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6일 월요일

Kamijo Kenjiro - 제 5장,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개발 - 또다시 조우한 선회 캐비테이션

 

선회 캐비테이션

1. 선회 캐비테이션은?

LE-7 엔진은 일회용 발사체인 H-II에 장착되는 엔진이다. 따라서, 스페이스 셔틀의 주 엔진(SSME, RS-25)처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 필요는 없다. 따라서 연료, 산화제 양 터보펌프의 주 펌프 입구의 압력을 약간 상승시켜 주는 부스터 펌프를 적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캐비테이션이 형성되고, 캐비테이션이 펌프 인듀서의 입구 부근의 원주 상에 불균일하게 분포되는데, 그 결과 블레이드 열의 회전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선회하는 형상을 선회 캐비테이션이라고 한다.

2. LE-7 이전의 선회 캐비테이션 연구

1971년부터 1974년까지 NAL 가쿠다 지소에서 취득하였던 시험 데이터를 정리한, 인듀서의 선회 캐비테이션 관련 논문을 1977년 미국 기계학회(ASME)에서 구두발표하였다. 해당 논문은 'ASME Journal of Fluids Engineering' 에 투고되었다. 그러나, 캐비테이션 길이 측정에 오차가 컸던 이유로 게재는 거부되었다. 그 이후 10년간 선회 캐비테이션에는 좀처럼 흥미를 가질 수가 없었다. 선회 캐비테이션의 연구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서술하도록 하겠다.

3. 선회 캐비테이션 측정법 - 초기

LE-7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축의 회전 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의 진동(초동기 진동)이 관측되었다. 축 진동의 푸리에 해석 결과는 그림 5.8과 같다. 

인듀서 개량 전 푸리에 해석 차트(Waterfall 차트라고도 한다)

터보펌프가 최대 회전수(330Hz)에 도달하였을 때 회전 주파수의 1.2배에 해당되는 축 진동이 관측되었다. 축 진동의 측정을 위해 그림 5.9와 같이 주 펌프 임펠러의 전면 슈라우드를 계측 장비가 사선으로 마주보도록 위치시켰다. 이때 취득한 진동 데이터는 센서가 축에 직각으로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정하여 도시한 것이었다. 이렇듯, 로켓의 터보펌프에 대해서는 센서 하나의 장착에 대해서도 회전축계의 영향을 최대한 억제하는 고려를 하였다. 

축 진동 측정 위치. 펌프 임펠러 전방 슈라우드를 마주보고 40도 각도로 센서를 설치

4. 다른 전문가들도 모르던 선회 캐비테이션의 난해함

1987년부터 1988년까지 대학과 기업의 전문가들과 상담해 보았지만 전부가 '초 동기 진동의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1987년, Acosta 씨가(저자가 미국에 유학하였을 때 지도교수) 일본의 학회에 출장하였기에 같은 질문을 해 보았지만 역시나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Acosta 씨는, 필자가 1977년 미국 Caltech에 방문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논문을 작성하던 시기에 선회 캐비테이션의 불가사의한 초 동기 진동 가능성에 대해서 질문하였더라도 초 동기 진동과 선회 캐비테이션 사이를 연결지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LE-7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개발이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때, 터보펌프의 신뢰성을 향상시키는데에 있어 초 동기 축 진동이 큰 부담이 되었다. 원인은 인듀서의 선회 캐비테이션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생하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초 동기 진동의 원인이 되었을 법한 것들도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웠다. 선회 캐비테이션이 원인이 아니길 바라는 것과 동시에 선회 캐비테이션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였다.

5. 시험 결과 선회 캐비테이션이 원인이라는 확신이 섰다!

1989년 12월, 그림 5.10에 도시한 바와 같이 인듀서 앞전 축에 금속제 링을 장착하여 축 진동을 측정하였다. 시험을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펌프 유체로는 액체질소를 사용하였다. 이 측정결과의 3차원 푸리에 해석은 그림 5.11과 같다. 
재차 진동을 측정한 위치. 인듀서 전방 축에서 진동을 측정하였다.


재차 진동 측정 후 진동 그래프. 아마도 개량된 인듀서의 데이터인듯.

이전에 기술한 액체산소 펌프 임펠러에서 측정한 진폭은 약 600마이크로미터였다. 이외에, 축의 진동과 인듀서의 흡입성능곡선(인듀서 입구 압력과 압력상승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의 관계를 조사해 본 결과 이 초 동기 축 진동의 원인은 선회 캐비테이션에 있다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선회 캐비테이션의 가시화 관찰 결과에 의지하여 해당 현상의 억제에 착수하였지만 좀처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데에 실패하였다. 회전하는 인듀서와 케이싱 사이에는 틈이 필요한데, 이 틈을 통과하여 입구 측으로 향하는 누설 유동이 발생한다. 이 누설 유동은 꽤 강력하기 때문에 캐비테이션이 발생한다. 가시화 시험으로부터 선회 캐비테이션이 발생하면 이 캐비테이션이 규칙성 있게 진동하는 것을 관찰할 수가 있었다. 이 인듀서 블레이드 팁에서부터의 누설을 조정하기 위해서 선회 캐비테이션의 양상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6. 통념을 벗어난 의외의 해법

최초의 설계에서는 그림 5.12와 같이 인듀서 직전에서 압력이 증가하는(즉, 갑자기 입구 케이싱 반경이 증가하는) 단차를 마련하였다. 이 방법은 압축기에서는 유동의 안정화를 위하여 사용한다.(이런 구조는 가스터빈 엔진의 입구 덕트에서 잘 볼 수 있다 - 역자 주)
시험한 인듀서 케이싱 형상들. 단차가 존재하며, 인듀서 입구 바로 앞에서 직경이 늘어나는 형상, 줄어드는 형상, 직선관인 형상 등이 있다.

이 단차를 제거하여 입구 케이싱이 직선형이 되도록 개량하였다. 하지만, 개량을 지시한 연구원으로부터, '구조의 제약 때문에 어떻게 하면 역 단차(입구가 갑자기 좁아지게 한다)는 가능하지만 인듀서 입구에서의 속도가 늘어나는 설계가 되어버린다.' 라는 설명을 들었다. 
의도한 대로의 시험은 진행할 수 없었지만 시험 준비가 완전히 끝난 1990년 12월에 역 단차 케이싱 형상의 시험을 진행하였다. 대단하게도, 이 인듀서 구조가 선회 캐비테이션의 발생을 거의 억제하였다. 거의 1년간의 시행착오 결과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우연히 다른 사건에 쫒기고 있던 관계로 연구원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버렸지만 사소한 형상의 결함을 허용하면 직선형 케이싱은 가능하였다고 후일 판명되었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때 사람의 상식을 믿을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한 에피소드였다.

그 후 NAL 로켓유체기계실험실의 하시모토 토모유키(之) 연구원이 LE-7 액체산소 펌프 인듀서와 거의 유사한 인듀서를 이용하여 시험을 진행하였다. 인듀서 입구 부근에서 케이싱의 반경이 갑자기 감소하는 형상이 선회 캐비테이션 억제에 효과가 있는지, 억제의 효과가 유량 계수(Flow Coefficient, 유입 속도/블레이드 익렬 속도)나 회전축의 휘둘림(Whirling) 양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밝혔다.


한줄 평

흔히 알고있는 베르누이 방정식에 의하면, 유체의 속도는 좁은 관 내부에서는 빨라지고, 넓은관 내부에서는 느려진다.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유체의 전압이 보존된다고 할 때 동압이 줄어들어 정압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유로를 넓혀 정압을 증가시켜 캐비테이션의 원인인 정압 강하를 벌충한다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저자가 언급한 이전 형상은 직경이 서서히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늘어나버려 해당 지점을 시작으로 와류가 발생, 오히려 정압이 줄어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히려 직경이 줄어드는 형상으로 단차가 존재하는 케이싱에서도 와류가 발생하긴 할 텐데... 와류가 인듀서의 팁/허브 중 어느 위치에 가깝게 형성되는지에 따라서 차이가 발생했던 것이 아닐까?
이건 저자가 언급한 하시모토 토모유키(之)의 논문을 좀 찾아봐야겠다.

여기서 언급된 선회 캐비테이션과 같은 현상이 액체가 아닌 기체를 가압하는 압축기에서도 발생한다. 형상 이름도 비슷하다. '선회 실속' 이라고 불리며, 캐비테이션이 인듀서 흡입면에서 축 회전속도와 다른 속도로 회전하듯이 블레이드에서 발생한 실속이 입구에서 회전한다. 압축기의 선회 실속도 저자가 언급한 축 진동 형태로 관측된다. 

추가 : 

회고록 상에서 언급된, 갑자기 좁아지는 단차가 존재하는 인듀서 케이싱 형상을 '백 스텝 케이싱' 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형상이 인듀서 끝에서 누설 유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을 붙잡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관련 논문을 보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유로 형상이 갑자기 좁아지는 형상이기 때문에 상류는 상대적으로 정압이 높아 상류 쪽으로까지 캐비테이션 영역이 확대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듯 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저자가 초기에 언급한 방식은 캐비테이션이 일어나는 영역(=인듀서 영역)의 정압을 소폭 상승시켜 캐비테이션의 억제를 추구했다면, 내가 이해한 내용대로라면 캐비테이션이 일어나는 영역 상류(=인듀서 상류 영역)의 정압을 상승시켜 캐비테이션 영역의 확장을 막는 듯 하다.
캐비테이션 영역이 줄어들었으니 당연히 선회 캐비테이션의 규모도 줄어들고, 이로인한 초 동기 진동 문제도 해결되었을 것이다. 아래는 실제 LE-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 적용된 인듀서 케이싱 형상이다.

LE-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 적용된 인듀서 케이싱의 단면도.
인듀서 전단에서 갑자기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케이싱 트리트먼트는 현재도 일본에서 개발되는 터보펌프들에 적용되고 있다는 모양이다. 어쩌면 LE-7 계열 이후의 LE-9 에도 적용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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