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0일 금요일

터보펌프 터빈 노즐에 관한 이야기 : LE-5와 ES-1002, F-1의 사례 비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터보펌프를 구동하기 위하여 터빈 구동 가스가 필요하다. 그게 예연소기 가스가 됐든 가스발생기의 가스가 됐든지 간에. 

어쨌든 가스는 터보펌프의 터빈으로 들어가 팽창하여 펌프를 구동할 동력을 만들어 낸다. 이 터빈의 종류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정익인 노즐에서만 팽창이 일어나는 '충동식 터빈', 다른 하나는 노즐과 터빈 날개 모두에서 팽창이 일어나는 '반동식 터빈'이다.

충동식 터빈과 반동식 터빈

충동식 터빈의 경우에는 유량이 적은 터빈에 유리한 방식이면서 터빈 동익 앞뒷면 사이에 이론적으로는 압력차가 없으므로 축 추력이 적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효율이 떨어지고, 반동식 터빈은 그 반대로 유량이 큰 터빈에 유리한 방식으로 효율이 높은 대신, 터빈 동익에서도 팽창이 일어나는 특성상 앞 뒷면 사이의 압력차로 인하여 축 추력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로는, 가스발생기 사이클과 같은 개방형 사이클의 경우에는 터빈 구동 가스가 적으므로(어찌보면 당연하게 버려지는 추진제 양을 줄여야 하므로) 충동식 터빈이 적용되고 다단연소사이클과 같은 폐쇄형 사이클의 경우에는 그 반대로 터빈 구동 가스가 많으므로(터빈 구동한 가스 전부가 연소실로 들어가며 이게 주 유동이다)반동 터빈이 쓰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쓸 주제는 여기서 충동식 터빈을 사용하는 터보펌프의 노즐에 관한 이야기이다. 통념으로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의 경우에는 유량이 적으므로, 해당 유량에서의 노즐 목 면적을 감안하여 부분 분사 노즐을 사용한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Newton 3 엔진의 산화제 터보펌프 터빈의 모습.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이다.
KSLV-II 3단의 7톤급 엔진 터보펌프 터빈 노즐의 모습.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반드시 그런건 아니다. 터빈의 종류에 따라서 가스발생기 사이클이면서도 완전분사 노즐을 쓸 수 있다.

아주 좋은 사례들이 있다. 동시기 같은 국가에서 개발되어 설계 요소 일부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은  LE-5와 ES-1002, 그리고 다른 국가에서 개발된 F-1 엔진 터보펌프의 사례이다. 
LE-5와 ES-1002 엔진 터보펌프의 비교를 통해 엔진의 요구도에 따른 터빈의 형식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이들과 F-1 엔진 터보펌프의 비교를 통해서는 엔진의 규모에 따라 터빈의 형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LE-5 vs ES-1002

우선 LE-5의 터보펌프에 대해서 살펴보자.
 LE-5의 공급계통

LE-5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LE-5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보펌프 주요 사양


터보펌프 터빈 구동가스는 연료와 산화제 측이 각각 0.423kg/s, 0.390kg/s이며 터빈의 압력비는 각각 약 4.82, 1.87 정도이다. 동익이 2열이긴 하지만 논문 상에서 각각 단단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유량과 압력비 모두에 주목.

액체수소 펌프 터빈 노즐 형상.
완전분사 노즐처럼 보이긴 하지만 분사 면적 54.5 %의 부분분사 노즐이다.

액체산소 펌프 터빈 노즐 형상. 이건 완전분사 노즐이다.

그 다음은 ES-1002 터보펌프의 차례이다.

ES-1002의 터보펌프

터보펌프 주요 사양

ES-1002의 경우엔 터빈 구동가스 유량이 0.694kg/s, 터빈의 압력비(=노즐의 압력비)는 10.0 정도이다. LE-5와 비교하여 유량은 두 배에 조금 못미치고 압력비는 훨씬 더 크다.

ES-1002의 터빈 노즐. 부분분사도 60.1 % 의 부분분사 노즐이다.

두 사례를 비교해 보면 LE-5쪽이 유량과 압력비가 더 낮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유량은 부분분사/완전분사를 나누는 데 덜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같은 유량 조건에서 완전분사 노즐을 택한다면 각 노즐에 흐르는 유량이 줄어들고 노즐 목 면적 역시 부분분사 노즐에 비교할 때 줄어들 것이다. 
이때 압력비를 더 높인다고 생각해 보면 안 그래도 줄어든 노즐 목 면적이 더 줄어들게 되고 그에 따라 각 노즐의 크기 역시 더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엔 노즐 후의 터빈 동익의 크기 역시 작아져야 하므로 마찰 손실 등의 이유로 인하여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LE-5와 ES-1002의 노즐 형상 차이는 압력비 차이로 인하여 발생하였다. 
LE-5의 경우 가스발생기-액체수소 터보펌프-액체산소 터보펌프 식으로 구성된 시스템의 특성으로 인하여 개별 터보펌프 터빈 노즐에서 취할 수 있는 압력비를 무한정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해당 상황에서는 터빈 노즐 목 면적과 그로 인한 노즐의 크기가 충분히 확보되므로 완전분사 노즐을 택할 수 있다.
반면 ES-1002의 경우 가스발생기-액체수소 측 터빈-액체산소 측 터빈 순으로 배열된 것은 유사하나 팽창 노즐이 1개이므로 해당 노즐에서의 압력비를 크게 확보할 수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완전분사 노즐을 택한다면 심하게 줄어든 노즐 목 면적 및 노즐 크기로 인하여 효율이 저하될 것이므로 부분분사 노즐을 택하여 개별 노즐 목 면적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각 터보펌프의 노즐 및 동익의 단면적 비교를 통하여 알 수 있다.
LE-5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빈

ES-1002 터보펌프 터빈

LE-5의 경우 2.0mm, ES-1002의 경우 2.39mm이다. LE-5가 더 작아보이지만 ES-1002쪽이 유량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하여야 한다. 
정리하자면, 유량이 더 많다 하더라도 압력비를 크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분분사 노즐을 택한다.


4. 그 외 사례

그렇다면 다른 사례들은 어떨까? 압력비를 크게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인데 완전분사 노즐을 택한 사례는 있을까? 물론 있다.
F-1엔진 터보펌프. 터빈이 완전분사 방식이다.

Mark.3 터보펌프. 터빈이 완전분사 방식.



두 터보펌프는 가스발생기 사이클용 터보펌프로, 터빈의 압력비를 크게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위의 7톤급 엔진과는 달리 완전분사 터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터빈 부분을 잘 보면 2단으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구조의 경우 전체 압력비는 크지만 단별 압력비는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이들 미국의 LOX/케로신 추진제 조합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들의 터빈은 '압력복식 충동 터빈' 이다. 이러한 형식의 터빈은 1단 노즐에서 모든 팽창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의 노즐에서 모두 팽창이 일어난다. 즉, 위에서 언급한 LE-5와 ES-1002 엔진들의 터빈인 '속도복식 충동 터빈' 과는 반대이다.


5. 참고 문헌

The Development and Study of the Turbopump System for LOX and LH2 Rocket Engine
Development of LH2/LOX Turbopump in ISAS
液酸・液水ロケットエンジン用タービンの性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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