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옆나라 일본의 우주개발 기관들로 NASDA(우주개발사업단, 宇宙開発事業団), NAL(항공우주기술연구소, 航空宇宙技術研究所), ISAS(우주과학연구소, 宇宙科学研究所) 총 세 기관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독자들은 잘 알 것이다.
이들 중 NASDA 와 NAL이 연합하여 현재까지 사용중인 LE-5B-3(익스팬더 블리드 사이클)의 원본인 LE-5(가스발생기 사이클)과, 1단용 대형 엔진의 효시인 LE-7을 개발하였다.
같은 시기 M 시리즈를 위시한 고체 우주발사체를 개발하여 과학 위성 및 탐사선들을 쏘아올리고 있었던 ISAS,역시 LE-5와 유사한 액체수소-액체산소 엔진 개발 프로젝트가 존재했다. 당시 ISAS에서 개발된 엔진들의 이름은 ES(Engine System)-70X, ES-100X 로, 각각 7톤급과 10톤급 엔진 라인업이었다. 7톤급 엔진인 ES-70X 시리즈는 ISAS의 2단형 우주발사체인 M-2H의 2단에, 10톤급 엔진인 ES-100X 는 H-I(우리가 아는 NASDA의 그 발사체가 맞다)의 2단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엔진의 사이클은 LE-5와 같은 가스발생기 사이클이나 엔진 시동 방식은 한국의 75, 7톤급 엔진과 유사한 파이로시동기 방식이다. 파이로시동기에는 ISAS의 M시리즈 발사체의 자세제어 장치의 기술이 들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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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S ES-70X 엔진 시스템의 스키매틱. ES-100X 엔진도 같은 방식을 공유한다. 가스발생기 사이클이며 파이로시동기(TURBINE SPINNER)가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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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S의 ES 시리즈 엔진들의 실물 사진 |
오늘 쓸 글은 ISAS의 ES 시리즈 엔진들 중 ES-703 엔진의 터보펌프의 세부 사진에 대한 글이다. 같은 시기 개발된 LE-5의 터보펌프들과 비교할 때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 부분이 보이며, 일부는 아무래도 같은 회사(IHI)에서 제작되어서 그런지 유사한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들을 찾으면서 글을 읽는다면 나름 재미있을것이다.
터보펌프 전시물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한 대학의 항공우주공학과 건물 1층 로비에 위치해있다. 엄밀히 말해 정식 박물관이 아니기때문에 지나치게 사람들이 찾아가면 해당 대학 학생 및 교직원들이 곤란할 수 있어 정확한 대학명은 말하지 않는다.
여담으로 해당 대학의 항공우주대학을 저 ES 시리즈 엔진을 개발한 인사가 창설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터보펌프 전시물의 위치는 참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1. 전체적인 구조
ES-703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 터보펌프의 모델명은 TP-703이라 한다. 가쿠다에서 보았던 LE-7 엔진용 터보펌프와 유사한 절개 모델이다. |
처음 전시물을 보면 LE-5나 LE-7보다는 한국의 75톤, 7톤급 터보펌프와 유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LE 시리즈와 동일하게 별개의 축계로 구성된 터보펌프 시스템으로, 따라서 LE-5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베어링 후면에는 회전축 씰 조합체가 보인다. 아무래도 터빈의 작동유체가 고온 수소과농 가스이다보니 액체수소가 누설되어 섞이더라도 폭발 위험은 없다. 해서, 회전축 씰은 메카니컬 씰(액체수소의 누설을 1차적으로 막음), 라비린스 씰(고온 터빈구동 가스를 막는다) 구성으로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하지만 넓은 직경의 터빈 가스 씰 안쪽에 메카니컬 씰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LE-5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액체산소와 액체수소 터보펌프가 각각의 터빈을 가지지만, 각 터빈이 같은 터빈 케이싱 안에서 서로 마주보고 반대로 회전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을 '반전식 터빈(Contra-Rotating Turbine)' 이라고 부르며, 1단과 2단 동익 사이의 정익을 없앤 대신 2단 동익을 1단 동익과 반대로 회전시켜 1단 동익에서 토출된 유체의 각속도 성분을 그대로 이용하는 형식이다.
해당 형식은 2단 정익이라는 구조물의 부재로 마찰 손실이 존재하지 않아 효율이 높으며, 저유량 조건에서 2단 동익이 1단 동익 대비 느리게 회전하는 경우, 2단 동익의 유동각 범위가 넓어져 터빈 후단의 배압이나 2단 동익의 회전속도 변화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인 ES-703의 터보펌프 터빈 구성 방식으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혼합비 조정 등을 위해 터빈의 회전수를 능동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 그 때문인지 ES-70X 시리즈 엔진은 액체산소 펌프에서 토출된 액체산소 일부를 다시 추진제탱크로 돌려보내 혼합비와 추력을 제어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2. 액체수소 터보펌프 - 인듀서 및 임펠러 측
우선 액체수소 펌프 쪽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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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703의 액체수소 펌프 |
큰 직경의 펌프 임펠러로부터 액체수소 펌프라는 것을 안내판 없이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인듀서에는 별도의 라이너가 없었으나, 인듀서와 임펠러 사이에 계단식 라비린스 씰로 이차유로를 구성한 것이 눈에 띈다. 이런 구조는 LE-5의 액체수소 펌프에서도 보인다.
임펠러는 낮은 비속도로 인한 상대적으로 낮은 유로 높이 때문인지 상부와 하부를 따로 제작해서 접합한듯한 흔적이 보였다. 저 비속도 임펠러들에서 흔히 보이는 제작 방식이다.
이외에 인듀서 전방의 입구 플랜지에는 배관 플랜지 간의 기밀을 위한 정적 씰이 들어가는 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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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수소 펌프 직전방에서 |
바로 전방으로 시선을 옮겨보니 임펠러 상부 슈라우드에서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흔적은 LE-5는 물론 LE-7의 펌프 임펠러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LE-5와 7 모두 인듀서 체결용 구조(TP-703에서는 유선형으로 가공된 육각 볼트) 후방에 인듀서를 밸런싱한 흔적이 존재했지만 TP-703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쩌면 가려진 부분을 갈아낸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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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된 부분을 논문 상의 도면에 표시한 것 |
3. 액체수소 터보펌프 - 펌프 후단 구조물들
다음은 액체수소 펌프 후방의 구조로 시선을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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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수소 펌프 후방의 구조 |
공교롭게도 터보펌프 전시물 앞에서의 흥분으로 액체수소 펌프 축계의 사진은 제대로 찍지를 못했다.
우선 펌프 임펠러의 축 추력 저감을 위한 Back Vane 이 보인다. 동시기 개발된 LE-5의 경우에는 액체수소 펌프에 밸런스 피스톤을 적용하여 축 추력 문제를 해결하였다. ISAS의 터보펌프 관련 인사들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Back Vane이 터보펌프 회전수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에서 우수하여 선정했다고 언급되어 있다. Back Vane이 축 추력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논문에서 언급된 그림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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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S의 논문에서 언급된 Back Vane의 작동 원리. 다른 방향으로 빗금친 부분에 주목. |
요약하자면 임펠러 후단은 펌프 출구의 고압 유체가 들어차 전면 대비 고압 영역이 될 수밖에 없는데, Back Vane이 유체의 정압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해서(아마 와류 등을 일으켜 에너지를 소산시키는 방식일 것이다) 전/후면의 압력 차이를 줄여준다. 이 방식은 미국의 M-1 엔진의 터보펌프 등에 적용된 바 있다. 어쩌면 M-1의 자료를 당시 개발자들이 참고했을지도 모르겠다.
임펠러 후면으로 전면 베어링, 베어링 냉각용 유체 노즐, 후면 베어링, 회전축 씰 조합체가 위치해있다. 전면 베어링은 케이싱에 앞/뒤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되어 있는 대신, 후면의 베어링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되어있다. 이는 극저온에서의 열팽창으로 인해 작동 환경에서 후방 베어링에 의도치 않은 힘이 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로, 고온에서 작동하는 가스터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신 후방 베어링이 고정되지 않은 관계로 강성이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터빈의 임계속도가 낮아지는데, 이는 후방 베어링에 스프링으로 예압을 가해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도 후방 베어링의 외륜을 펌프 쪽으로 밀어내는 방향으로 예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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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륜을 예압할 시 베어링의 거동을 나타낸 그림. 접촉각이 생겨 같은 반경방향 하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하중이 베어링에 전달된다. |
베어링 냉각 문제도 LE-5와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 점을 알 수 있었다. LE-5의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밸런스 피스톤의 2번 오리피스에서 토출된 액체수소가 그대로 베어링 두 개를 냉각시키도록 구성한 반면, TP-703 에서는 별도의 냉각 유체 분사용 노즐을 통해 직접적으로 베어링에 냉각유체를 분사시켜 해결하였다. 이는 가스터빈에서 많이 보이는 방식이다. LE-5의 액체산소 터보펌프도 펌프 출구에서 베어링 냉각용 고압 액체산소를 취하여 베어링이 위치한 공간으로 보내긴 하지만 노즐로 불리는 물건을 쓰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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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터빈의 베어링 냉각 방식. 별도의 오일 분사노즐로 베어링에 직접적으로 냉각용 오일을 분사한다. |
메카니컬 씰은 벨로우즈까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가쿠다 우주센터의 전시물에 비해 더 나은 측면이 있다. 가쿠다 우주센터에서는 축계 조립체만 전시해서 메이팅 링만 붙어있거나 아예 축계를 제외하면 가려놓아서 저런 구조를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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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수소 펌프의 회전축 씰 계통 설명 - 메카니컬 씰과 라비린스 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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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구조 - LE-5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회전축 씰 구성. 터빈 가스 씰의 위치에 주목. |
다음으로는 Back Vane 외의 터빈 임펠러 후면의 구조와 터빈 구성으로 화제를 옮겨본다. 펌프 임펠러의 후방에서는 별도로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후면에 Back Vane 이 존재해서 별도의 유체력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기 위함이라고 추정된다. 어쩌면 임펠러 후단에 별도로 갈아내기 위한 구조가 존재하거나 아예 임펠러 익단을 갈아냈을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터빈은 일반적인 노즐-1단 동익-정익-2단 동익 구조가 아니라 노즐-1단 동익-2단 동익 구조의 반전식 터빈 구조이다. 액체수소 펌프를 회전시키는 1단 동익은 완전한 충동형 터빈의 형상을 띄고 있으며 액체산소 펌프를 회전시키는 2단 동익은 충동형 터빈 블레이드의 형상에 어느정도의 반동도가 더해진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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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703의 펌프 임펠러 후면 구조와 터빈의 구성 |
각 터빈에는 터빈 블레이드 팁으로부터의 작동유체 누설을 줄여 효율을 높이기 위함인지 허니컴 씰이 케이싱과 터빈 블레이드 팁 사이에 위치해있다. 허니컴 씰은 터빈 블레이드 대비 약한 재질로 만들어져 살짝 닿더라도 터빈 블레이드는 손상되지 않으면서 좁은 간극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건 LE-5와 LE-7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조이다. 해당 구조도 가스터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당연하게도 터보펌프와 가스터빈은 이란성 쌍둥이에 비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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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서 언급된 TP-70X 계열 터보펌프의 허니컴 씰 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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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다 우주센터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LE-7 엔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터빈의 허니컴 씰 구조 |
4. 액체산소 터보펌프 - 터빈 블리스크 내측 및 축계 구조물
터빈에서 시선을 옮겨 액체산소 터보펌프 쪽을 본다.
우선 터빈에는 별도로 밸런싱을 위해 갈아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는 터빈 블리스크에 밸런싱을 위한 별도의 밸런싱 스톡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LE-5의 액체수소 터보펌프에도 별도의 밸런싱 스톡이 존재해서 해당 부분 이외에는 갈아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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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산소 터보펌프의 터빈-임펠러 사이의 구조들 |
베어링을 보면 촬영 각도의 문제로 액체수소 터보펌프에서는 보지 못했던 베어링 내륜의 구조가 보인다. 베어링이 내륜 확장형 베어링으로 되어있으며, 확장된 내륜이 펌프 쪽을 바라보고 있다. 베어링 내륜의 확장은 베어링을 뺄 때 사용하는 공구인 베어링 풀러로 베어링을 쉽게 잡기 위함으로, 이는 터빈 블리스크와 샤프트가 일체형으로 제작된 본 터보펌프에서 취할만한 구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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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S의 논문에 언급된 터보펌프의 도면에 내륜확장형 베어링과 터빈의 밸런싱 스톡을 표시한 것 |
2번 베어링(터빈 측에 가까운 베어링)에 스프링으로 예압이 가해지고 베어링 냉각용 추진제 분사 노즐이 존재한다는 점이 앞전의 액체수소 터보펌프와 동일하였지만 액체수소 터보펌프에서는 관찰할 수 없었던 점을 찾을 수 있었다.
1번 베어링과 2번 베어링 사이는 긴 스페이서가 위치해서 양 베어링 간의 위치를 잡아주는데 스페이서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본 순간 2차유로 출구라 생각했지만 도면을 보고 나니 구멍이 스페이서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쩌면 터보펌프 조립 시 들어갈 수 있는, 추진제 이외의 수증기 등의 기체가 터보펌프 퍼지 시 원활히 빠져나가도록 뚫어둔 구멍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두면 그대로 얼어버려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깐. 스페이서는 터빈과 축이 일체형이 아닌 이상 안 쓸 수가 없으므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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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언급된 도면에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1번, 2번 베어링 사이 구조 설명을 추가한 그림 |
그 다음엔 시선을 좀더 앞쪽으로 옮겨서 회전축 씰과 펌프 임펠러 후단 구조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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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제 혼합방지 씰과 펌프 임펠러 후면이 잘 보이도록 찍은 사진 |
앞서 설명한 내륜 확장형 베어링을 포함하여 전체적인 구조는 액체수소 터보펌프와 동일하다.
하지만 회전축 씰 조합체에 헬륨 퍼지 씰이 추가됐다. TP-703의 헬륨 퍼지 씰은 LE-5 와는 달리 라비린스 씰로 구성되어있었다. LE-5과 같은 시기에 개발되긴 했지만 살짝 이른 시기에 개발되어서 그런것이었을까? 아니면 설계자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었을까? 확실한 점은 추진제가 섞이지 않을수 있다면 어떤 구조를 택하더라도 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펌프 임펠러 후면에는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그것과 동일하게 Back Vane이 존재했다. 그 때문인지 밸런싱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걸 보면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가만 보니 액체수소와 액체산소 펌프 모두 동일한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 연료와 산화제 터보펌프의 설계 주체가 각각 NASDA 와 NAL 로 다른 LE-5의 터보펌프 시스템과 비교할 때 이것도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겠다.
5. 액체산소 터보펌프 - 케이싱 간 결합 구조
살짝 시선을 낮추어 펌프의 케이싱을 결합하는 구조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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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싱 간의 결합 구조를 찍은 사진 |
본 순간 어?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의 케이싱 간을 연결할 땐 별도의 너트를 추가하지 않고 케이싱에 나사산을 파서 볼트로 결합한 방식이었다. 이는 무두 볼트를 사용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한국의 75톤, 7톤급 터보펌프와 같은 방식이다.
단, 각 터보펌프를 결합할 댄 일반적인 볼트-너트 구조를 사용했다. 너트도 일반적인 형상이 아니라 풀림 방지 구조가 존재하는듯한 형상이었다. 어쩌면 이게 열팽창에 좀 더 좋은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볼트 머리와 케이싱 사이에는 풀림 방지용 및 열팽창 대응용으로 와셔가 삽입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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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군 - 한국 75톤급 터보펌프의 케이싱 간 결합 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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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군 - LE-5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
6. 액체산소 터보펌프 - 펌프 인듀서 및 임펠러
이젠 액체산소 펌프에 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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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산소 펌프 쪽에 가까이 가서 찍은 사진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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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산소 펌프 쪽에 가까이 가서 찍은 사진 2 |
액체수소 펌프와 동일하게 임펠러 상부 슈라우드 외측에 밸런싱을 위한 흔적이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일체형으로 주조되고 기계가공된듯한 임펠러라는 점이다. 비속도가 높으니 일체형으로 만들어도 문제는 없겠지.
임펠러에 라비린스 씰이 존재하는 점도 동일하지만 여기서는 케이싱에 위치한 라이너 구조도 보인다. 라이너구조는 LE-5 에도 적용된 바 있다. LE-5 에서는 라비린스 씰을 알마이트로 코팅하고 라이너는 불소 첨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TP-703도 똑같이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7. 감상
터보펌프 전시물은 단 하나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쿠다 우주센터의 전시물과 비교할 때 나름 매력있는 전시물이었다. 계속 언급했지만 동시기 LE-5의 터보펌프와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니 재미있었다.
ES-703은 LE-5와 같은 시기 개발되긴 했지만 터보펌프 자체는 LE-5 보다 근소하게 먼저 개발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터보펌프의 개발 과정 중 취득된 기술 중 일부가 IHI와 같은 제작 회사 등을 통해 LE-5용 터보펌프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겹치는 개발 기간 중 서로 기술적인 요소들을 공유하면서 수렴진화했거나. 적어도 ES-70X 계열 이후의 ES-100X 는 LE-5 와 경합했던 물건인 만큼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추측이 틀리진 않을것같다.
또, 아무래도 우주개발 초기에 개발된 물건이다 보니 살짝 투박한 구석도 있어서 '이 사람들도 인간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각 설계 요소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특정 문제를 안정감 있게 풀어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실제 저 터보펌프로 시험을 진행한 노시로(能代) 시험장의 전시장에서 보았더라면 가쿠다 때에서와 같이 장소가 주는 느낌으로 더 생생히 느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부러운 점이라면, 실제 터보펌프를 개발한 인사가 대학으로 부임해서 연구센터를 만들고 후학을 양성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현재도 해당 대학 연구센터에서는 구 NASDA, JAXA 출신 연구자가 교수로 들어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JAXA 같은 연구기관이나 IHI와 같은 항공우주 회사에 많이 진출하였다고 한다. 한국은 아무래도 항공우주 개발 측면에서 막 걸음마를 떼었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개발에 참여한 인사들로부터 학생때부터 배운 제자들이 아직 업계에 진입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ES-703 엔진 및 터보펌프인 TP-703을 개발한, 타나츠구 노부히로(棚次亘弘)의 저서를 들고 터보펌프 앞에서 사진을 찍어 선배 터보펌프 엔지니어(물론 타국이긴 하지만)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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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펌프 앞에서 |
8. 참고 문헌
[1] 液水/液酸ターボポンプの試験 I. ポンプ, 棚次亘弘
[2] 液水/液酸エンジンの開発, 棚次亘弘
[3] ターボポンプの開発, 棚次亘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