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7일 토요일

Kamijo Kenjiro - 제 3장, 우리나라 최초의 펌프식 엔진 개발(LE-5 엔진 개발) - 미국으로부터의 조언(서론)

1. 미국 유학, 그곳에서 들은 조언들

나는 우리나라의 재외연구원 제도를 통하여 1975년 9월부터 1년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객원연구원으로 기계공학과 Acosta 연구실에 재직하였다. 해당 연구실에서는 NASA에서 의뢰받은 우주왕복선 주 엔진(SSME)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축 진동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 역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엄격한 재약 없이 NASA의 연구센터나 로켓 관련 회사들을 방문하는 것이 가능했다.
방문 전에 "우리 나라에서는 추력 10톤 정도의 액체수소/액체산소 엔진을 개발하는 계획이 진행중입니다." 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대부분의 연구자나 기술자들이 요약하자면 "그러한 종류의 로켓엔진 개발은 매우 어려운데다 많은 비용이 필요하므로 무리입니다. 만약 무리해서라도 개발하고자 한다면 펌프를 사용하지 않는 가압식 사이클 엔진을 개발하십시오." 라고 충고에 가깝다 생각되는 조언을 하였다. 로켓 펌프를 연구 주제로 삼고있던 나에게는 심한 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로켓 개발계획을 정하는 입장이 아니었던 관계로 그렇게까지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중 단 한명, N 로켓 기술 이전으로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로켓다인(Rocketdyne) 사의 일본계 2세 조지 스즈키(George Suzuki)씨가, "개발을 깔끔하게 진행해 버린다면 펌프식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격려해 주면서 미국의 로켓엔진 개발 역사 등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2. 귀국과 엔진 형식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

1년간의 재직을 끝내고 귀국하니, 우리 나라에서는 우주개발사업단(宇宙開発事業団, NASDA)을 중심으로 엔진의 형식, 특히 펌프식으로 할지 가압식으로 할지 격렬한 논쟁이 오갔다. NASDA의 간부가 가압식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해당 인물은 나와 동일한 시기에 미국의 로켓엔진 개발을 담당한 유명한 기업을 방문하였다는 알게 되어, 나와 동일한 조언을 들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항공우주기술연구소(航空宇宙技術研究所, NAL) 가쿠다(角田) 지소장인 오오츠카 사다키치(大塚貞吉)와 NASDA의 다케나카 유키히코(竹中幸彦) 로켓 부장(나중에 로켓 담당 이사) 등이 펌프식 엔진의 개발을 강하게 주장하여 이것이 최후 결론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펌프식으로 잘 결정된 것에 격하게 감사한다.

LE-5 엔진

LE-5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저자가 소속된 NAL 에서 개발을 담당

LE-5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NASDA에서 개발을 담당

3. 개발 진행과 성공, 그 후

추력 10톤급의 LE-5 엔진 개발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1981년 여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개최되었던 미국 항공우주학회(AIAA), 미국 기계학회(ASME), 미국 자동차학회(SAE) 주최의 합동 추진계 회의(Joint Propulsion Conference)에서 터보펌프 개발 상황을 발표하였다. LE-5 엔진 터보펌프의 완성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스즈키 씨에게 감사의 마음과 함께 LE-5 엔진의 개발 진행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는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고 1986년 8월에 H-I 로켓 발사가 성공한 후 우리 나라를 방문한 스즈키 씨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 그 때 스즈키 씨는 이 성공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나, "일본의 개발이 너무 순조로워 실패가 그만큼 적기 때문에 진짜로 실력이 붙고 있는지가 우려된다." 라고 감상을 말하였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였던 미국 로켓엔진 기술자의 말의 무거움을 느꼈다.



한 마디

아무래도 미국 엔지니어들은 당시 일본이 라이센스 생산이긴 하지만 우주발사체를 운용하던 국가였어도 액체수소/액체산소 조합 특성상 개발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던것같다. 실제로 액체수소 추진제는 한국의 우주로켓 관련 연구자들에게 물어봐도 개발에 부정적일 정도로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다. 
특히 터보펌프의 경우도 다른 조합 대비 어려움이 커서(터보펌프가 높은 회전수에서 작동해야 하며, 누설은 물론이고 수소 취성도 신경써야 할 수가 있다) 가압식 엔진으로 개발하라고 충고하지 않았나 싶다. 당시 일본은 LE-3 등 가압식 액체로켓엔진은 이미 개발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LE-5는 순조롭게 개발된 편이긴 하지만 LE-5 다음의 LE-7 에서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터보펌프와 엔진 시험 중 몇 번의 폭발사고를 겪어 실제 인명 피해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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