과 한국 번호를 적으라고 했다. 그래서 국가번호인 +82를 포함한 전화번호를 적어냈다.
입장하니까 가쿠다 우주센터 동 지구 약도 표지판이 서 있었다. 나는 여기서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의 저서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카미죠 켄지로의 저서를 읽고 터보펌프 개발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외진 가쿠다 우주센터까지 성지순례를 왔으니 당연히 이러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카미죠 켄지로는 내게 있어 은인이나 다름없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약도 앞에서 한컷. 성지순례 느낌이다. |
들어가자마자 가쿠다 우주센터 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물인 LE-5, LE-7 엔진과 H-II 및 H-IIA 모형 전시물, 그리고 저 멀리에 H-II의 상단 기체 전시물이 반긴다. 그날엔 저 전시물들을 보고 너무 흥분하여 전시관 건물까지 포함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대신 전시관을 제외한 다른 전시물들이 한눈에 보이는 사진을 찍었다.
H-IIA 모형 전시물 앞의 인물이 필자인데, 여기서도 카미죠 켄지로의 저서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유는 다연히 성지순례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엔진들 사진이다. 야외의 LE-5 엔진과 LE-7 엔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두 엔진 앞에서도 카미죠 켄지로의 저서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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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야외 전시물들 앞에서 한컷 |
아래는 엔진들 사진이다. 야외의 LE-5 엔진과 LE-7 엔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두 엔진 앞에서도 카미죠 켄지로의 저서와 함께했다.
그 외에 전시관 내부에 LE-3 엔진 실물이 있어 그 사진도 찍었다. 야외에서는 옆에서 사진을 찍었으나 전시관 내부에서는 그렇게 하자니 민폐인것같아 그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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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5 엔진 옆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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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7 엔진 옆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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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3 엔진 실물. 여긴 전시관 내부에 있어서 다른 엔진들처럼 사진을 찍기는 힘들었다. |
LE-3을 제외한 엔진들은 유리(여기선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 망입 유리를 사용한다)내부에 들어가 있어 가까이 접근하는것은 어려웠으나, 최근 구입한 카메라 덕에 디테일을 담은 좋은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엔진들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논하는 글을 쓸 예정이다.
전시관 내부에는 LE-3 엔진 외에도 이번 여행의 목적인 LE-5와 LE-7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들이 있었다. LE-5는 액체산소/수소 터보펌프 실물과 내부의 회전체, LE-7은 절개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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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5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 축계 전시물은 축계 사진 위에 올라가 있었다. |
LE-5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축계 전시물. 터보펌프 실물은 사진 위쪽에 있다. |
LE-7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은 회전축계는 가려져있지 않았으나 펌프 케이싱 내부 유로와 회전축 씰의 구체적인 형상은 잘 보지 못하도록 은색 테이프로 봉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논문에서 보았던 플로팅 링 씰과 같은 구조는 어렴풋이 관찰할 수 있었다.
절개물 외에도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시험에 사용한 시제인 듯한 물건이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 액체수소 터보펌프 개발을 우주개발사업단(宇宙開発事業団, NASDA)에서 담당해서 그런지 펌프에 NASDA 표찰이 붙어있었다.
터보펌프 전시물은 추후 별도의 글로 설명할 것이다. 전시물로부터 논문에서는 읽어낼 수 없었던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절개 모델 전시물. LE-5와는 달리 절개 모델이 전시되어 있었다. |
LE-7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 절개 모델 전시물. |
LE-7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 실물 전시물. 만져보고 싶었으나 바로 앞에 경고문이 있어 만지진 않았다. |
액체수소 터보펌프에 붙어있던 NASDA 표찰. |
이외에도 바다에서 건져올린 H-II 로켓 8호기의 엔진 잔해물도 볼 수 있었다. 내가 터보펌프를 중점적으로 다루어서 그런지 터보펌프 잔해 사진을 많이 찍었다. 당시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의 과도한 캐비테이션으로 인한 터보펌프 폭발로 엔진이 정지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멀쩡한 액체산소 터보펌프 대비 발사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액체수소 터보펌프에서는 폭발 흔적이 보였다.
액체산소 터보펌프 잔해. 왼쪽이 인듀서가 위치하던 케이싱이며, 오른쪽은 펌프 임펠러가 들어있던 케이싱으로 짐작된다. |
위의 전시물을 측면에서 찍은 사진. 가장 오른쪽에 예연소기용 펌프가 위치한 케이싱이 있다. |
예연소기 펌프-터빈 케이싱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 오른쪽의 납작한 매니폴드로부터 주 펌프를 통과한 액체산소가 유입되고, 왼쪽의 출구를 통해 예연소기로 향한다. |
액체수소 터보펌프 잔해. 인듀서가 위치했던 위쪽에 폭발로 부러져나간 흔적이 보인다. |
위의 전시물을 반대쪽에서 바라본 사진. 사진 오른쪽에 파손된 인듀서의 사진이 있었는데 인듀서의 실물은 전시되어있지 않았다. |
터보펌프 잔해 바로 옆에 전시된 파손된 배관. 혹시 여기에 액체수소 터보펌프가 연결되어 있었던걸까? |
박물관에는 터보펌프 외에도 여러가지 전시물들이 있었다. 애석하게도 모두 찍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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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내에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일본의 역대 대형 우주발사체 모형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H3, H-IIB, H-IIA, H-II, H-I, N-II, N-I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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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 모형들을 측면에서 찍은 사진. 원근감을 고려하더라도 H3가 얼마나 큰 발사체인지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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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들어가자마자 맞은편에 위치한 공간에 전시된 램/스크램제트 복합 엔진 시제. 측면의 튜브와 계측용 케이블들이 같이 전시된 것이 인상깊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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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전시물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 연구실 생활 동안 비슷한 물건을 많이 봤는데,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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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램제트 복합 사이클 엔진 모형. 여기에도 터보펌프가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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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슬 로켓 전시물.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일본의 우주발사체 개발은 이토카와 히데오(糸川英夫)의 펜슬 로켓으로부터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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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7 엔진 인젝터 헤드. 인젝터로 형성된 배플인 배플 인젝터가 잘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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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젝터의 분사구가 잘 보이도록 찍은 사진. |
개인적으로 매우 부러운 전시물도 있었다. 바로 LE-7의 터보펌프에 적용된 극저온 자가윤활 볼베어링이다.
일본은 LE-5부터 자국산 극저온 베어링을 사용해왔다. 한국도 현재 액체메테인 펌프용 볼 베어링을 개발해서 실증했는데, 한국에서도 국산 볼 베어링을 터보펌프에 사용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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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7의 터보펌프에 적용된 극저온 베어링 전시물. |
한편, LE-7와 LE-5 외에도 최근에 개발된 엔진인 LE-9와 관련된 전시물도 있었다.
LE-9에는 이전과는 달리 슈라우드가 없는 오픈형 펌프 임펠러와 2단형 인듀서(흔히 아는 인듀서 후방에 팬과 유사한 형식의 인듀서가 또 붙어있음)가 적용되었다. 이들은 모두 터보펌프의 제작 비용 저감을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기존의 슈라우드가 존재하는 펌프 임펠러들은 상부와 하부를 따로 제작한 후 용접으로 붙이는 공정이 필수적이었다.
2단형 인듀서는 국내 연구자의 리뷰 논문과 개인적인 생각을 참조해 볼 때, 캐비테이션을 저감하면서 인듀서로 높은 양정(압력상승량의 척도라 보면 된다)을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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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 임펠러와 2단형 인듀서에 대해 설명한 표지판. 회전체동역학 시험장비도 사진에 있다. |
표지판에 '역해법설계(逆解法設計)'에 대해 언급되어 있었다. 한국에는 없는 말인데, 표지판의 내용을 보면 '설계자가 블레이드 형상을 정하는게 아니라, 요구 성능에 대해 최적화된 블레이드 형상이 해석을 통해 얻어지는 방식'이라고 되어있다.
이건 CFD와 블레이드 익형생성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이를 이용해서 블레이드 형상을 얻어냈다고 이해된다. 그러고보니 블레이드 형상을 처음부터 정하지 않고 CFD와 익형생성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써서 요구 성능으로부터 최적의 블레이드 형상을 얻어낸다는 방식 자체는 내가 학위과정 중에 바이오 컴퓨터로(물론 이 '바이오 컴퓨터'는 나였다ㅋㅋ) 했던거랑 비슷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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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 펌프 임펠러 전시모델. 3D 프린팅으로 출력한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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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 인듀서 전시물. 잘 보면 후단에 위치한 짧은 축류 단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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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 인듀서 전시물을 측면에서 찍은 사진. 잘 보면 후단 인듀서의 블레이드 각도가 전방 대비 후방이 미묘하게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그 외에 야외 전시물 중에 H-II의 상단 사진도 찍었다. 친절하게도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절개하여 창을 만들어 놓아 내부의 아이소그리드 구조와 배관 구성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여기서도 추후 별도의 글로 다룰 만큼의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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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I 발사체의 상단 전시물. 엔진은 당연히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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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산소 탱크 측면의 창으로 들여다본 풍경. 아이소그리드 구조와 슬로싱 방지 배플, 그리고 액체수소 탱크로 향하는 센서 케이블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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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액체수소 탱크 측면 창으로 들여다본 풍경. 사진찍는 실력이 미숙하여 창에 내 몸이 반사되어 보인다. 내부의 아이소그리드 구조와 슬로싱 방지 배플 외에도 기체(아무래도 헬륨) 봄베가 보인다. |
2. 가쿠다 우주센터 일반공개 사진(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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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공개 시 셔틀버스가 정차했던 가쿠다 우주센터 서 지구. |
같은 날 촬영했던 가쿠다 우주센터 박물관 사진. 박물관은 동 지구에 있었다. 내부에는 사람이 많아서 사진을 찍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
일반공개 시에는 의외로 찍은 사진들이 없었다. 왜냐하면 일반공개 참석의 주 목적인 시설 투어 때는 당연하겠지만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의 나로우주센터 투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슬릿 인듀서같은 의외의 전시물을 찍을 수가 있었다. 전시물은 가쿠다 우주센터 서 지구의 연구교류동 1층에서 찍을 수 있었다. 슬릿 인듀서는 JAXA 가쿠다 우주센터 - 도호쿠 대학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이가 유카(伊賀由佳) 주임연구개발부원(한국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에 해당하는 직급으로 추정)님의 연구실에서 연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당 연구를 참고하여 75톤급 엔진의 연료펌프에 적용하여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슬릿의 위치를 달리한 두 종의 인듀서가 전시되어 있었다. '슬릿' 이기 때문에 앞전에 언급한 2단 인듀서와 비교할 시 단이 2개로 나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른쪽에 있던 인듀서의 슬릿이 왼쪽에 있던 인듀서 대비 좀 더 후방에 있었다. 이렇게 하여 슬릿의 위치에 따른 캐비테이션 불안정성에의 영향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관련하여 이가 유카 교수님의 강의도 같은 건물 2층에서 들을 수 있었다. 슬릿 인듀서가 어떻게 캐비테이션을 억제하는지 CFD로 알아보았다고 한다. 언젠가 해당 논문을 찾아서 읽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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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릿 인듀서 전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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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서 찍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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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 뒤쪽에 있던 인듀서를 찍은 사진. |
그 외에 가쿠다 우주센터와 관련된 캐릭터 코스프레와 전시물들도 있었다. 이름은 불명이나 가쿠다 우주센터의 마스코트로 추정되는 코스프레와 유명한 항공우주 버튜버 우스이 쿠리아(宇推くりあ) 스탠드가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둘 다 공히 JAXA 관련 유튜브 영상에 자주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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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다 우주센터의 마스코트로 추정되는 코스프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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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이 쿠리아 스탠드 옆에서 한컷. 나는 개인적으로 '로켓 누나' 라고 부른다. |
여기까지가 가쿠다 우주센터 탐방기이다. 글에 언급했겠지만 엔진과 터보펌프의 세부적인 사진들을 찍어놓아서 각각 별도의 글로 소개할 계획이다. 글 하나에 모든 내용을 서술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감상을 남기겠다.
내가 터보펌프 연구개발에 뛰어들기를 희망하도록 한 계기들 중 하나는 카미죠 켄지로의 저서이다. 그래서 그의 저서를 번역하기도 했고. 처음 가쿠다 우주센터로 부임했을 당시 지금도 그렇지만 주변이 시골이라 많은 주변 인물들이 걱정했었던 일화라던가, LE-5 엔진 터보펌프 개발 당시 NAL 가쿠다 지소의 시설 용량 문제로 길 건너편의 NASDA 로켓개발 센터에서 터보펌프 시험을 진행했던 일, 그리고 터보펌프 개발 중 극저온으로 인한 열수축의 고려가 미흡하여 지나친 진동이 일어났던 것 등등 그의 회고록으로부터 읽었던 여러가지 일화들이 실제 장소와 터보펌프 실물을 보니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러한 일들은 은퇴 후 회고록 작성 시에는 글로는 한 단락, 짧으면 한 줄로 언급만 되었겠지만 실제 일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나름 큰 일이었을 것이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일화들은 나도 가끔씩 지인들을 통해 전해듣는다. 전해듣는 이야기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담고있었으나, 실제 만나서 당사자로부터 전해듣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매우 큰 일들이었다.
나는 이번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을 통해 나의 은인인 카미죠 켄지로가 어떻게 그러한 어려움들을 극복했는지, 또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연구개발에 임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당사자로부터 직접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장소'가 전해주는 느낌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었다.
나는 현재 잘 알려지지 않은건지, 아니면 학벌같은 얼토당토않은걸로 무시를 받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현업자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저 업계, 아니면 최소 유사한 곳이라도 들어가서 한몫 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나도 그런 언젠가 카미죠 켄지로를 포함한 선배 연구자, 엔지니어들처럼 터보펌프와 같은 멋진 장치를 설계하고, 그러한 장치로부터 생명력을 부여받은 엔진으로 무언가를 하늘로 날려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책으로 펴서 후배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싶다. 물론 나 덕분에 내 뒤를 이어 뛰어든다면 더욱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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