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6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5장,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 H-II 로켓 발사 이후의 보도

1. NASDA, MHI 등은 취재하는데 NAL에는 취재가 들어오지 않았다

H-II 로켓 1호기(시험기)는 1994년 2월 4일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이 발사 성공을 전하는 TV 뉴스 외에도 쉴 틈 없이 이 위업을 칭송하는 신문기사가 게재되었다. 그러던 사이에 같은 해 6월 12일에 유명한 TV 프로그램에서 "격전, 남자다운 H-II 로켓" 이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내용을 보아 하니 사전의 취재에 상응하는 시간이 할당되었음이 명백했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NAL로는 취재가 들어오지 않아 살짝 놀라웠다.
자신과 NAL의 그룹은 연구를 본분으로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큰 프로젝트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종료 후의 평가 단계에서 좋지 못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필자와 함께 움직였던 연구자 중에서는 납득이 간 끝에 급기야 "실장이 핥고 있으니까 이렇게 되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연구원도 있었다.
부하의 기분을 되새겨 이제 와서라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여 NASDA와 TV 방송국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이 TV 프로그램은 NASDA의 개발 책임자를 중심으로, 참여 기업들의 부장 등으로부터의 개발 고생담 이야기를 다루었다. 터보펌프에 대해서는 액체수소 터보펌프에 대해서만 소개하여 NAL이 관여하였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소개도 없었다.
H-II 로켓 1호기 발사 영상

2. 그 동안 두 번의 실패가 있었다.

무엇이 좋았을지, 어땠을런지에 대해서는 이후에 어떠한 것도 체감할 수 없었다. H-II 로켓은 총 2회의 발사 실패가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1998년 2월의 H-II 로켓 5호기에서 MHI가 개발하였던 2단의 LE-5A 엔진의 고장으로 인한 통신방송기술위성(COMETS)의 발사실패, 1999년 11월의 8호기에서는 IHI가 개발하였던 LE-7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의 파손으로 인한 운수다목적위성(MTSAT-1)의 발사실패가 있었다. H-II 로켓은 NASDA가 발사의 모든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전술한 TV프로그램에 출현한 모든 조직이 이들 실패에 관여해 있었다.
로켓엔진의 중요한 서브시스템에는 연소기와 터보펌프가 있는데 TV프로그램에 출현하지 못한 NAL이 담당한 부분(액체산소 터보펌프)은 실패와 관련이 없었다.
H-II 로켓 5호기 발사 영상. 상단 LE-5A 엔진 결함으로 정지궤도 진입 실패.

H-II 로켓 8호기 발사 영상. 1단 LE-7 엔진 결함으로 비행 종료.

H-II 로켓 8호기 실패 이후 원인 규명 관련 영상. 10분 10초부터 저자인 Kamijo Kenjiro 출연

3. H-II 로켓 이전 로켓들의 의의

H-II 로켓의 발사가 성공함에 따라 "H-I 로켓의 개발은 굴욕이었다. H-II 로켓을 개발함으로써 이러한 굴욕을 씼어냈다." 라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이나 기술이 눈에 띄었다. 최초에는 그 의미하는 바를 몰랐다. 조사를 해 본 이후에야 막연히 그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실용위성 발사용 로켓 개발계획은 N형 로켓(Q 로켓을 흡수)에서 신형 N로켓(최종적으로 N-I 로켓이 되었다)으로 변경되었다. NASDA의 시마 히데오(島秀雄) 이사장 등의 강한 의지로 행해졌다고 소개된다. 구체화되고 있던 Q 로켓의 개발계획 중지는 특히 고체 로켓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던 기술자들에게는 좀처럼 인정할 수 없는 변경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H-I 로켓의 경우는 2단을 개발하였는데, 1단은 델타 로켓의 엔진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발사 시기에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여 굴욕감을 맛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H-I 로켓의 개발을 계획하고 실현시킨 사람들에게는 매우 실례되는 말이다. 일본인이라면 순국산 로켓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고체 로켓이 중심인 Q 로켓의 개발을 그대로 진행했더라면 어떠한 모습이 되었을지 걱정스럽다.
Q 로켓의 풍동 시험 모델. 4단식으로 3단이 액체식, 나머지 단은 고체식인 발사체이다.

시마 이사장의 결단은 이후 마쓰우라 요오에(松浦陽恵) 이사장, 야마우치 마사오(山内正男) 이사장, 오오츠카 사다키치(大塚貞吉) NAL 가쿠다 지소장, 타케나카 유키히코(竹中幸彦) NASDA 로켓 담당 이사 등에 의해 인수인계되어 H-I 로켓이 완성되었다. 이 개발로부터 터보펌프 방식의 액체산소/액체수소 로켓엔진 시스템 및 관성유도장치 등의 극히 중요한 로켓 기술을 습득하여 우리나라의 많은 로켓 기술자들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4. 그 외의 연구진들에게 바치는 말

더욱이 우리나라의 로켓 연구/개발에 관여한 NAL의 연구자들은 그들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연구원은 다양한 분야로 표현된다. H-I 로켓의 발사 성공 시기에는 기계학회 기술상, H-II 로켓의 발사 성공 시에는 일본 항공우주학회 기술상, 터보기계협회 기술상, 일본 트라이볼로지학회 기술상을 수상하였다. 그동안 진행하였던 연구로는 일본기계학회 논문상, 일본 항공우주학회 논문상, 과학기술청 장관상(연구 공적자 표창)등을 수상하였다. 다음으로는 미국 윤활학회 최우수 논문상이나 미국 자동차학회 항공우주부문 논문상을 수상하여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로켓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줄 평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참여 기관 사이의 갑/을 관계로 인한 애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시험 중 엔진 폭발 에피소드에서 초기 원인 규명 과정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는데 발사 성공 후에는 취재조차 받지 못하고 거의 모든 관심은 NASDA와 MHI로 집중되었다.
그래도 저자인 카미조 켄지로는 자신의 부하들의 명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쩌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여 조직을 자신의 것으로 장악하는 등의 정치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필자는 이러한 조직 내 정치질로 인하여 홍역을 겪는 일을 아주 약깐 떨어진 거리에서 목격한 바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에피소드는 한국의 로켓개발 기관이 귀감을 삼아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일본에서도 한국의 KSLV-I 나로호를 'KOREA만 새긴 러시아제 로켓이다!' 라고 폄하하는 존재들과 같은 이들이 발견됐다는 것이 놀랍다. 사실 이번 에피소드를 포함하여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한국의 비슷한 개발 과정에서 들려왔던 비슷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서 역시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H-I과 KSLV-I 모두 후대의 H-II와 KSLV-II 개발을 위하여 꼭 필요한 존재였다. 마치 기록사격 전의 사격술 예비훈련과 영점사격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2023년 2월 19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5장,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 LE-7 엔진 주 연소기의 용접 개선

 1. 액체산소 터보펌프가 폭발했다? 석연찮은 이야기

LE-7 엔진은 1989년(헤이세이 원년)즈음부터 주연소기 용접 부위의 취약성이 지적되었다. 이후 다네가시마(島) 시험장에서는 연소시험 중 수 회의 엔진 폭발이 발생하였다. 
1990년 9월 26일, 그 날에도 다네가시마 시험장의 모리마사 히로(弘) 개발부원(NASDA 소속)으로부터 "LE-7 엔진이 연소시험 중 폭발하였다. 상황상 판단할 때 액체산소 펌프가 폭발의 원인인듯 하다." 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때 나는 "모두가 그런다면 아닐 수가 없다." 라고 답을 하였다.
액체산소 펌프에 대해서는 걱정스러운 점이 있었기에 이후 상세한 원인규명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네가시마에서는 사고 당일에 액체산소 펌프의 폭발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원인 조사서가 작성되었다.
1주일 정도 후, 액체산소 펌프는 다네가시마에서 이시카와지마 하리마 중공업(IHI)의 미즈호(穂)공장으로 이송되었다. 확실히 폭발사고를 연상시키는 터보펌프였다. 인듀서가 축에서 분리된 터보펌프를 본 순간, "어라?"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인듀서가 축으로부터 분리된 모습이 추측했던 것과는 크게 달랐다. 내가 "액체산소 펌프가 폭발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라고 말하자 IHI의 기술부장이, "액체산소 펌프가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안이한 말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정정하여 주십시오." 라고 살짝 강한 어조로 말하였다. 거기서 나는, "상세한 원인규명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론은 아닙니다." 라고 이전의 발언을 철회하였다.
LE-7 엔진 연소시험 중 폭발사고

2. 그곳에 피에조 센서가 있었다

"액체산소 펌프가 사고의 원인이었다" 라고 단정을 지어버리는 의견을 들을 때마다, 냉정히 조사에 임하였던 나도 감정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던 장면이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간신히 다네가시마에서의 측정 데이터가 나에게 들어왔다. 폭발 순간의 데이터가 없지는 않을까 하는 등의 걱정을 하는 와중에, 어떠한 것들을 깨달았다. 
그림 5.14와 같이, 엔진을 세운 채로 시험(종형 시험, 験 이라고 부른다) 할 때 액체산소 배관에는 피에조 타입(결정 방향의 압축이나 인장으로 전류가 발생하고 그것을 계측) 압력 센서가 액체산소 탱크 출구로부터 펌프 입구에까지 수 개소에 설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피에조 센서는 반응성이 매우 좋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에도 외부의 폭발에 반응하는 센서라고 생각해도 좋다. 
액체산소 탱크로부터 액체산소 터보펌프까지, 각 센서의 반응들을 이른 순서대로 나열 즉, 시계열로 검토해 보면 무언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문제의 액체산소 배관과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위치

3. IHI로의 조사 요청

이러한 것들을 집에서 문득 떠올렸다. IHI에 연락을 취하는 것에 대햇는, 마침 그날이 NAL 가쿠다 지소의 레크리에이션 날이었던 관계로 나도 야마가타(形)의 포도 따기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출근 시간에 약간 앞서 레크리에이션 행사 출발 시간까지의 약간의 시간을 쪼개어 조사해야 할 항목들을 정리하여 IHI에 팩시밀리와 전화로 전하였다. 야마가타에서의 포도 따기 행사는 즐거웠고, 행사 후 NAL 가쿠다 지소의 사무실로 돌아오니 IHI 로부터의 조사 결과가 팩시밀리로 도착해 있었다.

4. 원인은 액체산소 터보펌프가 아니었다!

위의 발상은 크게 적중하여, 액체산소 펌프 근처의 센서보다 액체산소 탱크 근처의 센서가 더 이른 시기에 반응하였다. 역시나 액체산소 펌프는 폭발의 원인이 아니었고 사고의 영향으로 폭발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완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그대로 엔진의 개발이 전개되었다. 그 결과, 1992년 6월 18일 LE-7 엔진의 대형 폭발사고가 또다시 발생하였다.

5.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였다

미쓰비시 중공업(MHI)의 일부 담당자도 연소기 계통 용접 부위의 취약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용접 부위의 취약을 개선하는 방법은 MHI의 나가사키(崎) 연구소에서 제안하였다. 용접 후의 용체화 처리 온도(고온의 열처리를 수행하여 취성을 저하시키는 방식)를 섭씨 100도 정도 상승시키는 방식이었다.
MHI의 나가사키 연구소와 NAL이 협력하여 용체화 처리 온도 등의 영향을 평가하였는데, 중립적인 기관에서의 시험이 더 좋다는 이유로 NAL의 로켓 유체기계실험실(가쿠다 지소)에서 시험을 실시하였다. 
시험은 900 K의 가스 수소 환경에서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그림 5.15에 나타내었다. 변경 전의 용체화처리 시험 시편은 용접 부위에서 파단되었다. 한편, 용체화처리 온도를 섭씨 100도 상승시킨 시험 시편에서는 나뉘어졌던 용접 부위가 아니라 모재에서 파단이 발생하였다. 이 방법을 채용하면 걱정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체수소 환경에서의 인장시험 결과

LE-7 엔진 부품의 열처리 관련 영상. 48분부터.

6. 원인 규명 그 후

다만, 마지막에 용접을 실시하는 연소기 외측 부위의 용체화처리 온도를 올리면, 연소기 외부의 납땜 부분이 풀어지기 때문에 납땜 방식의 개발과 제작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였다. 이를 위하여 MHI의 담당자는 그 밖의 방법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분투하였다. 
MHI의 코마키(牧) 공장에서의 회의 석상에서, 나는 이러한 속마음(音)을 말하였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어서 기대하였던 여러분에게 미안했다. 우리 NAL은 개발에서 손을 떼겠다." 라고. 그 이후 회의장에서는 "슝" 하고 나가 버렸다.
결국, 개량이 결정되어 개발은 재개되었다. 이후의 개발은 순조로워서 최초의 계획보다 2년 지연된 1993년에 LE-7 엔진의 개발은 마무리되었다.

한줄 평

여러모로 프로젝트 참여 기관에서의 갑/을 관계로 인한 애환이 담겨있는 에피소드같다. LE-7 엔진은 NASDA와 NAL이 협력하여 개발하였으나 주 개발 기관은 엄연히 NASDA였다. 게다가 연소시험을 실시하는 장소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도 NASDA 의 시설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NASDA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맡은 부분의 결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영향력 자체가 낮은 NAL로 책임을 전가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원인을 규명해 내어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밝혀낸 저자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왠만해선 일본인들은 자기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데 저자는 아마 MHI와 NASDA가 모두 모였을 공식 회의 석상에서 "나 이러면(우리는 무시하고 너희들끼리만 그럴거면) 개발 참여 못한다" 라고까지 직설적으로 소리쳤을 정도였다. 

2023년 2월 12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5장,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 LE-7 엔진 관련 공장과 시험장과 최초의 LE-7 엔진 시험

 LE-7 엔진 관련 공장과 시험장

그림 5.13

여기, 그림 5.13에 LE-7 엔진 개발과 관련된 공장과 시험장을 나타내었다. 
터보펌프의 상세설계, 제작 및 조립은 IHI(이시카와지마 - 하리마 중공업)의 미즈호(穂)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예연소기, 주연소기, 고확장 노즐의 상세설계 및 제작, 엔진의 조립은 MHI(미쓰비시 중공업)의 나고야 유도기기 시스템 제작소(所) 에서 이루어진다. 
IHI 미즈호 공장. 요코다 공군기지와 접해있음.

MHI 나고야 항공우주시스템 제작소. 구 유도기기 시스템 제작소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시험은 NAL의 가쿠다 우주추진기술연구센터(구 NAL 가쿠다 지소)에서,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NASDA의 가쿠다 로켓개발 센터에서 이루어진다. 위의 양 센터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접해 있다.

JAXA 가쿠다 우주센터 전경. 구 NAL 가쿠다 우주추진기술연구센터, NASDA 가쿠다 로켓개발센터

가쿠다 우주센터 약도. 동, 서 두 구역이 있고 둘은 가운데의 도로로 나뉘어져 있다. 어느 쪽이 NAL 쪽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양 터보펌프를 합쳐 3만 마력의 터빈을 구동시키는 가스 구동설비의 제약으로 인하여, 기존 설비로는 길게 잡아 1회 당 15초 정도의 시험만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시험을 반복 실시하면서 문제점들이 드러나 터보 펌프의 개량을 실시하였다.

미국의 스페이스 셔틀 주 엔진(SSME) 개발 과정에서는 이러한 시험을 생략하고 처음부터 엔진 시험을 개시하였다.(아마도 터보펌프 계통 시스템 시험을 의미하는듯 하다. KARI의 경우 당연히 터보펌프 시스템 실매질 시험, 상사매질 시험을 실시한다. - 역자 주) 이로 인하여 엔진 시동과 정지 과정을 확립하는데 있어 13회의 터보펌프 교환과 45주에 걸친 시험이 필요하였다. 더욱이, 스페이스 셔틀 운용 중에 호환되는 터보펌프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요즘에는 일본의 개발 과정과 동일하게 터보펌프만의 시험을 진행하는 시설을 신설하였다.

양 터보펌프를 장착한 LE-7 엔진의 시험은 일단 타시로(代) 시험장에서 행해진다. 여기서 엔진은 발사 시와는 다른 가로로 뉘여진 자세로 시험을 거친다. 이 시험장은 거대한 국유림에 둘러싸인 외딴 산속에 위치한 타시로 정의 정유지에 건설되었다. 따라서, 로켓 엔진이 내뿜는 무시무시한 소음 공해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실제 비행 중의 작동시간은 350초인데 역시나 설비의 제약 때문에 50초 정도의 시험을 중심으로 30회의 시험이 이루어졌다.
미쓰비시 중공업 타시로 시험장. 사진 오른쪽 아래의 시설에서 Battleship Test가 수행됨


타시로 시험장에서의 엔진 시험 모습. 뉘어져 있는 모습으로, 사진은 LE-7의 개량형인 LE-7A이다.

350초의 시험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는 발사 시와 동일한 세워진 자세로 시험된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의 연소시험장.



최초의 LE-7 엔진 시험

1. 1차 시제 시험에서의 터보펌프 폭발

1986년 여름, 최초의 LE-7 엔진 시험이 실시되었다. NAL 로켓 유체기계연구실이 개발을 진행한 액체산소 터보펌프 제 1차 시제가 엔진에 조립되어 아키타 현의 타시로 시험장에서 시험을 개시하였다.
수 회의 시험 이후, 갑자기 타시로 시험장에 있던 NASDA의 후지타 토시히코(彦) 연구원으로부터, "LE-7 엔진 시험에서 고장이 발생하여 액체산소 펌프 케이싱이 두 개로 조각나 지면에 흩어져 있다" 라는 전화가 왔다. 이러이러한 사정을 듣고 나서 후지타 씨가 "카미조 씨께서 현장을 보실 때 까지 그대로 둘 테니, 속시 타시로 로 시험장으로 와 주십시오." 라고 강한 어조로 말하였다.

2. 터보펌프 폭발 원인은?

다음날, 타시로 시험장에 도착했는데 대단히도, 현장은 사고 상황이 짐작되지 않을 정도로 산산조각나 있었다. 원인의 조사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어서 아직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설계의 기본을 바꾸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앞의 시험에서 엔진 정지 시 수증기가 다량으로 포함된 터빈 구동가스가 액체수소보다 극도로 냉각되었다. 그 결과, 터빈 동익이 다량의 얼음으로 뒤덮여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재차 엔진을 작동시켰을 때, 회전하지 못하게 된 액체산소 터보펌프는 액체산소를 연소기로 공급할 수 없어져 연소기 측으로부터 고온의 수소 가스가 액체산소 펌프로 흘러들어왔다. 이후 펌프 내부에서 급격한 연소가 일어나, 케이싱이 접합부로부터 2개로 조각난 것이었다.
극저온 터보펌프 시험 장면. 터빈 작동 정지 시 펌프 - 터빈 사이의 열전달로 인하여 터빈 내의 구동가스가 급격히 냉각, 결빙할 수 있다.

3. 그 이후

LE-5 엔진 개발 과정에서는 수증기의 결빙 대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때는 이와 같은 간과도 있구나 하고 곰곰이 되내었다. 제 1차 시제로 2개의 액체산소 터보펌프를 제작하여 이후의 시험 스케줄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은 없었다.
이 시험은 LE-7 엔진의 평가 위원이 참관하지는 않았다. 평가 위원들 중에서는 도쿄대 항공학과의 기무라 이치로(木村逸郞) 교수(현재 명예교수)가 있었다. 당시 기무라 교수로부터 항공학과 4학년의 졸업설계 지도를 부탁받아, 연말에는 지도에 집중하였다. 그 후로도 이 일을 계속하면서 17년 간 설계 지도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관계인 기무라 교수는 액체산소 터보펌프 폭발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어서 필자의 그룹이 "왜 이러한 위험한 개발을 골랐는가?" 에 대해서 지금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것에, 타시로 시험장에서 "액체산소 터보펌프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2023년 2월 6일 월요일

Kamijo Kenjiro - 제 5장,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 또다시 조우한 선회 캐비테이션

 

선회 캐비테이션

1. 선회 캐비테이션은?

LE-7 엔진은 일회용 발사체인 H-II에 장착되는 엔진이다. 따라서, 스페이스 셔틀의 주 엔진(SSME, RS-25)처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 필요는 없다. 따라서 연료, 산화제 양 터보펌프의 주 펌프 입구의 압력을 약간 상승시켜 주는 부스터 펌프를 적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캐비테이션이 형성되고, 캐비테이션이 펌프 인듀서의 입구 부근의 원주 상에 불균일하게 분포되는데, 그 결과 블레이드 열의 회전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선회하는 형상을 선회 캐비테이션이라고 한다.

2. LE-7 이전의 선회 캐비테이션 연구

1971년부터 1974년까지 NAL 가쿠다 지소에서 취득하였던 시험 데이터를 정리한, 인듀서의 선회 캐비테이션 관련 논문을 1977년 미국 기계학회(ASME)에서 구두발표하였다. 해당 논문은 'ASME Journal of Fluids Engineering' 에 투고되었다. 그러나, 캐비테이션 길이 측정에 오차가 컸던 이유로 게재는 거부되었다. 그 이후 10년간 선회 캐비테이션에는 좀처럼 흥미를 가질 수가 없었다. 선회 캐비테이션의 연구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서술하도록 하겠다.

3. 선회 캐비테이션 측정법 - 초기

LE-7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축의 회전 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의 진동(초동기 진동)이 관측되었다. 축 진동의 푸리에 해석 결과는 그림 5.8과 같다. 

인듀서 개량 전 푸리에 해석 차트(Waterfall 차트라고도 한다)

터보펌프가 최대 회전수(330Hz)에 도달하였을 때 회전 주파수의 1.2배에 해당되는 축 진동이 관측되었다. 축 진동의 측정을 위해 그림 5.9와 같이 주 펌프 임펠러의 전면 슈라우드를 계측 장비가 사선으로 마주보도록 위치시켰다. 이때 취득한 진동 데이터는 센서가 축에 직각으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정하여 도시한 것이었다. 이렇듯, 로켓의 터보펌프에 대해서는 센서 하나의 장착에 대해서도 회전축계의 영향을 최대한 억제하는 고려를 하였다. 

축 진동 측정 위치. 펌프 임펠러 전방 슈라우드를 마주보고 40도 각도로 센서를 설치

4. 다른 전문가들도 모르던 선회 캐비테이션의 난해함

1987년부터 1988년까지 대학과 기업의 전문가들과 상담해 보았지만 전부가 '초 동기 진동의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1987년, Acosta 씨가(저자가 미국에 유학하였을 때 지도교수) 일본의 학회에 출장하였기에 같은 질문을 해 보았지만 역시나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Acosta 씨는, 필자가 1977년 미국 Caltech에 방문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논문을 작성하던 시기에 선회 캐비테이션의 불가사의한 초 동기 진동 가능성에 대해서 질문하였더라도 초 동기 진동과 선회 캐비테이션 사이를 연결지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LE-7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개발이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때, 터보펌프의 신뢰성을 향상시키는데에 있어 초 동기 축 진동이 큰 부담이 되었다. 원인은 인듀서의 선회 캐비테이션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생하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초 동기 진동의 원인이 되었을 법한 것들도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웠다. 선회 캐비테이션이 원인이 아니길 바라는 것과 동시에 선회 캐비테이션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였다.

5. 시험 결과 선회 캐비테이션이 원인이라는 확신이 섰다!

1989년 12월, 그림 5.10에 도시한 바와 같이 인듀서 앞전 축에 금속제 링을 장착하여 축 진동을 측정하였다. 시험을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펌프 유체로는 액체질소를 사용하였다. 이 측정결과의 3차원 푸리에 해석은 그림 5.11과 같다. 
재차 진동을 측정한 위치. 인듀서 전방 축에서 진동을 측정하였다.


재차 진동 측정 후 진동 그래프. 아마도 개량된 인듀서의 데이터인듯.

이전에 기술한 액체산소 펌프 임펠러에서 측정한 진폭은 약 600마이크로미터였다. 이외에, 축의 진동과 인듀서의 흡입성능곡선(인듀서 입구 압력과 압력상승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의 관계를 조사해 본 결과 이 초 동기 축 진동의 원인은 선회 캐비테이션에 있다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선회 캐비테이션의 가시화 관찰 결과에 의지하여 해당 현상의 억제에 착수하였지만 좀처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데에 실패하였다. 회전하는 인듀서와 케이싱 사이에는 틈이 필요한데, 이 틈을 통과하여 입구 측으로 향하는 누설 유동이 발생한다. 이 누설 유동은 꽤 강력하기 때문에 캐비테이션이 발생한다. 가시화 시험으로부터 선회 캐비테이션이 발생하면 이 캐비테이션이 규칙성 있게 진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가 있었다. 이 인듀서 블레이드 팁에서부터의 누설을 조정하기 위해서 선회 캐비테이션의 양상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6. 통념을 벗어난 의외의 해법

최초의 설계에서는 그림 5.12와 같이 인듀서 직전에서 압력이 증가하는(즉, 갑자기 입구 케이싱 반경이 증가하는) 단차를 마련하였다. 이 방법은 압축기에서는 유동의 안정화를 위하여 사용한다.(이런 구조는 가스터빈 엔진의 입구 덕트에서 잘 볼 수 있다 - 역자 주)
시험한 인듀서 케이싱 형상들. 단차가 존재하며, 인듀서 입구 바로 앞에서 직경이 늘어나는 형상, 줄어드는 형상, 직선관인 형상 등이 있다.

이 단차를 제거하여 입구 케이싱이 직선형이 되도록 개량하였다. 하지만, 개량을 지시한 연구원으로부터, '구조의 제약 때문에 어떻게 하면 역 단차(입구가 갑자기 좁아지게 한다)는 가능하지만 인듀서 입구에서의 속도가 늘어나는 설계가 되어버린다.' 라는 설명을 들었다. 
의도한 대로의 시험은 진행할 수 없었지만 시험 준비가 완전히 끝난 1990년 12월에 역 단차 케이싱 형상의 시험을 진행하였다. 대단하게도, 이 인듀서 구조가 선회 캐비테이션의 발생을 거의 억제하였다. 거의 1년간의 시행착오 결과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우연히 다른 사건에 쫒기고 있던 관계로 연구원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버렸지만 사소한 형상의 결함을 허용하면 직선형 케이싱은 가능하였다고 후일 판명되었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때 사람의 상식을 믿을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한 에피소드였다.

그 후 NAL 로켓유체기계실험실의 하시모토 토모유키(之) 연구원이 LE-7 액체산소 펌프 인듀서와 거의 유사한 인듀서를 이용하여 시험을 진행하였다. 인듀서 입구 부근에서 케이싱의 반경이 갑자기 감소하는 형상이 선회 캐비테이션 억제에 효과가 있는지, 억제의 효과가 유량 계수(Flow Coefficient, 유입 속도/블레이드 익렬 속도)나 회전축의 휘둘림(Whirling) 양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밝혔다.


한줄 평

흔히 알고있는 베르누이 방정식에 의하면, 유체의 속도는 좁은 관 내부에서는 빨라지고, 넓은관 내부에서는 느려진다.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유체의 전압이 보존된다고 할 때 동압이 줄어들어 정압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유로를 넓혀 정압을 증가시켜 캐비테이션의 원인인 정압 강하를 벌충한다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저자가 언급한 이전 형상은 직경이 서서히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늘어나버려 해당 지점을 시작으로 와류가 발생, 오히려 정압이 줄어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히려 직경이 줄어드는 형상으로 단차가 존재하는 케이싱에서도 와류가 발생하긴 할 텐데... 와류가 인듀서의 팁/허브 중 어느 위치에 가깝게 형성되는지에 따라서 차이가 발생했던 것이 아닐까?
이건 저자가 언급한 하시모토 토모유키(之)의 논문을 좀 찾아봐야겠다.

여기서 언급된 선회 캐비테이션과 같은 현상이 액체가 아닌 기체를 가압하는 압축기에서도 발생한다. 형상 이름도 비슷하다. '선회 실속' 이라고 불리며, 캐비테이션이 인듀서 흡입면에서 축 회전속도와 다른 속도로 회전하듯이 블레이드에서 발생한 실속이 입구에서 회전한다. 압축기의 선회 실속도 저자가 언급한 축 진동 형태로 관측된다. 

추가 : 

회고록 상에서 언급된, 갑자기 좁아지는 단차가 존재하는 인듀서 케이싱 형상을 '백 스텝 케이싱' 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형상이 인듀서 끝에서 누설 유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을 붙잡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관련 논문을 보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유로 형상이 갑자기 좁아지는 형상이기 때문에 상류는 상대적으로 정압이 높아 상류 쪽으로까지 캐비테이션 영역이 확대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듯 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저자가 초기에 언급한 방식은 캐비테이션이 일어나는 영역(=인듀서 영역)의 정압을 소폭 상승시켜 캐비테이션의 억제를 추구했다면, 내가 이해한 내용대로라면 캐비테이션이 일어나는 영역 상류(=인듀서 상류 영역)의 정압을 상승시켜 캐비테이션 영역의 확장을 막는 듯 하다.
캐비테이션 영역이 줄어들었으니 당연히 선회 캐비테이션의 규모도 줄어들고, 이로인한 초 동기 진동 문제도 해결되었을 것이다. 아래는 실제 LE-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 적용된 인듀서 케이싱 형상이다.

LE-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 적용된 인듀서 케이싱의 단면도.
인듀서 전단에서 갑자기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케이싱 트리트먼트는 현재도 일본에서 개발되는 터보펌프들에 적용되고 있다는 모양이다. 어쩌면 LE-7 계열 이후의 LE-9 에도 적용되었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재사용을 위한 터보펌프 회전축 씰 개발 방향성 - 이글 인더스트리 연구자의 논문 리뷰

최근에 일본의 터보펌프와 관련하여 좋은 논문들을 담은 학회지를 입수했다. 일본  터보기계협회(ターボ機械協会, Turbomachinery Society of Japan) 의 협회지로, 터보기계와 관련된 일본의 논문들이 올라왔다. 물론 수록된 논문은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