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31일 일요일

한국의 우주발사체 터보펌프 계보(KSLV-II 누리호의 터보펌프 전)

한국의 우주발사체용 터보펌프의 개발은 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되었으며 다른 우주 선진국들의 개발 시기와 비교해보면 역사가 매우 짧다. 하지만 2021년 현재까지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여러 가지 터보펌프들이 제작되었으며 그 결과물은 항우연의 7톤급, 75톤급 엔진까지 이어진다. 
오늘 쓰고자 하는 글은 7톤급, 75톤급 전까지 개발된 터보펌프에 대한 소개이다.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중반-최초의 터보펌프 개발사업이 시작됨 

 최초로 민-군 관련 과제로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10톤급의 가스발생기 사이클 LCH4/LOX 엔진에 사용할 것을 상정하였다.
10톤급 터보펌프 시제
10톤급 터보펌프의 내부구조

10톤급 터보펌프의 시스템 설계사양


  이 터보펌프의 개발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의 국책 연구기관이 참여하였으며 서울대학교는 위탁 연구를, 참여 산업체로는 현대로템, 비츠로테크, 한돌펌프, BM금속 등이 있다. 이외의 해외 기술협력은 러시아의 KeRC(Keldysh Research Center)과 협력하였다.
이전의 터보펌프 개발경험이 전무하여 다른 터보기계 개발에 참여한 연구기관과 협력하였으며 일부 기관 및 업체들은 현재까지 터보펌프 개발사업에 참여하고있다.

10톤급 터보펌프 개발일정

초기 응용연구 기간에는 러시아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개념설계, 상세설계, 시제 제작, 러시아 현지 시험 등이 이루어졌으며 2001년 중반기부터 시작된 시험연구 기간부터는 국내 독자 기술로 최적화 설계, 상세설계 및 시험평가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해당 러시아 기관이 개념설계를 수행하는 기관이라 인듀서의 성능이 좋지 않았으나 독자적으로 개량을 실시하여 요구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적용할 발사체 및 엔진의 부재, 축추력 시험과정 누락, 실제 회전수에서의 진동 및 피로시험 부재, 실매질 상태에서의 시험 부재, 해외도입 소재의 국산화 실패 등(터빈 소재가 러시아산) 등의 문제를 드러내었다.

  이 과제로 개발된 터보펌프는 개발진 중 일부 기업 소속의 개발진이 나와 설립한 C&Space 라는 회사의 엔진인 Chase-10의 터보펌프가 된다. 이 회사는 2010년대 초반까지는 국내에서 소식이 확인되었지만 미국으로의 이동 후 행방이 묘연하다.
Chase-10의 흔적

위의 사진은 필자가 2019년 늦여름(9월 쯤)에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여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비츠로테크 부스에서 전시하고 있었으며 부스의 관계자에게 C&Space에 대하여 물어보았지만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10톤급 터보펌프의 인듀서, 임펠러 사진

해당 부스에서는 사용된 인듀서와 임펠러의 사진도 찾아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때 사용한 LCH4/LOX 시험시설을 그대로 발전시켜서 상단용 엔진으로 계속 개발해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00년대 초반~2000년대 후반-30톤급 터보펌프 및 엔진구성품 개발사업

  30톤급 터보펌프 및 엔진 구성품 개발사업은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진행된 KSLV-I 나로호 의 예산으로 진행되었으며 엔진의 구성품인 터보펌프, 연소기, 가스발생기의 단품 시험 및 터보펌프-가스발생기 연계 시스템 시험 등을 구성하고 종료하였다. 이 사업에서 획득한 기술 및 노하우는 그대로 KSLV-II 누리호 사업으로 연결된다.

30톤급 터보펌프

작동 유체로는 케로신/LOX 를 사용하며 10톤급 터보펌프와 마찬가지로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을 상정하여 개발되었으며 회전속도는 20,000 RPM이다. 터보펌프의 세부사항은 아래와 같다.
30톤급 터보펌프의 시스템 요구사항(축추력 사항이 포함됨)

30톤급 터보펌프의 펌프 성능해석 결과

특히 30톤급 과제에서는 베어링을 제외한 핵심 부품들이 국산화되었으며 터빈의 경우 측면 방전가공 기술을 국내 산업체가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때까지 30톤급 터보펌프에 맞는 시험시설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아 러시아의 시험장을 빌려서 시험할 수밖에 없었으며 2007년에는 시험 도중 폭발하기도 하였다.
30톤급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1차)-출처 항우연 블로그

필자는 이 폭발에 관한 이야기를 2019년 초 항우연 개최 세미나에서 들을 수 있었으며 폭발 당시의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산화제 펌프가 폭발하였으며 갑자기 격렬하게 폭발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30톤급 실매질 시험(2차)

이후 시험 원인으로 추측되는것들을 모두 보완한 후 러시아의 시험장에서 2차로 실매질 시험을 진행하여 성공하였다.

만약 나로호 사업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에 문제가 생겨 1단을 들여올 수 없었더라면 이 엔진을 4개 혹은 5개 클러스터링한 발사체로 나로호를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예정대로 협력이 잘 진행되어 30톤급 엔진의 사업은 엔진 시스템 연소시험 등의 시험은 수행하지 않고 종료되었다. 



요약하자면 90년대 중반의 10톤급 터보펌프 개발사업에서 현재 항우연의 케로신/LOX 터보펌프의 전체적인 틀이 정해졌고 그 설계와 노하우는 30톤급 터보펌프를 거쳐 현재의 7톤급, 75톤급 터보펌프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설계는 적어도 75톤급 엔진의 후속인 82톤급 엔진까지는 이어질 예정이며 소형발사체의 상단에 사용될 3톤급 터보펌프와 개발중인 10톤급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터보펌프의 경우는 다른 형태의 터보펌프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3톤급 터보펌프의 경우 독일 DLR, 10톤급 터보펌프의 경우 현재 개발 시제에서 RD-8의 터보펌프를 사용하는것으로 보아 우크라이나 유즈노예 와의 커넥션이 존재한다.


참고문헌 : 

[특집] 액체추진로켓엔진용 고압 터보펌프 개발-이경훈, 김경호, 우유철
한국유체기계학회 논문집 7(3), 2004.6, 51-56(6 pages)

30톤급 액체로켓엔진용 터보펌프 개발현황-김진한, 홍순삼, 정은환, 최창호, 전성민
한국추진공학회 학술대회논문집 , 2005.11, 375-383(9 pages)

30톤급 액체로켓엔진용 터보펌프 실매질시험-홍순삼, 김대진, 김진선, 김진한
한국추진공학회 학술대회논문집 , 2008.11, 359-365(7 pages)

https://m.blog.naver.com/karipr/221492074124










2021년 1월 19일 화요일

Virgin Orbit의 공중발사 우주발사체 LauncherOne의 1단 엔진, Newton3(N3)엔진의 터보펌프 시스템

LauncherOne은 Virgin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한 우주발사체 스타트업의 로켓이다.

이 발사체는 특이하게도 보잉747기에 장착되어 고도 약 10km상공에서 엔진을 점화하여 비행을 시작한다. 이러한 형식의 장점으로는 발사 모기가 궤도에 필요한 속도증분을 약간이나마 더해줄 수 있으며, 그만큼 공기가 희박한 고도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공기 저항을 돌파할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LauncherOne의 개요

사실 공중발사 발사체는 LauncherOne이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꽤 과거부터 미 공군이 LGM-30미니트맨 ICBM을 C-5수송기의 화물칸에 싣고 공중에서 발사한 적 있다. 

하지만 미니트맨의 경우 모든 단이 고체 추진기관을 이용하였으며 모든 단이 액체 추진기관인 공중 발사체가 궤도에 진입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사 모기와 발사체가 분리되는 순간 로켓으로서는 비교적 큰 충격을 받는데 그러한 충격이 터보펌프 시스템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아 관련된 논문을 찾아보았다. 지금부터 그것에 대한 리뷰를 하고자 한다.

1. 스키매틱

Newton3의 스키매틱

  우선 엔진은 단순한 가스발생기 사이클을 적용하였다. 가스발생기 사이클과 같은 간단한 구조를 적용할 경우 시스템이 Robust해지며 그만큼 개발 기간도 줄일 수 있다. 우주발사체를 처음 개발하는 국가 혹은 단체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개방형 사이클을 채택한다. 

  신기한 점으로는 대부분의 케로신/LOX 엔진과 달리 터보펌프가 연료/산화제 펌프로 각각 나뉘어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액체수소/LOX 엔진처럼 두 펌프의 회전속도가 다른 경우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논문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비용 절감과 신속한 조달을 위해서 결정되었으며, 덕분에 개념설계 완료 후 단 13개월만에 터보펌프 완성품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한다. 또한 기존의 1축식 터보펌프의 경우 연료/산화제 펌프가 같은 속도로 회전하면서 각각의 효율에 영향을 주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러한 구조로 그러한 문제가 없어졌다고 한다.(다른 포스팅에서 다루겠다)

연료/산화제 터보펌프 모두 원심식 임펠러 1개씩을 사용하며 축 추력은 앵귤러 볼 베어링으로 지지된다. 각각의 터보펌프에 축 추력의 원인인 원심 임펠러가 하나씩밖에 없어서 축 추력의 방향을 가늠하는데 더 용이해졌다고 한다.

추가로, 펌프의 축이 전달할 동력이 적어지면서 축을 더 얇게 설계할 수 있고, 이것은 축을 지지하는 베어링의 부담을 줄여주는 이점도 존재한다.(그만큼 베어링의 지름이 줄어들면서 베어링 볼의 구름 속도가 줄어든다)


2. 터보펌프의 요구조건

터보펌프의 요구조건

  위의 표는 Newton3의 터보펌프의 요구조건이다. 327kN 추력은 톤 단위로 환산하면 약 33Tf 정도이며 비슷한 규모의 엔진으로는 소유즈 로켓의 초기 상단 엔진인 RD-0110이 있다. 
RD-0110의 펌프 요구조건

  두 엔진 모두 같은 추력 규모를 보이며 터보펌프의 회전수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터보펌프의 회전수를 높일 경우 그만큼 펌프 임펠러의 지름을 줄일 수 있으며 이는 터보펌프의 경량화와 직결된다. LauncherOne의 경우는 항공기에 싣고 올라가기 때문에 발사 모기의 탑재 한계와 크기 내에서 원하는 성능을 내기 위하여 터보펌프 회전수 상승이라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연료 펌프와 산화제 펌프의 회전수가 다른 것은 각각의 추진제의 밀도에 맞게 최적화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액체산소의 밀도는 케로신보다 높으며 필요한 질량유량을 연소실로 보내기 위해서는 연료펌프의 회전수가 케로신 펌프의 회전수보다 높아야한다. 극단적인 경우는 위에서 미리 언급한 액체수소/LOX 엔진의 터보펌프이다.
터보펌프 조합체
  
  각각 터보펌프는 모듈식 설계를 적용하였으며 연료/산화제 펌프도 최대한 공통된 부품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성능이 향상된 부품을 더 쉽게 적용할 수 있었으며 비용도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터빈이 연료 과잉 가스로 구동되기때문에 산화제 펌프는 펌프와 터빈 사이에 혼합 방지 씰이 추가되었다.

2. 펌프의 디자인

  펌프는 스페이스X의 멀린 엔진의 터보펌프를 개발했던 바버 니콜(Barber Nichols Inc)가 수행하였으며 20년 이상의 로켓엔진 터보펌프 개발 및 생산 노하우에 기반하여 개발되었다. 
펌프 임펠러의 인듀서와 임펠러는 일체형으로 제작되었다.
산화제펌프 임펠러

이러한 구조로 인듀서 하류와 펌프 임펠러 상류 사이의 유체역학적 해석이 불필요해졌으며 생산 방식은 Flank Milling 방식을 사용하며 이 방식의 적용으로 기존의 Point Milling 방식 대비 생산 시간이 2/3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Flank Milling

Point Milling

일반적인 펌프의 임펠러와는 달리 베인을 덮는 슈라우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생산이 쉽고 가격이 낮은 대신 어느정도의 효율 저하는 감수한 설계인듯 하다.

또한, 펌프 임펠러의 바닥에 튀어나온 돌기가 있는데 이것은 임펠러 후면의 유동을 방해하여 축 추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엔진에 따라서 케이싱에 위치해있는 경우도 있다.(Ex. 항우연의 75톤급, 7톤급 엔진 등)

연료/산화제 임펠러의 형상은 각각의 요구조건에 맞게 살짝씩 다르지만 공통된 케이싱을 사용하도록 고려되어있다. 즉, 외부에서의 형상은 두 임펠러 모두 같지만 내부 형상이 다르다.

연료/산화제 펌프 임펠러의 요구조건

펌프의 성능은 아래의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비교 대상은 J-2와 F-1의 산화제 펌프이다. NPSH/(Cm^2/2g)라는 지표가 보이는데 이것이 낮으면 낮을수록 펌프 입구압이 낮아진다는 의미이다.


비교 대상인 두 펌프보다 NPSH/(Cm^2/2g)가 더 낮은 환경에서 운전되고 Corrected Suction Specific Speed(흡입 비속도 보정치. NPSH의 0.75제곱에 반비례하며 회전수와 체적유량의 0.5제곱에 비례한다)가 높은 것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펌프 입구압 요구조건이 낮으며 흡입 성능은 더 우수하다는것을 의미한다. 

발사 순간의 충격으로 인하여 발사체의 추진제 탱크에 추진제의 슬로싱을 방지할 배플에 더 많은 중량을 할애하면서 추진제 탱크의 경량화까지 신경써야 했을것이다. 따라서 추진제 탱크의 중량과 직결되는 펌프 입구압 요구조건을 낮추는것은 필수일것이다.


3. 터빈의 디자인

  터빈의 경우 연료/산화제 펌프 모두 동일한 로터를 사용하였으며 이것은 전체적인 비용 절감을 이루어내었다. 사용된 터빈의 종류는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에 흔히 사용되는 초음속 충동 터빈이 사용되었다. 

터빈의 요구조건

산화제 펌프의 터빈 노즐

종합 평가 : 

최근 로켓엔진들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최대한 간단하고 신뢰성 있게 설계되었으며 일부 부분에서는 일정부분 효율 저하를 감수하는 방법까지 사용하였지만 일반적인 터보펌프와는 살짝 다른 방식을 채택하면서 더 우수한 부분도 존재한다. 특히나 바버 니콜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설계를 일정부분 벌충하고있다.




참고문헌

Turbopump Design and Development for the Virgin Galactic NewtonThree Engine System

Turbopumps for Gas Generator and Staged Combustion Cycle Rocket Engines













LE-5 엔진 터보펌프의 세부 사진들 - 가쿠다 우주센터 방문기에 이어

이전에 썼던 LE-7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의 상세한 리뷰에 이어, 이번에는 바로 옆에 전시된 LE-5 엔진 터보펌프에 대한 내용을 써보고자 한다.  LE-5 엔진 터보펌프 전시물은 LE-7 과는 달리 절개 모델이 아니라 터보펌프 실물과 축계가 따로따로...