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7 엘부르스, 스커드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실전에서 대량으로 사용된 전구 탄도탄이다. 심지어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와 같이 양측에 의하여 사용된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탄도탄은 고체 로켓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스커드는 액체 추진기관을, 그것도 가압식에 비하여 복잡한 터보펌프식 엔진을 사용한다. 스커드 탄도탄은 탄도탄 시스템은 마케예프 설계국, 엔진은 이사예프 설계국에서 설계되었다. 여기서 마케예프 설계국과 이사예프 설계국은 R-27 Zyb라는, 액체추진 SLBM의 탄도탄 시스템과 엔진 시스템을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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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예프 설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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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예프 설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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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7 Zyb SLB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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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17 엘부루스 |
오늘 할 이야기는 R-17 즉, 스커드 미사일의 터보펌프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중에서도 혼합 방지 계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발사체 터보펌프의 연료 계통과 산화제 계통 사이에는 외부에서 가압 기체를 공급받는 퍼지 씰을 사용하는것이 일반적이다. 일반적으로 헬륨이나 질소 등의 불활성 기체를 집어넣어 각 계통에서 누설되는 추진제를 불어 내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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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5에 적용된 혼합방지 퍼지 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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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75톤급 엔진 터보펌프의 혼합방지 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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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방지 씰 개략도 |
이러한 방식은 외부로부터의 기체 유입 유로가(Buffer Gas)필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터보펌프는 별도의 혼합방지 씰 전용의 기체 탱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스커드의 해당 계통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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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D21엔진의 스키매틱 |
계통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20번 'Seal Package'와 21번 'Seal Drainage Lines'가 식별되는것으로 보아 응당 있어야 할 혼합방지 씰은 존재하는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드레인 유로는 보이나, 씰로 유입되는 기체의 유입 배관은 식별되지 않는다. 해당 그림에서 생략되었다고 보기엔 2번 'Purge Valve'가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유입 배관이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것이 타당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9D21의 터보펌프는 혼합 방지 씰에 일반적인 씰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래는 터보펌프를 세세하게 도시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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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D21 터보펌프의 혼합방지 씰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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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펌프 단면도 1 |
그림에서 10, 11번을 자세히 보도록 하자.
11번은 일종의 보조 펌프 임펠러로, 13번으로 표기된 주 산화제 임펠러 후단으로 누설되어 베어링으로 통과한 산화제를 다시 주 임펠러 후단으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하여 최종적으로 펌프에서 누설되는 산화제 양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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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보조 임펠러의 형상. Sealing Impeller라고도 불림. |
10번은 여기서 설명할 혼합방지 씰이다. 이 씰은 액체 씰(Liquid Seal)로, 실리콘처럼 점성이 있는 물질(젤과 같은)로 이루어져있다. 이 씰은 축이 회전하면서 씰을 구성하는 젤이 마모되면서 기밀 기능을 수행한다. RC로 잠수함 등을 만들어본 사람들은 익숙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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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씰 개략도 |
11번, 보조 임펠러 후단에서 누설된 추진제는 10번 액체 씰에 막히는데, 여기서 마모된 젤과 추진제의 혼합물은 19번으로 표기된 드레인 배관으로 나가게 된다.
물론 젤과 산화제가 포함된 액체도 누설되면 안되므로 반대편에도 같은 씰이 위치하여 외부로는 젤만 누설되도록 한다.
자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그림들을 첨부한다.
1. 산화제 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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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제 혼합방지 계통 |
하늘색으로 칠해진, 산화제 계통에서 누설되는 산화제를 파란색 화살표로 표기하였다.
누설된 산화제는 12번 볼 베어링을 냉각 후 노란색으로 칠해진 11번 보조 임펠러로 유입된다.
보조 임펠러 이후의 산화제 흐름은 노란색 화살표로 표시하였다. 산화제의 대부분은 다시 13번 주 임펠러 후단으로 유입되고 일부는 10번, 액체 씰을 지나며 액체 씰의 젤과 산화제 혼합물은 19번 드레인 배관으로 배출된다.
9번은 펌프 외측 액체 씰로, 산화제의 펌프 외로의 누출을 최종적으로 막는다.
2. 연료 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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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혼합방지 계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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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부분의 자세한 그림 |
위는 연료 계통을 나타낸 것이다.
하늘색 주 연료 유동에서 누설되는 연료를 진한 파란색 화살표로 표시하였다.
펌프 입구에서 연료는 8번으로 표시된 축과 케이싱 사이의 틈으로 누설된다.
누설된 연료는 노랑색으로 칠해진 보조 임펠러로 유입되고 대부분의 연료는 노랑색 화살표로 표시된 경로로 다시 주 연료 유동으로 돌아간다.
아래 그림에서 보조 임펠러 후단에서 누설된 나머지 연료는 액체 씰을 지나 10번의 드레인 배관으로 배출된다.
이는 펌프 입구 뿐만 아니라 펌프 후단 부분에도 산화제 펌프와 똑같이 적용되었다.
밸런스 홀과 임펠러 후단의 씰로부터 누설된 연료를 파랑식 화살표로 표기하였다. 누설된 연료는 5번 볼 베어링을 냉각 후 노랑색으로 칠해진 4번 보조 임펠러로 유입된다.
노랑색 화살표로 보조 임펠러에서 주 임펠러 후단으로의 유로를 표시하였다. 대부분의 누설 연료는 노랑색 유로를 따라 다시 되돌아가게 된다.
보조 임펠러 후단으로 누설되는 연료는 2, 3으로 표시된 씰이 누설을 방지한다. 연료 과잉 가스발생기 사이클이기 때문에 별도의 드레인 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점과 단점
-장점
우선 이러한 방식은 외부로부터의 가압 기체 공급이 필요없으므로 해당 계통을 제거하여 경량화에 유리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야전에서 이동하면서 발사해야 하는 전술탄도탄 특성상 가압기체 계통이 없어지는 것은 발사운용 절차와 유지 보수 절차가 단순해지는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그대로 운용 상의 편리함과 직결된다.
-단점
이 방식은 스커드와 같이 상온 추진제가 작동유체인 터보펌프에서는 적용이 가능하나 액체산소, 메테인, 액체수소 등의 극저온 추진제에 적용하기엔 무리다. 상온에서는 유연한 물질이 극저온에서 부스러지거나 얼어버리는 일은 흔하다.
물론 크라이톡스와 같이 극저온에서 사용하는 윤활제는 사용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것을 이용하여 혼합방지 씰을 구성하였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수정 :
구 소련에서 개발된 엔진들 중에서 극저온 추진제(액체산소)를 사용하면서도 보조 임펠러(Centrifugal seal 이라고 부른다)와 립 씰(Liquid seal이라고 불렀던것)을 혼합 방지 씰 계통에 사용하는 엔진들이 여럿 있다. 립 씰에 극저온 전용 윤활제를 충분히 도포하였더라면 극저온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수 있고 그것을 위하여 신뢰성을 타협하면 된다 라는 조언을 받았다.
물론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립 씰을 혼합방지 계통에 사용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바로 KARI 이다. KARI 는 과거 립 씰에 대한 시험을 진행하기도 하였는데 결국엔 적용하지 않았다.
참고문헌
2. Research and Development of Rocket Turbopumps-35Years in Retrospect - Kamijo Kenji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