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30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7장, NASA와의 관계 - 도움을 받다

 1. NASA의 기술 문헌들

터보펌프 연구개발을 진행하는데 있어, NASA의 기술자료만큼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다. NASA는 우주개발에 방대한 예산을 부어넣고 있기 때문인지 얻어낸 성과를 방대한 자료, 예를 들어 NASA SP(Monograph : NASA의 기술자가 작성한 일종의 교과서), NASA CR(Contract Report : 위탁연구 보고서) 등으로 발표하였다. 현재로서는 대단히 상상할 수 없게도 귀중한 자료를 공표하였다. NASA SP-8052(Liquid Rocket Engine Turbopump Inducers : 액체로켓엔진 터보펌프 인듀서), NASA SP-8109(Liquid Rocket Engine Centrifugal Flow Turbopumps : 액체로켓엔진 원심 터보펌프), NASA SP-8107(Turbopump Systems for Liquid Rocket Engines : 액체로켓엔진의 터보펌프 시스템) 등이 있어서 대단히 참고가 되었다.
앞에 언급하였던 세 자료를 입수하지 못하였더라면 LE-5, LE-7 엔진의 터보펌프가 지금보다 크게 퇴보한 설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에도 후술할 LE-7A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 개량에 있어 NASA SP-8107에서 설계 지침을 골라내었다.

2. NASA 연구원으로부터 도움을 받다

NASA의 연구센터(Research Center)의 연구원과 최초로 면식을 가졌던 것은 객원연구원(방문연구원)으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에 1년간 재적하였던 때였다. 소속하였던 기계공학과의 Acosta 연구실은 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로부터의 위탁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우주왕복선의 주 엔진(SSME) 액체수소 펌프의 동특성에 관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 참가하였다는 이유로 나는 NASA의 몇몇 연구센터에 방문할 수 있었다.
이건 NASA의 연구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이야기다. LE-5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제1차 시제 제작 시기에 펌프 측의 액체산소와 터빈 측의 수소과농 가스발생기 가스를 분리하기 위한 헬륨 퍼지 씰에 카본 재질의 플로팅 링 씰(그림 1.20)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무참하게도, 단기간의 시험에서 카본 링과 축 사이에 극심한 접촉이 발생, 씰 부분의 축 일부가 용융된 일이 있었다. 해결의 묘수가 없는 채로 시간이 흘러갔다.

카본 링 플로팅 링 씰의 구조. 검은색의 카본 링이 기밀을 수행하고, 그 주위를 금속제 링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이다.

1978년 6월, NASA의 루이스 연구센터(Lewis Research Center, 현재는 Glenn Research Center 로 이름이 바뀌었다.)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에서의 연구개발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라 이야기하며 위의 플로팅 링 씰 문제를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젊은 연구원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Small High-Speed Self-Acting Shaft Seals for Liquid Rocket Engines : 액체로켓엔진의 소형 고속 자동식 축 씰" 이라는 제목의 NASA 위탁연구 보고서를 건네주었다. 귀국 후, 책의 내용을 상세히 살피자, 역시나 개량을 위한 중요한 지침이 있었다. 링 형상의 카본을 분할하여, 축과의 접촉면에 유체윤활효과를 증폭하는 얇은 도랑을 마련, 이른바 동압형 세그먼트 씰(그림 3.2)이 완성되었다. 이때만큼은 NASA에 감사한 마음으로 한잔 하였다.
최근에는 또 NASA에 신세를 졌다. 제 9장(LE-7A 인듀서 관련 내용. 전에 연재함)에 서술하였는데, H-IIA 로켓의 LE-7A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 개량이 있다.

LE-5의 축 씰 계통 단면도. 저기서 ガスヘリウムパージシール라 표기된 추진제 혼합방지 씰과 高温ガスシール라 표기된 터빈 측 가스 씰에 세그먼트 씰이 적용되어 있다.

LE-5의 세그먼트 씰 형상. 내부의 검은색 카본 링 위에 미로 형상으로 홈이 파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링은 카본 링을 냉각함과 동시에 작동유체의 속도를 떨어뜨려 정압을 상승, 간극을 유지한다.

한 마디

저자의 논문에서 '세그먼트 씰'이 계속 언급되어서 이게 무슨 종류의 씰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그 의문이 풀렸다. 특별히 다른 종류의 씰은 아니고 카본 링 플로팅 링 씰의 일종이었다. 동압력 개방식 메카니컬 씰과 유사하게 씰 링 표면에 홈을 파 놓은 씰이다. 아마 의도한 효과도 같을 것이다.
위에 언급된 NASA SP 시리즈는 나도 애독하는 자료이다. 생각보다 쓸만한 60년대 NASA 문건들이 많았다. 몇몇은 해당 분야 종사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접했던 것이었고, 몇개는 내가 찾아낸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저자가 SSME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알기론 현재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이 미국 대학원에 진학한 후 저런 프로젝트로 펀딩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이러한 법이 생기기 전에 유학을 다녀와서 저게 가능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번에 번역한 글은 '미국이 일본의 발사체 개발에 어떠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었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것같다. 한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구권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저 정도로 엔진 개발에 참여했던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

2023년 4월 23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9장, 대학으로 옮긴 후 - 포장 수장

 1. 도호쿠 대학에서

도호쿠 대학으로 소속을 옮겼지만 NASDA의 초빙 연구원으로서 H-II 로켓 8호기 사고조사와 LE-7A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 개량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일들을 하던 중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는 것이 가능했고, 더욱이 학생들이 우주발사체용 펌프를 연구하고 싶어하던 관계로 매년 우주발사체용 펌프가 학부생의 졸업연구나 대학원생의 연구 주제가 되었다.

2. 정년퇴임 후 포장을 받다

도호쿠 대학에서 정년퇴임한 이후인 2004년 11월 3일 문화의 날에 항공우주공학의 연구공적에 대한 자수 포장(章)을 수장하였다. 제법 큰 포장이라 들어 들떠 있었는데 실제로 포장을 받았다는 것에 놀랐다. 긴 세월에 걸친 연구 및 개발 활동이 평가된 것은 대단히 감사하고 명예로운 일이었다.

자수 포장

3. 그 동안의 연구를 뒤돌아보며...

뒤돌아 보면, 평가되었던 연구 업적들은 대부분 행운이 따라주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나의 라이프 워크였던 극저온 추닌제 로켓 펌프의 연구에 있어 가장 충실했던 시기는 때마침 새계적으로 고성능 액체로켓엔진 기술이 확립되던 시기와 겹쳐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H-II, H-IIA 로켓의 개발, 미국에서는 우주왕복선 주 엔진(SSME, RS-25) 터보펌프의 신뢰성 향상 프로젝트, 유럽에서는 아리안 5 로켓의 개발이 이루어졌던 시기였다.
H-II 로켓, LE-7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과정에서, 인듀서에서 선회 캐비테이션이 발상하였으나 우연한 행운에 이끌려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선회 캐비테이션에 관한 논문을 최초로 발표하였고, 그 위에 15년간의 선회 캐비테이션에 관한 실험연구를 대강 정리할 수 있었다.
이후, 공동 연구에 따라 선회 캐비테이션의 이론이 최초로 정립되었다. 또한, SSME의 호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서 발생하였던 선회 캐비테이션의 억제에도 공헌하였다. 
그 다음으로, H-IIA 로켓의 액체수소 펌프 및 인듀서의 결함을 마주하여, 개량을통해 액체수소가 가지는 특이성에 의해 생기는 새로운 불안정 현상을 잡아내었다.

4. 포장 수장 파티에서

포장 수장 후 12월 도쿄에서 수장 축하 파티가 열렸던 관계로 거기에 참석하였다. 오랜 친분이 있었던 JAXA의 직원들과 MHI, IHI의 기술자들이 모였다. IHI의 와라시나(科) 과장의, "지금은 모두 선회 캐비테이션과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으나, 25년 전에 선생님(저자인 카미조 켄지로 - )께서 고생해 주셨기 때문에 이 현상을 분명히 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말이 아직도 귀에서 맴돌고 있다.
와라시나 씨는 로켓 펌프의 연구 및 개발에 30년에 가까운 교류가 있었다.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해 낸 것에 경악함과 동시에 훌륭한 환경 안에서 일어난 행복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 마디

저자는 LE-7A의 액체수소 인듀서 개량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현업에서 은퇴하였다. 물론 정년퇴임 후에도 LE-5B 관련 논문에 저자로 언급된 것으로 보아 자문 역할은 지속한듯 하다. 
부러웠던 것들 중 하나는 우주발사체의 터보펌프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도호쿠 대학에서 은퇴한 후에도 저자가 있던 연구실에서는 극저온 펌프 등의 유체기계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여 학문적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것 역시 이쪽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존재해서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내가 경험해본 바, 로켓 엔진의 연소기 등이나 로켓의 제어 등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은 꽤 많은 반면 거기에 필수적인 터보펌프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 특히 나처럼 터보펌프 '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현재 나 외에는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이다. 
한국도 필히 이런 터보펌프 쪽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늘어나 한국의 액체로켓엔진 개발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인재 풀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터보펌프 없이는 고추력 액체로켓엔진도 없다!"

2023년 4월 15일 토요일

Kamijo Kenjiro - 제 9장, 대학으로 옮긴 후 - LE-7A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 개량 (개량 전/후의 비교와 일본 연구개발 풍토에 대한 생각)

1. 개량 결산

개량한 인듀서는 지금까지의 H-IIA 로켓 발사에 사용되어 양호하게 작동하였다. 지금 되돌아 보면, 중요한 설계 파라메터가 통상적인 설계점으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는 인듀서를 제법 단기간에 개량을 끝냈다는 점에 감탄한다. 역시 행운이 따라주었다.
미국의 대형 로켓용 액체수소 펌프의 시험 데이터를 참고하여 개량 방침을 단기간에 결정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오카야스 아키라(隆) 씨가 완성된 인듀서에 수정을 가하라는 유쾌한 재안을 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이 수정은 형상에 제약이 있어서 흡입 성능은 기대에 못 미쳤으나, 출구 블레이드 각도가 계획된 값(계산으로 결정된 값)보다 더 작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압력계수가 대폭 줄어들어(압력계수 𝜓 = 0.0154. 계획된 𝜓 = 0.018) 인듀서의 역류 영역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이후, 개량 전과 개량 후의 액체수소 시험 시의 인듀서 주위의 온도측정 결과를 재차 정리하였다. 그 결과를 그림 9.4에 나타내었다. 그림에서 (O), (M)은 각각 개량 전(Original)과 개량 후(Modified)의 인듀서가 장착된 액체수소 터보펌프를 의미한다. 개량 전에는 입구 직전의 온도가 40 K를 넘어섰다. 이 온도에서는 이제 액체수소가 아니라 제법 높은 온도의 수소가스가 되었다고 짐작된다. 임펠러 내부에서의 마찰손실보다 온도가 상승한 액체수소가 역류 영역에서 증발한 후 압축되었다고 생각된다. 무시무시한 현상이 일어났음이 확실하다. 개량하였던 인듀서는 이 현상이 전부 관측되지 않고, 약간 상류의 액체수소 온도에 가까운 값이 되었다. 개량의 결과가 일목요연하였다.

그림 9.4. (O)에 비하여 (M)의 입구온도가 크게 낮은 것을 확인가능

다음으로, 개량 후의 인듀서에 대해서도 물을 작동유체로 한 시험이 시행되었다. 이 가시화 시험의 결과를 그림 9.5에 나타내었다. 개량한 인듀서는 역류 캐비테이션의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다. 물론, 물과 액체수소는 역류 캐비테이션의 양상이 크게 다르지만, 액체수소의 경우에서는 가시화 시험 이상의 복잡한 유동이 되어있으리라고 상상한다.

그림 9.5. 개량 전과 개량 후의 흰 캐비테이션 영역의 크기 변화에 주목

2. 후일담과 일본의 연구개발 풍토에 대한 생각

후에 NASDA의 개발부원으로부터 개량에는 110 억 엔 전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만 개량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H-II 로켓 2호기로 발사되었던 기술시험위성(ETS-VI)의 실패(아포지 엔진의 고장이 원인)로 약 1000억 엔이 날아갔다.
LE-7A 개량형 엔진의 인정시험(인증시험)이 무사히 끝난 이후 인듀서의 개량을 의뢰하였던 야마노우치 슈이치로(山之內秀一郎) 이사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야마노우치 씨는 H-II 로켓의 두 번의 발사 실패 책임을 지고 퇴임한 이사장의 후임으로 JR 동일본의 회장으로부터 NASDA 8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인물이다.
JR의 신칸센 진동문제와 로켓 진동문제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 것은 좋은 추억이었다. 야마노우치 이사장의 분위기로부터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장래가 밝음을 느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H-IIA 로켓 6호기(2003년 11월 29일 발사)의 고체로켓 부스터 파손으로 인한 발사실패의 책임을 지고 퇴임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 책임추궁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H-IIA 로켓은 야마노우치 씨가 취임하기 이전에 개발이 완료되었다. H-II 로켓 8호기 실패 이후에 행해진 H-IIA 로켓의 재검토에 있어서 LE-7A 엔진의 양 터보펌프 및 인듀서와 고체 부스터의 결함이 지적되었다. 우주개발위원회의 최종 결론은 인듀서는 조기에 개량해야 하나 고체부스터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더욱이, 당시 NASDA의 부이사장(아마도 고다이 도미후미,  인듯)은 고체로켓 전문가였다. 우주개발위원회와 부이사장이 OK 해서 취임했을 뿐인 야마노우치 씨가 개량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어도 이상할게 없다. 참으로 딱한 이야기였다.
야마노우치 씨의 책임추궁은 NASDA를 넘어서서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되나, NASDA 내부의 책임추궁에 대해서도 큰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예를 들자면, LE-7 엔진 개발 시에 시험 실패 시 중간기술자는 그 다음에 엔진 개발부문으로부터 다른 부문으로 배치 전환되었다. 이로 인하여 LE-7A 엔진 개발 시에는 LE-5 엔진 개발과 관련있는 기술자의 참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의외로 젊은 시절 엔진 개발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던 부문에 종사했던 기술자들밖에 없었다.
많은 귀중한 조언을 해 주었던 RocketDyne 사의 스즈키 씨는, H-I 로켓의 개발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던 때에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실력이 붙었는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실패는 성공의 양식" 이라는 격언은 실패의 원인을 바르게 보아야 비로소 실패를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술 개발에 관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3. 한 마디

축류 압축기, 펌프 등의 축류 유체기계들은 단당 압력비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커지면 후방에서의 비교적 높은 압력으로 인하여 블레이드 - 케이싱 간극을 통해 압력이 전방으로 누설되는 누설 유동이 발생한다. LE-7A의 개량 전 액체수소 인듀서의 경우에는 압력 계수(이것도 압력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가 너무 커져서 인듀서 후방의 액체수소가 전방으로 누설되었던듯 하다. 압력 계수를 낮춘 개량 후에는 확연히 누설 유동이 적은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나저나 개인적으로는 LE-7A 개발 시에도 LE-5 부터 개발에 참여한 인력들이 참여했을 줄 알았는데, 저런식으로 시험에 실패할 때마다 좌천시켜 인력을 유지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의외이다. 저렇게 조직의 잠재력을 깎아먹으면서까지도 어쨌든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른 의미로 대단해보인다는 점과 동시에 저것이 현재 들려오는 일본 우주개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원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3년 4월 9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9장, 대학으로 옮긴 후 - LE-7A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 개량 (예기치 못한 결론과, 인정시험 완료)

 1. 기대를 저버린 인듀서 시험과 인듀서 형상 결정

오카야스 씨가 제안하였던 Type.5 인듀서의 시험을 실시한 결과, 요구치를 만족시켰지만 흡입 성능은 기대했던것만큼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운용 시 유량의 ±5 % 정도의 범위에서 선회실속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압력계수를 낮춤으로 인한 인듀서의 양정상승 부족은 약 200 RPM 정도의 회전수 상승으로 벌충 가능했다.
이윽고 기대했던 Type.1 인듀서(유량계수 𝜑₁ = 0.08, 입구 익선단 각도 𝛽ₜ₁ = 7.5)의 시험을 진행하였다. 정격 유량과 정격 유량의 105 % 유량 조건에서 흡입 성능은 양호했고, 회전실속 현상도 발생하지 않았으나, 제법 큰 축 진동이 발생하였다. 또한, 95 % 유량 조건에서 진행된 시험에서는 약하지만 분명한 선회실속 현상이 발생하였다.
사전에 몰랐던 것이었지만, 이 시험을 행함에 있어 축의 진동을 작게 하기 위하여 베어링의 케이지를 바꾸었다. 분명히 이 변화가 이전의 과도한 축 진동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Type.5 인듀서 시험에서는 양호한 결과를 얻어내었으므로, 어째서 축 진동에 영향을 끼치는 부품을 바꾸어버렸는지 아직도 후회스럽다.
Type.1 인듀서 시험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개량 프로젝트를 단기간에 끝낼 필요가 있었기에 Type.1 인듀서의 재시험이나 Type.1보다 선회실속의 억제를 기대할 수 있는 인듀서의 제작, 그리고 어떠한 형상의 인듀서를 고를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필자도 생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크게 고뇌했다. 
개량 전의 인듀서는 큰 문제에 봉착해 있었으나, 엔진의 인증시험을 통과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실을 존중하여 Type.5 인듀서를 적용하게 되었다.

2. 깜짝 놀랐던 엔진 시험

이윽고 개량 인듀서를 적용한 LE-7A 엔진의 시험을 실시하게 되었다. 액체수소 터보펌프 단체 시험(한국식 표현으로는 '단품 시험')에 있어 인듀서가 양호하게 작동하는 것을 확인 가능하였으나, 이들 시험 시간은 길어 봐야 20초 정도였다. 이제부터 제법 많은 횟수의 시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내게 가능했던 것은 기술자들에 대한 격려와 데이터의 리뷰 뿐이었다.
우선, 아키타 현(県) 타시로() 시험장에 향하여, 2001년 7월 10일 시험에 입회하였다. 큰 소리를 내며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에 심장이 반응하여 심장이 고동쳤다. 갑자기, 김발(Gimbal) 제어 도중 노즐의 방향이 격렬하게 바뀌었다. 김발 제어가 시험 중에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관계로, 심장의 고동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확실히 50초 정도의 시험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다시금 나 자신의 담력없음을 절실히 느꼈던 시험이었다.
무책임하게도, 무사히 시험이 끝났던 때에 저 정도만의 외란에 노출되는 엔진이라면 걱정이 없겠다고 생각하였다. 시험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시험을 관찰한 MHI의 엔진 부장인 기시모토 켄지(岸本健治) 씨가 제어실로 돌아와서, "엔진은 이전부터 계속 얌전하게 작동하였다." 라고 말하였다. 이 말은 모두에게 격려가 되었다.

3. 다네가시마에서의 엔진 인정시험

이후에는, 드디어 다네가시마(種子島) 시험장에서의 인정시험(한국식 표현으로 '인증 시험')이 있었다. 이번에도 기술자들을 격려하고 싶다고 생각하여, 다네가시마로 향하였다. 좋은 기회가 찾아와 이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전 아사히 신문 편집위원인 니시무라 미키오(西村幹夫) 씨와 동행하였다. 니시무라 씨는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의 사고조사 보고서를 상세히 조사하여, 원인을 '인간의 마음의 문제' 라고 결론지은 저널리스트였다.
다네가시마에 도착했던 그날 밤에 페리가 부서져 버려 2001년 7월 22일 시험 당일에는 컨트롤 룸에서 시험을 참관하였다. 굉음과 함께 150초의 LE-7A 엔진 시험이 시작되었으나, 엔진 시동으로부터 40초 부근에서 돌연 엔진이 정지해 버렸다. 잠시 뒤, 시험 책임자가 "액체수소 공급계의 이상으로 비상정지하였습니다." 라고 발표하였다.
LE-7A 엔진에 관련된 액체수소 공급계의 변경 사항은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 뿐이었다. 나는 상세한 결론을 알게 되기까지 머리를 감싸안고 발 밑을 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침착을 되찾고, 그날 밤 다네가시마 호텔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로켓 발사를 단 한번도 실제로 보진 못했던 나는 이후에도 다네가시마의 로켓 발사를 보러 가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이후 인정시험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 그런데, NASDA의 담당자로부터 시험 횟수가 1회 부족한 관계로 5초 간의 시험을 이행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 시험을 수행할 필요가 있는건가? 시시한 실수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력이 도로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개량한 인듀서를 적용한 터보펌프의 단체시험 횟수와 시간을 고려해도 좋은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여 5초 시험의 중지를 강하게 요구하였다.
NASDA의 담당자도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느라 큰일이었다고 생각되지만, 결국 해당 시험을 중지하여 인정시험은 끝이 났다.

첨언

Type.1 인듀서 시험에서 정격 유량과 더 큰 유량에서는 선회 실속 현상이 발생하지 않다 적은 유량에서 약한 선회실속 현상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이러한 표현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

압축기의 서지(Surge) 선도

위의 서지 선도를 보면 특정 유량 위로는 유량 증가에 따라 압력상승 역시 줄어드나, 특정 유량 아래 영역에서는 오히려 유량이 상승할수록 압력상승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후자의 현상을 '서지' 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Type.1 인듀서가 어쩌다 보니 정격 유량의 95 % 영역에서 서지 영역을 만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서지 영역이 최대한 좁은 터보기계가 좋다.

2023년 4월 2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9장, 대학으로 옮긴 후 - LE-7A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 개량 (좋은 방안을 찾아낸 개량설계)

 1. 개량은 인듀서만!

필자는 개량을 진행하는 사람이 그걸 평가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하였기에 1999년 11월 27일, 취임만 하였던 우주개발위원회의 전문위원을 그만두었다. 
NASDA, NAL, IHI와 도호쿠 대학 유체과학연구소의 극저온 유동 연구분야(연구실)에 구성한 합동설계 팀이 인듀서의 개량을 진행하는 방식이 되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량을 완료하기 위하여 인듀서 부분의 변경을 해결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인듀서 이외의 부품도 변경한다면 주물 부품의 변경과 같은 대규모의 작업이 되어버려, 최단 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어림잡아 예상되었다.

2. 미국의 사례에서 찾아낸 개량 방안

미국에서 개발되었던 로켓엔진 인듀서의 방대한 데이터들 중에서 개량과 대응되는 지침이 있었다. 기술한 그림 1.7에 있었다. 즉, 액체수소 펌프 인듀서는 유량 계수가 극단적으로 작은 영역에서 캐비테이션에 대응되는 열역학적 현상이 사라져 버려(캐비테이션의 열역학적 효과가 사라짐), 성능이 극단적으로 악화된다고 추정 가능한 자료였다. LE-7A 엔진의 액체수소 펌프 인듀서의 유량 계수(𝜑₁) 는 𝜑₁ = 0.063이어서 확실히 작은 값이었다.

그림 1.7. 특정 입구 유량 계수 아래로는 흡입 비속도(흡입 성능의 척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입구의 유량 계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인듀서 입구의 직경을 작게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출구 직경까지 작게 한다면, 액체수소 펌프 전체적으로 큰 폭의 개수가 필요해져, 개량에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계산되었다.
좀 더 조사를 진행해보자, NASA SP-8107(제 1장 참고문헌4) 내용 중 아폴로 계획 시대에 J-2 엔진의 개량형으로 개발되었던 J-2S의 액체수소 펌프 단면도가 있었다. 이 인듀서는 입구 직경보다 출구 직경이 더 커서 일종의 사류 형상이 되어있었다. 이 방식을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펌프의 상사율을 적용한 비속도(Ns)를 계산해 보았다. Ns는 700 이었다. 그림 1.11의 임펠러 형식에서 오히려 사류형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그림 1.11. 비속도(Ns)에 따른 임펠러의 형상

J-2의 개량형, J-2S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앞의 인듀서 형상에 주목.

 J-2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J-2S의 인듀서 형상과 비교하면 차이점이 보인다.  

3. 최초 설계 회의에서의 제안

최초 설계회의가 열리기 전날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개량의 방침, 즉 인듀서의 입구 직경을 줄여 입구 유속을 높이고(입구에서의 유량 계수 상승), 출구 직경을 변동시키지 않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이 변경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회의 당일(2000년 9월 21일) 아침에 규슈 대학의 후루카와 아키노리(徳) 교수와 상담하였다. "그 개량안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답변을 받고 설계회의에 참석하였다.
NASDA의 개발부원이 인듀서 개량에 반대하였던 최대 이유는 개량에 요구되는 기간에 있었다. 인듀서 부분의 개량안을 제시하였을 때 일순간 '훅!' 하는 분위기가 돌았다. 하지만 그땐 로켓 펌프의 세계에서 최초의 현상에 조우하여 궁지에 몰렸던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4. 센서 개량까지 수행한 후에 얻어낸 인듀서의 캐비테이션 특성

이 개량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인듀서 주변의 압력 변동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센서의 수압면이 액체수소에 수직으로 접촉하는 방식, 즉 Pressure Mount 에 사용 가능한 압력센서는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NAL의 시무라 타카시(隆) 주임연구관을 중심으로 미국의 제조 회사와 개량을 거듭하여 그럭저럭 맞출 수가 있었다. 
개량 전의 인듀서 입구 압력을 측정한 결과, 압력이 원주 방향으로 임펠러 회전속도의 30 % 정도의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고 판명되었다.

입구 압력의 저하와 함께 역류 영역에서(그림 9.1 참조)온도가 상승한 액체수소가 끓어올라 인듀서 블레이드 사이의 유로를 막아 인듀서의 압력상승을 급격히 저하시킨 결과 선회 실속이 발생하였다고 추측하였다. 

그림 9.1. 유동 가시화 시험에서 확인된 역류 영역 캐비테이션

선회 실속은 압축기 분야에서는 생소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액체수소의 역류나 비등이 원인이라면 우선, 세계 최초로 관찰된 현상이 된다. 전술한 LE-7 엔진 액체산소 펌프 인듀서의 선회 캐비테이션을 조우했던 때와 똑같이, 개량에 대해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개량에 대한 방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5. 제안이 수용되었으나 수모를 당함

설계회의 석상에서 IHI를 퇴직하고 NASDA의 초빙개발부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오카야스 아키라(隆) 씨가 "문제를 일으킨 인듀서의 입구 직경을 줄이는 것을 진행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라고 제안하였다. 이 인듀서는 뒤에는 Type. 5로 불리게 된다. 인듀서 블레이드 입구 받음각이 너무 작아, 흡입 성능을 만족시키지 못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여 약간 부정적인 발언을 하였다. 하지만 새롭게 설계한 인듀서의 시험 전에 시험이 가능할지에 대해 해 보자는 분위기가 흘렀다.
상세설계에 들어가, 개량 인듀서의 입구 유량계수(𝜑₁)를 𝜑₁ = 0.08로 키우고, 압력계수를 약간 낮춰(𝜓 = 0.22에서 𝜓 = 0.18)제작을 진행하였다.(그림 9.3 참조) 
그림 9.3. J-2S의 사류형 인듀서와 비슷한 형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압력계수를 낮췄다는 이야기를 들은 NASDA의 주임개발부원으로부터, "인듀서의 불안정성 억제는 부탁하였습니다만, 성능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부탁하지 않았습니다." 라는 격렬한 어조의 메일이 도착하였다. 인듀서의 압력계수 감소는 액체수소 펌프 전체로 따지면 회전수를 400 RPM 정도 올린다면 벌충한다는 것을 알고 제안한 것이었다. 한심했던 것은, 로켓 펌프의 연구 및 개발을 30년간 행하였던 전문가에 대해 이러한 실례하기 짝이 없는 메일을 보냈던 NASDA의 체질을 알았다는 것이다.

한 마디

극저온 유체는 증발이 쉽기 때문에 물과 같은 유체보다 오히려 캐비테이션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이야기다. 극저온 유체가 물과 같은 유체보다 캐비테이션이 더 잘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여기서 일어난 캐비테이션은 액체 > 기체로 상이 변화한 상태로, 기체로 변화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다. 더운 날 길에 물을 뿌리면 주변은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해서, 일어난 캐비테이션이 오히려 주변 작동유체의 온도를 낮추고, 더불어 증기압을 낮추어(=낮아진 온도에서는 더 낮은 압력에서 증기로 변한다) 캐비테이션을 억제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러한 현상을 '캐비테이션의 열역학적 효과' 라고 한다. 위의 그림 1.7에서 액체수소 > 액체산소 > 물 순으로 같은 입구 유량 계수에서 흡입 비속도가 높은 점을 알 수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캐비테이션의 열역학적 효과가 일어난 결과이다. 쉽게 말하자면, 캐비테이션이 일어나긴 했지만 억제되었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전에 저자가 언급하였던 '선회 캐비테이션'과는 살짝 다른 느낌이다. 오히려 '선회 실속'이라고 언급된 것을 보니 액체 산소 터보펌프에서 경험하였던 선회 캐비테이션보다는 오히려 압축기의 선회 실속과 유사하다는 의미인듯 하다. 특히 캐비테이션 영역의 선회속도가 축 회전속도보다 낮다는 점이 언급되어 있다.
이는 혹시 액체수소의 물성으로 인한 차이가 아닐까? 액체산소는 비교적 밀도가 높은 유체인데 반해, 액체수소는 액체 치고는 극단적으로 밀도가 낮다. 따라서, 이 책의 1장에서 언급되어 있다시피 액체수소 펌프는 압축성을 고려하여 펌프보다는 오히려 압축기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다고 한다.

일본의 재사용을 위한 터보펌프 회전축 씰 개발 방향성 - 이글 인더스트리 연구자의 논문 리뷰

최근에 일본의 터보펌프와 관련하여 좋은 논문들을 담은 학회지를 입수했다. 일본  터보기계협회(ターボ機械協会, Turbomachinery Society of Japan) 의 협회지로, 터보기계와 관련된 일본의 논문들이 올라왔다. 물론 수록된 논문은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