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4일 월요일

LE-7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임펠러, 터빈의 피로균열 문제 발생 및 해결

지금까지는 LE-5, LE-7 등 일본의 터보펌프식 액체로켓엔진 개발에 종사한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의 회고록에서 일본의 터보펌프 개발 과정 중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카미죠 켄지로의 소속인 항공우주기술연구소(所, NAL) 이 담당했던 액체산소 터보펌프들이 주 내용이었고, 액체수소 터보펌프와 관련된 내용은 LE-7 개발 이후 내용들에서 언급되었다. 이는 당시 액체수소 터보펌프 개발을 NAL 이 아니라 우주개발사업단(宇宙開発事業団, NASDA) 에서 담당했기 때문이다. 나도 NASDA 소속 터보펌프 개발자가 집필한 회고록이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보았지만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카미죠 켄지로가 저자에 포함된 액체수소 터보펌프와 관련된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논문은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개발 과정 중 발견된 진동 및 그로 인한 피로균열 문제의 해결을 다룬 논문이었다. 논문은 아래 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카미죠 켄지로는 해당 논문의 제 3 저자이다.


해당 논문에서 언급된 개발에 있어서의 어려움으로는 축 진동과 펌프 임펠러, 터빈 등 회전체의 피로파괴 문제였는데, LE-7의 축 진동 문제 해결과 관련된 다른 논문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피로파괴에 대한 내용을 리뷰하도록 한다.

1. 펌프 임펠러 고 사이클 피로파괴

크게 펌프 임펠러 출구 슈라우드의 균열, 펌프 블레이드 전단의 균열 등의 문제가 도출되었다.

1-1 펌프 임펠러 출구 슈라우드 균열

펌프 임펠러 슈라우드를 따라 형성된 균열 양상

임펠러 출구에서의 균열은 총 51회, 1145초의 연소시험을 거치고 나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해당 균열은 임펠러 출규 슈라우드의 원주 방향을 따라 형성되어 있었다.
슈라우드 내부의 임펠러 블레이드 압력면에서 폭 약 3 ~ 4 mm 정도의 복수의 지점에서 시작된 고 사이클 피로로, 파손 모드는 균열의 진행 양상으로부터 굽힘 응력이 반복되어 일어난 피로파손이라 특정하였다.

- 원인 -

압력면에서의 유체 압력변동으로 인한 강제진동, 임펠러 슈라우드의 공진으로 인해 나타난 디퓨저 베인(펌프 임펠러 출구와 인접함) 입구에서의 압력변동으로 추정.

- 재료 피로곡선 재검토 결과 -

사용된 티타늄 합금의 피로한도 곡선. 티타늄은 극저온에서 강도가 상승하는 특성을 보인다

미국의 재료 핸드북을 참조하여 10^5 ~ 10^6 사이클을 피로파괴 한도로 설계하였으나 해당 임펠러는 10^7 사이클 이상에서 파괴되었다. 다만, 최근에 10^7 사이클 이상에서 파괴되는 재료가 그 이하에서 파손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원인으로 1) 부식 등의 영향, 2) 불규칙한 피로에서 과대 응력집중이 발생, 3) 표면 상태 등이 꼽혔으나, 1)은 액체수소 환경 하에서는 일어나기 힘들다고 판단되어 2)와 3)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난 파손이라고 결론내렸다.

- 대책 -

균열이 일어난 전면 슈라우드의 두께를 3 mm 에서 3.5 mm 로 변경하여 크랙의 시작 지점이라 추정되는 슈라우드 출구 필렛 부분을 보강하였다. 
임펠러가 티타늄 합금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제작했는지 감이 잡히지 않으나, 아무래도 슈라우드-블레이드 사이의 필렛 반경이 슈라우드의 두께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저러한 접합 부위에 응력이 자주 집중되는데 이때 사용하는 가장 흔한 방식이 필렛의 반경을 늘리는 것이다. 
나도 학위 과정 중 설계하는 팬 블레이드에 허브 - 블레이드 사이의 응력 집중 문제가 발생하자 필렛의 반경을 늘려서 해결한 적이 있다.


1-2 펌프 임펠러 입구 블레이드 균열

임펠러 블레이드 전단에서의 균열 양상

2단 임펠러의 블레이드 전단에 크랙이 발생하였다. 해당 균열은 14회/1575초, 4회/1211초 시험 후 발견되었다.

- 원인 -

원심력 등으로 인한 고압력 환경에서 1, 2단 임펠러 사이의 안내 베인 출구의 유체 압력 변동으로 인한 고 사이클 피로로 추정하였다.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절개 모델.
2단으로 이루어진 펌프 임펠러가 보이며 1, 2단 임펠러 사이의 유로에는 안내 베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대책 -

유체 압력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안내 베인의 출구의 형상을 더 얇게 변경하였으며 2단 임펠러 입구부 베인의 얇은 부분을 두껍게 하였다.
아무래도 안내 베인 출구 - 펌프 입구 베인 사이의 간섭에 의한 문제라고 추정되는데, 안내 베인의 출구 두께가 두꺼우면 해당 부분에서 박리되는 유동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변경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2. 터빈 블레이드 고사이클 피로

초기에는 중공형 터빈 블레이드를 사용하였으나, 균열 문제 발생 후 중실형 블레이드를 적용하였다. 하지만 중실형 블레이드를 적용한 후에도 균열 문제가 나타났다.
이 이전에는 터빈 블레이드와 디스크가 일체형인 블리스크 형 터빈을 사용하였으나, 터빈 동익 균열 문제가 발생하여 대형 가스터빈과 같은 분리형 터빈 디스크 - 블레이드 구조를 적용하였다.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빈 블레이드 사진. 블레이드와 디스크가 분리형인 것을 알 수 있다.


시험된 터빈 블레이드들. 맨 오른쪽이 중실형 블레이드이다.

2-1 중공형 터빈 블레이드 균열


중공형 터빈 블레이드의 균열 양상

중공형 블레이드의 실제 균열 사진

실기형(아무래도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QM 과 비슷할듯?) 엔진 시험 후 점검 과정에서 균열이 발견되었다.

- 원인 -

원인으로는 강제 진동으로 추측되었으며, 상세 조사 결과 터빈 블레이드의 2F 모드 고유진동수와 터빈 구동가스가 터빈 노즐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노즐 충격파가 공진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 대책 -

터빈 노즐 베인 익근부의 형상을 조정하여 가진력을 저하시기는 방안과 블레이드의 고유진동수 영역을 변화시키는 방식 두 가지가 고려되었다. 
이들 중 후자의 방안이 실행되어 여러 블레이드 형상을 시험했는데도 공진 문제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균열 저항성이 높은 중실형 블레이드를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2-2 중실형 터빈 블레이드 균열

LE-7의 중실형 터빈 블레이드 사진

중실형 터빈 블레이드로 변경한 이후 600초의 연소시험 후 58개의 블레이드들 중 5개의 블레이드들에서 파손이 발견되었다. 

- 원인 -

터빈 노즐 출구에서의 압력변동, 특히 터빈노즐 상류의 매니폴드 슬릿(베인 수 36개)과 터빈 노즐(베인 수 30개)이 복합적으로 연관된 터빈 블레이드의 2F 모드와의 공진과 조파 진동 및 입구에서의 유동 불안정으로 인한 터빈 블레이드의 1F 모드와의 공진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작동 회전수(43,000 RPM 이상)와 가까운 2F 모드로 공진하는, 터빈 노즐 쪽이 원인일 가능성이 컸다

- 대책 -

1F 모드에 대응하기 위해 터빈 블레이드 - 디스크 사이에 댐퍼를 삽입하였다. 적용 이후 가진시험 결과 진동 변위가 적용 전에 비해 1/5 ~ 1/4 수준으로 감소하였음을 확인하였다.
터빈 동익에 적용된 댐퍼의 위치와 형상

댐퍼 적용 전/후의 터빈 블레이드 진동 변위를 무차원화 하여 비교한 그래프. 위쪽이 적용 전, 아래쪽이 적용 후이다.
특히 40,000 RPM 이후 영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F 모드에 대응하기 위해 터빈 노즐의 갯수를 기존 30개에서 33개로 변경하였다. 
이는 아무래도 36개의 베인으로 구성된 매니폴드 슬릿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공진 영역을 더 높이기 위해서라고 추측된다. 이러한 공진은 양 쪽의 최소공배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조상의 불균일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 후 모든 블레이드의 고유진동수를 측정, 공진 영역이 있는지 검사하는 과정을 추가하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일본의 재사용을 위한 터보펌프 회전축 씰 개발 방향성 - 이글 인더스트리 연구자의 논문 리뷰

최근에 일본의 터보펌프와 관련하여 좋은 논문들을 담은 학회지를 입수했다. 일본  터보기계협회(ターボ機械協会, Turbomachinery Society of Japan) 의 협회지로, 터보기계와 관련된 일본의 논문들이 올라왔다. 물론 수록된 논문은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