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터보펌프를 구동하기 위하여 터빈 구동 가스가 필요하다. 그게 예연소기 가스가 됐든 가스발생기의 가스가 됐든지 간에.
어쨌든 가스는 터보펌프의 터빈으로 들어가 팽창하여 펌프를 구동할 동력을 만들어 낸다. 이 터빈의 종류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정익인 노즐에서만 팽창이 일어나는 '충동식 터빈', 다른 하나는 노즐과 터빈 날개 모두에서 팽창이 일어나는 '반동식 터빈'이다.
|
충동식 터빈과 반동식 터빈 |
충동식 터빈의 경우에는 유량이 적은 터빈에 유리한 방식이면서 터빈 동익 앞뒷면 사이에 이론적으로는 압력차가 없으므로 축 추력이 적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효율이 떨어지고, 반동식 터빈은 그 반대로 유량이 큰 터빈에 유리한 방식으로 효율이 높은 대신, 터빈 동익에서도 팽창이 일어나는 특성상 앞 뒷면 사이의 압력차로 인하여 축 추력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로는, 가스발생기 사이클과 같은 개방형 사이클의 경우에는 터빈 구동 가스가 적으므로(어찌보면 당연하게 버려지는 추진제 양을 줄여야 하므로) 충동식 터빈이 적용되고 다단연소사이클과 같은 폐쇄형 사이클의 경우에는 그 반대로 터빈 구동 가스가 많으므로(터빈 구동한 가스 전부가 연소실로 들어가며 이게 주 유동이다)반동 터빈이 쓰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쓸 주제는 여기서 충동식 터빈을 사용하는 터보펌프의 노즐에 관한 이야기이다. 통념으로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의 경우에는 유량이 적으므로, 해당 유량에서의 노즐 목 면적을 감안하여 부분 분사 노즐을 사용한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Newton 3 엔진의 산화제 터보펌프 터빈의 모습.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이다. |
|
KSLV-II 3단의 7톤급 엔진 터보펌프 터빈 노즐의 모습.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반드시 그런건 아니다. 터빈의 종류에 따라서 가스발생기 사이클이면서도 완전분사 노즐을 쓸 수 있다.
아주 좋은 사례들이 있다. 동시기 같은 국가에서 개발되어 설계 요소 일부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은 LE-5와 ES-1002, 그리고 다른 국가에서 개발된 F-1 엔진 터보펌프의 사례이다.
LE-5와 ES-1002 엔진 터보펌프의 비교를 통해 엔진의 요구도에 따른 터빈의 형식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이들과 F-1 엔진 터보펌프의 비교를 통해서는 엔진의 규모에 따라 터빈의 형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LE-5 vs ES-1002
우선 LE-5의 터보펌프에 대해서 살펴보자.
|
LE-5의 공급계통 |
|
LE-5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
|
LE-5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
|
터보펌프 주요 사양 |
터보펌프 터빈 구동가스는 연료와 산화제 측이 각각 0.423kg/s, 0.390kg/s이며 터빈의 압력비는 각각 약 4.82, 1.87 정도이다. 동익이 2열이긴 하지만 논문 상에서 각각 단단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유량과 압력비 모두에 주목.
|
액체수소 펌프 터빈 노즐 형상. 완전분사 노즐처럼 보이긴 하지만 분사 면적 54.5 %의 부분분사 노즐이다. |
|
액체산소 펌프 터빈 노즐 형상. 이건 완전분사 노즐이다. |
그 다음은 ES-1002 터보펌프의 차례이다.
|
ES-1002의 터보펌프 |
|
터보펌프 주요 사양 |
ES-1002의 경우엔 터빈 구동가스 유량이 0.694kg/s, 터빈의 압력비(=노즐의 압력비)는 10.0 정도이다. LE-5와 비교하여 유량은 두 배에 조금 못미치고 압력비는 훨씬 더 크다.
|
ES-1002의 터빈 노즐. 부분분사도 60.1 % 의 부분분사 노즐이다. |
두 사례를 비교해 보면 LE-5쪽이 유량과 압력비가 더 낮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유량은 부분분사/완전분사를 나누는 데 덜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같은 유량 조건에서 완전분사 노즐을 택한다면 각 노즐에 흐르는 유량이 줄어들고 노즐 목 면적 역시 부분분사 노즐에 비교할 때 줄어들 것이다.
이때 압력비를 더 높인다고 생각해 보면 안 그래도 줄어든 노즐 목 면적이 더 줄어들게 되고 그에 따라 각 노즐의 크기 역시 더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엔 노즐 후의 터빈 동익의 크기 역시 작아져야 하므로 마찰 손실 등의 이유로 인하여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LE-5와 ES-1002의 노즐 형상 차이는 압력비 차이로 인하여 발생하였다.
LE-5의 경우 가스발생기-액체수소 터보펌프-액체산소 터보펌프 식으로 구성된 시스템의 특성으로 인하여 개별 터보펌프 터빈 노즐에서 취할 수 있는 압력비를 무한정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해당 상황에서는 터빈 노즐 목 면적과 그로 인한 노즐의 크기가 충분히 확보되므로 완전분사 노즐을 택할 수 있다.
반면 ES-1002의 경우 가스발생기-액체수소 측 터빈-액체산소 측 터빈 순으로 배열된 것은 유사하나 팽창 노즐이 1개이므로 해당 노즐에서의 압력비를 크게 확보할 수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완전분사 노즐을 택한다면 심하게 줄어든 노즐 목 면적 및 노즐 크기로 인하여 효율이 저하될 것이므로 부분분사 노즐을 택하여 개별 노즐 목 면적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각 터보펌프의 노즐 및 동익의 단면적 비교를 통하여 알 수 있다.
|
LE-5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빈 |
|
ES-1002 터보펌프 터빈 |
LE-5의 경우 2.0mm, ES-1002의 경우 2.39mm이다. LE-5가 더 작아보이지만 ES-1002쪽이 유량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하여야 한다.
정리하자면, 유량이 더 많다 하더라도 압력비를 크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분분사 노즐을 택한다.
4. 그 외 사례
그렇다면 다른 사례들은 어떨까? 압력비를 크게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인데 완전분사 노즐을 택한 사례는 있을까? 물론 있다.
|
Mark.3 터보펌프. 터빈이 완전분사 방식. |
두 터보펌프는 가스발생기 사이클용 터보펌프로, 터빈의 압력비를 크게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위의 7톤급 엔진과는 달리 완전분사 터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터빈 부분을 잘 보면 2단으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구조의 경우 전체 압력비는 크지만 단별 압력비는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이들 미국의 LOX/케로신 추진제 조합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들의 터빈은 '압력복식 충동 터빈' 이다. 이러한 형식의 터빈은 1단 노즐에서 모든 팽창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의 노즐에서 모두 팽창이 일어난다. 즉, 위에서 언급한 LE-5와 ES-1002 엔진들의 터빈인 '속도복식 충동 터빈' 과는 반대이다.
5. 참고 문헌
The Development and Study of the Turbopump System for LOX and LH2 Rocket Engine
Development of LH2/LOX Turbopump in ISAS
液酸・液水ロケットエンジン用タービンの性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