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LE-7 엔진 터보펌프의 세부 사진들 -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기에 이어

이전 글에서는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에 대해서 썼다.
이번에 쓸 글은 가쿠다 우주센터의 전시들 중 탐방 주 목적인 LE-7 엔진의 터보펌프 전시물에 대해서 다룬다.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가 개발에 참여하였던 터보펌프들의 실물들이 전시관 내에 있었는데, LE-7 엔진의 터보펌프는 케이싱만 전시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축계가 보이도록 절개 모델 형식으로 전시됐다. 
터보펌프 전시물은 공개된 것이 한국에는 전혀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연구개발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 모처에 절개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해당 전시물의 사진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휴전국가 특성상 민감한 기술이기 때문에(듣기로 항공우주 기술 중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기술 중 하나가 극저온 터보펌프 기술이라고 한다) 그러한 취급을 받는듯 하다.  
최소 근 시일 내에는 한국 내에서 터보펌프의 절개 모델을 공개적으로 볼 일은 없기 때문에 해당 전시물의 존재만으로도 가쿠다 우주센터는 방문할 가치가 있었다.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LE-7 엔진은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액체수소 터보펌프가 별도로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 글도 양자를 나누어서 설명하고자 한다.

1.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LE-7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전시물

유리로 된 함 내부에서 터보펌프 절개모델이 날 반겼다. 보는것만으로도 카미죠 켄지로의 회고록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사진 상으로 케이싱의 이차유로나 회전축 씰의 세부적인 모습들은 볼 수 없게 은빛 테이프로 덮여있었다. 듣기로 H-IIA 로켓으로 자국의 정보수집위성을 쏘아올리기 시작한 후부터 저러한 정보보호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논문 상에 회전축 씰의 방식 및 형상같은것은 확인할 수 있었으며, 가까이서 보니 테이프 뒤편에 어떠한 형상의 부품이 있었는지까지 어렴풋이 실루엣이 보였다.
멀리서 휴대폰 카메라로만 찍는게 아니라 얼마전에 새로 산 미러리스 카메라로 가까이서 사진을 찍어본다. 우선 인듀서부터.
전에 내가 썼던 글에서 잘 알 수 있다시피, 액체산소 펌프의 인듀서는 초기에 선회 캐비테이션 문제로 인해 과도한 진동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Step-Back 케이싱이라는 일종의 케이싱 트리트먼트를 적용해서 선회 캐비테이션을 억제했다. 해당 방식은 인듀서 직전에서 유로의 면적을 소폭 감소시켜 인듀서에서 발생한 캐비테이션이 상류의 높은 정압으로 인해 더 성장하지 못하게 잡아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인듀서 쪽에서 찍은 사진

Step-Back 케이싱 트리트먼트로 케이싱 직경이 줄어드는 부분을 표시한 사진

Step Back 케이싱으로 인듀서 영역에서 줄어드는 케이싱 직경(파란색)

논문에서 언급된 Step-Back 케이싱 트리트먼트의 형상

인듀서 전면 허브에는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이 보인다. 전시물에서는 발견해달라고 하는것인지는 몰라도 체결 볼트가 풀려있어 틈새로 잘 보인다. 처음에는 저기다 밸런싱 작업을 하면 캐비테이션 특성을 악화시켜서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닌 모양이다.
여담으로, 저렇게 전면 허브를 갈아내는 방식은 내가 학위 과정 중 제작한 초소형 터보팬 엔진의 팬 블리스크에서도 채용한 방식이다. 전면 허브 뿐만 아니라 후면 허브도 갈아내었는데, 전시물에서는 당연히 그 부분까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인듀서 전면의 밸런싱 흔적

그 다음은 펌프 임펠러로 렌즈를 옮겨봤다.
우선, 밸런스 피스톤을 위해 존재하는 밸런스 홀들이 보인다. 밸런스 홀은 임펠러 한복판과 허브 근처에 존재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땐 의식하지 못했지만 임펠러 슈라우드 가장자리의 밸런싱 흔적이 눈에 띈다.
펌프 후면 슈라우드에서도 앞쪽과 연결된 밸런스 홀과 밸런싱 흔적이 보인다. 예전에는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에 밸런싱을 위해 갈아내는 작업을 하면 밸런스 피스톤의 특성에 악영향을 미칠것같다고 막연히 추측했었는데, 그렇진 않은가보다.
그 외에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부의 정압 상승을 유발하여 축 추력 밸런싱에 악영향을 미친 볼트의 체결부도 테이프로 가려져있긴 하지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현상이 발생한 후 밸런스 홀이 추가되었는데, 펌프 후면 슈라우드와 허브에 있는 밸런스 홀 중 어느 곳이 추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후면 슈라우드의 밸런스 홀을 통과한 액체산소는 그대로 반대편으로 유출되며, 허브 근처의 밸런스 홀을 통과한 액체산소는 일단 축-임펠러 사이 공동으로 유입된 후 역시 임펠러 입구 근방의 구멍으로 유출된다.

펌프 임펠러에서 보이는 밸런싱 흔적과 밸런스 홀

뒤에서 본 펌프 임펠러

축계 단면도에 밸런스 홀 관련 이차유로 계통을 표기한것

예연소기용 펌프 임펠러에서는 별다른 밸런싱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 아마 드러나지 않은 다른 부분에 밸런싱을 위한 작업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연소기용 임펠러에는 밸런스 피스톤이 적용되지 않아서 그런지 펌프 허브를 부근을 제외한 슈라우드에 별다른 씰이나 오리피스가 없었다.

예연소기용 펌프의 모습 

한편, 의외의 물건을 찾았다. 액체산소 펌프를 묘사한 단면도 상에서 예연소기 펌프와 터빈 측 베어링 사이에 별도의 회전체가 하나 있었다. 나는 이것을 단순히 라비린스 씰의 지름을 넓혀서 누설량을 줄이는 설계인줄만 알았는데, 터빈 측 베어링에서 바라보니 흔히 소련-러시아 계통 설계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던 임펠러 씰과 비슷한 구조가 발견되었다. 이건 임펠러-라비린스 씰이라고 보아야 하나? 사실 임펠러 씰 자체는 서방이건 동구권이건 공히 펌프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왜 적용 빈도에 차이가 있었는지는 설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LE-5 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임펠러 씰이 적용된 이유가 너무 높은 차압을 조금이나마 줄여서 누설량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잘 보면 임펠러 씰과 터빈 측 베어링 사이에도 축계 내부 공동으로 흘러들어가 펌프 전면으로 유출되는 이차유로 구멍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임펠러 씰 구조와 후단의 이차유로 입구

임펠러 씰을 지난 액체산소의 이차유로 계통 유동 경로 설명

그 다음은 펌프-터빈 사이의 회전축 씰로 시선을 옮겼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이기 때문에 추진제 혼합방지 씰 구조가 존재한다. 당연히 해당 부분은 은색 테이프로 가려져있었지만, 회전축에 존재하는 구조까지는 가리지 않았다. 또한, 은색 테이프가 얇아서 그런지 이미 발표된 논문에 포함되어있는 그림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했다.
베어링 직후방에는 액체산소 씰이 존재한다. 이 씰은 플로팅 링 씰이며, 베어링을 냉각한 고압의 액체산소를 우선 1차적으로 감압하는 역할을 한다. 플로팅 링 씰 특성상 작동 초기에 회전축과의 마찰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액체산소 환경 하에서의 발화를 막기 위해 회전축에 크롬으로 추정되는 코팅이 되어있다. 씰 링은 이전부터 여러 논문을 통해 잘 알려져있다시피 카본 재질로 되어있을 것이다. 이건 한국의 75톤, 7톤급 엔진의 터보펌프도 동일하다.
액체산소 씰과 라비린스 씰을 지난 액체산소는 헬륨 퍼지 씰의 헬륨 벽에 가로막혀 헬륨과 함께 드레인 배관으로 빠져나간다. 드레인 유로는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헬륨 퍼지 씰을 구성하는 세그먼트 씰은 논문에 나온대로 축보다 큰 지름의 드럼과 그에 접하는 씰 링(세그먼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축과 같은 직경의 씰 대비 작동유체에 더 높은 각속도 성분을 부여하여 누설량을 줄이면서 각 세그먼트가 과도하게 마찰하지 않고 부상할 수 있도록 한다. 세그먼트 씰의 드럼은 회전체동역학적 문제 회피를 위하는 등의 이유로 질량관성 모멘트를 높이기 위함인지 내부가 비어있는 형상이다.
헬륨 퍼지 씰을 지나면 터빈 가스 씰 계통이 나온다. 터빈 가스 씰은 터빈 측의 저온 고압 기체수소 유입 구간과 두 개의 기체 수소 씰로 이루어져 있다. 저온의 수소 가스로 고온의 터빈 구동 수소 가스를 막는 구조는 터빈으로부터의 열 전달로 인한 열 변형으로 추진제 혼합방지 씰의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함이라고 알고있다. 만일 이러한 구조 없이 고온 수소 가스가 터빈 가스 씰로유입될 경우 고온 수소 자체와 터빈-축계 구조물을 통한 열 전달로 후단의 헬륨 퍼지 씰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 플로팅 링 씰인 터빈 가스 씰에는 아무래도 산소 환경 하에서 작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축에 별도의 코팅이 가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간의 헬륨 퍼지 씰을 중점적으로 찍은 회전축 씰 계통

헬륨 퍼지 씰의 드럼 내부가 보이도록 찍은 사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추진제 혼합방지 씰 계통 도면. 위의 사진과 비교해보라!

마지막으로 터빈으로 시선을 옮긴다.
터빈은 금빛으로 보이는 터빈 디스크와 거무스름한 터빈 블레이드가 조립된 형식으로 되어있다. 터빈 블레이드와 디스크가 도브테일 형식의 조인트와 은색 부품으로 체결된 모습이 잘 보인다. 본래 LE-5와 유사한 형식인 일체형 블리스크와 부분분사 노즐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고온 고압 수소환경에서 부분분사 구간을 지나면서 받는 응력이 문제가 되어 터빈 블레이드 균열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대형 가스터빈과 유사하게  터빈 디스크-블레이드 형식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터빈을 찍은 사진. 대형 가스터빈의 터빈과 유사하게 생겼다.

터빈 디스크-블레이드를 좀 더 가까이서 찍은 사진

터빈 블레이드를 바로 위에서 바라보니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터보펌프의 특성인, 가스터빈의 터빈과 유사한 반동형 터빈 블레이드 형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터빈의 속도삼각형 설계와 관련된 사항들을 아직 찾지 못하여 구체적인 반동도를 계산해보진 못하겠다. 
한편, 터빈 디스크에도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이 보인다. 나는 저 부분을 정확이 어떤 명칭으로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터빈 디스크에 저러한 일종의 둑을 만들어놓고 밸런싱 시 갈아내는 방식은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내가 학위 과정 중 다루었던 마이크로 가스터빈도 터빈이 저러한 방식으로 밸런싱되어있던 것을 본 적 있다.

터빈을 바로 위에서 바라본 사진. 터빈 블레이드의 형상과 밸런싱 흔적이 잘 보인다.

2. LE-7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

LE-7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

다음은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차례이다.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액체산소 터보펌프 바로 옆에 있었으며, 전시 방식도 같았다. 심지어 은빛 테이프로 이차유로와 회전축 씰이 보이지 않도록 처리한 것도 동일했다. 공통적으로 회전축 씰은 어렴풋이 짐작 가능했지만 베어링의 댐퍼 구조는 확인이 어려웠다. 
자, 그럼 인듀서부터 보도록 하자. 인듀서 체결용 볼트가 풀려있진 않았다. 그렇지만 인듀서 전면 허브에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이 잘 보였다. 또한, 액체산소 터보펌프와는 달리 인듀서 케이싱에 별도의 케이싱 트리트먼트가 적용되지 않은 매끈한 형상의 입구 유로가 눈에 띄었다.
인듀서의 형식은 완전 축류 기계였다. 이는 인듀서 개량 전인 LE-7 엔진 시절의 인듀서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하지만 웹에 떠도는 사진들 중 LE-7A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인데도 완전 축류형 인듀서인 경우가 있다.(사실 난 사류형 인듀서 실물 사진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도 힘든데, 액체수소 터보펌프에 사류형 인듀서 개량이 적용되었긴 하지만 극초기(아마 H-IIA 로켓1호기까지)에 사용된 LE-7A엔진까지는 개량 전의 완전 축류형 인듀서를 사용하는 대신 터보펌프 회전수를 소폭 낮추어서 사용하였던 바 있다.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인듀서와 인듀서 전면 허브의 밸런싱 흔적

케이싱 트리트먼트 없이 매끈한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의 케이싱

그 다음은 펌프 임펠러로 향한다.
역시,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마찬가지로 슈라우드에서 밸런싱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 임펠러의 팁과 가까웠던 액체산소 터보펌프와는 달리 좀 더 허브 쪽에 가까운 곳을 갈아내었다. 
또, 사진 상으로도 밸런스 홀 외에도 이차유로 구멍들이 보인다. 사진 상의 임펠러는 밸런스 피스톤이 존재하지 않는 1단 임펠러로, 따라서 초기 설계에서는 밸런스 홀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후단 임펠러 및 축과의 체결력 약화로 추정되는 지나친 진동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밸런스 홀을 추가하여 축 추력을 완화시키는 방식으로 체결력을 강화시키는 설계 변경이 이루어진 바 있다.
밸런스 홀 바로 앞, 펌프 임펠러의 허브에 가까운 구멍들은 2단 펌프 임펠러와 이어진 이차유로 계통으로, 후단 임펠러에서 누설된 일부 액체수소가 저 구멍들을 통해 다시 1단 펌프 입구로 유입된다. 
맨 앞의 구멍들은 1단 펌프와 인듀서 사이에 위치한 베어링을 냉각시키는 액체수소를 끌어오는 구멍이다. 밸런스 홀을 제외한 나머지 구멍들은 모두 1단 펌프 임펠러와 축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과 연결되어 있다.
1단 펌프 후면을 보면 언급된 밸런스 홀과 함께, 커빅 커플링 조인트로 2단 임펠러와 연결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커빅 커플링 역시 1단과 2단 임펠러 사이의 체결 불량으로 인한 불안정 현상을 막기 위해 채택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체결 시 닿는 면이 늘어나서 얻는 안정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1단 펌프 임펠러의 밸런스 홀과 나머지 이차유로 계통 설명

1단 펌프 임펠러 근방의 밸런스 홀 및 이차유로 계통 유동 설명

1, 2단 펌프 임펠러 사이의 커빅 커플링 조인트와 1단 임펠러 후면의 밸런스 홀

그 다음은 2단 임펠러 차례이다.
2단 임펠러에서는 별다른 밸런싱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액체산소 터보펌프도 예연소기용 펌프에서 밸런싱 흔적을 찾지 못하였는데, 양자 모두 모종의 이유로 회전체를 체결할 때 일종의 방향성이 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렴풋이 다단 회전체 체결 시 밸런싱 뿐만 아니라 회전체의 방향도 신경을 써서 체결하기도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 있다.
밸런스 피스톤 오리피스 부분이 금빛으로 코팅되어 잘 보인다. 혹시 마찰 시 마멸을 방지하기 위한 코팅인것일까? 그 외에 밸런스 피스톤을 위한 밸런스 홀과 앞서 언급한, 1단 임펠러와 축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을 위한 이차유로 입구도 잘 보인다.

앞에서 본 2단 펌프 임펠러

뒤에서 본 2단 펌프 임펠러

2단 펌프 임펠러 근방에서 보이는 이차유로 설명

다음은 터빈-펌프 간 회전축 씰 계통이다. 액체수소 터보펌프이고 터빈의 작동유체도 고온이긴 하지만 기체 수소이기 때문에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같이 복잡한 추진제 혼합방지 씰이 적용되진 않았다. 그렇지만 압력 개방형 리프트 오프 씰과 액체수소 주입 플로팅 링 씰이 적용되어 정지 시 추진제의 누설을 막고 작동 시 열 전달로 인한 열변형 문제를 막는 설계가 적용됐다.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 상에 회전축 씰에 대한 설명을 추가한 것

아마도 가려지기 전에 촬영됐을 액체수소 터보펌프.
위에서 언급된 부분을 찾아보도록 하자.

좀 더 가까이서 보자. 가까이서 보니 테이프 너머로 언급한 플로팅 링 씰의 구조가 어렴풋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리프트 오프 씰(이것도 어쨌든 메카니컬 씰의 일종이다)의 메이팅 링도 잘 보인다.
우연히 입수한 해당 계통의 도면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2단 펌프로부터 토출된 고압의 액체수소를 두 플로팅 링 씰 사이에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나온 액체수소는 축에 뚫린 구멍을 통해 축 내부 공동으로 유입됨과 동시에 리프트 오프 씰을 통해 빠져나가게 된다. 이렇게 빠져나온 액체수소는 터빈 디스크를 냉각시켜 고회전 및 고온 고압의 수소 과농 환경에서 터빈 디스크의 구조적인 안정성을 유지시킨다.
리프트 오프 씰을 지난 액체산소가 회전축 내부의 공동으로 빠져나가기 위한 구멍이 묘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도면 상에서는 단순히 구멍만 존재했으나, 실제 전시물에서는 액체수소가 잘 유입되도록 하는 일종의 베인까지 존재하였다.

액체수소 터보펌프 회전축 씰의 이차유로 계통 설명

리프트 오프 씰의 메이팅 링 주변 설명

다른 각도로 근접해서 찍은 사진에 회전축 씰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보았다

다음은 터빈이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와는 달리 액체수소 터보펌프에서는 터빈 디스크 내부를 깎아내어 밸런싱을 수행한듯 하다. 아무래도 터빈 디스크 내측의 밸런싱을 위한 부분으로 보였던 둑도 씰의 일부인듯 하다.
또한, 논문에서 언급되었던 터빈 블레이드 - 디스크 사이의 댐퍼 구조와 터빈 블레이드 팁 - 케이싱 사이의 허니컴 씰 구조를 찾을 수 있었다.
터빈 블레이드를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니 확실히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터빈 대비 반동도가 높겠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전체 직경 대비 터빈 블레이드의 높이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볼 때, 역시 높은 동력을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터빈 디스크 내측의 밸런싱 흔적

매우 근접해서 찍은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빈의 터빈 블레이드-디스크 간 댐퍼 구조

논문에서 언급된 터빈 블레이드-디스크 간 댐퍼(ブレードダンパ)

터빈 블레이드-케이싱 간 허니컴 씰 구조

논문에서 언급된 터빈 블레이드 팁-케이싱 간 허니컴 씰 구조(개량 전 형상)

터빈 바로 위에서 바라본 사진

3. 맺으며

뭐랄까, 전시물을 살펴보면서 논문에서 언급되었던 구조들이 모두 눈에 보여서 놀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일듯 싶다. 
카미죠 켄지로의 회고록을 읽고, 그 회고록에서 언급된 참고 문헌들을 통해 어떠한 구조가 왜 변경되었는지를 알고, 그것을 실제로 전시물에서 찾는 과정은 겪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과정은 설계자와의 다른 형식의 대화라 불릴 수 있겠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 과정은 많은 생각을 수반하므로 추후에 설계할 다른 장치에 모종의 영감이 될 수 있다. 당장 나부터도 관련 문헌들을 리뷰한 글들을 통해 국내의 현업자들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75, 7톤급 터보펌프도 언젠가 절개 모델이 전시되었으면 한다. 물론 한국의 사정상 두 엔진이 더이상 쓰이지 않을 때도 공개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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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5 엔진 터보펌프의 세부 사진들 -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기에 이어

이전에 썼던 LE-7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의 상세한 리뷰에 이어, 이번에는 바로 옆에 전시된 LE-5 엔진 터보펌프에 대한 내용을 써보고자 한다.  LE-5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은 LE-7 과는 달리 절개 모델이 아니라 터보펌프 실물과 축계가 따로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