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9일 월요일

Kamijo Kenjiro - 제 3장, 우리나라 최초의 펌프식 엔진 개발(LE-5 엔진 개발) - 우주과학연구소(宇宙科学研究所) 와의 경쟁

1. H-I 로켓 2단 엔진 개발에 우리(NASDA + NAL) 말고 다른 기관도 참가한다!

LE-5의 터보펌프 시스템 개략도. 

Caltech에 재직중이었던 1976년 봄, 이시카와지마 - 하리마 중공업(石川島播磨重工, IHI) 과장으로부터 돌연 예정에 없던 편지가 도착하였다. 그 내용은, "우리 나라에서 개발 예정인 H-I 로켓 제2단의 액체수소/액체산소 엔진(후일 LE-5 라고 명명됨)의 터보펌프 연구개발을 우주과학연구소(宇宙科学研究所, ISAS) 도 하고싶다고 제안하였다. NAL과 구축한 기술 중 일부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였다.
내가 NAL에 입사하기 이전 1960년대부터 NAL과 IHI 에서는 터보펌프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많은 터보펌프 기술들이 양자 간에 축적되었다. 따라서, ISAS의 터보펌프 연구개발에도 그 기술이 쓰이게 될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이 편지를 보고 매우 복잡한 기분이 들었으나, 거절할 명분을 생각해낼 수 없어 승낙한다는 답장을 썼다.

ISAS의 액체로켓엔진 개발 시설, 아키타 현 노시로 시험장(能代試験場) - 현재 JAXA 노시로 로켓 시험장 

노시로 시험장의 전시물. 고체 로켓과 더불어 소형 액체수소/액체산소 엔진들이 개발되었다

2. ISAS와의 경쟁을 맞이하여...

그 시점부터 LE-5 엔진 터보펌프의 연구개발에는 항상 ISAS를 의식하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로켓엔진 터보펌프 연구개발은 NAL 가쿠다 지소의 로켓 유체기계 연구실과 IHI 에서 이루어졌는데, 로켓 유체기계 연구실 구성 멤버들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나, 대졸 연구자 한 명과 다섯 명의 고졸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LE-5 엔진을 총괄하는 NASDA의 지원을 받고 있었어도 1970년 2월 11일에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おおすみ)를 쏘아올려 우주개발위원회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자신은 전혀 없이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1976년 8월 말에 미국에서 귀국하여 NAL 가쿠다 지소의 로켓 유체기계 연구실장으로 부임한 후 LE-5 엔진 터보펌프 개발에 착수하였다. 같은 해 NASDA 에서는 소형 연소기를 이용한 기초실험을 시작하였다. 
같은 해 연말, 그 시험설비를 견학하는 것을 추천받았다. 당시 NASDA의 부 주임개발부원으로 LE-5 엔진 프로젝트 시작에 공헌한 후지타 토시히코(藤田敏彦) 씨에게 안내받아 2박 3일의 일정으로 미쓰비시 중공업(三菱重工, MHI)의 아키타(秋田) 현 타시로 시험장(田代試験場)을 방문하였다. 아키타 산기슭의 시험장에 NASDA의 시험 설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모처럼 안내받았으나 당연히 ISAS와의 경쟁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여관의 식사나 목욕도 즐겁지 않았던 것이 지금도 선명한 추억이다.

3. LE-5 엔진의 스테이지 시험(추진기관 시스템 시험) 성공

LE-5 엔진 터보펌프의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우주개발위원회의 위원이 "NASDA와 ISAS의 터보펌프에 대해서는 성능이 더 좋은 쪽을 엔진에 적용하기로 합시다." 라고 견해를 말하였다. 나는 "드디어 왔구나!" 라고 생각하였다. 제 3자가 듣기에는 극히 당연한 견해였으나 나에게는 대단히 무거운 말이었다.
1983년 3월 21일에 H-I 로켓의 최초 스테이지 시험(로켓과 동일한 형상으로 시험하고, 이땐 40초 정도로 시험하였다. 한국에서는 '추진기관시스템 시험' 이라고 부르며, KSLV-II 개발 시에는 75톤급 엔진 인증을 위한 QM으로 시험을 진행하였다 - 역자 주) 이 타시로 시험장에서 실시되었다. 이날 우연히 NAL 가쿠다 지소에서는 파티가 열려서 지소장인 오오즈카 사다키치 씨가 동석하였다.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던 때, 나에게 시험 성공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왔다. 난 LE-5 엔진은 완성되었다고 확신하였다. 오오츠카 씨는, "이걸로 됐다. ISAS의 엔진 개발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H-I 로켓 상단의 형상. 오른쪽에 LE-5 엔진이 보인다

미쓰비시 중공업 타시로 시험장의 스테이지 시험 시설


4. ISAS와의 경쟁 승리와 그 동안의 감상

결국 NASDA, NAL, IHI가 공동개발한 터보펌프가 LE-5 엔진에 적용되게 되었다. LE-5 엔진 개발이 거의 끝나가던 시기, 액체수소/액체산소 엔진 개발연구연락회의 전문부회(NASDA, NAL, ISAS로 구성)의 총괄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ISAS의 교수가, "이번에 ISAS와 두 귀하는 순수히 기술로 경쟁하였고 두 귀하께서 이겼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오랫동안 안고있던 응어리가 내려가 말끔한 기분이 들었다. 고마운 말들을 해 주어서 이후에도 ISAS사람들과는 친하게 지냈다.
나 등이 로켓 터보펌프 연구슬 수행하던 시기, 탄도 미사일은 액체 로켓에서 고체 로켓으로 변하고 있었다. 탄도 미사일로 제조된 상당수의 액체로켓들이 우주 로켓으로 사용되어 액체 로켓의 개발은 수십 년간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시기가 되었다. 액체 로켓과 관련된 성과는 실험에 응용되는 빈도가 지극히 낮아졌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국립 연구소에서 10년간 로켓 터보펌프 연구자로서 로켓의 실용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나의 연구활동은 도대체 뭐냐?" 라고 반성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개발에 참가하여 이것을 성공시킨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큰 일대 결심을 하고 개발에 참가한 순간, ISAS와의 경쟁이 되어버려 크게 고뇌하였다.

한 마디

ISAS도 H-I 로켓의 상단 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아무래도 고체 로켓이긴 하지만 이미 자력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린 기관이었기 때문에 ISAS가 다른 두 기관 대비 갖는 위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났을 것이다.
ISAS에서 개발을 진행한 10톤급 상단 엔진의 이름은 ES-1001로, 아무래도 'Engine System - 1001' 일 것이다. 엔진 사이클은 LE-5와 동일한 가스발생기 사이클이나 세부적인 구성과 시동 방식에 있어 차이가 존재한다. H-I 로켓 상단용 외에도 7톤급의 M 로켓 상단용 엔진도 단 레벨로 시험이 진행으며, 엔진의 이름은 ES-702 였다. 두 엔진 모두 개량형이 존재하여 해당 형식은 맨 뒤 숫자를 달리하여 표기하는 듯 하다.

NASDA - NAL의 경쟁자, ISAS의 10톤급 상단 엔진인 ES-1001 도면

ISAS의 상단 설계(그림은 7톤급 엔진인 ES-702를 사용한 형식).



ISAS의 스테이지 시험 광경

ISAS의 스테이지 시험 시설 개략도

ISAS의 상단 엔진에 적용된 터보펌프 단면도

ISAS의 터보펌프를 보면 액체수소 펌프와 액체산소 펌프가 같은 펌프 케이싱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이나, 사실 엄연히 별개의 터빈으로 회전한다. 가스발생기로부터 수소 과잉 가스가 들어오면 우선 상류의 액체수소 펌프 측 터빈을 회전시킨 다음 그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액체산소 펌프 터빈을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ISAS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은 ISAS의 독창적인 방식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언뜻 보면 문제는 없어보이나, 액체수소/산소 터보펌프 터빈 사이에 별도의 바이패스 유로를 구성할 수 있는 LE-5의 방식 대비 제어 측면에서 자유도가 낮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ISAS의 엔진이 채택되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관련된 ISAS의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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