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5일 월요일

KSLV-II용 터보펌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련식 터보펌프 설계들

얼마 전 발사된 KSLV-II를 비롯하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KARI)이 개발한 로켓 시스템들에서는 소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엔진의 터보펌프에서도 발견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엄연히 서방의 그것보다는 다른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이번에 쓸 글은 KARI가 개발한 터보펌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련의 유산이다.


예시로 들 터보펌프는 KRE-007로 불리는, KSLV-II의 3단에 적용된 7톤급 엔진의 터보펌프이다. KRE-075로 불리는 75톤급의 터보펌프와는 크기를 제외하고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7톤급 터보펌프의 전체 형상

7톤급 터보펌프의 단면도

우선 식별할 수 있는 특징들은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의 특징인 비교적 큰 터빈 직경, 추진제인 액체산소와 케로신의 큰 밀도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축에서 같은 속도로 돌아가는 연료/산화제 펌프와 터빈,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펌프 임펠러들이 식별 가능하다.


비교 대상은 역시 1축식 터보펌프인 IHI의 3톤급 터보펌프이다. 단, 이 터보펌프는 액체메테인과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하여 7톤급 엔진의 터보펌프와는 살짝 다르다. 그래도 차이점을 식별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IHI의 3톤급 터보펌프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눈치채지 못하였을것이다. 지금부터 자세히 파고들도록 한다.

1. 베어링의 배치

아래의 사진은 7톤급의 터보펌프의 베어링 배치이다.
7톤급의 베어링 배치.

표시된 곳을 보면 베어링들이 총 4개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나 왼쪽의 산화제펌프 측은 베어링이 회전체의 오버행을 없애는 듯이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터빈 쪽의 오버행이 눈에 띄긴 하지만 여기에까지 베어링 냉각용 유체를 끌어오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IHI의 터보펌프(서방식 설계)는 어떠할까?
IHI 3톤급 터보펌프의 베어링 배치

왼쪽 액체산소 펌프 임펠러 후면에 하나, 오른쪽 액체메테인 펌프 임펠러 후면에 하나가 전부이다. 특히나 액체산소 펌프 임펠러 전체가 오버행으로 되어있다.
이 터보펌프는 비교적 작은 장치라 저러한 배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서방의 1축식 터보펌프의 사례를 들도록 하겠다.
F-1엔진의 터보펌프


FASTRAC(Merlin의 조상)의 터보펌프

두 터보펌프는 7톤급과 유사하게 케로신/액체산소를 추진제 조합으로 사용하는데 각각의 액체산소 펌프 쪽을 보면 베어링이 펌프 임펠러의 후면에만 배치된 것을 알 수가 있다.

위의 7톤급 터보펌프와 유사한 구조는 소련의 RD-170엔진의 부스터 펌프에서 찾아볼 수 있다. 
RD-170계열 엔진의 부스터 펌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7톤급의 터보펌프는 액체산소 펌프와 케로신 펌프-터빈이 서로 분리된 계통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액체산소 펌프는 케로신 펌프-터빈의 축과 스플라인이라는 일종의 커플링으로 연결되어 토크만 전달받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축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동력만 전달받는 다른 축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7톤급의 산화제 펌프
7톤급의 연료펌프-터빈 조합체

위의 두 그림은 7톤급의 산화제 펌프, 연료 펌프-터빈 조합체를 나타낸 것이다. 연료펌프-터빈 조합체의 왼쪽에 회색의 홈이 난 부분이 튀어나와 있으며 이것이 산화제 펌프 축에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 

아래는 소련의 터보펌프에서 찾을 수 있는 예시이다.

RD-107의 터보펌프

RD-0110의 터보펌프

이러한 배치는 양 계통의 축의 휨 변위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스플라인의 특성상 회전 토크는 전달하는데 축의 휨은 전달하지 않는다. 따라서, 1축식으로 구성하면서 필연적으로 축이 길어지는데 이러한 방식을 택하면 축의 길이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 정격 운전 속도에서 축이 횡 방향으로 공진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긴 막대보다 짧은 막대가 휘기 어렵다는걸 생각해 내기는 쉽다.

또, 베어링을 각 축의 끝에 배치하여 오버행을 없앤 것은 축의 진동 문제를 줄이는데 유리하다. 앞의 축 자체의 공진 문제 외에도 펌프의 임펠러에는 선회 캐비테이션이나 밸런싱 오차 등 편심 하중을 가하는 원인이 존재할 수 있다. 이때 펌프 임펠러 부분이 오버행이라면 해당 부분이 하중을 받고 축 진동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반면, 위에서 언급한 IHI 3톤급, F-1, FASTRAC의 터보펌프에서는 스플라인 구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F-1에서는 Whirl 현상을 줄이기 위하여 축을 중공축으로 구성한 듯한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2. 씰에 임펠러 씰(Impeller Seal)적용

7톤급 터보펌프의 단면도를 보면 신기한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장치는 소련의 RD-0124엔진에서도 보인다.

7톤급 터보펌프에서의 장치

RD-0124 엔진에서의 장치


베어링을 냉각한 추진제가 혼합방지 씰에서 배출되기 전에 이상한 장치를 거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장치의 3D 모델 상의 위치는 아래와 같다.




마치 원심식 임펠러처럼 보인다. 이 장치는 임펠러 씰이라 불리며 영어로는 'Impeller Seal'이라고 쓴다. 이 장치는 내가 전에 썼던 스커드의 9D21용 터보펌프의 '보조 임펠러' 라 불렀던 장치와 같은 것이다. 참고로 스커드의 임펠러 씰의 임펠러는 아래와 같이 생겼다. 비교해 보도록 하자.

스커드 9D21의 Centrifugal Seal 임펠러

이전 스커드 엔진 터보펌프에 대하여 서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일종의 펌프 임펠러처럼 기능하여 유입된 누설 추진제의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구성한다면 혼합 방지 씰에서 필요한 퍼지용 기체의 압력과 유량을 낮출 수 있다. 서방의 터보펌프의 경우에는 해당 위치에 메카니컬 씰(LE-5의 경우)이 적용되어 있다.

원심식 씰은 산업용 펌프에 흔히 쓰이는 방식인데 주로 아래 도면과 같은 방법으로 적용된다.

산업용 펌프의 Centrifugal Seal

위의 산업용 펌프에서는 씰의 임펠러가 충분한 음압을 형성하여 뒤편으로 유체가 누설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른 점으로는 위의 산업용 펌프에서는 펌프 자체의 압력상승이 크지 않고 임펠러 씰이 충분히 커서 만족할정도로 누설을 줄이는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7톤급와 RD-0124, 전에 언급했던 9D21의 경우에는 별도의 씰이 뒤에 존재한다.

다만 7톤급이 서술한 소련제 엔진들과 다른 점으로는 퍼지용 가스를 요구하는 헬륨 퍼지 씰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소련제 엔진들에 적용된 씰은 립 씰이라는 물건으로, 극저온 환경에는 불리할 수 있으나 극저온 전용 윤활제를 적용하여 단점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면 퍼지 계통을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 있지만 그만큼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립 씰을 아주 많이 장착하는 것은 축의 길이가 길어지고, 씰 자체의 마찰로 발생하는 열로 축의 변형이 일어날 수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KARI의 경우에는 과거에 립 씰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였으나 자체적인 판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방침을 정하였다고 한다. 신뢰성을 위하여 절충안을 택한걸로 보인다.
다시 알아보니 KARI는 처음부터 립 씰은 배제하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터보펌프 터빈의 방전 가공 적용, 펌프 축 추력 제어 방식 등에서 소련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으나 소련 터보펌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지 못하여 이번엔 여기까지 쓰도록 하겠다.



























일본의 재사용을 위한 터보펌프 회전축 씰 개발 방향성 - 이글 인더스트리 연구자의 논문 리뷰

최근에 일본의 터보펌프와 관련하여 좋은 논문들을 담은 학회지를 입수했다. 일본  터보기계협회(ターボ機械協会, Turbomachinery Society of Japan) 의 협회지로, 터보기계와 관련된 일본의 논문들이 올라왔다. 물론 수록된 논문은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