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6일 토요일

Kamijo Kenjiro - 제 2장, 로켓 펌프 연구를 시작하던 무렵 - 손으로 더듬는 연구

1. 연구를 위해 시골로의 이동

연구는 미야기 현 가쿠다 시의 NAL 가쿠다 지소에서 수행하기로 하였는데,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다만, 내가 대학을 떠나던때 아무래도 벽촌인 도호쿠 지방에서 일한다는 것이 신경쓰여서인지 기계공학과의 아오키 히로시(青木弘, 회고록이 쓰여진 시점에선 이미 고인) 교수가 중심이 되어 타마 강 상류에서 성대한 송별 바베큐 파티를 열어주었다.
확실히 구 일본 제국해군 화약공장 철거지에 설치된 NAL 가쿠다 지소나 그 주변은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 NAL 가쿠다 지소는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는 관사로부터 약 1 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도로는 포장되지 않아 비가 오는 날에는 진창길을 자동차로 달려 출근했던 기억이 난다.

가쿠다 우주센터 항공사진. 바로 앞에 논이 보이는 시골에 위치해 있다.


2. N 로켓 계획의 등장과 연구 주제 변경

이러한 불편은 하나도 신경쓰이지 않았으나, NAL 가쿠다 지소에서 로켓 펌프 연구를 시작하던 시기에 우리 나라가 개발할 실용 로켓은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N 로켓으로 결정되었다. 나는 대학으로의 재취업도 진지하게 고려하였다. 똑같이, 많은 젊은 로켓 기술자들은 의기소침해 버렸다. "이번에는 액체산소와 액체수소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선진 로켓을 연구해 보자." 라는 선배의 설득에 정신을 가다듬고 고속 로켓 펌프의 시제 제작과 이것에 필수적인 인듀서의 실험 연구로 대체하였다.
먼저, 1972년부터 1973년까지, 고속/고압 액체산소 펌프 시제를 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기술을 가능한 잘 이용하여 설계하였으나 로켓 펌프의 중요 부품인 인듀서의 자료는 불충분하였다. 인듀서의 중요한 설계 파라메터를 얻기 위하여 1972년, 3개의 인듀서를 제작하고 작동 유체를 물로 하여 시험을 진행하였다.

그림 2.1. NAL 가쿠다 지소의 시험실에서 청진기로 시험 장치의 상태를 확인하는 저자.
인듀서 연구 초기 시기의 모습이라고 한다.


역대 일본의 액체로켓들. 왼쪽의 N-I 부터 H-I 까지가 N 로켓 계획으로 개발된 발사체들이다.
미국의 토르-델타 기술을 도입하여 개발되었는데, 후기의 H-I 에 이르러서는 2단 엔진을 일본산 LE-5로 바꾸었다.

3. 인듀서 설계 파라메터 취득

이 시기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Caltech이라 불린다) 기계공학과의 앨런 아코스타(Allen Acosta) 교수가 미국 최대의 로켓엔진 제작사의 기술자(L.B. Stripling)과 함께 미국 기계학회(ASME)의 논문지(Journal of Fluid Engineering)에 발표한 인듀서에 관한 논문을 알게 되었다. 인듀서 블레이드 표면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 형상을 구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대학원에서 당시로는 최신식인 대형 컴퓨터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어서 이 인듀서의 캐비테이션 형상을 구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었다.
상기 3개의 인듀서로 얻은 결과와 계산 결과를 비교하면서 인듀서의 중요한 설계 파라메터를 정량화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은 NASA 에서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1971년 출판된 일종의 로켓 펌프 교과서라 할 수 있는 NASA SP-8052(LIQUID ROCKET ENGINE TURBOPUMP INDUCERS)에, 계산해서 얻어낸 캐비테이션 형상에 대해, 어떠한 형상으로 결정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었다.
Caltech에 1년 동안 객원연구원으로 재직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 사실과 관련있다. Caltech에 체류해 있던 시기, Acosta 교수가 이 이론의 중요성을 빠르게 알아차린 것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한 마디

일본의 우주발사체 개발 초기 단계에서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내용인듯 하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로켓 연구시설은 특성상 외딴 곳에 위치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높은 확률로 대도시에 위치해 있을 고급 연구인력들이 그러한 지역으로 나가서 연구활동을 해야 하고, 이에 따른 고충과 기피도 있었을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에서도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다. 
저자는 아무래도 시골 태생이었다보니 그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모양이다. 도쿄라는 대도시에서 학위과정을 거쳤으면 도시 생활에 적응해버렸을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모습도 보여줬다. 이는 NAL 가쿠다 지소 창설 초기의 정리되지 않은 환경을 보고도 악담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었다고 회상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나 역시도 동일한데, 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을 수도권에서 다녔긴 했지만 딱히 서울 근교에서의 생활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리고 저자는 꽤 적극적인 인간인듯 하다. 일반적인 연구자라면 참고 문헌에서의 내용을 자기가 검증만 하고 굳이 그걸 논문 교신저자에게 인상깊었다고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결국 저자에게 이득이 되어 돌아왔다. 저자는 그 참고 문헌의 저자인 아코스타 교수의 연구실에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하는 것이 허락되어 미국에서의 연구활동을 수행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해당 참고 문헌은 나도 읽어보고 간단히 리뷰할 계획이다.
그런데, 저자의 이러한 행동 역시 나와 유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현재 가스터빈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중인데 여러 논문을 읽고 리뷰하던 도중에 흥미로운 가스터빈 기관에 대해 대학 차원에서 연구한 사례가 있었다. 에어 터보 램제트(Air Turbo Ramjet) 연구 사례였는데, 마침 우리 연구실에서 생각하고 있던 가스터빈의 개조 형태와 유사했다. 따라서, 해당 저자의 논문 몇 편을 더 읽어보고 대략적인 연구의 방향성을 파악한 다음 메일을 보내 "우리 연구실에서의 연구 내용이 이러이러한데 논문들을 찾다보니 귀하의 연구 주제가 매우 흥미로웠다. 논문 내용 중에서 이러한 부분이 있는데 이건 내가 이렇게 이해하면 되냐?" 라고 메일을 보내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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