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5일 월요일

SSME용 터보펌프의 초기 설계

이전 글에서는 SSME용 터보펌프의 개량 양상과, 거기서 찾아볼 수 있는 설계 과정 상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 보았다. 문제점은 '각 구성품의 유체역학적 특성에만 집중하여 도출된 설계 여유가 불충분한 축계 설계' 였다.

이번 글에서는 SSME용 터보펌프들의 초기 설계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해당 설계들을 살펴보면 어떠한 점에서 우리가 아는 터보펌프의 설계와 다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료의 출처는 일본 NAL의 기술 보고서로, 제목은 아래와 같다.


1. 액체산소 계통

1) 저압 액체산소 터보펌프(LPOTP) 설계

해당 논문에서 언급된 저압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개발 초기 형상 단면도

저압 액체산소 터보펌프는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HPOTP) 입구에서의 캐비테이션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일반적인 터보펌프의 펌프 임펠러에 장착된 인듀서의 역할을 별도의 저압 펌프가 수행하는, 일종의 외장 인듀서인 셈이다. 많은 다단연소사이클 엔진들이 이러한 별도의 부스터 펌프를 적용한다.

저압 액체산소 터보펌프는 인듀서와 6단 수력터빈으로 구성된다. 인듀서와 터빈 모두 액체산소가 작동 유체이며, 터빈은 후단의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를 지난 고압 액체산소의 약 17 %로부터 동력을 얻는다.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로부터의 고압 액체산소는 펌프 측면으로부터 들어가는 유로를 통해 터빈 입구 매니폴드로 유입되는데, 여기서 고압 액체산소가 유입되는 유로는 인듀서 후방의 정익을 겸한다.
터빈을 통과한 고압 액체산소는 이후 인듀서를 통과한 저압 액체산소와 합쳐져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로 다시 유입된다.

축계는 2개의 볼 베어링으로 지지되며, 전방 베어링, 즉 인듀서 측에 장착된 볼 베어링이 축 추력을 지지한다.
인듀서와 터빈 모두 작동유체가 액체산소이기 때문에 별도의 추진제 혼합 방지 씰이 필요없이 축 추력 균형용 라비린스 씰이 적용되어 있다. 해당 라비린스 씰은 인듀서 측 베어링 후단에 장착되어 있다.
인듀서 측 베어링의 라비린스 씰 구조. 라비린스 씰을 통과한 작동유체는 감압되어 축 추력을 저감한다.


2)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HPOTP)설계

해당 논문에서 언급된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개발 초기 형상 단면도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펌프 부분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는 2단 터빈, 쌍흡입 임펠러, 그리고 예연소기용 펌프로 구성되어 있다. 

쌍흡입 임펠러는 펌프의 축 추력이 상쇄되는 효과를 가지며, 같은 유량의 단방향 펌프 대비 약 40 % 정도 더 높은 캐비테이션 한계회전수를 갖는 특성이 있다. 해당 임펠러는 완전히 슈라우드로 덮힌 형태로, 이러한 설계는 고압 환경 하에서 하우징이 변형되더라도 성능변화가 최소화된다는 장점을 가진다. 주 펌프와 볼류트 사이에는 베인 디퓨저가 존재하여 작동유체의 동압 성분을 정압 성분으로 변환한다.(상대적으로 저압인 펌프의 경우 베인이 없는 경우도 있음 - 역자 주)

주 펌프 및 디퓨저를 통과한 액체산소 중 약 8 % 는 예연소기 펌프로 이동하며, 나머지 액체산소는 부스터 펌프와 주연소기 인젝터 헤드로 향한다.

축 추력 균형을 위한 밸런스 피스톤 매커니즘은 주연소기 펌프에 존재하는데, 임펠러의 슈라우드와 케이싱 사이의 공간을 밸런스 피스톤 챔버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밸런스 피스톤 매커니즘의 단면도.

예연소기 펌프 임펠러의 전/후면에는 라비린스 씰이 위치하여 예연소기 펌프와 터빈이 발생시키는 축 추력이 서로 상쇄되도록 조절한다.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터빈 부분

터빈은 슈라우드 형식의 2단 터빈으로, 전체적인 동력 배분은 1단이 60 %, 2단이 40 %로 되어있어 축 추력 감쇄와 고유량에서도 낮은 선속으로 최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전체적인 터빈의 직경을 키움과 동시에 1단에서의 팽창비를 끌어올려 1단에서 축 추력이 작용하는 부분(=터빈 블레이드가 위치한 부분)의 면적을 전체 디스크 면적 대비 줄인 설계라고 추측된다.

터빈 디스크는 경량 구조의 Wasp 합금으로 제작하였으며, 경량 구조로 인한 고온에서의 터빈 디스크 강도 저하를 막기 위하여 터빈 디스크 양 면을 저온 가스 수소 제트로 냉각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분사된 저온 수소 가스 제트는 터빈 블레이드 뿌리 부분도 냉각시키는데, 이러한 구조는 가스터빈에서 많이 관찰되는 구조이다. 터빈 블레이드와 디스크 사이에는 쿨롱 댐퍼(마찰을 이용하는 댐퍼)가 삽입되어 진동 하중을 저감시킨다.

터빈 정익은 중공형 구조로, 열팽창을 구속시키지 않는 구조의 정익 링으로 케이싱과 결합된다.

SSME의 터빈 디스크-블레이드 구조와 유사한 LE-7 터보펌프의 터빈 디스크-블레이드 구조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축계는 작동유체인 액체산소로 냉각되는 앵귤러 컨택트 베어링 두 개로 지지된다. 해당 베어링들에는 예하중이 가해져 횡 미끄러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였으며, 축 추력 방향으로는 자유롭게 움직여 밸런스 피스톤이 작동하도록 하였다.
축계는 1차와 2차 위험속도 구간 사이에서 작동되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러한 설계는 고속 터보펌프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방식이다.

베어링의 위치가 잘 보이는 그림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작동구간과 위험속도 구간 그래프. 

터빈의 작동유체인 고온 수소과농 가스와 펌프의 작동유체인 극저온 액체산소의 혼합을 방지하기 위한 추진제 혼합방지 씰에는 고속회전 하에서도 일정한 간극을 유지할 수 있는 설계가 적용되었다. 

터빈으로부터 고온 수소과농 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1차적으로 막는 터빈 고온 가스 씰과 이후의 헬륨 퍼지 씰에는 플로팅 링 씰 계열의 씰들이 적용되었으며, 펌프 측의 액체산소를 막는 씰로는 유체 동압 부상식 씰(혹은 리프트 오프 씰)이 적용되었다. 이러한 씰들에는 간헐적인 마찰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은과 이황화 몰리브덴 고체 윤활제가 도포되었다.

또한, 작동 중 케이싱을 포함한 씰 구성품들의 상대운동으로 인한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볼트 결합부에 예하중을 가하여 볼트가 헐거워지는 것을 막았다.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추진제 혼합방지 씰의 단면도 및 구성품 설명


유사한 구조의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추진제 혼합방지 씰.



2. 액체수소 계통

1) 저압 액체수소 펌프(LPFTP) 설계

저압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개발 초기 형상 단면도

저압 액체수소 터보펌프도 저압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유사하게 일종의 외장형 인듀서로 기능한다.
인듀서와 2단 터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듀서의 작동 유체는 극저온의 액체수소이며, 터빈의 작동유체는 주연소기를 냉각시킨 후 팽창한 고온 수소이다. 쉽게 말하자면, 저압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익스팬더 사이클 엔진들의 터보펌프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터빈을 작동시킨 고온 수소의 대부분은 인듀서를 통과한 액체수소와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주 연소기 인젝터 매니폴드로 통하는 고온 가스 매니폴드로 배기된다. 나머지 2 % 정도의 고온 수소는 추진제탱크를 가압하는 데 사용된다.

축계는 2개의 깊은 홈 볼 베어링으로 지지되며, 1차 위험속도 영역 이하에서 작동한다. 
씰에는 엔진 예냉 중의 누설을 최소화하기위한 설계상의 배려가 이루어져 있다. 정지 시에는 외부의 가압 기체로 개방되는 리프트 오프 씰이 작용하여 작동 유체가 외부로 누설되는 것을 막으며, 작동 시에는 리프트 오프 씰이 가압 기체 압력으로 개방되고, 리프트 오프 씰 전 후면에 장치된 플로팅 링씰이 작동하여 누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리프트 오프 씰과 플로팅 링 씰 모두 작동 시에 축과 접촉하지 않으며, 이 덕분에 낮은 작동 토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좌 : 플로팅 링 씰, 우 : 리프트 오프 씰

2) 고압 액체수소 터보펌프(HPFTP) 설계

해당 논문에서 언급된 고압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개발 초기 형상 단면도



고압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펌프 부분

고압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3단 원심 임펠러와 2단 터빈으로 구성되어 있다.

펌프는 저압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존재로 인해 인듀서가 없는 형식으로, 펌프를 구성하는 티타늄 합금제인 3개의 임펠러 모두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유사하게 완전히 슈라우드로 덮힌 형식이다. 특기할 만한 점으로는 단을 구성하는 임펠러들의 유로 형상은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다.
펌프가 3단으로 구성된 이유는 비속도를 최대한 높여(단별 양정상승을 낮춘 듯 하다. 양정은 비속도 공식에서 분모에 위치한다 - 역자 주) 효율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1, 2단 펌프 후단에는 씰이 위치하여 펌프와 터빈 사이의 축 추력을 상쇄시키며, 3단 펌프 후단에는 밸런스 피스톤이 위치하여 작동 중 축 추력 평형을 수행한다.

모든 임펠러의 입구 및 출구에는 입구에서의 예선회 및 유동 안정화를 위한 설계가 적용되어 있다. 
1단 펌프 입구에서는 펌프 볼류트 형상과 베인으로 예선회 유동을 부여하며, 2단 및 3단 펌프 입구에서는 디퓨저 및 베인으로 해당 기능을 수행한다. 3단 출구의 디퓨저는 펌프 토출 압력을 안정화시킨다.
전단인 1, 2단 펌프의 디퓨저 및 베인은 알루미늄 합금제, 후단인 3단에는 인코넬 718 합금제의 디퓨저 및 베인이 적용되어 있다.

고압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터빈 부분

고압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2단 터빈은 반동 터빈으로,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달리 동력이 50 %로 동일하게 배분되어 있다.
그러나, 터빈 디스크의 구성은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터빈 디스크는 경량화를 위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고온에서의 강도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인접한 터빈 측 베어링을 냉각시킨 후의 저온 수소로 냉각을 수행한다. 이러한 냉각 설계는 엔진 정지 시 베어링 근방의 온도를 허용 온도범위 이내로 억제시키는 목적도 겸한다.

터빈은 터빈 디스크 - 블레이드로 분리된 형식으로, 공력적/기계적 진동에 대비한 유연형을 확보하기 위하여 터빈 디스크와 블레이드 사이의 결합 방식은 크리스마스 트리 형식을 적용하였다. 각 블레이드들의 사이에는 쿨롱 댐퍼가 삽입되어 진동을 감쇄함과 동시에 블레이드가 단단히 고정되도록 하였다.

각 터빈 블레이드들은 MAR M246 이라는 니켈계 합금을 적용하여 단방향 주조로 제작되었다. 이러한 설계로 1085 K 가량의 최고 터빈입구온도 조건 하에서 냉각 없이도 작동하도록 의도하였다.

고압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터빈 형상. 사진은 시험 후 손상된 사례이나, 크리스마스 트리 구조가 잘 보인다.

축계는 펌프측, 터빈측 모두 액체수소로 냉각되는 복열식 앵귤러 컨택트 베어링 2개로 지지된다. 
특히 터빈 측 베어링은 터빈보다 후방에 위치하여 터빈으로 인한 오버행이 없도록 하였으며, 각 베어링은 카트리지 형식으로 예하중이 가해져 축 추력에 따라 자유롭게 축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였다. 

베어링의 위치가 잘 보이는 그림

고압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작동구간과 임계속도 영역 그래프

각 베어링 카트리지는 유연 구조의 캐리어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캐리어에는 반경 방향 변위를 억제하기 위한 쿨롱 댐퍼가 적용되어 1, 2차 임계속도 영역 통과 시의 변위를 억제하도록 하였다.

고압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베어링 카트리지 구조


3. 한 마디

일반적인 터보펌프 설계와 다른 모습들이 보인다. 특히 터빈 부분이 그러한데, 고압 액체산소/액체수소 터보펌프 모두 터빈이 2개의 분리된 디스크로 나뉘어진 것을 결합시키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항공기용 가스터빈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조로, 내부의 공간에는 2차 유로를 통하여 유입된 (상대적)저온 공기가 들어가 각 터빈 디스크의 틈 사이로 누설되며 고온 가스가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설계이다.
SSME 에서는 아무래도 터빈 등 회전체의 질량을 가볍게 한다면 임계속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 경량화를 위하여 이러한 설계를 택하였다는 것이 논문에서 언급되었다. 덤으로 가스터빈과 유사한 2차 유로로 터빈 디스크를 냉각시키기 위한 구조도 적용되어 있다. 경량 설계는 규모가 작은 엔진들에서는 본 적 이 있으나, 냉각 설계는 로켓엔진에서는 SSME가 처음이라고 알고있다.
수정 후의 터보펌프에서는 터빈 디스크가 단일 회전체로 합쳐진 형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러한 설계가 문제를 일으켜서 개량형에서는 바뀌지 않았을까 라고 추측해 본다. 

2023년 12월 25일 월요일

SSME(우주왕복선 주 엔진) 터보펌프 개발에 있어서의 난맥상 - 회전체 시스템 측면에서

흔히 지구상에서 최고의 엔진이라고 불리는 엔진들 중에서는 반드시 SSME(Space Shuttle Main Engine)이 언급될 것이다. SSME는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추진제 조합으로 사용하는 연료 과잉 다단연소사이클로, 터보펌프의 출구 압력은 다른 유사 엔진들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심지어는 SSME를 일컬어 '몸에 좋다는건 다 때려박은 엔진' 이라는 평가도 무려 현업자들 사이에서 존재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SSME의 터보펌프는 어떠할까? 이전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의 회고록에서 언급되기로는 SSME의 터보펌프 개발 과정은 높은 출구압만큼이나 어려웠다고 언급되어있었다. 심지어 카미죠는 SSME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LE-7이 택했던 추진제 혼합방지 씰 구조의 우수성과, SSME와는 달리 시스템 단위에서의 시험 전 구성품 단위에서 시험 리그로 시험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SSME의 고압 터보펌프와 주연소기 계통의 단면도. 딱 봐도 복잡해 보인다.

도대체 어떠한 문제가 있었길래 엄연히 후발 주자인 일본의 연구자에게까지 반면교사로 언급되었을까? 물론 카미죠의 회고록에서도 확인 가능하지만 살짝 자세하게 서술한 좋은 논문이 있어 이에 대한 리뷰를 하고자 한다. 해당 논문은 SSME 고압 터보펌프의 설계 변경 이력에 대해 회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개괄적으로 알아본 논문으로, 제목은 아래와 같다.


저자는 우치우미 마사하루(内海政春)이다. 논문 저자는 현재 홋카이도에 소재한 무로란 공업대학 항공우주기시스템연구센터(航空宇宙機システム研究センター)의 수장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 과거 NASDA에서 근무하던 시절 LE-7 계열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개발에 종사한 바 있는 인사이다. 위의 카미죠 켄지로와도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1. SSME 터보펌프 계통의 설계 변천 이력 및 결함 양상

SSME는 당대 최고의 엔진 성능을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최신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 방향이 처음부터 신뢰성 있는 엔진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개발이 완료되고 오비터에 장착되어 초도비행을 실시한 후에도 신뢰성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설계 개량이 몇 번이고 이루어졌다. 심지어 그 변천은 터보펌프 계통들에만 따져도 작은 것과 큰 것을 합쳐 5차례 씩이나 된다.

1) Phase I - STS-6 부터 적용 : 고압 연료/산화제 터보펌프, 저압 연료/산화제 터보펌프 부분개량
2) Phase II - STS-26 부터 적용 : 고압 연료/산화제 터보펌프 부분개량
3) Block I - STS-70 부터 적용 : 고압 산화제 터보펌프 전면재설계, ATD(Alternative)-HPOTP 적용
4) Block IIA - STS-98 부터 적용 : 저압 연료/산화제 터보펌프 부분개량
5) Block II - STS-104 부터 적용 : 고압 연료 터보펌프 전면재설계, ATD-HPFTP 적용

심지어 여기서 Block I(1995년 초도비행), Block II(2001년 초도비행)에서는 사업 담당 업체가 로켓다인(Rocketdyne)에서 프랫 앤 휘트니(Prett & Whitney)로 바뀌기까지 했다. 이렇게 개량을 실시하면서 터보펌프로 인한 기체 전손 확률(Probability of loss of vehicle)이 점차 낮아졌다.

SSME의 개량 및 재설계 이력

SSME의 개량 및 재설계에 따른 신뢰성 향상 양상

이러한 개발 과정 중 개발진들은 엄청난 결함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래 그래프가 그 양상인데, 가로축이 시기, 좌측 수직축이 누적시험횟수, 그리고 우측 수직 축이 누적시험시간이다.
2가 고압 연료 터보펌프 축진동, 3은 고압 산화제 터보펌프 폭발, 5가 고압 연료 터보펌프 터빈 손상인데, 총 14번의 중대 결함 중 7회가 터보펌프가 원인인 중대결함이었다. 특히 개발 초기에 누적 시험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결함이 속출하는 것이 눈에 띈다.

SSME 개발 시험 도중 나타난 중대 결함 양상

그래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격추력의 50 % 이하 영역에서 시험하는 초기 37회 동안에도 13회의 터보펌프 교환 및 설계 변경이 있었다. 이후 정격추력에서 시험하기까지의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라 약 300회의 시험과 3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고압 산화제 터보펌프의 폭발과 고압 연료 터보펌프의 터빈 손상이 2회 발생하였다.
이후 개발 과정인 Phase II 에서는 고압 터보펌프 베어링, 블레이드 재설계, 냉각 시스템 개량, 축진동(자려진동)대책이 세워졌고, Block IIA 에서는 터빈 입구 부품 방전가공 개선, 터빈 블레이드 수명향상, 회전체 계통 밸런스 향상 등이 이루어졌다.

2. SSME 고압 터보펌프의 재설계 양상

먼저 Block I 에서 이루어졌던 고압 산화제 터보펌프(HPOTP)의 개량 양상이다. 개량 이후 ATD-HPOTP가 된다.
개량 이전에 나타났던 문제로는 회전체동역학적 준동기 휘돌림(Rotordynamic Subsynchronous Whirl), 초 동기 진동(High Synchronous Vibration), 그리고 과도한 동기 진동 진폭(Excessive Synchronous Vibration Amplitudes) 등이 있었다. 이 중 초 동기 진동에 대해서는 카미죠 켄지로가 담당했던 LE-7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서의 선회 캐비테이션 관련 문제 해결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에게 조언을 한 바 있다.
개량 과정에서 터빈 디스크 강성 증가, 샤프트 강성 증가, 예연소기 펌프측 베어링 크기 증가, 터빈 측 베어링에 롤러베어링 적용 및 위치 변화, 펌프 - 터빈 간의 추진제 혼합방지 씰 계통 전면재설계 등이 있었다.

개량 전 고압 산화제 터보펌프, HPOTP의 단면도.
예연소기펌프 측 베어링과 터빈 측 베어링의 위치 및 형식, 샤프트의 형태, 추진제 혼합방지 씰, 그리고 터빈 디스크의 형태에 주목

개량 후 고압 산화제 터보펌프, ATD-HPOTP의 단면도.

여기서 터빈 디스크 및 샤프트의 강성 증가와 터빈 측 베어링의 보다 더 높은 강성을 가진 형식(롤러 베어링)으로의 수정은 터빈 측의 고유진동수를 높이기 위한 설계라 추측되며, 펌프 - 터빈 간 샤프트 씰 재설계는 카미죠 켄지로가 언급했듯이 터빈으로부터의 열 전달로 인한 추진제 혼합방지 씰의 기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추측된다.

다음은 Block II에서 이루어진 고압 연료 펌프(HPFTP)의 개량 양상이다. 개량 이후는 ATD-HPFTP가 된다.
개량 이전 나타났던 문제로는 회전체동역학적 준동기 휘돌림, 준동기 진동 등이었다. 
논문에는 HPFTP의 진동 양상에 대한 그래프도 실려있다. SSME에서는 센서와 축 간의 접촉에 의한 위험 회피를 위하여(저자의 추측) 터보펌프에 장착된 가속도계로 축의 변위를 간접적으로 측정하였다. 해당 데이터를 보면 반경 방향과 축 방향 모두에서 동기 진동 성분이 관찰되어 큰 문제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HPFTP의 휘돌림 가속도 양상. 가로축이 시간, 세로축이 가속도 진폭이다.
축 방향, 반경 방향 동기 진동성분이 모두 관찰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들 문제 해결을 위해 취해진 개량 사항으로는 터빈 디스크의 강성 증가, 샤프트의 강성 증가, 펌프 측 베어링의 형식 변화, 터빈 측 베어링의 롤러 베어링으로의 교체 및 위치 수정, 임펠러 구조강도 증가 및 펌프 후면 슈라우드 형상 변화 등이었다.

개량 전 고압 연료 터보펌프, HPFTP의 단면도.
양측 베어링의 위치 및 형식, 터빈 디스크 및 샤프트의 형태, 펌프 후면 슈라우드의 형태에 주목

개량 후 고압 연료 터보펌프, ATD-HPFTP의 단면도.

우선, 베어링을 보면 과도한 휘돌림을 막기 위해 터빈 후면에 위치한 베어링을 터빈 전면으로 옮겨 터빈이 오버행이 되는 대신, 롤러 베어링을 적용해 지지 강성을 높임과 동시에 샤프트와 터빈 디스크의 강성을 높여 터빈의 고유진동수가 과도하게 낮아지지 않도록 한 것으로 추측된다. 
펌프 전면의 베어링은 축 추력을 감당할 수 있는 앵귤러 컨택트 볼 베어링으로 교체하면서 1, 2단 펌프 후면의 슈라우드 형상을 바꾸어 축 추력 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라 생각된다. 

연료/산화제 터보펌프 모두 공통적으로 초기 문제 발생 이후 그때그때 각 부분 별 보완이라는 미봉책(저자는 이것을 대증 요법 - 対症療法 이라고 평했다.)을 선택했으나, 이 작업은 때로는 아예 새로운 터보펌프를 설계하는것과 다를 바 없는 작업을 요구하게 되었다.

원래의 SSME의 HPFTP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설계되었다. 
1) 원심 펌프의 슈라우드 유무에 따른 선택 - 축방향 변위와 효율에의 변화가 작아 슈라우드 타입 임펠러 채택
2) 펌프 단 수의 선택 - 수력 성능(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3단 구성 선택
3) 구성품의 배치 - 4가지의 안 도출 후 선택

여기서 4가지의 구성품 배치 후보와 각각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구성품 배치 단계에서 도출된 후보들

(A)의 경우 고압의 터빈 구동 가스가 펌프 입구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고온/고압 대응 가스 씰이 필요하며 펌프 입구 형상이 복잡한 관계로 유입 성능에 있어 불리함이 있다.
(B)의 경우 터빈 - 펌프 사이의 축 직경이 동력 전달을 위해 커져야 하며, 그에 따라 베어링의 직경도 커져야 한다. 이로 인해 베어링의 DN 수(DN number. 회전수 * 베어링 직경)가 커져서 알맞는 베어링 선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C)의 경우 1단 펌프가 오버행인 설계로, 1단 펌프와 나머지 펌프 간의 유로 설계에 신경써야 한다.
(D)의 경우는 베어링의 DN 수도 제한치 이내로 억제 가능하고, 오버행이 없으므로 위험속도 대응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펌프 - 터빈 사이의 씰 배치 측면에도 유리했다. 

최종적으로 (D)가 선택되어 초기 HPFTP 설계로 적용되었고, 유감스럽게도 상술한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HPOTP는 326,000초, HPFTP는 130,000 초의 시험을 검증 과정에서 실시하였는데, SSME를 벤치마킹한 H-II의 LE-7의 경우에는 20,000초 정도가 소요되었다. 기술적인 어려움은 논외로 하더라도 어느 쪽이 설계 과정 측면에서 더 올바른 방향이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다.

3. 문제의 원인 - 일반적인 회전기계 설계 방법론과 동떨어진 설계 방향

저자가 언급한 일반적인 회전체 계통 문제 해결 과정은 위의 과정과 사뭇 다르다. 회전체 계통은 말 그대로 '회전체 계통' 문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특정 부분의 변화는 축 계통 전체에 있어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회전기계에서는 유체여진력(터빈 익단에서 누설되는 유동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회전체동역학적 유체력이 발생하는데, 이 문제에 영향을 덜 받도록 회전체 계통을 설계할 경우 이들로 인한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 
회전체 계통의 응답 문제에 있어서는 입력과 응답의 위상이나 주파수 영역을 철저하게 검토한다. 논문의 저자는 이러한 방식을 'Dynamic Design' 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SSME의 터보펌프 설계 과정은 회전체 계통 설계가 아니라 오히려 임펠러 형상 등 그 아래 계통에 대한 설계부터 먼저 시작하였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펌프 효율 등 수력 성능에 대한 변화가 적다는 이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반대 급부로 회전체 계통 전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버리고 만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자면, 펌프 자체의 차압과 압력 등 수력 성능을 너무 중시하는 바람에 회전체 계통의 진동 문제 해결을 위한 설계상의 여유가 줄어들어버려 상술한 진동 문제가 다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회전체 배치 고려 측면에서도 4가지의 설계안이 도출되긴 하였으나 후보군 도출 및 선정 측면에서도 기술자들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였다. HPFTP 설계 과정 중에 경험적으로 오버행이 없는 설계가 고유진동수 영역을 올리기 때문에 해당 형상을 선택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휘돌림을 유발하여 결국엔 오버행이 존재하는 설계로 돌아갔다. 만약 4개의 후보군에 대해서 실제 터보펌프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 리그를 제작해서 검증해 보았다면 일찍 피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속 회전기계는 설계 여유를 충분히 가진 상태에서 시스템 전반적인 영역에서의 검토와, 경험이 아닌 기술적인 판단에 근거한 평가가 시스템 설계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

후발 주자인 일본의 연구자의 눈에 보이는 SSME의 터보펌프, 그 중에서도 저자의 주 영역이었던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회전체 계통 차원에서의 문제에 대해서 잘 설명한 논문인듯 하다. 
나의 현 전공 분야인 가스터빈의 경우, 특히 발전용 가스터빈의 경우 듣기로는 터빈이라는 구성품 차원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설계자가 터빈 냉각설계 엔지니어라고 하였다. 그 다음이 구조설계 엔지니어이며 공력설계 엔지니어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낮다. 터보펌프의 경우 터빈이 과도하게 높은 열에 노출되는 일은 없으므로 막연히 터빈 및 펌프 공력/수력설계 엔지니어가 가장 영향력이 클 줄 알았는데, 오래 전 관련 엔지니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이구동성으로 '회전체 계통 설계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 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터보펌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베어링 및 씰인데, 이는 저자의 전공분야인 회전체동역학 영역이다. 더 생각을 해 보면 터보펌프의 경우 가스터빈 대비 설계 여유가 적은 편이다. 따라서 회전체 계통 차원에서는 진동 억제를 위해 개발 이후 소폭 수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여유가 아예 없다고 볼 수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결함이 없는 축계를 설계해 놓고 이를 바탕으로 터빈 및 펌프의 성능을 올리는 것이 그렇지 못할 경우 들어갈 시간과 비용, 최악의 경우에는 인명 손실 등을 방지하는 길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SSME를 설계한 미국의 엔지니어들은 왜 그런진 몰라도 그러지 못했다. 그 당시까지 개발된 터보펌프의 수가 꽤 많아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았을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여기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혹시 아폴로 계획에서의 방식을 그대로 갖고와서 적용하다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2023년 12월 17일 일요일

LE-7A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축 진동 문제 해결

이전 글에서는 LE-7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축 진동 문제 해결과 관련된 글을 썼다. 시제 개발 과정에서 베어링에 댐퍼 적용, 회전체 결합 방식을 스플라인 조인트에서 커빅 조인트로 수정, 축계의 강성 증가 등등 여러 방법들을 적용하고 나서야 축 진동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후인 LE-7A 에서는 전체적으로는 LE-7과 같은 축계 구성을 사용하였으나,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빈의 구동 동력이 상승하고 터빈 블레이드 팁에서의 누설 유동이 유발하는 힘으로 인하여 터빈 디스크의 1차 고유진동수 영역에서 자려진동 문제가 발생하였다.
오늘 쓸 글은 이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내용이다. 국내 논문에서는 본 적 없기 때문에 추후 개발 과정에 참고가 될 수도 있을것같다. 해당 논문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저자는 내가 번역했던 회고록의 저자인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이다.


이를 위해 우선 LE-7 계열 액체수소 펌프의 축 씰 계통에 대해 알아보아야 한다. LE-7과 7A 모두 터빈 측에 메카니컬 씰 외에도 카본 링 플로팅 링 씰이 적용되어 있다. 그냥 그림만 보기에는 2단 펌프 후단으로부터 누설된 액체수소가 터빈 측 베어링을 냉각시키고 플로팅 링 씰 및 메카니컬 씰을 지나 터빈으로 누설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같은 엔진의 액체산소 펌프가 채용한 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사용한다.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절개 모델. 파랗게 표시한 부분에 플로팅 링 씰이 위치한다.

논문의 저자인 카미죠 켄지로의 저서에서 언급된 LE-7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추진제 혼합방지 씰 계통 그림.
터빈 측에 위치한 두 개의 플로팅 링 씰 사이로 저온의 수소 가스가 들어간다.

다른 논문에서 언급된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추진제 혼합방지 씰 계통.
여기서는 터빈과 플로팅 링 씰 사이로 저온 수소 가스가 주입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LE-7 시리즈의 액체산소 펌프는 공통적으로 터빈 측 플로팅 링 씰에 고압/극저온의 기체 수소를 작동 유체로 사용한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혼합 방지 씰 계통으로의 터빈으로부터의 열 전달을 막아 해당 계통의 성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일종의 에어 커튼을 설치했다고 볼 수 있다.
LE-7 시리즈의 액체수소 펌프의 경우도 유사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베어링의 냉각을 위해 씰의 작동 유체가 기체수소가 아닌 고압 액체수소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아무래도 2단 임펠러 후방의 밸런스 피스톤 오리피스를 지난 액체수소의 압력이 베어링을 지나 후방의 씰들에서까지 터빈 작동유체인 고온 수소과농 가스의 압력보다 높게 유지되리라고 장담하진 못했던 모양이다.

왼쪽이 기존 LE-7 까지 사용된 플로팅 링 씰 구조, 오른쪽이 개량된 7A 에서 사용되는 구조이다.
7에서는 정직하게 축 중심을 향하여 액체수소가 유입되나 7A 에서는 접선 방향, 축 회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유입된다.


액체수소는 2개의 플로팅 링 씰 사이로 주입되며, 주입 유로는 축 대칭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LE-7 에서는 이 유로가 정직하게 축 중심을 향해있었다. LE-7A 에서는 해당 유로를 플로팅 링 씰과 접선 방향으로 수정하였다. 이러한 구조로 씰 내부를 흐르는 액체수소의 선회 속도를 늦춰 자려진동 영역과의 분리 여유를 확보하였다고 한다.

플로팅 링 씰은 씰 내부의 선회하는 축과의 마찰로 인해 선회하는 작동 유체가 편심 영역을 만났을 때 느려지는 속도로 인해 상승하는 정압으로 편심의 반대 방향으로 축을 밀어내는 성질이 있다. 이러한 거동은 축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 강하게 나타나는데, 따라서 내부 유동의 회전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강성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플로팅 링 씰과 유사한 원리인 저널 베어링의 편심 시 압력(정압)분포.
편심되어 좁은 쪽에서 정압이 높게 형성됨을 알 수 있는데, 따라서 그림 상에서 아래에서 위로 축을 들어올리는 힘이 작용한다.

LE-7A의 경우에는 이러한 원리를 역으로 이용하여 씰 내부 작동유체의 선회 속도를 축 회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늦추어 강성을 낮춘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플로팅 링 씰 전단에 디스월러 등 유동의 선회를 방해하는 장치가 있으면 씰의 강성 저하나 불안정 거동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러한 방식으로 강성을 낮추어 불안정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실제로 보니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모로 일본의 LE-7 계열 엔진 터보펌프의 개발 과정은 공개된 자료들이 많아서 한국의 추후 100톤급 터보펌프와 같은 사례에도 유사한 문제 발생 시 적용해 볼 만한 방식을 알려주는 것 같다.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LE-7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축 진동 문제 발생 및 해결

오늘 쓸 이야기는 지금까지 리뷰하였던 일본의 터보펌프 연구자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 가 담당했던 유체역학적 내용은 아니라, 축 진동이라는 회전체동역학적 내용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
물론 카미죠 켄지로가 저서에서 언급하였듯이, 유체역학적 설계 미비로 선회 캐비테이션이 발생한다면 그것이 인듀서 등에 불균일한 힘을 가하고, 그것이 그대로 회전 진동으로 이어지는것처럼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긴 하나 이번에 다룰 내용에서는 인듀서 및 펌프에서의 유체역학적인 내용은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대상이 될 논문은 아래와 같으며, IHI, NASDA, 도호쿠 대학 소속 인사들이 저자로 들어가 있다. 논문이 쓰여지던 1998년에는 이미 카미죠도 도호쿠 대학 소속이었으나, 왜 저자로 들어가지 않았는지는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저자들 중에서 카미죠 켄지로와 안면이 있는 사람은 있다. 특히 1 저자인 오카야스 아키라(岡安彰)는 IHI 소속 인물로, 저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LE-7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 시험 시 임계속도 영역에서 축 진동 문제를 겪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다룬다.

1.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설계

논문에 실린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형상은 아래와 같다.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아래쪽에 대략적인 사양도 나와있다.

초기 모델과 비교하면 비행에 사용된 모델에는 꽤 많은 설계 변경이 있었는데, 그래도 축계를 제외한 전제적인 형상을 보여주는 데는 문제가 없다.

1-1 축계 설계 - 축계 전체 질량 및 회전체-축 구조

이번 논문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회전체동역학적 문제에 대한 사항으로는, 축계의 전체 질량은 22 kg 정도이고, 한국의 75, 7톤급 터보펌프와는 다르게 인듀서, 펌프 터빈 등 회전체가 모두 한 축으로 연결된 형식이다. 
물론 각 회전체를 축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스플라인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한 축 위에 결합하는 방식이라 한국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1-2 축계 설계 - 베어링 및 강성

베어링은 인듀서와 1단 펌프 임펠러 사이, 그리고 터빈 디스크 전방에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하여 터빈과 인듀서가 오버행 구조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작동 영역이 3 개의 임계속도 영역 위에 위치한다. 작동영역 아래의 임계속도 영역을 두 개로 줄이려면 터빈 디스크 후방에 베어링을 위치시켜야 하나, 이러려면 베어링 냉각 유로의 설계가 복잡해지므로 어쩔 수 없이 저러한 축계 설계를 택하였다고 한다.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진동 모드 특성
1차가 후방의 터빈 디스크, 2차가 전방의 인듀서, 3차가 중간의 펌프 임펠러로 인한듯 하다.

베어링의 강성(KB)은 (1,0 ~ 1.5) * 10^5 수준이며, 소프트마운트의 강성(Km)은 (0.85 ~ 1.0) * 10^5로, 합성 강성계수 Kc는 Kc = Ks * 2KB / (Ks + 2KB)로 (0.596 ~ 1.0) * 10^5 kgf/cm 영역에 위치한다.
베어링에는 축 방향 예압이 가해져 원하는 만큼 베어링 강성을 조절하고 있다.

1-3 축계 설계 - 씰

1, 2단 펌프 임펠러 사이에 누설 유량을 줄이기 위한 오일 씰(환형 씰 내부에 홈이 있어 누설을 방지하는 타입)형식의 씰이 위치하며, 터빈 디스크 전방에는 리프트 오프 씰(J-2S에 적용된 것과 비슷한 형식)이 적용되어 있다.

J-2S의 액체수소 터보펌프에 적용된 리프트 오프 씰

2. 진동 문제 

2-1 초기 설계에서의 문제

초기 설계에서는 1차 임계속도 영역 통과 시 자려진동(Self-Excited Vibration)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1차 임계속도 통과 시 발생한 자려진동 선도.
Ncr1 표기된 1차 임계속도와 실선으로 표시된 회전수 선의 교점에 원으로 표현된 진동의 진폭이 위치한다.

해당 원인으로 아래의 요인들이 꼽혔다.

- 작동 중 임펠러 슈라우드 접합부의 박리로 인한 불균형 질량 발생
이를 위해 밸런싱 작업을 수행하는데, 밸런싱 작업이 정밀하면 정밀할수록 임계속도 영역에서의 편심 질량이 줄어들어 같은 강성 및 감쇄 하에서도 작은 진폭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여기서 '작동 중 박리' 라 언급된 것으로 볼 때, 밸런싱의 정밀도는 충분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 축계의 감쇄부족
축계의 감쇄는 특히 진폭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감쇄가 충분할 경우 임계속도에서도 진동 변위가 특정 변위 이하로 억제될 수 있다. 이는 정밀한 밸런싱과 함께 조합되어 LE-7과 같이 임계속도 영역 위에서 작동되는 Super-Critical Rotor 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 축계의 강성부족
강성은 임계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인자로, 강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임계속도 영역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서는 낮은 강성으로 인해 1차 임계속도 영역이 너무 낮게 형성되었다고 추측한 듯 하다.

따라서, 축계의 지지부를 연성 지지부 형식으로 변경하여(베어링-케이싱 사이에 댐퍼를 삽입) 축계 조립부의 축방향 지지력을 강화시키기로 결정하였다. 


2-2 설계 변경 - 베어링에 댐퍼 삽입(연성 지지부로 변경)

연성 지지부 변경 이후 1차 임계속도 Ncr1이 16,000 RPM, 2차 임계속도 Ncr2는 약 23,000 RPM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3차 임계속도 Ncr3 근방에서 자려진동이 발생하였다.

축계 지지부에 댐퍼 삽입 후의 선도
1, 2차 임계속도 영역 통과 시의 진폭은 충분히 낮으나, 3차 임계속도 영역 통과 시 유의미하게 큰 진폭이 관측되었다.

진동의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터보펌프를 사용, 펌프 측을 수소 기액 혼합 분위기(아무래도 액체 수소 + 기체 수소 2상 유체를 공급한 듯)에 노출시킨 후 회전시험을 실시, 진동을 관측하였다. 이때 관측된 진동은 회전동기성분으로, 회전수의 배수배로 나타나는 성분이었다. 여기서 아래의 두 가지 원인을 도출해 내었다.

- 유체력으로 인한 축 추력과 회전 토크로 인한 1, 2단 임펠러 접합부의 미끄러짐
해당 부위는 특성상 치면과 치면끼리 어느 정도의 간극을 형성하게 되어있다. 여기다 해당 부분이 불균일하기까지 한다면 회전에 따른 진동(회전체가 비틀리는 진동도 존재한다)에 따라 해당 간극만큼 움직일 수 있다. 유체력으로 인한 축 추력은 접합부를 고정하는 고정 장치의 힘을 그만큼 감소시켜 움직이기 쉽게 한다.

- 댐퍼의 감쇄 부족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원리로 설명은 생략.

이들 결과들로부터 자려진동 및 회전동기진동에 대한 대책을 세우게 된다.

3. 대책

3-1 감쇄 최적화

임계속도 영역에서 탄성지지부의 고 감쇄비화 및 최적화를 실시하여 1, 2, 3차 임계속도 영역을 저 진폭으로 통과하는 방식으로 대책이 세워졌다. 위에서도 언급되었던 소프트 마운트 및 댐퍼는 극저온 및 고속 회전체에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그대로 사용되었다.
초기 설계, 댐퍼 삽입 전의 축계 지지부 형상.

댐퍼를 적용한 설계. 베어링과 케이싱 사이에 댐퍼(Wire Mesh Damper)가 삽입되어 있다.

설계된 축 추력 하에서의 베어링 계수는 1 * 10^8N/m 수준이었다. 이것과 탄성지지부의 강성을 변화시켜 가면서 최적감쇄를 계산하게 된다. 계산 결과 최적감쇄는 5 * 10^4N-s/m 수준으로, 1차 및 2차 임계속도에서는 감쇄가 충분했으나 3차에서는 불충분하였다.

최적감쇄비 계산 결과.
 1, 2차 임계속도 영역에서의 감쇄는 높으나, 3차에서의 경우 충분치 못하다.

이후 댐퍼 적용을 상정하여 댐퍼 내부에서의 마찰력을 고려, 마찰감쇄로부터 등가점성계수를 구하여 진폭과의 관계를 고려해 보았다. 계산 결과 소프트 마운트의 강성 계수가 (0.85 ~ 1.0) * 10^5 kgf/cm 일 때 진동 진폭이 최소화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댐퍼를 적용하면 임계속도 통과 시의 진동 진폭이 낮아지나, 최적 지지강성을 넘은 이후 진폭이 급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해당 결과로부터,  진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감쇄비가 급락할 수 있다고 예상되었다.(= 마찰력을 이용하는 방식이라, 진폭이 커지면 마찰력이 줄어들어 최적 강성에서도 설계 의도와는 달리 원하는 만큼의 감쇄를 얻을 수 없다는 의미)

탄성지지부 강성에 따른 각 임계속도에서의 진폭 변화 추이
최적 강성을 지나고 진폭이 급증함을 알 수 있다.

3-2 댐퍼 설계 및 적용

위에서 도출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 감쇄비 특성을 가지면서도 동특성이 안정적인 댐퍼가 필요하다. 댐퍼의 종류는 내구성과 감쇄 모두를 고려하여 니트 와이어메쉬 댐퍼로 결정하였다.

와이어메쉬 댐퍼 형상. 
사진은 포일 베어링으로, 'Metal mesh substructure' 라 표기된 부분이 와이어메쉬 댐퍼이다.

와이어메쉬 댐퍼는 마찰을 이용하기 때문에 변위-하중 곡선 상, 점차 변위가 큰 방향으로 갈 수록 감쇄계수가 진폭에 좌우되는 비선형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마찰을 쿨롱 마찰로 가정하고 등가 점성 계수로 평가해 보면, 마찰력이 일정할 경우 등가점성계수는 진폭과 반비례하며(진폭이 클수록 감쇄가 적다), 히스테리시스 곡선에 주파수 의존성이 없을 경우 등가점성계수가 진동수의 역수에 비례하여 낮아진다는 특성(진동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감쇄가 낮아짐)이 있다.

이러한 댐퍼의 동특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시험 리그를 구성, 공기 중에서 댐퍼 동특성시험을 실시하였다. 시험용 댐퍼가 올라가 있는 부분은 실제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축 지지부를 모사하였으며, 아래의 가진기로 일정한 가진력과 가진주파수를 가하여 상대 변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댐퍼 가진시험장치

시험 결과 펌프 측과 터빈 측에서 모두 1mm 정도의 끼워맞춤 정도에서 큰 진폭 하에서도 21 kgf-s/cm 정도의 감쇄계수를 확보할 수 있음을 알아내었다.

가진시험 결과.

댐퍼의 내구성 시험은 아래와 같은 장비로 수행하였으며, 극저온 액체질소 환경 하에서 이루어졌다.
시험 결과 시험 시간 6.39 시간, 가진 주파수 70Hz 조건에서도 감쇄력의 감소가 8.5% 에 불과한 양호한 결과를 얻어내었다.

3-3 불안정력 저감

불안정력의 원인이 되는 내부 감쇄는 축에 끼워진 각 부품들의 접촉단면 혹은 축 결합부에 작용하는 마찰이 가장 큰 원인이다. 와이어메쉬 댐퍼와는 반대로 마찰을 줄여야 하는 경우라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축방향 마찰단면 결합부의 강성을 크게 하거나, 극소 변위가 일어나는 부분에는 고체 윤활제를 적용하여 마찰을 줄인다. 이러한 방식들을 이용하여 개선 전/후의 축계는 아래와 같이 변화하였다.

개선 전/후의 LE-7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축계

- 1, 2단 펌프 임펠러 사이의 결합을 스플라인 조인트에서 커빅 조인트로 변경
이러한 개량은 결합부에서의 강성 향상을 위해서이다. 한국의 75, 7톤급 터보펌프의 경우 두 곳으로 나뉘어진 축계 사이에서의 토크 전달을 위해 스플라인 조인트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토크만 전달하고 축계의 굽힘은 전달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한국의 75, 7톤급 터보펌프에서는 적절히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LE-7 에서는 낮은 강성으로 불안정력을 유발하였을 것이라 추측되었다.

원심 압축기 전방의 커빅 커플링 예시


- 스플라인 결합부의 치면에 크라운 가공 실시 및 도금 실시
스플라인 치면의 단면을 고르게 하여 서로 균일하게 결합되도록 하고, 도금을 실시하여 마찰력이 줄어들도록 의도하였다. 1, 2단 임펠러 간 결합부 외에 인듀서를 축에 결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추측된다.

- 회전체를 축에 결합하는 텐션 볼트의 체결력을 9톤 수준에서 17톤 수준으로 크게 상승
볼트 체결 토크를 크게 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추측되는데, 이렇게 하면 유체력으로 인한 축 추력 환경 하에서도 볼트의 체결력이 충분히 확보된다.

- 1단 임펠러에 밸런스 홀 가공
1단 임펠러에서는 임펠러 후면의 고압 영역으로 인해 그림 기준 왼쪽을 향하는 방향으로 축 추력이 작용하게 된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볼트 체결력과는 반대로 작용하는 힘이다. 이때, 1단 임펠러의 축 추력을 완화시키면 볼트 체결력과의 합력이 전과 비교할 때 증가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밸런스 홀은 1단 임펠러의 볼트 체결력과 반대로 작용하는 축 추력을 완화시키기 위해 추가되었다.


불안정력의 원인이 되는 힘으로는 유체력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이루어졌으며 아래와 같다.

- 씰 내부의 불안정 유체력 저감
씰 내부의 유동이 고속유동이 될 경우 불안정 유체력의 원인이 된다. 특히 라비린스 씰과 임펠러 슈라우드 등에 선회 유동이 형성될 경우 불안정 유동이 생겨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펠러 슈라우드와 케이싱 사이에 스월 브레이커를 장치하였다.

- 씰 설치 시의 감쇄비 변화 조사 및 적절한 씰 선정
축계의 감쇄비가 확보된 후 평 씰, 라비린스 씰, 오일 씰 등 각 씰 설치 시의 씰의 누설 유량과 감쇄비를 작동 유체로 물을 사용하여 알아보았다. 시험 결과 감쇄비가 우수한 오일 씰 형식의 씰을 1, 2단 임펠러 사이와 터빈 측 리프트 오프 씰 후단에 적용하였다.

씰 성능시험 결과.
그래프 상 좌상단에 위치한 씰을 적용한 듯.


추가 : 
여기서 언급된 씰 형식은 원문에 '穴付 円筒シール' 라고 언급되었는데, 이를 직역하면 '내면에 구멍이 난' 이라는 뜻이다. 이 묘사에 맞는 씰로는 내면에 허니컴이나 딤플이 적용된 씰인듯 하다. 양 구조 모두 내면에서의 작동유체 선회 속도를 줄여 불안정력을 낮춘 형식이다.
최근 LE-7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터빈 회전축 씰 부분에 대한 자세한 그림을 구해서 씰 형식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해당 부분의 실물이 공개되진 않았기 때문에 둘 중에서 확실히 특정하기는 어렵다.

LE-7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회전축 씰 계통 그림.
리프트 오프 씰의 액추에이터가 묘사되어 있으며, 그 아래에 문제의 '穴付円筒シール' 가 보인다.


내면에 딤플이 적용된 씰 - '내면에 구멍이 난' 이라는 묘사에 부합

내면에 허니컴 구조가 적용된 씰 - 묘사와 도면 상 그림 모두에 부함


4. 개선 결과

개선 결과 진동 성분은 회전동기성분이 지배적이나 자려진동이나 회전비동기진동은 운용 상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억제에 성공하였다. 또한, 3차 임계속도 영역도 낮은 진폭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개선 후 진동 측정 결과.
선으로 나타나는 진동이 회전동기진동성분이며, 나머지 무질서해보이는 성분이 회전비동기 성분이다.
모두 충분히 낮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

우리나라의 100톤급 엔진용 터보펌프를 위해서도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알기로 75, 7톤급 터보펌프에도 저기 언급된 커플링 방식들이 다 사용되었다고 아는데, 100톤급 터보펌프에서는 커플링 종류에 따른 영향을 더 엄격하게 평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00톤급 터보펌프를 위해서 여러 가지 커플링 방식들이 고려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테이퍼 다각형 커플링(Taper Polygonal Coupling) 이라는, 공작기계에 주로 사용되는 방식까지도 연구된 바 있다. 이 연구가 위의 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행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역시 다단연소사이클까지 올라간다면 회전체 구성품들간의 마찰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러한 점들은 지금까지 읽었던 논문들에서는 찾아보지 못해 생각도 못해봤다.
그 외에 다른 내용들은 내가 어디선가 들어 보았던 내용들이었는데 '연성 지지부'를 어떤 식으로 설계하는지가 궁금해진다. 해당 논문 상에서는 댐퍼 설계에 대한 내용은 나와있었으나 연성 지지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냥 해당 부위의 재질을 바꾸는 식으로 대응했던 것일까? 이렇다면 30톤급 터보펌프에 적용되었던 탄성 링(Elastic Ring)과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Kamijo Kenjiro - 마치면서(저자 후기)

1. 로켓 펌프 연구 시작부터 LE-5까지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의 로켓 펌프 연구를 희망하여 미야기 현 가쿠다 시에 위치한 NAL 가쿠다 지소에서 일을 시작한 이래 40년이 흘렀다. 희망에 차 로켓 펌프 연구를 시작한 찰나, 우리 나라는 미국의 로켓 기술을 도입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큰 장래에의 불안을 끌어안은 출발이었다. 어떻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래에 기술할 것들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먼저, 액체수소-액체산소 고속 펌프 연구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남긴 분야였다. 더욱이, 과학기술청, NAL, NASDA 그리고 민간 기업들의 여러 선배들은 우리나라 로켓 개발에의 길잡이를 명확히 하였다. 미국의 델타 로켓 기술 도입 시, 즉시 H-I 로켓의 개발을 내다본 안목에 감복한다. H-I 로켓은 우리의 분수를 알고 2단을 개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한 발짝 앞서나가 펌프 식의 액체산소-액체수소 엔진을 적용하여 나를 포함한 젊은 연구자나 기술자에게는 매력적인 프로젝트였다.
H-I 로켓 개발이 그 이후 우리나라 우주개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여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된다. 기반 기술이 거의 없던 상태에서 시작했던, H-I 로켓 개발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요인들은 이후의 로켓 개발에도 이어져 그러한 대형 프로젝트에 참고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최초 액체산소-액체수소 엔진 LE-5의 개발에서는, NASDA, NAL, MHI 그리고 IHI가 서로 간에 거리를 두지 않고 협력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기술자들 뿐만이 아니라, 사무 부문의 사람들에게서도 개발에 관하여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과학기술청 행정관을 포함한 사무직원들이 마치 연극의 엑스트라들처럼 지원했던 것은 잊을 수가 없다.


2. H-II 로켓에서는

이것과는 대조적으로 H-II 로켓 개발 시기에는 LE-7 엔진의 폭발사고가 몇 번이고 발생하여, 결국에는 8호기 발사에서 실패하였다. 기술 개발의 난해함이 LE-5 엔진을 많은 부분에서 상회함이 확실했다. 그러나, 실패 원인들의 많은 부분들은 인적 요소였다. LE-7 엔진의 폭발은 연소기의 용접 문제였으나, 이 문제가 밝혀진 후에도 개량을 거부한 기술자들이 있다. 그리고 8호기의 실패에 있어서는 기술자들의 공부 부족과 겸손함의 결여가 원인이라고 믿고 있다. 실패는 어쩔 수 없지만 "실패는 성공의 양식" 임을 상기해 내고 이후의 교훈을 얻길 바란다.
H-II 로켓 개발이 시작된 때로부터 과학기술청 출신의 관료가 NASDA의 중요한 자리에 취임하기 시작했다. 쇼와 59년 5월부터 헤이세이 8년 10월까지의 13년간 4명, 모든 이사장이 과학기술청 관료였다. 그 전까지의 3명은 전부 기술 분야에 종사했던 인원들이었다. 우리나라 기술개발의 장래를 결정짓는 때, 특히나 로켓 개발에 극히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인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유럽우주기구(ESA)의 장관이 된 도당 씨는 젊었던 시절 ONERA(프랑스 국립항공우주연구소)에서 로켓 문제 해결에 종사하며 이에 중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특수한 유량계를 개발한 기술자로, 젊은 시절 우리 연구실에서 함께 기름때를 묻혀 가며 일했던 인물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라 경악할 뿐이다.


3. 앞으로

지금은, "우주를 이용하는 시대로, 우주로켓 개발은 나중으로 돌리자." 라는 의견을 듣는다. 그러나, 우주 로켓의 성능이나 신뢰성이 올라간다면 이용 범위가 넒어질 것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인을 우주에 보내는 로켓의 개발이 현실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로켓이 한 층 더 발전하기를 원하는 나로서는, 특히 젊은 연구자나 기술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H-II 로켓 LE-7 엔진 개발이 끝난 후에 다네가시마에서의 총괄 회의 때, "우리나라의 로켓 개발은 YS-11 처럼이 아니라, 도중에 끊기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원한다." 라는 선배의 말을 소개하며 긴 글을 마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정리하는 데에 중요한 조언을 해 준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과학부 편집위원인 니시무라 미키오(西村幹夫) 씨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2023년 10월 22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6장, 선회 캐비테이션 연구 - 선회 캐비테이션 이론 구축

 1. 공동연구 실시

선회 캐비테이션의 발생 원인을 알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이론 해석이 필수였다. 선회실속 연구를 하고싶지 않았던 필자로선, 아무래도 무리라고 판단해서 공동연구 상대를 구했다. 여러 명이 거절하였으나 1991년 봄, 선회실속에 관하여 몇 개의 논문을 투고한 오사카 대학의 츠지모토 요시노부(辻本良信) 교수로부터 “자신이 없습니다만, 해보겠습니다.” 라는 답을 들었다. 츠지모토 교수는 나와 동일하게 1년간 방문연구원으로 Caltech의 Acosta 연구실에 재직(1983 ~ 1984) 하였다. 사실, Caltech에서의 연구는 터보기계의 선회 실속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연구에 대해서는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그때까지 츠지모토 교수는 선회 캐비테이션에 관한 연구를 한 적이 없었지만 내가 이것을 보충해 준다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고 공동연구를 시작하였다.
츠지모토 교수는 가능한 한 시간이 비는 여름방학 때 답을 주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1991년의 여름방학 중, 하루에도 몇 번 전화와 팩시밀리로 연구의 진행상황이나 계산치의 확인을 진행하는 동안 츠지모토 교수가 하나의 판별식을 발견하였다. 그 결과, 연구는 극적으로 진행되어 해석 이론이 도출되었다. 선회 캐비테이션의 발생 원인은 ‘Mass flow gain factor(flow compliance와 유사한 요소)’였다. 이 파라메터는 캐비테이션에서 발생하는 서지(Surge)의 원인으로서 이전에 알려져 있었다.


2. 이론 구축 성공 및 발표

이론해석 모델과 계산의 상세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얻어낸 결과들을 도시하도록 하겠다. 그림 6.6은 LE-7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인듀서에 대한 계산결과이다. 종축이 캐비테이션 컴플라이언스(Cavitation Compliance)인데, 입구압력 변화에 대응되는 캐비테이션 버블의 체적 변화 비율이며 오히려 선회 캐비테이션의 발생을 억제하는 성질을 가진다. 

그림 6.6. 선회 캐비테이션 선도

그림에서 KI*은, 현상의 강/약을 보여주는 지수인데 KI*<0 인 영역에서 캐비테이션이 발생한다. KR*은, 선회 캐비테이션의 선회속도를 인듀서의 선회속도로 나눈 것이다. 그림 6.6에서는, 선회 캐비테이션의 회전속도가 인듀서의 회전속도보다 빠른 경우를 나타내는 KR*>1인 곡선이 그려져 있다. 
그림에서 사선으로 칠해진 사각형은 Brennen 등이 제시하였던 계산치로부터 구한 것이다. 캐비테이션 계수가 σ=0.04 인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면 시험 결과에서 KR*=1.0 ~ 1.2 인 계산결과의 선회속도와 비교적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이론해석 성과는 1992년 7월에 일본 기계학회 논문집 에 이어 1993년 3월에 ASME논문집에 투고하였다. 이후 이 논문으로 1994년도 일본 기계학회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지금도 이 이론에서 구축한 결과를 적용한 캐비테이션 모델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델에서 캐비테이션은 인듀서 입구 부근에서 균일하게 분포한다고 가정하였다. 인듀서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을 분류하자면 블레이드 표면의 캐비테이션, 인듀서 팁 누설 캐비테이션, 역류 캐비테이션 등 총 세 가지이다. 최근의 고성능 로켓엔진 펌프에 사용되는 인듀서는, 팁 누설 캐비테이션과 역류 캐비테이션이 현저하게 관찰된다. 하지만, 이들 캐비테이션의 규모와 크기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블레이드 표면 캐비테이션의 경우 선회 캐비테이션을 이론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다른 캐비테이션을 무시한, 유량계수가 큰 결과가 유효해진다. 앞의 모델은, 정상 상태이나 익단손실 캐비테이션과 역류 캐비테이션을 고려하는 것이 되어, 여기서 얻어낸 결과는 선회 캐비테이션의 본질을 포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회 캐비테이션의 원인이 밝혀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밝혀진 터보기계의 다른 세 개의 불안정 현상을 표 6.1에 나타내었다. 특히 선회실속과 선회 캐비테이션이 발생 원인이 전혀 다른 별개의 현상이라는 것이 명확한 것은 매우 큰 행운이었다. 더 나아가 이 이론을 정리하여, 터보 펌프의 불안정 현상을 총체적으로 규명한 논문 을 Brennen 교수와 공동으로 연명 발표하였다. 이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표 6.1. 터보기계의 불안정현상과 발생원인


3. 후기 - 지도교수의 퇴임 기념 심포지엄에서

1994년 6월에 Acosta 교수의 퇴임을 기념하는 미국 기계학회의 심포지엄 ‘Cavitation and Gas-Liquid flow in Fluid Machinery and Devices’가 미국 네바다 주의 Late Tahoe 에서 개최되었다. 좋인 기회라 생각하여 필자는 계속 연구하던 선회 캐비테이션과 관련된 성과를 발표하였다. 발표된 내용들은 필자들이 최초에 공표하였던 것들 뿐이었다. 1975년에 Caltech에서 시작한 연구의 20년간의 성과를 Acosta 선생의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감회가 깊은 일이었다.


한 마디

유학 시절 가능성을 제시했다 까이기도 했던 선회 캐비테이션에 대해 저자는 공동 연구까지 수행하여 이론 정립에 성공하였다. 공기 등의 압축기에서 발생하는 현상인 선회 실속은 상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 등 선회 캐비테이션과 다른 별개의 현상이긴 하지만, 인듀서 블레이드 표면에서 박리되는 유동으로도 캐비테이션이 발생하여 그대로 선회 캐비테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만큼 이론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져있진 않다고 짐작된다. 본문에서는 이론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되어있지 않아 저자의 참고 문헌을 읽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아직 석사 과정인 나에겐 좀 어려운 논문이긴 하지만, 틈틈이 배운 내용을 복기해 가면서 읽어봐야겠다. 
한편,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교과서에서 마주하는 어떠한 현상에 대한 선도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게 되었다. 일부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도출된 값들이기도 하지만, 어떠한 것들은 우선 이론적으로 계산을 수행해서 예측해 보고, 이것을 실제 실험을 하던가 아니면 수치해석적인 방법(CFD 같은) 같은걸로 맞지 않는 부분은 제외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알고있었다. 여기서 저자는 후자의 방법을 주로 사용한듯 하고. 이것만으로도 저자는 극저온 터보펌프의 대가 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Kamijo Kenjiro - 제 6장, 선회 캐비테이션 연구 - 실제 개발 중 발생한 선회 캐비테이션

 1. LE-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과정 중 선회 캐비테이션 발생

LE-7 액체산소 터보 펌프 개발 초기(1986년)부터 축 진동에 회전 주파수보다 높은 진동(초 동기 진동)이 관측되었다. 1989년, 이 초 동기 진동의 원인은 액체산소 펌프 인듀서에서 발생한 선회 캐비테이션 이었음이 밝혀졌다. 선회 캐비테이션의 발생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운 좋게도 간편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전 미국 기계학회의 저널에 게재 거부되었던 Paper의 내용을 다시 음미해 보았다. 우선, 문제의 셀 수에 대해 셀 수가 2개 이상인 경우에는 앞에서의 그림 6.2와 같이 캐비테이션 영역의 길이를 매끄러운 선으로 그릴 수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셀 수가 1개인 것을 확인하였다. 다음으로, 선회 캐비테이션의 선회속도는 인듀서 블레이드 익렬의 회전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 명확했다.

그림 6.2. 선회 캐비테이션의 길이를 시간에 따라 측정하여 그래프로 나타낸 결과
잘 보면 어느정도 주기성이 보인다.

그림 6.3. 선회 캐비테이션의 시간에 따른 섭동 양상
LE-5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사례라고 한다.

그림 6.4. 선회 캐비테이션 모델

2. 선회 캐비테이션 모델 정립

결국, 필자(본인)가 경험하였던 선회 캐비테이션에 대하여 그림 6.4에 도시한 것과 같은 모델이 그려졌다. 선회 캐비테이션 발생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인듀서 입구부에 캐비테이션이 발생하면, 원주를 1주기로 하는 압력분포가 발생한다. 입구 압력이 높을 때의 선회 캐비테이션에 대해서는, 캐비테이션 영역의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에 이 압력분포와 날개 사이의 간섭이 줄어든다. 따라서, 압력분포의 선회주파수(f_r)이 우세해진다. 
입구 압력이 낮은 경우에 대해서는, 캐비테이션의 규모가 커져서 그 압력분포와 날개 사이의 간섭이 현저해진다. 압력분포의 선회주파수 외의 블레이드가 압력분포를 통과하는 때의 캐비테이션의 증감과 동반하여 생성되는 압력진동의 주파수(f_s)의 블레이드 개수의 배수 성분(=n*(f_r - f_s))이 발생한다. 입구압력이 낮을 때의 f_s는 우세해지기 때문에 n*(f_r- f_s) 의 주파수가 현저해진다. 이러한 상당히 복잡한 현상이 선회 캐비테이션 발생 시의 압력 변동 해석을 곤란하게 한다. 이 사실은 그림 6.3에서의 입구 압력이 낮은 결과의 3차원 푸리에 해석(FFT)결과에서 잘 판명되었다. 해당 결과를 그림 6.5에 도시하였다.

그림 6.5. 6.3 에서 나타난 선회 캐비테이션의 푸리에 변환(FFT) 결과 Waterfall 차트.
블레이드의 회전수와 같은 f_s 성분 대비 f_r 성분의 변위가 크고, 그 차이와 블레이드 갯수(3개)에 의한 진동 성분이 존재한다. 

여기까지 이해가 가능해져 1977년에 발표했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였다. 이것을 부록에 첨부하고 근거로 삼아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 펌프에서 발생하였던 초 동기 진동의 원인은 선회 캐비테이션이라는 논문을 작성하였다. 1991년 일본 기계학회, 1992년 미국 항공우주학회(AIAA)에 투고하였는데, 이번에는 두 곳 모두 무사히 저널에 게재되었다. 선회 캐비테이션의 특이성이 겨우겨우 세계적으로 인정되었다.


한 마디

역시 터보펌프 개발 과정에서 선회 캐비테이션 문제는 피할 수 없다. LE-5 에서 처음 관찰되긴 하였으나, 해당 내용이 전체적으로 큰 내용을 차지하진 않는 것을 볼 때 선회 캐비테이션 문제가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펌프의 차압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던 LE-7에 와서는 선회 캐비테이션이 심화되어 개발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때 저자가 택한 방식은 선회 캐비테이션을 포함한 캐비테이션이 일어나기 어려운 입구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선회 캐비테이션을 '초 동기 캐비테이션' 이라 부르는 반면, 한국 문헌에서는 '초 조화 캐비테이션' 이라고 부른다. 정확히는 두 표현 모두 블레이드보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캐비테이션을 뜻하는데, 영문 명칭인 'Super Synchronous Cavitation' 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비슷하게, 블레이드보다 느리게 회전하는 선회 캐비테이션의 영문 명칭은 'Sub Synchronous Cavitation' 인데, 한국에서는 '준 조화 캐비테이션' 이라고 부른다. 초 조화 및 준 조화 캐비테이션을 포함한 선회 캐비테이션 모두 한국의 75, 7톤급 엔진 개발 과정 중 터보펌프 시험 과정에서 일어났으나 펌프 자체의 강건성이 확보되어 캐비테이션이 과도한 축 진동을 야기하는 등의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 개발될 100톤급 엔진에서는 LE-7 에서와 같이 선회 캐비테이션이 나름 비중을 차지하는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해서 학회 등지에서 한국의 연구자들이 그동안 관찰했던 선회 캐비테이션을 정리하여 발표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흥미로운 발표일 것이라 생각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때 해외 학회 발표 때문에 들으러 갈 수가 없다.
어쩌면, 선회 캐비테이션 자체보다는, 그를 포함하는 캐비테이션 전체를 억제하는, 저자가 제시한 방법론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된다.

일본 ISAS 의 ES-70X 시리즈 엔진의 터보펌프, TP-70X 시리즈의 개발 과정

70년대 말 ~ 8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는 ISAS 와 NASDA-NAL 연합의 액체로켓엔진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미국의 토르-델타 시리즈 기술을 활용한 N 시리즈 로켓에서 자국산 상단을 적용한 H-I 로켓의 개발이 결정되어 상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