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6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3장, 우리나라 최초의 펌프식 엔진 개발(LE-5 엔진 개발) - 이어지는 축 진동 문제 - 액체수소 터보펌프 편

1. 액체수소 터보펌프 시험 - 구성품 시험에서 정격회전수 도달 실패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개발은 NASDA와 IHI가 담당하고, NAL은 개발 과정을 지원하였다. 액체수소 터보펌프도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똑같이 펌프와 터빈을 각각 시험하고 양자의 성능을 파악한 다음에 터보펌프로 구성하여 터보펌프 시험을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펌프의 터빈의 성능까지만 취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전기모터로 펌프를 구동시켜보는 시험은 정격 회전수(50,000 RPM)에서 구동시키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였다.
전기 모터로 구동시키는 고속운전에 대해서는, 전기모터와 펌프의 동심 맞춤이 어려웠다. 1979년 봄에 진행하였던 NASDA 가쿠다 로켓개발 센터의 시험에서 분당 5만 회 회전을 좀처럼 달성하는 것이 어려웠다. 여기서, NASDA 로켓 담당 이사로부터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의견이 나왔다. "액체수소 펌프에 대해 정격회전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없다." 라는 의견이었다.

LE-5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2. 터보펌프 형식으로의 시험 결정

이후, 도쿄 미나토 구 하마마츠 정의 NASDA 본부에서 어떠한 기대도 없는 회의가 열렸다. 많은 젊은 기술자들은 터보펌프 형식으로 시험한다면 동심 정렬 등의 문제가 없어지게 되어 정격회전수 도달이 가능해진다는 등의 희망적인 관측을 하고 있었다. 
회의 결과는 항상 NAL, IHI, NASDA 순으로 종합 의견을 말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나는 아직 젊은 기술자였지만 오오츠카 사다키치(大塚貞吉) 가쿠다 지소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던 관계로 나 자신이 생각한 바, 즉, "터보펌프 형식으로 시험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를 몇 번이고 반복하였다.
결국, 펌프의 성능을 취득하기 위한 새로운 액체수소 펌프를 제작하여 액체수소 펌프만의 시험을 실시하고, 터보펌프 시험은 기본적으로는 최초 설계대로의 터보펌프로 진행하는 것이 되었다.
이때 진짜 아쉬웠던 것은 위의 문제해결 과정 중, 앞서 언급한 IHI의 히로키 씨(広木強, 히로키 츠요시.액체산소 터보펌프 문제 해결에 지대한 역할을 함.)가 LE-5 터보펌프 개발 팀으로부터 나오게 된 것이었다. 히로키 씨는 이전에 언급한 ISAS의 터보펌프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고 들었다. 히로키 씨와 다시 일하게 된 것은 H-II 로켓 8호기의 사고 조사를 우주개발위원회로부터  위탁받았던 때였다.

3. 최초 액체수소 터보펌프 시험 - 축 진동 문제 발생!

액체수소 터보펌프 시험은 효고 현(県)의 IHI 아이오이(相生) 시험장에서 재개되었다. 이때가 이전의 액 체산소 터보펌프 축 진동 문제를 해결했던 때와 딱 맞는 시기(1979년 4월)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중, 갑자기 "터보펌프는 정격회전수인 50,000 RPM에서 돌았으나 어느 정도의 축 진동이 발생하였다." 라는 연락이 들어왔다. 이땐 "안좋은 일이 일어나버렸다. 축 진동 전문가가 아닌 내가 영 아닌 판단을 해버렸군." 라고 후회할 뿐이었다. 
마침 NASDA 가쿠다 로켓개발 센터에 있던 NASDA 본부의 개발위원은, 내 눈으로 보기에 "두 번 다시 못믿겠다." 라고 얼굴에 쓰여있는것만 같았다. 내가 약간의 변경으로 개발을 진행해 보자고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이 방침에 따랐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추억이었다.

4. 축 진동 문제의 원인 - 베어링

다시 한번 도면을 보고 검토하고 싶다고 생각하여 NASDA 가쿠다 로켓개발 센터의 한 방에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큰 조립 도면을 펼쳐놓았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축진동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됐던 것이 머리에 떠올라, 자연스럽게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밸런스 피스톤 움직임을 좌우하는 베어링에 눈길이 갔다. 

그림 1.16. LE-5의 액체수소 펌프의 구조. 펌프 임펠러 후면의 베어링에 주목.
베어링 외륜이 접시 스프링과 접합되어 축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안절부절 못하고, IHI의 미즈호(瑞穂) 공장에 전화하였다. "제가 부탁하는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우징에 결합된 펌프 임펠러 측 베어링(그림 1.16의 베어링)의 외륜이 액체 질소 환경 하에서 움직이는 지를 조사해 주십시오." 라고 강한 어조로 요구하였다. "조사하겠습니다." 라는 대답을 얻은지 3시간 정도 후에 "베어링 외륜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걸로 이번 축 진동 발생 설명은 성립되었다. 밸런스 피스톤이 순조롭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베어링의 외륜은 케이싱 측에 결합된 하우징 내부에서 축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그래야 밸런스 피스톤 오리피스 간극이 조정된다 - 역자 주) 베어링 외륜이 하우징에 고착되어, 앞서 언급했던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비슷하게 베어링에 '덜거덕거림' 이 발생, 축 진동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러한 상태에서도 어찌어찌 정격회전수(50,000 RPM)에서 돌 수 있었다는 것에서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 설계도대로 일을 진행해도 좋은 것이라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마침내 완성되었다.
후일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연히 수행되어야 했을 푸시 - 풀 테스트(베어링 외륜이 극저온 환경 하에서 움직이는지를 시험하는 테스트)를 하지 않아 베어링 외륜을 지지하는 하우징의 재료가 설계와 맞지 않았다. 열팽창계수가 큰 재료였기 때문에 액체수소 환경 하에서 베어링 외륜과의 간극이 없어져버린 것이었다. 
고비를 넘기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안심해 버려 이러한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은 진지하게 요구되지 않아버렸다.

5. NAL의 액체수소 펌프 연구

NASDA 주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개발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NAL도 인듀서의 흡입 성능을 조사하기 위한 액체수소 펌프를 제작하였다. 이 NAL 시제 액체수소 펌프에 대해서는 살짝 설명하겠다.
LE-5 엔진 개발 분담이 결정되던 시기, NAL 가쿠다 지소장이었던 오오츠카 사다키치 씨는 액체수소, 액체산소 양 터보펌프의 연구개발을 하기로 계획하였다. 특히, 초대 NAL 가쿠다 지소장이었던 오오츠카 씨는 이것에 대해 대단한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액체수소 터보펌프 시험설비 건설비의 견적을 내 본 결과 당시 50억 엔 이상으로 예상되었다. 이 금액은 NAL의 예산 규모를 아득히 초월했기 때문에 NAL 간부는 액체수소 터보펌프 담당을 포기하였다. 오오츠카 씨는 액체수소 펌프 연구를 할 수 없었던 것에 몹시 분개하여 나에게 몇 번이고 "변명할 여지가 없다." 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오오츠카 씨는 NAL도 액체수소 펌프의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시험설비 건설비가 꽤 낮아지는 액체수소 인듀서 연구를 시작하였다. 경감하였다 해도, 그래도 수십억 엔의 예산이 어림잡아졌다. 더욱이, 미국에서 액체수소 인듀서의 연구 성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는 것으로부터, 고액의 연구비를 사용할 것이 걱정되어 이 제안에 대해 반대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NAL은 액체수소 펌프 인듀서를 연구하는 펌프를 제작하여 NASDA의 시험설비에서 시험하는 안을 제시하였다. 이 펌프를 제작하던 시기(1979년 ~ 1980년) 앞서 언급한 NASDA 주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에서 축 진동 문제가 발생하였다. 나는 ISAS 와의 경쟁이 신경 쓰여,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NASDA 담당 펌프와 호환되는 펌프를 생각하였다.

NAL 시제 액체수소 펌프 실물 사진

NAL 시제 액체수소 펌프 단면도. 인듀서 - 펌프 임펠러 사이에 위치한 베어링에 주목.


NAL 시제 액체수소 펌프의 축계 사진. 인듀서 - 펌프 임펠러 사이에 위치한 볼 베어링이 잘 보인다.

본문에 언급된 터보펌프 축계 배치 그림. 
NASDA의 액체수소 터보펌프가 사용한 방식은 (a)이며, 본문에서 언급된 NAL의 배치는 (b)이다.

이 액체수소 펌프의 설계는 특히 축 진동 제어를 고려하여 설계하였다. 인듀서와 펌프 임펠러 사이에 볼 베어링(액체수소 냉각 자기윤활 베어링)을 위치시키는 구조(그림 1.21에서 (b))이다. 
이 구조는 조립이 복잡하고 부품 수도 늘어나게 되지만 축, 인듀서, 펌프 임펠러 등으로 이루어진 회전축계의 고유진동수, 즉, 위험회전수가 높아져 운전회전수 이하의 위험회전수 구간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을 얻는다. 이 펌프는 축 진동 문제 없이 정격운전(50,000 RPM)에서 인듀서의 흡입능력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 엔진에 적용되진 않았으나 이 펌프의 구조는 후술할 LE-7 엔진의 터보펌프에까지 이어졌다.


한 마디

이번 이야기에서 NASDA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축 진동을 줄이기 위해 사용했던 방식은 베어링 하우징의 재검토였다. 하지만 이 과정 중 저자는 터보펌프의 축 진동 억제를 위해 새로운 구조를 시도하여 성공하였다고 언급하였다. 해당 방법은 기존의 인듀서-펌프-베어링 구조 대신, 인듀서-베어링-펌프 구조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축계의 오버행을 줄여주어, 그 효과로 축계의 고유진동수를 상승시키는 방식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길게 뻗은 캔틸레버 빔보다는 중간에 지지대가 있는 빔이 휘기 더 어려운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래는 그 효과를 잘 보여주는 축 진동 자료이다. 순서대로 NASDA 설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NAL의 시제 액체수소 펌프 시제에 대한 것이다. NAL 펌프는 실물로는 펌프로만 존재하지만 터보펌프임을 상정하여 계산한 듯 하다.
NASDA 설계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축 진동 그래프. 운전영역 이하에 1, 2차 위험속도 영역이 존재한다.

NAL의 호환 액체수소 펌프 축 진동 그래프.
베어링 강성에 따라 운전영역 5만 RPM 이하에 위험속도 영역이 하나만 위치할 여지가 있다.


NAL의 베어링 배치를 사용한 LE-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인듀서 - 펌프 사이 베어링과 터빈측 베어링 두 개로 축계 전체가 지지된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베어링 배치로 오버행 영역을 줄이는 설계는 동구권, 그리고 동구권 터보펌프 기술을 받아온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서는 아예 인듀서 앞에 베어링을 설치한, 베어링 - 인듀서 - 펌프 - 베어링 구조를 사용하여 펌프 부분에 오버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각 추진제 계통의 축계가 스플라인 조인트로 분리된, 사실상 기계적으로는 별개인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축 자체의 길이도 짧아 어떻게든 고유진동수 영역을 운전영역보다 훨씬 위로 올리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아래는 그 예시인 한국의 7톤급 터보펌프이다.
 
한국의 7톤급 터보펌프 중 산화제 펌프 부분.
인듀서 전방에 작은 볼 베어링(인듀서 횡추력 지지), 펌프 임펠러 후방에 큰 볼 베어링(축 추력 지지)이 보인다.

한국의 7톤급 터보펌프 중 연료펌프 - 터빈 부분.
역시 연료펌프 인듀서 전방 베어링, 펌프 임펠러 - 터빈 사이 베어링으로 축계가 지지된다.


동구권 설계 터보펌프의 베어링 배치.
양 펌프 모두 인듀서 전방, 펌프 임펠러 후방에서 지지되며 스플라인으로 분리된 축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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