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9일 토요일

LE-5 엔진 터보펌프의 세부 사진들 -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기에 이어

이전에 썼던 LE-7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의 상세한 리뷰에 이어, 이번에는 바로 옆에 전시된 LE-5 엔진 터보펌프에 대한 내용을 써보고자 한다. 
LE-5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은 LE-7 과는 달리 절개 모델이 아니라 터보펌프 실물과 축계가 따로따로 전시되어 있었다. 미처 전체적으로 어떻게 전시되어 있었는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찍은 유튜브 영상에서 전시 모습이 드러나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단, 영상 속의 위치에는 절개되지 않은 LE-7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이 위치해 있어서 내가 방문했던 때는 모퉁이 쪽으로 옮겨져있었다. 
LE-5 엔진은 아무래도 일본에서도 초창기에 개발되었던 터보펌프식 엔진이다 보니 개발 과정에 대한 사항들이 논문으로 매우 잘 공개되어 있다. 단, 일본 특성상 영문이 아니라 일본어로 논문을 작성하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은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처럼 굳이 일본의 터보펌프 설계자의 저서를 찾아 읽을 정도라면 이정도 쯤은 장벽도 되지 않는다.

LE-7과 마찬가지로 LE-5도 액체수소 터보펌프와 액체산소 터보펌프가 별도로 존재한다. 당시 RL-10이나 HM-7 시리즈처럼 터빈 하나에 기어 트레인으로 연료/산화제 펌프를 연결시킨 방식의 터보펌프가 많이 설계되었으나, J-2의 사례를 추종하여 별도로 분리된 터보펌프를 적용했다고 한다. 이에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는 '2축 구성이라 추후의 개량도 용이했다' 라고 평한 바 있다. 실제로 LE-5는 최소한 터보펌프에 한해서는 기본적인 틀을 유지한 채 엔진의 사이클 변경과 추력 상승 등의 큰 설계 변경이 있어왔다.

1. 액체산소 터보펌프

위의 유투브 영상에서 어렴풋이 보았듯이, 액체산소 터보펌프는 장식장의 왼편에 위치해 있다. 펌프 입구와 출구를 비닐로 막은 터보펌프 실물이 보이며, 그 옆에 펌프와 터빈 임펠러를 포함한 축계 전시물이 놓여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액체산소 터보펌프 전시물 전체를 찍지는 않았다. 아마 내가 당시에 너무 흥분했어서 그랬던듯 하다. 하지만 축계 사진 자체는 충실히 찍었다.

LE-5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전시물. 축계 전시물 위로 터보펌프 실물이 보인다.

우선 펌프 임펠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은색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알마이트 코팅 라비린스 씰의 치면이 보인다. 카미죠 켄지로의 회고록에서는 알마이트 코팅층을 후가공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던 적이 있었다고 언급된 바 있다.
액체산소 환경 하에서 작동되는데도 알루미늄으로 펌프 임펠러를 제작한 것이 인상깊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의 터보펌프들은 발화 가능성을 경계하여 임펠러도 내열 합금으로 제작하고 있다. 아무래도 고압 터보펌프는 아닌데다 밸런스 피스톤이 없으니 축 방향 변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서 그런가? 게다가 회고록 상에서 축의 변위는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이라고 하였으므로 마찰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듀서는 펌프와는 달리 구조강도를 생각해서인지 철 계열인 스테인레스 합금으로 제작되었다. 슈라우드가 존재하는 펌프와는 달리 인듀서는 블레이드만으로 응력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재료 선택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액체산소 펌프 계통을 전체적으로 찍은 사진.

라비린스 씰 부분을 중점적으로 찍은 사진. 펌프 임펠러와는 확연히 색이 다르다.

그 다음으로는 펌프 앞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인듀서와 펌프 임펠러 모두에서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인듀서에서는 전면 허브에서, 펌프 임펠러는 상면 슈라우드 가장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위치는 LE-7의 액체산소 펌프 임펠러에서 찾았던 그것과 동일했다.
그런데, 인듀서에서 갈아낸 부분이(여긴 '파 냈다' 라고 봐도 될 정도로) 좀 커보였다. 인듀서를 제작하는데 사용한 재료가 등방성이 좋지 않았었기 때문에 밸런싱을 위해 큰 질량을 제거해야 했던것일까? 듣기로는 터보펌프를 제작하는데 사용하는 재료는 일반적인 금속 잉곳을 사용하는게 아니라, 원재료의 등방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여러 번의 단조 과정을 거친 잉곳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액체산소 펌프 인듀서 전면 허브의 밸런싱 흔적.

인듀서의 밸런싱 흔적을 측면에서 본 것. 깎아낸 것이 아니라 잘라낸것처럼 보일 정도다.

논문에서 언급된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펌프임펠러-인듀서 조립체.
인듀서 허브 전면에 전시물과 유사하게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형상이 존재한다.

액체산소 펌프 임펠러 전면 슈라우드의 밸런싱 흔적

그 다음은 펌프 임펠러와 인듀서 간의 인터페이스이다. 마치 성벽의 구조물과 비슷한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인듀서 전면 허브의 체결 볼트의 체결력과 함께 펌프 임펠러와 인듀서를 단단히 고정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 방식은 한국의 75톤, 7톤급 엔진 터보펌프의 펌프 임펠러에서도 적용된 바 있다.

인듀서와 펌프 임펠러 간의 인터페이스 형상

75톤급 엔진 터보펌프의 연료펌프(크기와 형상으로 보건데 강하게 추정됨) 임펠러의 펌프-인듀서 인터페이스 형상.
사진 속의 인물은 해당 임펠러의 제작사 에스앤에이치의 민태기 박사님이다.

다음은 터빈이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터빈에는 속도복식 아음속 충동 터빈이 적용됐다고 논문에 언급되어있다. '속도복식'의 의미는 터빈 노즐에서 압력의 강하가 한번에 일어나고, 각 터빈의 익렬은 거기서 얻은 속도성분으로부터 에너지를 훔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터빈의 팽창 과정은 거의 다 노즐에서 일어난다. 이는 후술할 액체수소 터보펌프와 유사하지만 낮은 압력비와 그로 인한 낮은 속도로 부분분사형 터빈이 아니라 완전분사형 터빈이 적용됐다. 
또한, 터빈 노즐을 제외한 1단 동익, 정익, 그리고 2단 동익의 단면 형상을 모두 동일하게 설계한 대신, 일종의 받음각을 달리하여 요구 성능을 만족시켰다. 모든 블레이드 및 베인이 동일한 형상을 취함으로써 구조적인 안정성을 추구하였다고 논문에 언급되었다.

LE-5는 터빈의 속도삼각형을 논문에서 구할 수 있다. 대형 가스터빈의 경우 팁, 미드스팬, 허브에서의 속도삼각형 설계를 별도로 진행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이 경우에는 작은 터빈이기 때문에 스팬 전 영역에 동일한 속도삼각형 설계를 적용한듯 하다. 1단 터빈 동익에 유입되는 속도가 1000 m/s를 넘어 초음속 터빈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작동유체의 물성치를 감안하면 저 정도의 속도 마하 0.98 수준으로 아슬아슬하게 아음속 영역이다. 

여러 개의 속도삼각형 중에서 각 동익 입/출구에서의 속도삼각형을 찾을 수 있다. 고맙게도 절대속도 C와 상대속도 W의 크기는 물론 블레이드 속도 U에 대한 각도까지 친절히 보여주고 있다. 속도삼각형 상에서 구해지는 절대 속도를 이용해서 각 동익의 반동도를 구해보면 1단 동익은 -0.8572, 2단 동익은 0.1668로 나온다. 2단 동익은 속도삼각형만으로도 충동 터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1단 동익의 수치가 좀 터무니없어 보인다. 하지만 '반동도' 라는 것은 속도삼각형의 절대 속도와 블레이드 속도만으로 구해지는 것이 아니라 블레이드에서의 정적 엔탈피 변화(논문 상에서 '열낙차' 로 언급되었다)와 전엔탈피 변화량의 비율로도 정의된다. 논문 상에서 언급된 터빈 노즐, 1단 동익, 정익, 2단 정익에서의 정적 엔탈피 변화가 각각 90%, 0%, 3%, 7%로, 1단 동익이 반동도 0의 충동 터빈 형식임을 알리고 있다. 
속도삼각형으로부터 각 터빈 단의 일 계수(Work Coefficient)를 구해 전체 일 계수와 비교해보면 1단 동익이 63.55%, 2단 동익이 36.45% 로 1단 동익에서 높은 동력을 얻도록 설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터빈의 공력설계와 관련된 사항들은 언젠가 따로 논문 리뷰를 통해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액체산소 터보펌프 전시물의 터빈 동익 형상

논문에서 언급된 터빈 노즐과 동익, 그리고 정익의 형상.

액체산소 터보펌프 터빈의 속도삼각형.

터빈 블레이드에서 이제는 터빈 디스크 내측과 그에 접한 축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우선 추진제 혼합방지 씰의 구조가 눈에 띈다. 카미죠 켄지로의 회고록에서 언급되기로는, 초기 설계에서는 직렬형으로 씰들이 배치되었으나 축계 길이 단축을 위한 개량설계로 최종 설계에서는 씰들이 계단식으로 배치된 바 있다.
터빈 디스크 내측의 높은 둑이 카본 세그먼트 씰로 구성된 터빈 가스 씰, 그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축 상에서 두 줄의 마찰흔이 보이는 곳이 역시 카본 세그먼트 씰로 구성된 헬륨 퍼지 씰이 위치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흔적은 논문 상에서는 보았으나, 실제 전시물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반가웠다. 이러한 점은 LE-7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보다 더 나은듯 하다.
그 외에 터빈 디스크 내측의 터빈 동익과 가까운 부분에 밸런싱 흔적이 보인다. 밸런싱을 위한 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설계 상 존재하는 부분을 이용한 느낌이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터빈 블리스크 내측에서 발견된 구조.

액체산소 터보펌프 터빈 밸런싱 흔적 위치.

전시물의 위치 상 1차적으로 액체산소의 누설을 방지하는 메카니컬 씰의 메이팅 링을 직접적으로 찍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축계를 전체적으로 찍은 사진 상에서 메이팅 링이 살짝 보였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메카니컬 씰 위치와 살짝 보이는 메이팅 링.


2. 액체수소 터보펌프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비교적 사진을 찍기가 용이했다. 하지만 촬영 당시 흥분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액체산소 터보펌프를 찍었던 때와 동일한 각도로 찍지는 않았다. 그래도 특징을 알아보는덴 내 블로그의 독자라면 어렵지 않을것이다.
전시물을 보면 축계 뿐만 아니라 터보펌프 실물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펌프의 은빛 단열재와 각종 센서, 그리고 압력 측정용 탭 등이 그대로 붙어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펌프 입/출구를 포함한 개구부들은 플랜지로 막혀있엇다.
터보펌프 전시물을 옆에서 살펴보니 케이싱 결속에 사용한 볼트들이 보였다. 볼트 머리에는 하나같이 안전결선 체결을 위한 구멍이 있었다. 구멍일부는 안전결선이 체결되어 있었으나, 후단의 터빈 쪽에는 안전결선 없이 그대로 체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시험 후 터빈 계통을 분해점검한 다음 어차피 작동시킬 일도 없으니 안전결선을 체결하지 않고 그대로 전시한듯 하다.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 전경

액체수소 터보펌프를 중점적으로 찍은 사진

전체적으로 관찰한 후 펌프 쪽을 약간 후면에서 바라보았다. 펌프 임펠러 전면의 라비린스 씰과 후면의 밸런스 피스톤 오리피스와 밸런스 피스톤 챔버가 되는 공간이 보인다. 펌프 임펠러는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해서인지 라비린스 씰 부분에 알마이트같은 별도의 코팅이 이루어진것같진 않다.
펌프를 전면에서 보니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동일하게 인듀서 전면 허브에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이 보였다. 펌프 임펠러의 슈라우드 상에서는 밸런싱 흔적을 찾지 못했으나, 펌프 임펠러의 라비린스 씰 전면에서 밸런싱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촬영 기술이 미숙하여 잘 보이진 않지만, 후면에서 찍은 사진에서도 보이는 흔적이었다.

약간 후면에서 바라본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펌프 계통.

비스듬하게 전면에서 본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펌프 계통.

논문에서 언급된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펌프임펠러-인듀서 조립체.

다음은 터빈이다.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터빈도 '속도복식 충동 터빈'으로 설계되었다. 단, 아무래도 가스발생기 바로 하류에 위치하여 터빈 입구 압력이 높으며, 터빈에서 높은 동력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인지 1단은 초음속, 2단은 아음속 터빈으로 설계되었다. 또한, 적은 유량에서의 높은 압력비를 위해 부분분사 노즐이 적용됐다.(이건 전시물에서는 확인 불가했다) 두 개의 터빈 동익 열 중에서 1단이 초음속 익형으로 설계됐다는 것이 액체산소 터보펌프와는 다르다. 따라서, 1단 블레이드만큼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75톤급과 7톤급 엔진 터보펌프의 터빈 동익 형상과 닮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논문에 나온 속도삼각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속도삼각형 상에서 확인되는 1단 터빈 동익에 유입되는 절대속도는 약 1880 m/s 수준으로, 이는 마하수 1.3에 해당된다. 한편, 유출되는 절대속도는 마하 0.46으로 급격하게 변하여 1단 터빈의 동력 분배가 2단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1단 터빈 블리스크는 축과 직결된 형식이었다.

속도삼각형으로부터 직접 구한 각 단의 반동도는 1단과 2단이 각각 -0.5386, 0.2977로 1단에서 매우 이상한 수치가 나옴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앞서 언급한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터빈과 유사하게 속도삼각형만이 아니라 엔탈피의 변화에 기반한 방법으로 반동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논문 상에서 정적 엔탈피 변화량은 노즐, 1단 동익, 정익, 2단 동익에서 각각 90%, 0%, 5%, 5% 로 언급되어 매우 낮은 반동도의 충동 터빈임을 알 수 있다.

각 단의 일 계수를 구해 전체 일 계수와 비교해 보면 전체 동력 중 1단 동익이 76.43%, 2단 동익이 23.57%의 동력을 얻도록 설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단 동익에서 더 높은 동력을 얻는다는 설계는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유사하나, 초음속 충동 터빈이 적용되어서 그런지 1단 동익이 차지하는 동력이 더 큰 느낌이다.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의 터빈 블레이드 형상

논문에서 언급된 터빈 노즐과 동익, 그리고 정익의 형상.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빈의 속도삼각형.

터빈 블레이드를 보았으니 이제 터빈 디스크 내측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추진제 혼합방지 씰이 없기 때문에 액체산소 터보펌프보다는 간단한 형상이었다. 
터빈 디스크 내측에 둑이 보이고,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이 한눈에 보인다. 이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방식은 터빈의 밸런싱에서 흔히 쓰인다. 아무래도 액체산소 터보펌프와는 달리 각 동익이 별개의 터빈 블리스크에 존재하고, 각 터빈 블리스크를 볼트로 연결하는 설계로 인해 이러한 방식을 택한듯 싶다.

그 다음에는 고온 터빈 구동가스의 터보펌프 내부로의 유입을 막는 라비린스 씰과 베어링을 냉각한 액체수소가 터빈 측으로 누설되는 것을 1차적으로 막는 메카니컬 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전시물 위치상 메카니컬 씰의 메이팅 링을 촬영하기에 용이하였기 때문에 해당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세그먼트 씰과는 달리 메이팅 링에서 씰 링과의 마찰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정확히는 내 눈에 띄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메카니컬 씰을 직접 다뤄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못 보는걸수도. 하지만 메카니컬 씰 상류에 위치하는, 액체수소를 다시 펌프 쪽으로 보내는 이차유로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이차유로는 축 내부의 공동을 거쳐 인듀서와 펌프 사이의 이차유로 출구로 유출된다. (전시물에서는 라비린스 씰 부분에 가려져서 출구는 못 찾았다.)

이렇게 이차유로가 지나는 곳을 펌프 내부의 공동으로 설정하는 설계는 LE-7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에서도 보던 구조인데, 이차유로 계통을 별도의 튜브로 만들어 터보펌프 케이싱 외부로 빼는 설계를 적용한 한국의 터보펌프와는 다르다. 물론 한국에서 개발된 수소연료전지자동차용 공기압축기에 저런 설계를 적용했으므로 완전히 국내에 없는 설계 방향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터빈 디스크 내측에서 보이는 구조들.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메카니컬 씰 메이팅 링 주변에서 보이는 구조들.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이차유로 설명.


3. 맺으며

케이싱까지 절개 모델로 전시된 LE-7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쉽긴 했지만, 케이싱 절개면을 은빛 테이프로 가려놓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어차피 절개 모델로 전시되었어도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현 전시물과는 별반 다를게 없어보이긴 한다. 뭐, 축계 중간을 덮고있는 내부 케이싱이 가린 부분은 없어지니 그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조들이 있긴 할 것이다.
그래도 한국에는 이러한 형식의 전시물조차 없으니 관찰한 의미가 있었다.(한국에서는 정확히는 터보펌프 케이싱 까지는 전시된 바 있다. 내부는 당연히 못 보고.)논문 상에 실려있는 흑백 사진으로 양측 터보펌프의 축계 형상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런 사진만으로는 어떻게 축계 밸런싱을 수행했으며 이차유로 입구는 어떠한 형식으로 설계됐는지까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번 관찰에서는 저러한 사항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으니 분명한 수확이 있었다.
거기다 LE-5는 터빈의 속도삼각형과 같은 기술적인 사항들까지 논문으로 자세히 공개되어 있다. 해서, 이러한 사항들을 숙지하고 전시물을 관람하니 '어째서 이러한 설계가 탄생했는가?' 에 대한 고찰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고찰 과정은 대상자로 하여금 깊은 흥미를 유발하며, 흥미 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상자의 실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어쩌면 저 전시물을 자세히 관찰한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터보펌프 설계자가 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난 현업자가 아니니 논외로 하자)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LE-7 엔진 터보펌프의 세부 사진들 -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기에 이어

이전 글에서는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에 대해서 썼다.
이번에 쓸 글은 가쿠다 우주센터의 전시들 중 탐방 주 목적인 LE-7 엔진의 터보펌프 전시물에 대해서 다룬다.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카미죠 켄지로(上條謙二郎)가 개발에 참여하였던 터보펌프들의 실물들이 전시관 내에 있었는데, LE-7 엔진의 터보펌프는 케이싱만 전시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축계가 보이도록 절개 모델 형식으로 전시됐다. 
터보펌프 전시물은 공개된 것이 한국에는 전혀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연구개발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 모처에 절개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해당 전시물의 사진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휴전국가 특성상 민감한 기술이기 때문에(듣기로 항공우주 기술 중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기술 중 하나가 극저온 터보펌프 기술이라고 한다) 그러한 취급을 받는듯 하다.  
최소 근 시일 내에는 한국 내에서 터보펌프의 절개 모델을 공개적으로 볼 일은 없기 때문에 해당 전시물의 존재만으로도 가쿠다 우주센터는 방문할 가치가 있었다.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LE-7 엔진은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액체수소 터보펌프가 별도로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 글도 양자를 나누어서 설명하고자 한다.

1. LE-7 엔진 액체산소 터보펌프

LE-7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전시물

유리로 된 함 내부에서 터보펌프 절개모델이 날 반겼다. 보는것만으로도 카미죠 켄지로의 회고록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사진 상으로 케이싱의 이차유로나 회전축 씰의 세부적인 모습들은 볼 수 없게 은빛 테이프로 덮여있었다. 듣기로 H-IIA 로켓으로 자국의 정보수집위성을 쏘아올리기 시작한 후부터 저러한 정보보호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논문 상에 회전축 씰의 방식 및 형상같은것은 확인할 수 있었으며, 가까이서 보니 테이프 뒤편에 어떠한 형상의 부품이 있었는지까지 어렴풋이 실루엣이 보였다.
멀리서 휴대폰 카메라로만 찍는게 아니라 얼마전에 새로 산 미러리스 카메라로 가까이서 사진을 찍어본다. 우선 인듀서부터.
전에 내가 썼던 글에서 잘 알 수 있다시피, 액체산소 펌프의 인듀서는 초기에 선회 캐비테이션 문제로 인해 과도한 진동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Step-Back 케이싱이라는 일종의 케이싱 트리트먼트를 적용해서 선회 캐비테이션을 억제했다. 해당 방식은 인듀서 직전에서 유로의 면적을 소폭 감소시켜 인듀서에서 발생한 캐비테이션이 상류의 높은 정압으로 인해 더 성장하지 못하게 잡아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인듀서 쪽에서 찍은 사진

Step-Back 케이싱 트리트먼트로 케이싱 직경이 줄어드는 부분을 표시한 사진

Step Back 케이싱으로 인듀서 영역에서 줄어드는 케이싱 직경(파란색)

논문에서 언급된 Step-Back 케이싱 트리트먼트의 형상

인듀서 전면 허브에는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이 보인다. 전시물에서는 발견해달라고 하는것인지는 몰라도 체결 볼트가 풀려있어 틈새로 잘 보인다. 처음에는 저기다 밸런싱 작업을 하면 캐비테이션 특성을 악화시켜서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닌 모양이다.
여담으로, 저렇게 전면 허브를 갈아내는 방식은 내가 학위 과정 중 제작한 초소형 터보팬 엔진의 팬 블리스크에서도 채용한 방식이다. 전면 허브 뿐만 아니라 후면 허브도 갈아내었는데, 전시물에서는 당연히 그 부분까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인듀서 전면의 밸런싱 흔적

그 다음은 펌프 임펠러로 렌즈를 옮겨봤다.
우선, 밸런스 피스톤을 위해 존재하는 밸런스 홀들이 보인다. 밸런스 홀은 임펠러 한복판과 허브 근처에 존재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땐 의식하지 못했지만 임펠러 슈라우드 가장자리의 밸런싱 흔적이 눈에 띈다.
펌프 후면 슈라우드에서도 앞쪽과 연결된 밸런스 홀과 밸런싱 흔적이 보인다. 예전에는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에 밸런싱을 위해 갈아내는 작업을 하면 밸런스 피스톤의 특성에 악영향을 미칠것같다고 막연히 추측했었는데, 그렇진 않은가보다.
그 외에 밸런스 피스톤 챔버 내부의 정압 상승을 유발하여 축 추력 밸런싱에 악영향을 미친 볼트의 체결부도 테이프로 가려져있긴 하지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현상이 발생한 후 밸런스 홀이 추가되었는데, 펌프 후면 슈라우드와 허브에 있는 밸런스 홀 중 어느 곳이 추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후면 슈라우드의 밸런스 홀을 통과한 액체산소는 그대로 반대편으로 유출되며, 허브 근처의 밸런스 홀을 통과한 액체산소는 일단 축-임펠러 사이 공동으로 유입된 후 역시 임펠러 입구 근방의 구멍으로 유출된다.

펌프 임펠러에서 보이는 밸런싱 흔적과 밸런스 홀

뒤에서 본 펌프 임펠러

축계 단면도에 밸런스 홀 관련 이차유로 계통을 표기한것

예연소기용 펌프 임펠러에서는 별다른 밸런싱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 아마 드러나지 않은 다른 부분에 밸런싱을 위한 작업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연소기용 임펠러에는 밸런스 피스톤이 적용되지 않아서 그런지 펌프 허브를 부근을 제외한 슈라우드에 별다른 씰이나 오리피스가 없었다.

예연소기용 펌프의 모습 

한편, 의외의 물건을 찾았다. 액체산소 펌프를 묘사한 단면도 상에서 예연소기 펌프와 터빈 측 베어링 사이에 별도의 회전체가 하나 있었다. 나는 이것을 단순히 라비린스 씰의 지름을 넓혀서 누설량을 줄이는 설계인줄만 알았는데, 터빈 측 베어링에서 바라보니 흔히 소련-러시아 계통 설계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던 임펠러 씰과 비슷한 구조가 발견되었다. 이건 임펠러-라비린스 씰이라고 보아야 하나? 사실 임펠러 씰 자체는 서방이건 동구권이건 공히 펌프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왜 적용 빈도에 차이가 있었는지는 설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LE-5 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임펠러 씰이 적용된 이유가 너무 높은 차압을 조금이나마 줄여서 누설량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잘 보면 임펠러 씰과 터빈 측 베어링 사이에도 축계 내부 공동으로 흘러들어가 펌프 전면으로 유출되는 이차유로 구멍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임펠러 씰 구조와 후단의 이차유로 입구

임펠러 씰을 지난 액체산소의 이차유로 계통 유동 경로 설명

그 다음은 펌프-터빈 사이의 회전축 씰로 시선을 옮겼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이기 때문에 추진제 혼합방지 씰 구조가 존재한다. 당연히 해당 부분은 은색 테이프로 가려져있었지만, 회전축에 존재하는 구조까지는 가리지 않았다. 또한, 은색 테이프가 얇아서 그런지 이미 발표된 논문에 포함되어있는 그림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했다.
베어링 직후방에는 액체산소 씰이 존재한다. 이 씰은 플로팅 링 씰이며, 베어링을 냉각한 고압의 액체산소를 우선 1차적으로 감압하는 역할을 한다. 플로팅 링 씰 특성상 작동 초기에 회전축과의 마찰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액체산소 환경 하에서의 발화를 막기 위해 회전축에 크롬으로 추정되는 코팅이 되어있다. 씰 링은 이전부터 여러 논문을 통해 잘 알려져있다시피 카본 재질로 되어있을 것이다. 이건 한국의 75톤, 7톤급 엔진의 터보펌프도 동일하다.
액체산소 씰과 라비린스 씰을 지난 액체산소는 헬륨 퍼지 씰의 헬륨 벽에 가로막혀 헬륨과 함께 드레인 배관으로 빠져나간다. 드레인 유로는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헬륨 퍼지 씰을 구성하는 세그먼트 씰은 논문에 나온대로 축보다 큰 지름의 드럼과 그에 접하는 씰 링(세그먼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축과 같은 직경의 씰 대비 작동유체에 더 높은 각속도 성분을 부여하여 누설량을 줄이면서 각 세그먼트가 과도하게 마찰하지 않고 부상할 수 있도록 한다. 세그먼트 씰의 드럼은 회전체동역학적 문제 회피를 위하는 등의 이유로 질량관성 모멘트를 높이기 위함인지 내부가 비어있는 형상이다.
헬륨 퍼지 씰을 지나면 터빈 가스 씰 계통이 나온다. 터빈 가스 씰은 터빈 측의 저온 고압 기체수소 유입 구간과 두 개의 기체 수소 씰로 이루어져 있다. 저온의 수소 가스로 고온의 터빈 구동 수소 가스를 막는 구조는 터빈으로부터의 열 전달로 인한 열 변형으로 추진제 혼합방지 씰의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함이라고 알고있다. 만일 이러한 구조 없이 고온 수소 가스가 터빈 가스 씰로유입될 경우 고온 수소 자체와 터빈-축계 구조물을 통한 열 전달로 후단의 헬륨 퍼지 씰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 플로팅 링 씰인 터빈 가스 씰에는 아무래도 산소 환경 하에서 작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축에 별도의 코팅이 가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간의 헬륨 퍼지 씰을 중점적으로 찍은 회전축 씰 계통

헬륨 퍼지 씰의 드럼 내부가 보이도록 찍은 사진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추진제 혼합방지 씰 계통 도면. 위의 사진과 비교해보라!

마지막으로 터빈으로 시선을 옮긴다.
터빈은 금빛으로 보이는 터빈 디스크와 거무스름한 터빈 블레이드가 조립된 형식으로 되어있다. 터빈 블레이드와 디스크가 도브테일 형식의 조인트와 은색 부품으로 체결된 모습이 잘 보인다. 본래 LE-5와 유사한 형식인 일체형 블리스크와 부분분사 노즐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고온 고압 수소환경에서 부분분사 구간을 지나면서 받는 응력이 문제가 되어 터빈 블레이드 균열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대형 가스터빈과 유사하게  터빈 디스크-블레이드 형식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터빈을 찍은 사진. 대형 가스터빈의 터빈과 유사하게 생겼다.

터빈 디스크-블레이드를 좀 더 가까이서 찍은 사진

터빈 블레이드를 바로 위에서 바라보니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터보펌프의 특성인, 가스터빈의 터빈과 유사한 반동형 터빈 블레이드 형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터빈의 속도삼각형 설계와 관련된 사항들을 아직 찾지 못하여 구체적인 반동도를 계산해보진 못하겠다. 
한편, 터빈 디스크에도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이 보인다. 나는 저 부분을 정확이 어떤 명칭으로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터빈 디스크에 저러한 일종의 둑을 만들어놓고 밸런싱 시 갈아내는 방식은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내가 학위 과정 중 다루었던 마이크로 가스터빈도 터빈이 저러한 방식으로 밸런싱되어있던 것을 본 적 있다.

터빈을 바로 위에서 바라본 사진. 터빈 블레이드의 형상과 밸런싱 흔적이 잘 보인다.

2. LE-7 엔진 액체수소 터보펌프

LE-7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

다음은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차례이다.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액체산소 터보펌프 바로 옆에 있었으며, 전시 방식도 같았다. 심지어 은빛 테이프로 이차유로와 회전축 씰이 보이지 않도록 처리한 것도 동일했다. 공통적으로 회전축 씰은 어렴풋이 짐작 가능했지만 베어링의 댐퍼 구조는 확인이 어려웠다. 
자, 그럼 인듀서부터 보도록 하자. 인듀서 체결용 볼트가 풀려있진 않았다. 그렇지만 인듀서 전면 허브에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이 잘 보였다. 또한, 액체산소 터보펌프와는 달리 인듀서 케이싱에 별도의 케이싱 트리트먼트가 적용되지 않은 매끈한 형상의 입구 유로가 눈에 띄었다.
인듀서의 형식은 완전 축류 기계였다. 이는 인듀서 개량 전인 LE-7 엔진 시절의 인듀서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하지만 웹에 떠도는 사진들 중 LE-7A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인데도 완전 축류형 인듀서인 경우가 있다.(사실 난 사류형 인듀서 실물 사진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도 힘든데, 액체수소 터보펌프에 사류형 인듀서 개량이 적용되었긴 하지만 극초기(아마 H-IIA 로켓1호기까지)에 사용된 LE-7A엔진까지는 개량 전의 완전 축류형 인듀서를 사용하는 대신 터보펌프 회전수를 소폭 낮추어서 사용하였던 바 있다.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인듀서와 인듀서 전면 허브의 밸런싱 흔적

케이싱 트리트먼트 없이 매끈한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의 케이싱

그 다음은 펌프 임펠러로 향한다.
역시,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마찬가지로 슈라우드에서 밸런싱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 임펠러의 팁과 가까웠던 액체산소 터보펌프와는 달리 좀 더 허브 쪽에 가까운 곳을 갈아내었다. 
또, 사진 상으로도 밸런스 홀 외에도 이차유로 구멍들이 보인다. 사진 상의 임펠러는 밸런스 피스톤이 존재하지 않는 1단 임펠러로, 따라서 초기 설계에서는 밸런스 홀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후단 임펠러 및 축과의 체결력 약화로 추정되는 지나친 진동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밸런스 홀을 추가하여 축 추력을 완화시키는 방식으로 체결력을 강화시키는 설계 변경이 이루어진 바 있다.
밸런스 홀 바로 앞, 펌프 임펠러의 허브에 가까운 구멍들은 2단 펌프 임펠러와 이어진 이차유로 계통으로, 후단 임펠러에서 누설된 일부 액체수소가 저 구멍들을 통해 다시 1단 펌프 입구로 유입된다. 
맨 앞의 구멍들은 1단 펌프와 인듀서 사이에 위치한 베어링을 냉각시키는 액체수소를 끌어오는 구멍이다. 밸런스 홀을 제외한 나머지 구멍들은 모두 1단 펌프 임펠러와 축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과 연결되어 있다.
1단 펌프 후면을 보면 언급된 밸런스 홀과 함께, 커빅 커플링 조인트로 2단 임펠러와 연결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커빅 커플링 역시 1단과 2단 임펠러 사이의 체결 불량으로 인한 불안정 현상을 막기 위해 채택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체결 시 닿는 면이 늘어나서 얻는 안정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1단 펌프 임펠러의 밸런스 홀과 나머지 이차유로 계통 설명

1단 펌프 임펠러 근방의 밸런스 홀 및 이차유로 계통 유동 설명

1, 2단 펌프 임펠러 사이의 커빅 커플링 조인트와 1단 임펠러 후면의 밸런스 홀

그 다음은 2단 임펠러 차례이다.
2단 임펠러에서는 별다른 밸런싱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액체산소 터보펌프도 예연소기용 펌프에서 밸런싱 흔적을 찾지 못하였는데, 양자 모두 모종의 이유로 회전체를 체결할 때 일종의 방향성이 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렴풋이 다단 회전체 체결 시 밸런싱 뿐만 아니라 회전체의 방향도 신경을 써서 체결하기도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 있다.
밸런스 피스톤 오리피스 부분이 금빛으로 코팅되어 잘 보인다. 혹시 마찰 시 마멸을 방지하기 위한 코팅인것일까? 그 외에 밸런스 피스톤을 위한 밸런스 홀과 앞서 언급한, 1단 임펠러와 축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을 위한 이차유로 입구도 잘 보인다.

앞에서 본 2단 펌프 임펠러

뒤에서 본 2단 펌프 임펠러

2단 펌프 임펠러 근방에서 보이는 이차유로 설명

다음은 터빈-펌프 간 회전축 씰 계통이다. 액체수소 터보펌프이고 터빈의 작동유체도 고온이긴 하지만 기체 수소이기 때문에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같이 복잡한 추진제 혼합방지 씰이 적용되진 않았다. 그렇지만 압력 개방형 리프트 오프 씰과 액체수소 주입 플로팅 링 씰이 적용되어 정지 시 추진제의 누설을 막고 작동 시 열 전달로 인한 열변형 문제를 막는 설계가 적용됐다.

액체수소 터보펌프 전시물 상에 회전축 씰에 대한 설명을 추가한 것

아마도 가려지기 전에 촬영됐을 액체수소 터보펌프.
위에서 언급된 부분을 찾아보도록 하자.

좀 더 가까이서 보자. 가까이서 보니 테이프 너머로 언급한 플로팅 링 씰의 구조가 어렴풋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리프트 오프 씰(이것도 어쨌든 메카니컬 씰의 일종이다)의 메이팅 링도 잘 보인다.
우연히 입수한 해당 계통의 도면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2단 펌프로부터 토출된 고압의 액체수소를 두 플로팅 링 씰 사이에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나온 액체수소는 축에 뚫린 구멍을 통해 축 내부 공동으로 유입됨과 동시에 리프트 오프 씰을 통해 빠져나가게 된다. 이렇게 빠져나온 액체수소는 터빈 디스크를 냉각시켜 고회전 및 고온 고압의 수소 과농 환경에서 터빈 디스크의 구조적인 안정성을 유지시킨다.
리프트 오프 씰을 지난 액체산소가 회전축 내부의 공동으로 빠져나가기 위한 구멍이 묘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도면 상에서는 단순히 구멍만 존재했으나, 실제 전시물에서는 액체수소가 잘 유입되도록 하는 일종의 베인까지 존재하였다.

액체수소 터보펌프 회전축 씰의 이차유로 계통 설명

리프트 오프 씰의 메이팅 링 주변 설명

다른 각도로 근접해서 찍은 사진에 회전축 씰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보았다

다음은 터빈이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와는 달리 액체수소 터보펌프에서는 터빈 디스크 내부를 깎아내어 밸런싱을 수행한듯 하다. 아무래도 터빈 디스크 내측의 밸런싱을 위한 부분으로 보였던 둑도 씰의 일부인듯 하다.
또한, 논문에서 언급되었던 터빈 블레이드 - 디스크 사이의 댐퍼 구조와 터빈 블레이드 팁 - 케이싱 사이의 허니컴 씰 구조를 찾을 수 있었다.
터빈 블레이드를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니 확실히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터빈 대비 반동도가 높겠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전체 직경 대비 터빈 블레이드의 높이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볼 때, 역시 높은 동력을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터빈 디스크 내측의 밸런싱 흔적

매우 근접해서 찍은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빈의 터빈 블레이드-디스크 간 댐퍼 구조

논문에서 언급된 터빈 블레이드-디스크 간 댐퍼(ブレードダンパ)

터빈 블레이드-케이싱 간 허니컴 씰 구조

논문에서 언급된 터빈 블레이드 팁-케이싱 간 허니컴 씰 구조(개량 전 형상)

터빈 바로 위에서 바라본 사진

3. 맺으며

뭐랄까, 전시물을 살펴보면서 논문에서 언급되었던 구조들이 모두 눈에 보여서 놀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일듯 싶다. 
카미죠 켄지로의 회고록을 읽고, 그 회고록에서 언급된 참고 문헌들을 통해 어떠한 구조가 왜 변경되었는지를 알고, 그것을 실제로 전시물에서 찾는 과정은 겪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과정은 설계자와의 다른 형식의 대화라 불릴 수 있겠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 과정은 많은 생각을 수반하므로 추후에 설계할 다른 장치에 모종의 영감이 될 수 있다. 당장 나부터도 관련 문헌들을 리뷰한 글들을 통해 국내의 현업자들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75, 7톤급 터보펌프도 언젠가 절개 모델이 전시되었으면 한다. 물론 한국의 사정상 두 엔진이 더이상 쓰이지 않을 때도 공개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LE-5 엔진 터보펌프의 세부 사진들 -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기에 이어

이전에 썼던 LE-7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의 상세한 리뷰에 이어, 이번에는 바로 옆에 전시된 LE-5 엔진 터보펌프에 대한 내용을 써보고자 한다.  LE-5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은 LE-7 과는 달리 절개 모델이 아니라 터보펌프 실물과 축계가 따로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