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요 며칠간 고공용 75톤급 엔진을 전시하여, 엔진 실물을 보러 방문했다.
필자는 사실 2019년 서울 ADEX 때도 고공용 75톤급 엔진을 보긴 하였지만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관찰하진 못했다. 당시 엔진 주변에선 케로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엔진은 75톤급 고공용 엔진 6A호기로, 김벌링과 터빈 배기덕트 작동 기능은 제외한, 고공 테스트 시설에서의 연소시험을 위한 엔진이었다.
75톤급 엔진 6A 호기의 전체적인 모습
우선, 고공용 엔진이다 보니 지상용 'G' 가 붙는 엔진들보다 전체적인 크기가 커졌다. 정확히는 노즐 스커트가 크고 길어졌다. 노즐 스커트도 손으로 만질 수 있었는데 딱딱한 느낌이 아니라 속이 비어서 텅텅거리는 느낌이었다.
노즐 스커트 확대사진. 재생냉각 채널과 연료 매니폴드가 잘 보인다.
터보 펌프의 사진.
터보펌프에 관심이 많은 나로선 엔진 정면에서 사진을 찍은 후 바로 터보펌프가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여 사진을 찍어댔다.
사진 기준으로 위쪽부터 산화제 펌프, 연료 펌프, 터빈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그 중 산화제 펌프와 터빈 부분에는 은색/회색 단열재가 적용되어 있는것을 알 수가 있다.
터빈 부분에서는 터빈 출구 베인의 날개를 용접한 모습이 보인다.
터보펌프의 왼쪽에는 김벌 액추에이터 대신 더미 액추에이터가 장착되어 있다.
엔진의 뒤쪽에서 바라본 터보펌프
엔진 터빈배기 덕트에는 연소시험의 흔적으로 그을음이 묻어있는것을 볼 수가 있었다.
사진 기준 왼쪽 위엔 은색 단열재가 적용된 산화제 배관이 보인다.
뒤에서 연료 매니폴드와 주 연료 밸브를 찍은 사진
75톤급 엔진은 지상용과 상단용 모두 노즐 중간의 매니폴드로 연료가 들어가 한쪽은 바로 인젝터 헤드 쪽으로 올라가고 한쪽은 노즐 끝까지 내려갔다 인젝터 헤드로 올라가는 설계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니폴드의 아래쪽에서도 재생냉각채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 왼쪽의 무광의 은색 물체가 주 연료 밸브이다. 밸브는 포핏 밸브 형식이며 위에 튀어나온 것은 밸브의 개도 정도를 확인하는 센서라고 한다.
엔진의 오른편에서 주 연료 밸브와 연료 고압배관을 촬영한 사진.
연료 고압배관에는 센서에 필요한 배선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배관에 직접 클램프를 달고 배선을 물려놓은 형식이었다.
연료 고압배관 아래에서는 점화용 TEAB를 연료 매니폴드에 주입시키는 듯한 배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주 연료 밸브 표면에 적인 문구들
주 연료 밸브 표면에서는 '75용 MFV', 'Hanwha', 'KARI'등의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르던 사실이었는데 밸브도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하였다.
점화용 TEAB 카트리지
연소실 측면에선 어지럽게 연결된 전선과 배관들 사이에서 점화용 TEAB 카트리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75톤급 엔진은 가스발생기와 주연소기 점화에 TEAB라는 일종의 하이퍼골릭 연료를 사용한다.
가스발생기
위의 사진 정 중앙의 물체가 가스발생기이다. 가스발생기 후단에 터빈으로 향하는 덕트가 있으며 이 덕트가 흰색 단열재에 감싸여져 있는것을 알 수가 있다. 왼쪽의 압력 게이지와 플랜지로 막힌 부분은 연료펌프 입구이다.
주 산화제 밸브
주 산화제 밸브는 주 연료 밸브와 마찬가지로 포핏 밸브 형식이며 밸브 구동용 모터와 센서가 튀어나와있었다. 산화제 배관과 마찬가지로 은색 단열재로 감싸져 있다.
더미 김벌 마운트와 주 산화제 배관
연소실 윗부분엔 김벌 마운트가 부착되는데 이번에 전시된 6A호기 엔진은 테스트셀 특성상 김벌링 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김벌 마운트도 더미 마운트가 장착되었다. 더미 마운트 주위로 은색 단열재로 감싸진 산화제 고압배관이 보인다.
가스발생기 입구 밸브와 밸브 구동용 모터 고정 클램프
75톤급 엔진은 발사체에 장착되기 전 수락시험을 거치는데, 연소시험을 수행하면서 가스발생기 유입 배관의 밸브를 모터를 이용해 조작하며 가스발생기의 유량 및 압력을 확인한 후 밸브의 모터를 탈거한 다음 밸브 작동부를 안전결선(Safety wire)로 봉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모든 엔진들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것은 아니며, LE-7의 경우 저 부분을 밸브를 고정시키는것이 아니라 오리피스를 장착한다고 한다.
터빈 배기덕트 아래에서 찍은 사진
터보펌프 터빈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래쪽에서 위로 사진을 찍어보았으나, 너무 어두워서 사진상으로는 터빈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오늘 쓸 글은 몇달전 입수했던 전 도호쿠 대학 교수였던 'Kamijo Kenjiro'의 저서 'Research and Development of Rocket Turbopumps-35Years in Retrospect'의 원서를 리뷰한 글이다. 물론 내가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해서 사전을 뒤지고 의역해가며 읽어 내려갔고 저자가 담당했던 터보펌프들 중 H-I 로켓의 2단에 적용됐던 LE-5 엔진의 터보펌프 개발 부분까지 리뷰하겠다.
LE-5 엔진
H-I 로켓의 발사순간
H-I의 2단. LE-5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1. 개발 개요
LE-5 엔진의 개발은 NASDA(National Space Development Agency of Japan, 우주개발사업단)과 NAL(National Aeronautical Laboratory, 국립항공연구소)가 합동으로 진행하였다. 연소기를 비롯한 엔진 시스템 개발은 NASDA가 터보펌프의 개발은 액체산소/액체수소 둘 다 NAL이 담당하려 하였지만 액체수소 터보펌프 시험시설을 짓는데 NAL의 예산 범위를 아득히 초과하는 비용이 산출되어 해당 부분은 NASDA가 개발하고 NAL은 액체산소 터보펌프와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를 담당했다.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를 개발하기 위하여 NASDA 담당의 액체수소 펌프와 호환되는 소형 펌프를 제작하여 이것과 개발한 인듀서를 이용하여 NASDA 시설에서 시험을 거쳤다. NASDA의 액체수소 터보펌프와 인듀서 개발용 펌프가 호환되도록 설계한 것은 혹시 NASDA의 펌프가 개발 실패할 때를 대비한 보험이었다.
당시 NASDA-NAL 외에 ISAS(Institute of Space and Astronautical Science, 우주과학 연구소)도 LE-5와 유사한 액체수소/액체산소 엔진을 개발 중이었으며 당연히 둘 사이엔 묘한 경쟁관계가 성립되었다.
2. 터보펌프 시스템 형식 결정
NASDA와 NAL이 합동으로 터보펌프 시스템의 형식을 결정지었다. 당시 실용화된 액체수소/액체산소 상단 엔진들로는 RL-10, HM-7 계열이 있었으며 이들은 펌프와 터빈을 연결하는데 기어박스를 사용하였다.
HM7B의 터보펌프 기어박스
RL-10계열의 터보펌프 기어박스
두 엔진 모두 5만 RPM 의 높은 회전수에서 최대 효율을 발휘하는 액체수소 펌프와 터빈을 같은 축에, 비교적 밀도가 높아 그보다 낮은 회전수에서 최적화되는 액체산소 펌프를 감속기어로 연결한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은 기어의 윤활을 고체 윤활제로, 냉각을 액체수소나 저온 수소가스로 수행하게 되는데 저자는 이때 얼마나 많은 냉각유체가 필요할지 감당이 되지 않아 기어박스를 제거하고 액체수소 펌프와 액체산소 펌프가 별도의 축에서 구동되는 독립 2축식으로 개발하자고 주장하였고 이는 받아들여졌다.(저자의 대학원 석사시절 전공이 이와 관련되어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최근 개발되는 액체수소/액체산소 상단 엔진들은 거의 모두가 독립 2축 형식을 띄고 있으니 타당한 선택이었다. 만약 기어박스로 구성하였더라면 LE-5A/B 로의 업그레이드가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NAL 의 LE-5용 터보펌프 개발은 197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개발이 중지된 케로신/액체산소 터보펌프용 시험치구를 수정하여 활용하였다.
LE-5 엔진의 터보펌프 시스템
3. 펌프 임펠러 개발에서의 시행착오
액체산소 펌프 임펠러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되며 씰 부위에는 알마이트, 웨어링 씰 부위에는 카본을 섞은 테플론을 사용하였다. 시험 도중 웨어링 씰 부위에 심각한 마찰 흔적이 발견되었고 따라서 해당 설계로는 위험하다고 판단하였다.
임펠러 제작사 IHI에 '알마이트 층 형성법을 바꾸는 것은 어떠한가' 라고 문의를 넣었지만 '변경할 수 없다' 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공정을 살펴본 결과 알마이트 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알마이트 층이 두껍게 형성되는 것을 비용을 아끼기 위해 후가공하지 않아 생긴 문제로 판명되었다. 해당 문제는 후가공 공정을 추가하면서 해결되었다.
4. 터보펌프 개발 방법
NAL에서 저자가 담당한 터보펌프를 개발할 때엔 펌프, 터빈 등 별도의 구성품의 성능을 먼저 검증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예를 들자면, 액체산소 펌프를 개발하면 터빈 출력을 모사하는 전기모터에 연결하여 설계 회전수로 작동시키는 시험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하여 액체산소 펌프는 축진동 시험에서 괜찮은 특성을 보였다.
한편 액체수소 터보펌프는 액체산소 터보펌프에 비하여 출력이 크지만 구조는 동일함과 동시에 크기는 더 작았다. 즉, 매우 컴팩트하게 설계되었다.
액체산소 터보펌프에서 펌프와 터빈 사이엔 고온 연료과잉 가스와 액체산소가 섞이지 못하도록 씰링 구조가 적용되었다. 배치 순서는 액체산소 펌프-메카니컬 씰-헬륨가스 퍼지 씰(IPS)-고압 가스 씰-터빈 순이며 각 구성품들은 모두 축계의 1차 임계속도 이하에서 작동된다.
액체산소펌프 혼합방지 계통
그런데, 액체산소 펌프 2차 시제에서 축 진동이 발생하였다. 원인으로는 베어링을 지지하는 플레이트 스프링의 작동불능이 꼽혔다. 해당 부품은 베어링에 미리 하중을 가해서 축 추력에 의하여 베어링이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부품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펌프를 구성하는 재료들의 열팽창계수에 의한 틀어짐 등이 꼽혔다.
LE-5엔진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축 베어링의 플레이트 스프링 위치
이후 시험에서도 큰 진동이 발생되어 해당 펌프를 분해한 결과 과연 플레이트 스프링이 완전히 닳아버려 기능을 하지 못한것으로 보였다. 초저온의 액체산소 내에서의 치수변화를 감안하여 플레이트 스프링의 재료를 스테인레스 재질로 변경하였다.
설계 수정 후 축진동 변위가 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내려가고 터보펌프는 소음 없이 고요히 작동하였다. 이러한 방법은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문제 해결에도 동일하게 사용되었다.
임펠러 앞뒤 면의 압력 차이에 의한 축 추력은 밸런스 피스톤 매커니즘으로 해결할 수 있다. LE-5의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경우 1mm정도의 비교적 큰 변위를, LE-7의 액체수소/액체산소 터보펌프는 0.1~0.2mm의 작은 변위를 가지는 밸런스 피스톤이 적용되었다.
LE-5의 액체산소 터보펌프에는 밸런스 피스톤이 적용되지 않는 대신 플레이트 스프링이 크게 변형하도록 하여 하중을 흡수하도록 설계하였다.
NASDA 담당의 액체수소 터보펌프의 경우에는 펌프를 시험하는데 좀처럼 설계 회전수인 5만 RPM에 다다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관련 회의에서 터보펌프 상태로 시험하여도 문제없을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나왔으며 저자 역시도 이에 동의하였다.
액체수소 펌프의 성능 확인을 위하여 변형된 펌프를 제작하고 원래 설계의 펌프는 터보펌프 형식으로 시험하였다. 그리고 해당 5만 RPM 구간에서 큰 진동이 발생하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케이싱과 임펠러를 장착한 채로 액체질소를 작동유체로 하여 시험을 진행하였고, 베어링의 외륜이 펌프 후면 하우징과 고착되어 베어링 내부에 긁힌 홈이 형성되었다.
위의 그림에서 Outer race(베어링 외륜)과 Housing(하우징)의 고착이 원인
밸런스 피스톤이 제 기능을 하려면 베어링의 외륜은 둘러싼 하우징과 고착되지 않고 축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베어링을 둘러싼 하우징의 재질이 원래 설계보다 열팽창 계수가 큰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알아냈다. 초저온의 액체수소 환경 하에서 열팽창 계수가 큰 하우징이 크게 수축하여 베어링과 고착된 것이 원인이었다.
한편 NAL에서 액체수소 인듀서 시험과 NASDA담당 액체수소 펌프에 대한 보험으로 제작된 펌프는 NASDA의 액체수소 펌프가 한창 축진동 문제로 고생하고 있을 때 설계되었다. NAL 제작 액체수소 펌프에는 축진동 억제 설계가 적용되었는데, 액체수소 인듀서와 주 펌프 임펠러 사이에도 베어링을 배치하는 방식을 이용하였다.
이 방식은 부품 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조립이 복잡해지지만 정격 회전수 이하의 임계속도 구간을 줄이는 효과(쉽게말해 위험 회전수를 높여준다)를 가져온다. 덕분에 NAL의 펌프는 축진동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5만 RPM에서의 인듀서 흡입성능 검증에도 성공하였다.
또한, 해당 설계는 이후의 LE-7의 터보펌프에도 사용되었다.
NASDA 설계의 LE-5 액체수소 터보펌프. 인듀서와 주 임펠러 사이에 베어링이 없다
NAL이 사용한 방식. 인듀서와 임펠러 사이에 베어링 위치함
LE-7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인듀서와 임펠러 사이에 베어링이 있다.
5. 터보펌프 시스템 시험
액체수소/액체산소 터보펌프가 각각 완성되고 관련 계통 전체를 시험하는 터보펌프 시스템 시험이 진행되었다. 독립 2축식 구조를 두고 '시동 시 양 펌프의 회전수가 동기화되지 못할수도 있지 않느냐' 라는 말이 나왔지만 '미국의 J-2엔진 역시도 독립 2축식인데 잘 작동한 걸 보면 문제가 없다' 라고 하여 안심시켰다.
J-2의 계통. 터보펌프가2개인 독립 2축식이다.
거기다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도 진행하였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활용하였다 하여도 시동 시퀀스를 정립하는 데엔 꽤 많은 시행착오와 긴 시험을 거쳐야 하였다.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의 경우 LE-5가 일본에선 최초였으며 이후의 엔진에도 적용되고 있다.
터보펌프 시스템 시험 당시 미국에서 SSME의 액체산소 터보펌프 폭발 소식이 들려왔으며 NAL에선 터보펌프의 폭발을 경험하지 않았으나 항상 이를 각오하였다.
50초 가량의 시스템 작동시험 당시 컨트롤 룸으로 들어가는 순간 뇌리에 터보펌프의 폭발 장면이 떠올랐고 그순간 컨트롤 룸을 나와 근처의 다른 방으로 들어가 시험을 참관하였다. 그로부터 5~6분 정도 후에 시험이 성공하였다는 통보를 받았다. 저자는 그 이후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담력이 없음을 인식하였다고 한다.
6. 엔진 시스템 시험 및 H-I로켓 발사
터보펌프 시스템 시험 이후엔 연소기 등의 엔진의 다른 구성품과 결합하여 아키타 현 타시로 시험장에서 엔진 시스템 시험을 실시하였다. 같은 시각 NAL의 가쿠다 센터에서는 진공에서의 엔진의 성능을 시험하였다. 해당 시험들은 순조로워 1986년 8월 13일 H-I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당시 H-I의 2단은 LE-5의 지구 저궤도에서의 재점화를 시험하였고 성공적으로 작동하였다. 저궤도의 미소중력 하에서는 추진제가 엔진으로 잘 유입되지 않고 중간에 떠있게 되는 등의 상황으로 인하여 재점화시키기가 어려우며 이러한 문제로 미국의 센타우르 단(Centaur. RL-10엔진을 사용하는 상단)도 초기에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한번에 성공하는 것은 저자뿐만 아니라 로켓 시스템을 제작한 미쓰비시 중공업의 기술자 역시도 예상치 못했다. 이로 인하여 다음 로켓 개발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7. 우주공간에서의 점화 상황 모사방법
우주공간에서 재점화하는 상황을 모사하기 위하여 펌프 입구의 기체 분율이 높은 상황을 상정, 액체산소 펌프의 예냉을 충분하지 못하게 실시한 상태에서 시험을 진행하였다.
설계 회전수가 2만 RPM이었는데 해당 상황에서 3만 5천 RPM까지 치솟았다. 순간 터보펌프의 터빈이 고회전은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여 터빈 블레이드가 비산하는 광경이 뇌리에 스쳤다.
그 상황에서 터빈 구동가스를 줄여 회전수를 낮추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회전수가 정격 회전수로 하락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땐 다른방으로 피하진 않고 웅크렸는데 다행히도 10초 후에 안전회전수로 돌아왔다.
한 마디
읽으면서 느낀 점으로는 다른나라 언어로 쓰여있어서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도 최초로 우주발사체용 터보펌프를 개발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감정의 변화 등을 매우 잘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LE-7에 비하여 비교적 순조롭게 개발된 LE-5도 크고작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읽으면서 몇년 전 항우연 주관의 세미나에서 30톤급 터보펌프의 폭발 영상을 보고 당시 제작에 참여했던 기술자들과 나눈 이야기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