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8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8장, 2인의 외국인 연구자와의 만남 - 러시아 인 발레핀 씨

1. 러시아 인 발레핀 씨의 영입

소비에트 연방(소련)이 붕괴한 후, 우리 나라에서는 소련 연구자를 끌어오자는 생각이 주도적이 되었다. 
소련 항공우주연구소의 블라디미르 발레핀(Vladimir Balepin) 박사로부터 NAL에서 연구하고 싶다는 편지가 도착하였다. 액체산소와 액체수소에 관련된 지식이 있고, 로켓엔진 연구 경력이 있었던 관계로 우리 나라에서 연구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생각하여 NAL 본부와 연락을 취하여 이야기를 전했다. 
객원연구원 제도(방문연구원)를 이용하여 발레핀 씨를 초빙하는 형식으로 1993년, NAL의 가쿠다 지소 로켓 유체기계 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채용하였다.

2. 발레핀 씨의 연구 주제

발레핀 씨는 공기액화식 엔진과 관련된 연구를 제안하였다. 비교적 공기 밀도가 높은 고도에서는 기체 내에 탑재된 액체수소로 공기를 냉각시켜 액화 공기로 만든 다음, 이것을 로켓엔진의 산화제로 사용하는 형식의 로켓엔진이었다. 당시, 영국에서 HOTOL 이라 불리는 신형 재사용 로켓이 발표되었다. 이 로켓에 쓰이는 엔진이 일종의 공기액화식 엔진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여, 시스템 성능 계산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사정으로, 기분 좋게 발레핀 씨의 제안을 승낙하였다.

HOTOL 우주비행기. 예냉형 가스터빈과 액체로켓엔진 복합 사이클이라 한다. 

연구의 진행 상황으로부터 발레핀 씨가 로켓 시스템 계산에 정통하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 그 무렵, 미국에서는 델타 클리퍼(Delta Clipper)라 불리는 수직 이착륙 우주왕복선의 연구개발이 시작되었다. 나는 발레핀 씨에게 "델타 클리퍼를 공기 액화식 엔진으로 보조한다면 어느 정도 성능이 올라갈지 계산해 주십시오." 라 제안하였다. 발레핀 씨는 흔쾌히 그 제안을 승낙하여 계산을 시작하였다.
공기를 이용하는 모드와 로켓 엔진의 양 모드로 높은 엔진 성능을 달성하기 위하여 작동하는 터보펌프의 수를 바꾸는 궁리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산 결과로는, 확실히 상당히 높은 성능향상이 기대되었다. 
논문을 작성하여 미국에서 발표하게 되었다. 미국 자동차학회(SAE) 항공우주부문 주최의 회의에서 발표를 끝내고 귀국한 발레핀 씨는, "카미죠 씨로부터 훌륭한 연구 주제를 얻었습니다. 미국에서의 발표에서 마주한 반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라고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하였다. 
나는, 소련의 붕괴가 없었더라면 발레핀 씨가 엘리트 연구자로서 원하는 로켓엔진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여, 나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던 발레핀 씨를 딱하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나의 잘못된 생각으로 발레핀 씨는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이 얼마 후에 밝혀졌다.

3. SAE 최우수논문상 수상, 그 후

발레핀 씨가 러시아로 귀국한 후인 1995년 12월, 돌연 미국 자동차학회 항공우주부문으로부터 발레핀 씨가 발표한 논문인 "Rocket Based Combined Cycles for Single Stage Rocket : 단단식 로켓용 로켓 기반 복합 엔진"이 미국 자동차학회 항공우주부문 최우수 논문상(Arch T. Colwell Merit Award)에 뽑혔으니 수상식에 출석해 달라는 편지가 도착하였다.
러시아에 있는 발레핀 씨에게 연락을 취하였으나, 그는 출석할 수가 없었다. 공동 연구자인 요시다 마코토(誠) 씨가 대표하여 수상식에 참석하였다. 요시다 씨는 이름이 들어간 훌륭한 표창의 방패를 가지고 돌아왔다. 러시아에 있는 발레핀 씨에게 보냈는데, 발레핀 씨의 기뻐하는 얼굴이 눈에 선했다.
이후 발레핀 씨는 도쿄대학 우주과학연구소(ISAS)에 초빙되어 공기흡입식 엔진에 관련된 선행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미국의 민간회사에 취직하여 활약하고 있다.

첨언

발레핀과 저자가 공동연구한 로켓 기반 복합 사이클 엔진의 스키매틱은 아래와 같다. 먼저, 액화한 공기를 전부 액체산소 터보펌프로 보내는 방식.

우선, 공기가 열 교환기로 유입되어, 작동 유체인 액체수소와 열 교환을 실시, 액화된다. 여기서 액체수소의 출처는 액체수소 터보펌프 출구이다. 그리고 액화된 공기는 그대로 싣고온 액체산소와 함께 액체산소 터보펌프로 들어간다.
엔진의 전체적인 사이클은 익스팬더 블리드 사이클이다. 아무래도 가스발생기 사이클인 J-2S를 기반으로 하여 같은 개방형 사이클인 익스팬더 블리드 사이클로 개조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다. 수소는 우선 액체수소 터보펌프로 들어간 후 가압되며, 1차적으로 열 교환기로 들어가 공기를 냉각시킨다. 이후 주 연소기의 재생냉각 채널로 들어간 수소는 일부는 그대로 연소실의 인젝터 플레이트로 들어가고, 나머지 수소는 연료/산화제 양 터보펌프의 터빈을 구동시키는 작동유체가 된다. 양 터보펌프를 구동시킨 수소는 그대로 노즐로 들어가 노즐 벽을 냉각시키면서 외부로 배출된다.

아래는 액화된 공기 중 액체산소만 쓰는 방식이다. 다른 기체들은 외부로 배출된다.


열 교환기로 공기가 유입되어 액화된다는 것은 위와 동일하다. 다만, 이번에는 'Air Rectifier' 라는 일종의 분리장치가 추가되어 액화된 공기에서 액체산소와 나머지 원소들을 분리한다. 그 외에는 열 교환기 작동유체로 액체수소 터보펌프에서 가압된 액체수소 외에 액체산소 터보펌프를 나온 액체산소도 추가되었다.
언급된 Air Rectifier 라는 장치는 아래와 같이 생겼다.

poor AIR 라 쓰인, 액체산소 외의 다른 원소들이 나가는 유로가 확인된다. 아무래도 밀도 차이로 분리시키는 방식인듯 하다.
저렇게 분리된 산소 외의 다른 기체들은 'Depleted Air Augmenter'로 유입되어 외부로 배출되는데, 이 안에는 연소실 재생냉각채널에서 나온 고온의 수소로 작동되는 터빈과 거기에 물린 압축기가 존재하여 효과적으로 분리된 기체를 흡입함과 동시에 노즐로 배출시키면서 추가적인 추력을 얻는 방식이다.
공통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로켓 내에 탑재하는 액체산소를 그만큼 줄일 수 있으므로 비추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한 마디

90년대 초 소련 붕괴 직후, 한국에서도 구 소련의 항공우주 과학자들을 꽤 영입하였다. 그로 인한 결과물로 추정되는 것들이 특히 국방 분야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꽤 최근까지도 이어져 왔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사례는 알고 있었지만, 일본에서도 저러한 일이 있었다는 데에서 적잖게 놀랐다. 하긴, 미국에서도 그렇고 하다못해 북한에서도 소련 과학자들을 데려가는 시도가 있었으니 일본이라고 못할게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에피소드는 로켓 연구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소련 붕괴 후의 두뇌 유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여기서 언급된 발레핀은 저자와 함께한 후에 일단은 러시아로 귀국하였으나 또다시 일본 연구기관(ISAS)에 들어갔고, 그 후에는 아예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케이스가 꽤 많을 것이고 최근에도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2023년 5월 26일 금요일

KSLV-II 3차 발사 현장관람 후기

2023년 5월 24일, KSLV-II 누리호의 3차 발사 날짜가 정해졌다. 이전의 1, 2차 발사 때와는 달리 이번엔 어찌어찌 기회를 잡아 발사를 현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정에서 발사를 관람한 장소는 아래와 같다.

저기서 '신선대' 라 불리는 장소가 내가 택했던 포인트였다.


관측 포인트와 나로우주센터. 중간 상단의 카메라 표시가 있는 곳이 관측 포인트이고, 중간 하단이 나로우주센터이다.

해당 포인트는 거리는 멀었지만 우주 전망대가 중간의 내나로도에 가려 발사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나은 관측 포인트이다. 
둘 사이에는 바다 외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없기 때문에, 하루 연기된 실제 발사일인 5월 25일에는 해무가 걷혀 발사대와 누리호를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관측 포인트에서 나로우주센터를 바라본 컷. 사진 중간 상단을 잘 보면 발사대와 거기 장착된 누리호가 어렴풋이 보인다.

사진 크기 주의

3배율 망원경으로 발사대를 본 컷. 십자선 부근에 초록색 엄빌리컬 타워와, 흰색으로 도색된 누리호가 보인다.

배율을 9배율로 올려 관측한 사진. 초록색 엄빌리컬 타워가 확실히 보인다.


그리고 작은 결함으로 하루 연기된 5월 25일 한국 시각 오후 6시 24분, 누리호가 발사되었다. 생방송을 보면서 카메라를 조작하고 있었는데 생방송에 몇 초 딜레이가 있어 점화 전부터의 영상은 찍지 못했다.
전날인 5월 24일에는 해무가 끼어 발사대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연기된 날에는 해무가 없어 비교적 선명한 영상을 남길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내 카메라가 광학 줌이 되지 않는 휴대전화였기 때문에 화질이 좋지 못했다는 것.

감상 평

인생 처음으로 우주발사체 발사를 본 일이었다. 그것도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발사체의 발사를.
우주발사체 발사를 처음 보는것은 케이프 커내버럴이나 다네가시마, 우치노우라같은 외국 발사장에 가서 보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 인생은 오래 살고봐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까지 과한 감상을 남기는 이유를 알고싶다면 일단 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주발사체에 관심이 많았다. 오죽 관심이 많았으면 집에 있던, 친척 누나네한테 물려받은 90년대 극초반 과학책 중에서 우주개발에 관련된 책만 너덜너덜했었고, 초딩 때 썼던 시험 가리개에는 온통 우주왕복선이라던가 소유즈라던가 그런 우주발사체 그림들이 가득했다.
그러다 2009년 KSLV-I 나로호 발사 때였다. 그때 온 나라에 '우리나라에서 우주발사체 쏜다' 라고 시끌시끌했던 것을 기억한다. 어디선가 되도않는 '외부 전문가' 라는 사람들을 언론에서 섭외해서 이상한 설래발치던 적도 있었고.
당연히 나는 당시 부모님 보고 가자고 했다. 하지만 단칼에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뭐 이건 내가 그 전부터 서울 에어쇼(ADEX) 가고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에어쇼 하다 추락사고 나서 위험해서 안된다' 라는 핑계를 대고 계속 거부했던 우리 부모님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반응이었다. 이러한 기조는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기 직전, 나로호 3차 발사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당연히 ADEX 같은것도 성인 되고 나서 처음 가봤다. 
내 학창 시절, 아버지 직장에서의 직위가 많이 낮아서 휴가를 내기에는 너무 눈치가 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그동안은 부모님 원망을 많이 했다.

그러한 사실이 있었어도, 이 바닥에서 한가닥 하는 내 또래들은 대부분 나로호 때부터 부모님이 휴가를 흔쾌히 내셔서 같이 보러 갔다고 하던데 그동안 정말 아쉬웠다. 아무튼 우주발사체 발사를 보는 것은 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 숙원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내가 우주발사체의 터보펌프에 깊은 관심을 가지다 못해 특정까지 당하게 되고, 우주발사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지는 않지만 '터보 기계'라는, 어쨌든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공을 택하여 그쪽 대학원을 가게 되어 이렇게 보러 갈 기회가 있었다. 마침 옆 랩실이 로켓 연소 전공하는 랩실이라서 묻어갈 핑계가 있었다. 물론 그쪽은 휴가 안내고 갔지만 난 팀원들을 설득해서 휴가를 내고 갔다.
누리호를 더 생생하게 보겠답시고 나름 거금을 들여 쌍안경까지 사갔다. 위의 십자선이 있는 가변 배율 스코프는 군 전역하자마자 사게 된건데 어쩌다 보니 이럴줄은 몰랐지만 이번 발사 때 아주 유용하게 썼다. 그리고 이러한 내 10년이 넘은 숙원 + 노력이 오늘 빛을 발했다.

생방송을 휴대폰으로 틀어서 보고있었는데 카운트다운이 한 3초쯤 왔을까? 동영상 찍으려고 방송 끄고 카메라로 전환한 순간 발사대에서 섬광이 일어났다. 그 찰나에 눈치를 채고 바로 녹화를 한 영상이 저 위의 영상이었다. 섬광이 일고 하늘로 천천히 올라가는거 보니까 정말 감정이 북받혔다. 그래서 영상에서 나오듯이 어린애처럼 함성을 질러댔다.
그런데 휴대폰 카메라가 광학 줌이 안되다 보니까 잘 안나왔다. 그래서 저 다음부터는 그냥 쌍안경으로 관찰했다. 진짜 엔진 화염이 우리 말로 '쩔었다'. 발사체 전체 길이보다 긴 화염이 아주 밝은 오렌지색 불꽃을 내면서 솟구쳐 올라가는게 정말... 장관이었다! Splendid 라는 형용사가 어울릴만한 광경이었다.
이윽고 낮게 깔린 구름 속으로 발사체가 들어갔다. 들어가고 3초 쯤 후인가? 공군 복무 시절 밥 먹듯이 들었던 항공기 이륙하는 소리랑 비슷한, '꽈아아앙' 하고 하늘을 쪼개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처음엔 많이 작게 들렸다. 계속 들리다가 어느 순간에는 확 커졌다. 거리가 멀어서 그랬는지 울리는 소리 자체는 좀 크게 들렸는데 큰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저번 발사 때 우주센터 안에서 들었다던 교수님 말씀으로는 땅이 울렸다고 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누리호 발사 시 소음과 진동이 나로호보다 훨씬 덜하다고 하였다. 1단 추력 자체는 누리호가 2배 이상 더 큰데 진짜 신기한 일이다. 발사대의 화염 유도로 설계가 더 발전해서 그랬던것일까?
진짜로다가 이바닥 내 또래들이 나로호라던가, 아니면 외국 발사체 발사 보고온 썰 푸는거 가만히 들으면서 정말로 부러웠는데 그 감정이 비로소 5월 25일 오후 6시 24분에야 싹 내려갔다.

2023년 5월 22일 월요일

Kamijo Kenjiro - 제 7장, NASA와의 관계 - NASA 연구원의 실패

1. 알고보니 나보다 먼저 선회 캐비테이션으로 '추정' 되는 현상에 대해 보고한 논문이 있었다.

그 후, 불가사의한 일과 조우하였다. 이 이야기는 1965년 NASA 루이스 연구센터의 연구자(R.F. Soltis)가 매우 흥미로운 논문(NASA TN D-2681, Some Visual Observation of Cavitation in Rotating Machinery : 회전기계에서의 캐비테이션 가시화)를 발표하였던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필자가 이 논문을 최초로  보았던 때가 1973년이었다. 이 연구자가 실험 데이터를 상세하게 음미하였더라면 , 내가 최초로 선회 캐비테이션 논문을 발표하는 일은 없었다. 이 논문 내용 중 인듀서에서 발생한 캐비테이션의 가시화 관찰에 대해 "고속 필름을 하나하나 상세히 조사하자, 마치 캐비테이션 영역이 회전하는 블레이드보다 빠른 속도로 회전해서, 블레이드 사이의 유로가 규칙적으로 공동으로 채워졌다 채워지지 않는 현상이 원인이 되어 압축기에서 관찰되는 선회실속과 유사하였다" 라고 기술되어 있었다. 이 기술이 정확하다면 명확하게 인듀서의 선회 캐비테이션이 일으킨 선회 실속이 되어, 선회 캐비테이션은 새롭게 관찰된 현상이 아니게 된다. 

2. 선회 캐비테이션 논문 발표 후 NASA 연구원의 언급

1992년 12월 ASME 논문집에 선회 캐비테이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안에서 선회 캐비테이션은 블레이드보다 빠른 선회속도를 가진 것 외에 블레이드의 회전과 반대로 회전하는 것의 존재를 예상하였다. 당시 후자는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 1995년이라고 생각되는데, 블레이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선회 캐비테이션의 존재 가능성을 알게 된 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의 연구원이 "NASA 에서는 후자를 관찰하였습니다." 라며 앞에 언급한 Soltis 씨가 촬영한 고속 촬영 사진을 보내왔다.
해당 논문에서 'Rotating Stall' 이라는 문구와 함께 언급된 사진

해당 논문에서의 문제의 구절. 'This phenomenon is somewhat analogous to the rotating stall patterns observed in air compressor rotors.'

필자가 행했던 것과 동일하게 이 고속 촬영 사진을 정리해 보자, 블레이드보다 빠르게 회전하는 선회 캐비테이션이었다. 상세히 풀어서 말하자면, 어쩌다 블레이드보다 느리게 회전하는 것을 보았다면 이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 결론에 이른 경위에 대해 이하의 기술이 틀렸기 때문에 대단히 실례되는 일이긴 하지만 제멋대로 아래와 같이 상상하였다.

3. 어째서 그 NASA 연구원은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였는가?

당시 대형 제트기에 대한 연구가 대규모로 행해지고 있었다. 제트엔진에 대해, 압축기의 선회실속을 억제하는 연구가 매우 중요하였다. NASA 루이스 연구센터에서는 선회 실속의 연구가 활발하였다.
선회 실속과 비슷한 형상을 본 Soltis 씨는 압축기 연구를 행하는 부서와 상담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질문을 받은 쪽은 즉석에서 캐비테이션에 의해 발생한 선회 실속 현상이라고 판단 혹은 추정하였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 조언을 머리에 새기고 고속 촬영 필름을 보았기 때문에 선회 속도가 블레이드의 속도보다 느리게 보였던 것이다. 
한편, 나는 Caltech에 재직 중에 선회 실속에 대해 상담한 연구자는 없는 한편, 수중의 선회 실속에 관한 문헌으로 오사카가 대학의 무라타 마사루(暹) 교수의 해설서가 있었다. 선입관에 얽매이지 않고 데이터를 여러 번 정리하였던 것이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는것을 가능하게 했던 최대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

선회 캐비테이션의 경우 아직까지는 블레이드보다 느리게 회전하거나 아예 반대로 회전하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안다. 특히 본인이 압축기를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선회 캐비테이션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도 '선회 캐비테이션과 선회 실속은 전혀 별개의 현상으로, 선회 실속에서 실속 셀이 블레이드보다 느리거나 혹은 반대로 회전한다는 현상이 관찰된다고 선회 캐비테이션도 반드시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저 당시 선회 캐비테이션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생소한 분야다 보니 저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초기 발표했던 선회 캐비테이션 관찰 관련 논문은 학회에서 거절되었던 적이 있다. 
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때에는 이전에 이미 존재하던 현상과 비슷하더라도 최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별개의 현상으로 보는 한편, 높은 관찰력도 요구되는듯 하다. 운이 따라주었더라면 선회 캐비테이션 최초 발견 및 이론 정립은 Soltis 씨의 전과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2023년 5월 7일 일요일

Kamijo Kenjiro - 제 7장, NASA와의 관계 - 도움을 주다

1. NASA에 선회 캐비테이션과 관련하여 도움을 주다

얼마 안 되지만 NASA에 은혜를 값았다고 생각되는 일도 있었다. LE-7 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인듀서에서 발생하였던 선회 캐비테이션 억제책 고안을 계기로 선회 캐비테이션 현상의 해명과 이론 구축이 급격히 진행되었다. 이들 성과는 이후 NASA의연구개발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인데, 확실하게는 필자의 여러 논문들이 NASA에서 발표된 논문들에 인용되었다. 이 위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2. SSME의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HPOTP)에서 발생한 초 동기 축 진동

미국 Rocketdyne 사가 제작하였던 우주왕복선 주 엔진(SSME, RS-25)의 터보펌프에 신뢰성을 낮추는 몇 가지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NASA는 P&W(Pratt and Whitney)사에 호환성을 갖는 터보펌프를 제작하도록 하였다. 

SSME의 호환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HPOTP) - P&W 사 제작
발생한 진동 양상. 주 연소기 펌프를 중심으로 널뛰는 듯한 진동이 나타났다.

Acosta 교수로부터, "SSME의 호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 초 동기(High-Synchronous) 축 진동이 발생하여 NASA가 원인 규명을 진행중이다." 라 적힌 편지와 함께 이 진동의 해석 결과를 담은 사진이 도착했다. 
이 진동의 원인은 선회 캐비테이션이라고 금방 알 수 있었다. NASA의 터보펌프 개발에서의 고문 격이었던 Acosta 교수는 1991년에 발표하였던 선회 캐비테이션에 관한 일본 기계학회의 논문(일본어, 회고록 제6장에서 언급됨)을 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에 보냈다. 해당 연구센터의 연구원은 그 즉시 거기 주재하고 있던 NASDA의 개발부원에게 그 논문의 번역을 부탁하였다.

3. 가족 여행을 겸한 회의 출석 중 방문 요청을 받다

테니시 주 네슈빌에서 개최된 합동 추진계 회의(1992년 7월 6 ~ 8일)에 출석하였던 당시, 마셜 연구센터의 몇 명이 오기를 기다리던 도중 "앨라배마 주의 마셜 우주센터에 방문해 주십시오." 라고 부탁받았다. 해당 연구센터는 합동 추진계 회의의 회의장으로부터 자동차로 2시간 정도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약 15년만의 가족여행을 겸하고 있던지라 나 혼자 갈 수 없어서 약간 고민하였다. NASA 마셜 우주비행 센터와 가까운 곳에 있는 우주박물관(미국 로켓개발 역사를 그 자리에서 알 수 있는 유명한 박물관임)에서 회의를 한다면, 가족들은 그 동안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이 가능해지겠다는 묘안이 떠올랐다. 회의에의 참가를 희망하였던 오사카 대학의 츠지모토 교수(辻本良信, 츠지모토 요시노부. 오사카 대학 교수로 저자와 함께 선회 캐비테이션 관련 공동연구를 수행하여 이론을 정립함. 덤으로 저자와 Acosta 연구실 유학 시절 동료)와 가족 동반으로, 즐거웠던 렌터카 드라이브 후에 우주박물관에 도착하였다.

앨라배마 주 헌츠빌의 U.S. Space and Rocket Center

마셜 연구센터의 몇 명이 와 있었다. 그 중에서는 이전부터 알고있었던 Gross 씨(Loren A. Gross)도 있었다. 이 박물관에는 사용 가능한 회의실이 없었던 관계로 식당에서 회의를 진행하였다. 초 동기 진동의 원인인 선회 캐비테이션과 그 억제 대책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것 뿐이었던 이 분야에서 바야흐로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U.S. Space and Rocket Center 내 식당에서 선회 캐비테이션에 대해 설명하는 저자.
왼쪽 인물들 중 가운데 인물이 저자이고, 저자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언급된 Gross이다.

Acosta 교수는 이 일에 대해 매우 기뻐하며 귀국하던 즈음 캘리포니아 주 파세데나에 있던 가족 전원을 Caltech의 게스트 하우스에 초대하였다.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4. 도움을 준 이후 - 왜 언급이 없지?

그 후, 발표하였던 논문에 따르면 나의 제안을 참고하여 대책을 세웠고, 초 동기 진동은 수습되었다. 다만, 내가 지원하였던 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록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NASA로부터 아무래도 많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항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Gross 씨는 이러한 것을 잘 알고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보론

저자가 회도록에서 언급한, SSME의 호환 고압 액체산소 터보펌프(ATD HPOTP)와 관련된 논문은 아래와 같다.

The Space Shuttle Main Engine liquid Oxygen Pump High-Synchronous Vibration Issue, The Problem, The Resolution Approach, The Solution

해당 논문에서는 발생한 축 진동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해결 과정을 거쳤는지 나오는데, 여기서 거론된 문제들로 베어링 및 씰 강성 등의 문제들 외에 'Inducer Cavitation'으로 선회 캐비테이션을 암시하는 듯한표현이 나온다. 저자가 조언을 한 1992년 직후에 작성 및 발표된 논문으로, 조언 덕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충분히 신빙성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주로 베어링, 씰 등 트라이볼로지 요소들에 대해 집중했는데, 논문 말미에 '아직 해결하지 못해서 터보펌프를 분해하는 중이다.' 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 이후인 1995년에 발표된 논문 제목은 아래와 같다.

Developmental problems and their solution for the Space Shuttle main engine alternate liquid oxygen high-pressure turbopump: Anomaly or failure investigation the key
https://ntrs.nasa.gov/citations/19950021842

해당 논문에서는 이전 논문에서의 트라이볼로지 요소 개량과 함께 인듀서의 지름을 줄이는 방식으로 케이싱과의 간극을 늘린 인듀서를 시험하였다. 시험 결과 언급된 초 동기 진동의 진폭이 줄어들었음을 암시하는 표현이 나온다. 인듀서 개량과 함께 인듀서 후퇴각 증가, 등의 개량도 실시한 듯 하다.


간극을 늘린 결과 초 동기 진동 성분(synchronous forcing functions. high가 붙어야 하는데 생략된듯)의 진폭이 줄어들었다.

트라이볼로지 요소 외에 인듀서를 개량하여 초 동기 진동 문제(Step Synchronous Vibration Problem)가 해결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저자가 선회 캐비테이션에 대해 해당 현상을 발견하고 이론을 정립한 사람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조언이 가능했었던듯 하다. 결론적으로 해당 터보펌프의 진동 문제 해결에는 이 사람의 공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논문에서 언급이 안된 것이 참 의외다.

LE-5 엔진 터보펌프의 세부 사진들 -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기에 이어

이전에 썼던 LE-7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의 상세한 리뷰에 이어, 이번에는 바로 옆에 전시된 LE-5 엔진 터보펌프에 대한 내용을 써보고자 한다.  LE-5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은 LE-7 과는 달리 절개 모델이 아니라 터보펌프 실물과 축계가 따로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