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6일 금요일

KSLV-II 3차 발사 현장관람 후기

2023년 5월 24일, KSLV-II 누리호의 3차 발사 날짜가 정해졌다. 이전의 1, 2차 발사 때와는 달리 이번엔 어찌어찌 기회를 잡아 발사를 현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정에서 발사를 관람한 장소는 아래와 같다.

저기서 '신선대' 라 불리는 장소가 내가 택했던 포인트였다.


관측 포인트와 나로우주센터. 중간 상단의 카메라 표시가 있는 곳이 관측 포인트이고, 중간 하단이 나로우주센터이다.

해당 포인트는 거리는 멀었지만 우주 전망대가 중간의 내나로도에 가려 발사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나은 관측 포인트이다. 
둘 사이에는 바다 외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없기 때문에, 하루 연기된 실제 발사일인 5월 25일에는 해무가 걷혀 발사대와 누리호를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관측 포인트에서 나로우주센터를 바라본 컷. 사진 중간 상단을 잘 보면 발사대와 거기 장착된 누리호가 어렴풋이 보인다.

사진 크기 주의

3배율 망원경으로 발사대를 본 컷. 십자선 부근에 초록색 엄빌리컬 타워와, 흰색으로 도색된 누리호가 보인다.

배율을 9배율로 올려 관측한 사진. 초록색 엄빌리컬 타워가 확실히 보인다.


그리고 작은 결함으로 하루 연기된 5월 25일 한국 시각 오후 6시 24분, 누리호가 발사되었다. 생방송을 보면서 카메라를 조작하고 있었는데 생방송에 몇 초 딜레이가 있어 점화 전부터의 영상은 찍지 못했다.
전날인 5월 24일에는 해무가 끼어 발사대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연기된 날에는 해무가 없어 비교적 선명한 영상을 남길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내 카메라가 광학 줌이 되지 않는 휴대전화였기 때문에 화질이 좋지 못했다는 것.

감상 평

인생 처음으로 우주발사체 발사를 본 일이었다. 그것도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발사체의 발사를.
우주발사체 발사를 처음 보는것은 케이프 커내버럴이나 다네가시마, 우치노우라같은 외국 발사장에 가서 보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 인생은 오래 살고봐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까지 과한 감상을 남기는 이유를 알고싶다면 일단 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주발사체에 관심이 많았다. 오죽 관심이 많았으면 집에 있던, 친척 누나네한테 물려받은 90년대 극초반 과학책 중에서 우주개발에 관련된 책만 너덜너덜했었고, 초딩 때 썼던 시험 가리개에는 온통 우주왕복선이라던가 소유즈라던가 그런 우주발사체 그림들이 가득했다.
그러다 2009년 KSLV-I 나로호 발사 때였다. 그때 온 나라에 '우리나라에서 우주발사체 쏜다' 라고 시끌시끌했던 것을 기억한다. 어디선가 되도않는 '외부 전문가' 라는 사람들을 언론에서 섭외해서 이상한 설래발치던 적도 있었고.
당연히 나는 당시 부모님 보고 가자고 했다. 하지만 단칼에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뭐 이건 내가 그 전부터 서울 에어쇼(ADEX) 가고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에어쇼 하다 추락사고 나서 위험해서 안된다' 라는 핑계를 대고 계속 거부했던 우리 부모님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반응이었다. 이러한 기조는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기 직전, 나로호 3차 발사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당연히 ADEX 같은것도 성인 되고 나서 처음 가봤다. 
내 학창 시절, 아버지 직장에서의 직위가 많이 낮아서 휴가를 내기에는 너무 눈치가 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그동안은 부모님 원망을 많이 했다.

그러한 사실이 있었어도, 이 바닥에서 한가닥 하는 내 또래들은 대부분 나로호 때부터 부모님이 휴가를 흔쾌히 내셔서 같이 보러 갔다고 하던데 그동안 정말 아쉬웠다. 아무튼 우주발사체 발사를 보는 것은 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 숙원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내가 우주발사체의 터보펌프에 깊은 관심을 가지다 못해 특정까지 당하게 되고, 우주발사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지는 않지만 '터보 기계'라는, 어쨌든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공을 택하여 그쪽 대학원을 가게 되어 이렇게 보러 갈 기회가 있었다. 마침 옆 랩실이 로켓 연소 전공하는 랩실이라서 묻어갈 핑계가 있었다. 물론 그쪽은 휴가 안내고 갔지만 난 팀원들을 설득해서 휴가를 내고 갔다.
누리호를 더 생생하게 보겠답시고 나름 거금을 들여 쌍안경까지 사갔다. 위의 십자선이 있는 가변 배율 스코프는 군 전역하자마자 사게 된건데 어쩌다 보니 이럴줄은 몰랐지만 이번 발사 때 아주 유용하게 썼다. 그리고 이러한 내 10년이 넘은 숙원 + 노력이 오늘 빛을 발했다.

생방송을 휴대폰으로 틀어서 보고있었는데 카운트다운이 한 3초쯤 왔을까? 동영상 찍으려고 방송 끄고 카메라로 전환한 순간 발사대에서 섬광이 일어났다. 그 찰나에 눈치를 채고 바로 녹화를 한 영상이 저 위의 영상이었다. 섬광이 일고 하늘로 천천히 올라가는거 보니까 정말 감정이 북받혔다. 그래서 영상에서 나오듯이 어린애처럼 함성을 질러댔다.
그런데 휴대폰 카메라가 광학 줌이 안되다 보니까 잘 안나왔다. 그래서 저 다음부터는 그냥 쌍안경으로 관찰했다. 진짜 엔진 화염이 우리 말로 '쩔었다'. 발사체 전체 길이보다 긴 화염이 아주 밝은 오렌지색 불꽃을 내면서 솟구쳐 올라가는게 정말... 장관이었다! Splendid 라는 형용사가 어울릴만한 광경이었다.
이윽고 낮게 깔린 구름 속으로 발사체가 들어갔다. 들어가고 3초 쯤 후인가? 공군 복무 시절 밥 먹듯이 들었던 항공기 이륙하는 소리랑 비슷한, '꽈아아앙' 하고 하늘을 쪼개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처음엔 많이 작게 들렸다. 계속 들리다가 어느 순간에는 확 커졌다. 거리가 멀어서 그랬는지 울리는 소리 자체는 좀 크게 들렸는데 큰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저번 발사 때 우주센터 안에서 들었다던 교수님 말씀으로는 땅이 울렸다고 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누리호 발사 시 소음과 진동이 나로호보다 훨씬 덜하다고 하였다. 1단 추력 자체는 누리호가 2배 이상 더 큰데 진짜 신기한 일이다. 발사대의 화염 유도로 설계가 더 발전해서 그랬던것일까?
진짜로다가 이바닥 내 또래들이 나로호라던가, 아니면 외국 발사체 발사 보고온 썰 푸는거 가만히 들으면서 정말로 부러웠는데 그 감정이 비로소 5월 25일 오후 6시 24분에야 싹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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