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외 연구의 계기
미국 로켓 개발의 상황을 좀처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과학기술청의 장기재외연구원 제도를 통해 로켓 펌프 연구 진행 목적으로, Caltech 기계공학과의 Acosta 교수(회고록 시점에서 명예교수, 현재 고인)의 연구실에 1년간 재직하게 되었다.
2. Caltech 에서의 연구
Caltech 에서의 연구는, "인듀서 캐비테이션이 왜 유체계를 불안정하게 하는지 알아보고 싶다." 라는 Acosta 교수의 요청으로부터 시작하였다. NAL 가쿠다 지소에서 수행했던 인듀서 가시화 실험에서 캐비테이션에 의한 불안정 현상을 수도 없이 관찰하였으나 현상이 아무래도 복잡하여, 좀처럼 연구의 갈피조차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Acosta 교수의 말은, 이 분야는 미국에 있어서도 아직까지 미해결인 분야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 연구를 진행할 때에 있어 크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3. 펌프에 자동제어 이론의 접목, 그리고 이전에 이미 유사 사례가 있었다!
도쿄공업대학 대학원에서의 박사과정 동안 이자와 케이스케(伊沢慶介) 교수(회고록 시점에서 이미 고인)의 자동제어 이론을 청강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인듀서의 성능을 4 개의 파라메터(K1, K2, K3, K4)로 표현하여, 유체 회로에 선형 해석을 수행해 보면 2개의 불안정 요소가 나온다. 하나는 K1 으로, 이것은 펌프 다이나믹 게인(펌프 입구압력과 승압 사이의 관계)로 이미 알려진 파라메터이고, 나머지 하나는 K4로, 캐비티 체적유량과 관련된 변화 비율이다. Acosta 교수는 내가 도출한 해결 결과에 매우 만족하여, 4개의 파라메터를 K-팩터(Kamijo Factor)라고 불렀다. 만족한 듯한 이유로는, Acosta 연구실에서 K4와 유사한 파라메터를 'Mass Flow Gain Factor'라고 이름붙여 정량화를 진행했다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의외로 이 불안정 요소는 3년 전, 'Flow Compliance' 라고 명명되어 Pratt & Whitney 의 영(W.L. Young) 씨가 NASA 위탁연구보고서(Contract Report)에 발표하였다. Caltech 에서는 이 논문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던 것이었다. 영 씨가 왜 Caltech 에서 발표한 논문에 자신의 논문이 인용되지 않은 것을 왜 항의하지 않았는지, 약간 의문이 들었다. 이윽고 나는 1977년 후술할 선회 캐비테이션에 대해 발표한 논문(ASME Paper) 에 영 씨의 논문을 인용하였다. 그 후, 영 씨의 논문은 많이 인용되게 되었다.
4. 추후 연구 주제 발견 - 선회 캐비테이션
어떤 때, Acosta 교수가 나의 일본에서의 연구에 대해 알고 싶어하여 인듀서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의 불안정한 거동을 보여주는 가시화실험을 소개하였다. 1973년 쯤에 촬영한 고속촬영 필름을 일본으로부터 가져와 Caltech 기계공학괴 암실에서 필름을 한 장 한 장 인화지에 인화하여 정리하였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불안정한 캐비테이션의 모양을 간단한 그림으로 나타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후에 캐비테이션이 일으키는 새로운 현상인 '선회 캐비테이션'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림 6.1. 저자가 Acosta 교수에게 보여준 선회 캐비테이션 고속촬영 사진 |
5. Caltech 에서의 연구 - 동료의 대리발표
Caltech에 재직하던 때, Acosta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크리스토퍼 브레넨(Christopher Brennen) 부교수(이후 교수가 되어, 현재는 저명한 명예교수) 와는 연구와 관련된 교류는 좀처럼 없었다. 하지만, 전술한 ASME의 겨울 전국대회에 준비하였던 Paper의 첨삭에 힘을 써 주었다. 귀국 후인 1977년 11월, 이 Paper 는 브레넨 씨가 대리발표 하였다. 나의 서툰 영어실력으로 발표하였더라면, 듣는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것임이 확실했다. 1981년, 이 Paper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그레이저(E.M. Greizer) 부교수가 ASME의 Review Paper 에 인용하여, 선회 캐비테이션의 특이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브레넨 씨의 발표가 크게 공헌하지 않았을까 하고, 상당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6. 미국 NASA 연구센터 및 제작 회사 방문 추억
로켓 엔진과 관계된 것들을 가진 NASA 연구센터의 연구원이나 제작 회사의 연구자들과 면식이 있게 된 것은 Caltech에 재직중일 때였다. 소속된 Acosta 연구실은 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로부터의 위탁으로, 우주왕복선 주 엔진(SSME) 액체수소 펌프의 동적 특성을 알아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 연구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나는 꽤 자유롭게 NASA 연구센터나 로켓 제작회사를 방문하는 것이 가능했다. NASA 와 Acosta 연구실의 회의에도 출석하였던 관계로, SSME의 개발 진행상황을 아는 것이 가능하여 개발 방법 등도 슬쩍 엿보는 것이 가능했다고 느끼고 있다.
마셜 우주비행 센터를 방문했던 시기, SSME 엔진 연소가스의 기체에의 영향을 알아보는 모델 시험이 수행되었다. 이 시험설비의 견학을 허락받았던 때였다. 소규모의 고압 액체산소와 액체수소의 연소시험이 이루어지는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우연히 주머니 속에 카메라가 있어서, "사진 찍어도 좋습니까?" 라고 묻자, "좋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설비의 전경을 담기 위해서 2장의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으나, 당시 미국은 로켓 기술에 관련해서는 이렇게 관대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마셜 우주센터 사진. 엔진 연소시험 및 우주발사체 기체 자체의 시험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
한 마디
저자는 능력도 좋지만 운도 따라주었던 것 같다. 만약 저자가 저 시기에 연구를 수행하지 않고, 좀 더 뒤에 연구를 했더라면 저러한 기회가 찾아오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주왕복선 주 엔진 연구같은 정도라면 미국에서도 나름 국방 과제와 비슷한 레벨로 관리할 듯 한데, 국방 과제가 미국 대학에서 어떠한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미국 대학의 항공우주공학과 관련된 같은 랩실에서도 국방 과제를 진행하는 인원들과 그렇지 않은 인원들이 있다. 국방 과제를 하지 않는 인원들의 경우에는 꼭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더라도 펀딩을 받고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국방 과제의 경우,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면 펀딩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당 과제들에는 미국 시민권자들만이 참여 가능하다. 한술 더 떠서 두 집단이 사용하는 방은 물론 건물까지도 같은 연구실임에도 불구하고 분리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대학이 아니라 최근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우주 관련 스타트업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안다. 지인들 중 로켓 연소실 관련 연구자가 있는데, 그 지인은 한국에서 로켓 연소실 및 노즐 제작 공정을 스페이스 X 보다 더 먼저 정립한 사람이었다. 이럴 정도로 능력이 좋은 연구자인데, 잠시 미국에 건너가서 일했던 우주로켓 스타트업에서는 핵심적인 연구에는 참여조차 불가능했다고 했다.
본문에서 저자는 NASA 의 연구센터는 물론 제작 회사에까지 자유롭게 들어가서 관련된 인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고 했는데, 아마 내가 언급한 위의 두 사례와 비교해 보면 저자는 충분히 핵심적인 연구까지 수행했던 것이었다고 짐작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저렇게 미국이 비교적 관대했던 시기에 로켓 개발을 시작했던 일본이 운이 좋았던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만약에 저자가 연구를 진행하던 시기 미국이 최근과 같은 태도를 보였더라면 저자가 선회 캐비테이션과 같은 현상에 대해 이론을 정립하는 등의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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