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II 로켓 8호기 이후의 계획, H-IIA 로켓과 1단 엔진, LE-7A
H-IIA 로켓은 1995년 H-II 로켓의 운용과 병행하여 로켓의 제조비용을 낮추기 위해 개발이 진행되었다. H-II 로켓의 8회 이후의 발사는 H-IIA 로켓으로 계획하여, H-II 로켓 8호기가 발사되던 시기(1999년 11월 15일)에는 1단 엔진인 LE-7A 엔진이 완성되었다.
LE-7A 와 LE-7 엔진 |
2. LE-7A 의 액체수소 펌프 인듀서에서도 나타난 결함
H-II 로켓 8호기의 실패는 대단히 유감이었다. 다만, 이 사고조사는 귀중한 결과를 가져왔다. 2000년 7월부터 8월까지 H-II 로켓의 후계기인 H-IIA 로켓의 주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성능을 연구하는 시험이 실시되었다. 발사 시와 같은 운전조건에서의 시험이었다. 펌프 입구의 압력을 점차 낮추자, 특정 압력 이하에서 급격한 축 진동이 발생하여 펌프 부품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때의 캐비테이션 파라메터와 대응되는 인듀서의 압력계수 및 축 진동을 나타낸 그래프는 그림 9.2와 같다.
특정 캐비테이션 파라메터(입구 압력에 대응) 이하에서의 축 진동, 압력계수 거동에 주목 |
캐비테이션 파라메터의 저하, 그러니까 입구 압력의 저하가 일어나서 급격히 인듀서의 압력계수, 즉 차압이 낮아지고, 동시에 축 진동 진폭이 급격히 커졌다.
3. LE-7A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는 어떠한 물건인가? - 너무 가혹하다!
당시 우주개발위원회의 전문위원이었던 필자는 이 급격한 거동을 조사하기 위해 LE-7A 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의 설계를 상세히 조사하였다. 표 9.1에 서술하였던 인듀서의 입구 익선단 날개 각도(𝛽ₜ₁)과 유량 계수(𝜑₁)의 관계가 100*𝜑₁ ≥ 𝛽ₜ₁ 을 충족시켰다.
다만, 운용 시의 유량계수가 𝜑₁ = 0.063이어서 NASA의 설계지침인 𝜑₁ > 0.07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쉽게 말하자면, NASA 지침보다 인듀서 블레이드 팁 회전 속도 대비 축방향 유속이 느리게 흐른다는 의미. 이때 인듀서 받음각이 크다면? - 역자 주)
이 값이 극단적으로 작아질 경우, 인듀서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이 블레이드 사이의 유로를 막아서 흡입 성능을 급격히 악화시킨다. 이와 같이, 인듀서의 압력상승을 나타내는 압력계수(𝜓)는 운용 시에 𝜓 = 0.22로 커서, 이 파라메터에 대해서는 NASA의 설계지침인 𝜓 < 0.15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NASA 지침보다 높은 압력상승을 의도하였다는 의미 - 역자 주)
이 수치를 키우려면 표 9.2에서의 J-2엔진 펌프 인듀서와 SSME의 인듀서처럼 블레이드 허브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이기 위한 유체역학적인 궁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압력 계수가 다른 사례 대비 높은 J-2와 SSME가 눈에 띈다. 하지만 저 둘도 어찌어찌 100*𝜑₁ ≥ 𝛽ₜ₁ 는 충족한다. |
4. NASDA 담당자 및 임직원과의 실랑이
이전에 언급한 축진동과 설계미스에는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해서, LE-7A 엔진의 양 펌프 인듀서의 설계변경을 제안하였다. 하지만, NASDA 담당자의 맹렬한 반발을 맏딱뜨렸다.
인듀서 개량 후에 재인정 시험(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재인증 시험)을 하기까지 적어도 3년 간의 갭이 있어서 우리 나라의 로켓 개발은 그만큼 구미로부터 뒤떨어지는 이유가 되었다.
NASDA에서 수 명의 로켓 부문 임직원들이 도호쿠 대학의 오피스에 방문하여 "어떻게든 개량하지 않는 계획을 추천해 주길 바란다." 라고 격하게 따져들었다. 나는 전부 확신할 수는 없었기에 "저는 안전치 아래에서 일을 진행하는 기술자이기 때문에 개량하지 않아도 좋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개량을 한다면 매우 훌륭한 인듀서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답하였다.
잠시 후인 2000년 9월에, 돌연히 NASDA의 고다이 도미후미(五代富文副, H-II 로켓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인물임) 부이사장으로부터 나의 오피스에 "당신의 협력을 받아들이려면 개량을 진행하기 위한 이사회(이사장 야마노우치 슈이치로, 山之內秀一郎)의 의견이 하나로 모여야 하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재차, 개량한다면 얼마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지, 감으로라도 알려주십시오." 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개량을 제안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협력하겠습니다. 개량의 기간은 1 ~ 1.5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답하였다. 개량에 요구되는 기간은 인듀서만 개량하면 좋기 때문인 것과 나의 시험에서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 전화통화의 건너편에서 NASDA의 많은 간부들이 고다이 씨의 전화통화를 듣고 있었다는 상상이 되었다.
첨언
개량 전 LE-7A의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는 요약하자면 일반적인 인듀서보다 회전수에 비해 유량은 적게 흐르는데 비해 압력상승은 높은 인듀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듀서의 절대 유량을 늘리면서 압력상승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회전수를 늘림과 동시에 인듀서 블레이드의 받음각을 늘리는 방식이 있다. 그런데 무턱대고 회전수 및 받음각을 늘린다 해서 빨려 들어가는 유체의 속도도 늘어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유체의 속도/인듀서 블레이드 회전 각속도 로 정의되는 유량 계수가 작아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된다면 인듀서 받음각과 유체의 속도 삼각형 상의 상대 속도 간의 각도 차이가 커져 유동이 인듀서 블레이드로부터 쉽게 박리된다.
찾아온 NASDA 담당자들에게 "개량만 한다면 훌륭한 인듀서이다." 라고 말한 것은 일종의 완곡어법으로, 직역하자면 "너희 인듀서 설계가 너무 가혹해서 못쓴다." 라고 읽힌다. 일본식 표현이겠지만 사실 한국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완곡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